28화

한서린은 공방에 들어서기 전에 망치 소리부터 셌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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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린은 공방에 들어서기 전에 망치 소리부터 셌다.

세 번 달구고 한 번 친다. 풀무는 켜져 있는데 쇠는 줄지 않았다. 문 옆 인수표에는 임시 공통 나사 열 개가 적혀 있었고 완성품 칸은 전부 비어 있었다.

그녀는 은전 자루를 작업대 위에 올리지 않았다. 바닥에도 놓지 않았다. 품에 든 채 빈 칸부터 읽었다.

“하루 품삯, 부러진 날, 버린 쇠. 그래서 누가 냅니까?”

군수 장교가 대답했다.

“시험 손실은 군수에서 보상하기로 했소.”

“언제요?”

“규격이 정식 채택되면.”

서린은 장부를 덮었다.

“가장 비싼 거짓말이군요. 오늘 깨진 날 값을 채택 뒤에 준다니.”

백무정이 긁힌 치수표를 가져왔다. 골 각도와 깊이 칸이 칼끝으로 벗겨져 있었다.

“이것부터.”

“누가 지웠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서린은 범인을 찾지 않았다. 지워진 칸 아래 남은 것들을 읽었다. 적용 부위 세 곳. 초도 열 개. 열 번 왕복. 부러진 날 보상. 대조 총 반환 시각. 시험을 통과한 조건은 많았으나 그 조건을 내놓은 사람의 몫은 한 줄도 없었다.

“치수를 공개하면 무엇을 받습니까?”

늙은 장인이 웃었다.

“애국했다는 소리.”

“그건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웃음이 짧게 끊겼다.

서린은 자루를 열었다. 은전 스무 냥을 다섯 줄로 세웠다. 장인들의 눈이 돈보다 줄 사이의 빈칸으로 향했다.

“첫째, 오늘까지 시험 품삯. 둘째, 깨진 공구와 버린 쇠. 셋째, 공개 치수가 쓰일 때마다 공정 사용료. 넷째, 새 규격 때문에 끊긴 기존 주문의 전환 기간. 다섯째, 다친 사람의 치료와 쉬는 날 품삯.”

군수 장교가 말했다.

“한 번 정한 치수에 매번 돈을 내라는 겁니까?”

“한 번 베낀다고 손이 한 번만 일한 게 됩니까?”

“국가가 쓰는 규격이오.”

“그러니까 지급자를 국가로 적으시죠.”

서린은 종이를 다섯 장으로 나누고 은전을 다시 자루에 넣었다.

“조건이 적히기 전에는 한 닢도 안 풉니다.”

뒤쪽에서 망치가 멎었다. 느리던 작업마저 완전히 멈췄다.

무정이 물었다.

“총은?”

“오늘 열 개를 얻자고 내일 공방을 비우실 겁니까?”

“성문은 기다려.”

“장인 집의 밥도 기다립니다.”

무정의 손가락에 검은 기름이 묻어 있었다. 그는 어제 자기 방식이 떨어지는 표를 던졌다. 그러나 떨어진 도구를 가진 사람이 무엇을 먹고 새 도구를 배울지는 적지 않았다.

서린은 그가 만든 시험표를 돌려주었다.

“오차는 적으셨네요. 임금은 왜 안 적으셨습니까?”

무정은 답하지 못했다.

석범이 공방 구석에서 스승의 오래된 다이스를 들고 있었다. 열한 규격 어디에도 맞지 않는 물건이었다. 손잡이의 세 점이 아침빛에 희미했다.

서린이 물었다.

“그걸로 받던 주문이 몇 개였습니까?”

“이번 달 여덟 개입니다.”

“새 규격으로 바꾸면?”

“틀부터 새로 사야 합니다.”

“값은?”

석범이 스승을 봤다. 늙은 장인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장인이 대신 숫자를 불렀고, 또 다른 이는 그 두 배라고 했다. 같은 도구에도 구매 길과 담보가 달랐다.

서린은 가장 낮은 값도 높은 값도 쓰지 않았다. 세 사람이 실제로 가져온 송장과 외상 장부가 있을 때 확정한다고 적었다.

“모른다는 칸을 왜 남깁니까?” 장교가 물었다.

“모르는 값을 싸다고 적으면 누군가 그 차이를 몸으로 냅니다.”

그녀는 작업자들을 마당으로 불렀다. 장인 넷, 견습 여섯, 풀무를 맡은 아이 둘. 치수 공개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한데 섞여 있었다.

“대표 한 사람을 세우십시오.”

늙은 장인이 앞으로 나왔다.

“내가 말하겠소.”

뒤에서 왼손 견습이 고개를 저었다. 새 암나사틀 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게만 맞아 전날 골이 비뚤어진 아이였다.

“스승님 도구값만 말하실 겁니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서린은 누구 편을 들지 않았다.

“장인 하나, 견습 하나, 불과 운반을 맡는 사람 하나. 셋이 서명하십시오. 셋 중 둘이 반대하면 공개를 보류합니다.”

무정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통과시킨 치수도?”

“예.”

“내가 책임자인데.”

“그래서 책임자 혼자 공개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 말에 장인보다 견습들이 먼저 술렁였다. 무정은 반박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기 손기술을 혼자 숨기는 일과 다른 사람의 손기술을 혼자 공개하는 일은 방향만 달랐다.

석범이 손을 들었다.

“사부님 동의 없이 가리면, 수리가 늦어집니다.”

“가린 사람이 이유와 다시 볼 날짜를 적습니다. 영원히 숨기는 권리가 아닙니다.”

“그 날짜까지 총이 모자라면요?”

박상호가 없는 자리에서 군수 장교가 성문 수량을 답하려 했다. 서린은 막았다.

“실제 가용 수를 가져온 사람이 말해야 합니다. 예정 수량 말고요.”

장교는 병사를 보내 대조 총 반환과 수리 대기 수를 다시 세게 했다.

대표를 정하는 데 한 시진이 걸렸다. 장인들은 연장 수를 기준으로 하자 했고 견습들은 사람 수대로 하자 했다. 풀무 아이들은 표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도 나왔다.

서린은 은전 자루를 무릎 위에 둔 채 기다렸다. 급한 사람이 규칙까지 먼저 정하면 돈이 표를 사게 된다.

마침내 장인 대표는 늙은 장인이 아니라 자기 치수 장부를 가장 먼저 내놓은 중년 장인이 됐다. 견습 대표는 석범이 뽑혔다. 운반과 불을 맡은 이들은 열네 살 먹은 풀무 아이 대신 그 아이와 교대하는 성인 운반꾼을 세웠다. 아이에게는 표가 없었지만 사고 진술권을 따로 적었다.

석범이 물었다.

“진술만 하고 표는 없습니까?”

서린은 종이를 멈췄다.

열네 살 아이의 왼손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풀무를 늦게 밟았다는 이유로 입은 상처인지, 집에서 입은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와 작업 중지는 직접 말한 사람이 우선입니다. 나이는 빼지 않습니다.”

그녀는 대표 표결과 별도로, 위험을 본 사람 누구나 불을 끄고 붉은 패를 걸 수 있다고 썼다. 거짓 중지가 반복되면 대표 셋이 심사하되 무정 혼자 벌하지 못했다.

무정이 그 조항을 오래 봤다.

“내가 불을 올리라 해도?”

“다친 손이 먼저입니다.”

그는 열네 살 아이에게 물었다.

“그 화상, 여기서?”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정이 자기 시험표 첫 줄을 뜯었다. ‘풀무 세 번’이라고만 적힌 칸 옆에 아이 이름과 다친 날을 썼다. 치료 기록은 없었다. 쉰 날도 없었다.

“내 오차다.”

짧은 말이었다. 아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손등을 소매 안으로 숨겼다.

공정 사용료를 정하는 일은 사고 조항보다 오래 걸렸다. 장인은 나사 한 개마다 은 한 푼을 요구했고 장교는 치수표를 넘기는 한 번으로 끝내자고 했다.

서린은 임시 나사 한 개를 저울 접시 위에 놓았다.

“쇠 값은 몇 번 냅니까?”

“만들 때마다.”

“숯은요?”

“만들 때마다.”

“그런데 공정만 한 번입니까?”

장교가 치수표를 두드렸다.

“지식은 닳지 않소.”

석범이 스승의 다이스를 접시 반대편에 놓았다.

“이건 닳았습니다.”

날 끝은 실제로 무뎠다. 새 규격을 배우는 동안 기존 주문은 밀리고, 시험편을 깎는 동안 쓸 쇠와 숯도 들었다. 서린은 나사마다 떼는 몫과 최초 치수 공개 대가를 나눴다. 공개 대가는 송장으로 확인한 새 도구값에 쓰고, 개당 사용료는 재훈련 시간과 공구 수리에 쌓기로 했다.

“누가 몇 개 썼는지 숨기면요?” 운반 대표가 물었다.

서린은 군수 인수표와 공방 출고표 사이에 빈 대조 칸을 만들었다. 한쪽 숫자만으로는 돈을 풀지 않고, 실제 결합해 성문으로 나간 수량에만 사용료를 붙였다. 불량품을 많이 만들수록 장인이 돈을 더 받는 구조도 막았다.

장인 대표가 물었다.

“관에서 다른 공방에 치수를 넘기면?”

“그 공방도 같은 출고표를 씁니다.”

“몰래 베끼면?”

“다음 군수 물자 결제를 멈춥니다. 제 상단 운송도 붙이지 않겠습니다.”

서린의 돈만으로 국가 전체를 묶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 한계도 계약에 썼다. 이 조항은 자기 상단과 이 공방, 오늘 서명하는 군수 물자에만 미친다. 다른 관청까지 자동으로 지킨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그럼 반쪽 계약 아닙니까?”

“지킬 수 있는 반쪽입니다. 못 지킬 전부보다 비쌉니다.”

해고 제한도 곧바로 부딪쳤다. 장인은 일이 없는데 품삯을 어떻게 내느냐고 했고 견습은 새 틀을 익히기도 전에 쫓겨나면 표준은 스승만 바꾸는 일이라고 했다.

서린은 서른 날을 적었다. 그동안 기존 품삯 전부를 보장하지는 못했다. 대신 재훈련하는 날은 시험 품삯과 같은 단가로 지급하고, 일감이 줄어 쉬는 날은 절반을 도구 전환 적립금에서 냈다. 부족하면 장인·군수·상단이 각자 낼 몫을 공개했다.

누구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린은 그 줄을 지우지 않았다.

서린은 계약을 소리 내 읽었다.

대표 셋 중 둘이 공개에 동의할 것. 새 규격을 이유로 서른 날 안에 견습을 내보내지 않을 것. 사고 치료비는 책임 판정보다 먼저 낼 것.

장교가 마지막 조항에서 버텼다.

“책임도 모르는데 먼저 냅니까?”

“피는 판정서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거짓이면 돌려받으십시오. 치료를 늦추지는 마시고.”

서린은 은전 열 냥을 꺼냈다. 시험 품삯, 깨진 날, 버린 쇠의 선지급이었다. 돈은 무정에게 주지 않았다. 대표 셋이 함께 잠그는 상자에 넣었다. 열쇠도 셋으로 나눌 수 없어, 자물쇠를 세 개 달았다.

첫 자물쇠는 장인 대표, 둘째는 석범, 셋째는 운반 대표가 잠갔다.

남은 열 냥은 서린의 자루에 그대로 있었다.

“왜 절반만 풉니까?” 장교가 물었다.

“노동자 계약 사본과 사고 보상 장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열 개를 만들어야 하오.”

“오늘 돈은 드렸습니다. 두 번째 돈은 사람 이름이 적힌 뒤입니다.”

긁힌 치수표가 다시 벽에 걸렸다. 이번에는 빈 골 각도와 깊이 칸 위에 종이 덮개가 붙었다. 덮개 아래 치수는 대표 셋이 재검토할 때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무정은 떼지 않았다.

풀무가 다시 움직였다. 망치가 한 번, 두 번, 세 번 울렸다.

하지만 서린의 자루 속에서는 남은 은전 열 냥이 그대로 부딪쳤다.

두 번째 자루를 열 조건은 아직 한 줄도 충족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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