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은전 열 냥은 밤새 한서린의 머리맡에 있었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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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은전 열 냥은 밤새 한서린의 머리맡에 있었다.
잠을 설친 까닭은 도둑 때문이 아니었다. 공방에서 만든 계약 사본이 오면 돈을 풀기로 했다. 오지 않으면 은전은 지킬 수 있었다. 대신 성문의 총과 전신기는 더 늦어졌다.
새벽 첫 종이 울릴 때 석범이 종이 세 장을 들고 왔다.
“대표들이 고쳤습니다.”
서린은 은전 자루보다 종이를 먼저 받았다. 어제 자신이 쓴 임금표 위에 먹선이 가득했다. 한 줄은 두 줄이 됐고, 빈칸에는 서로 다른 손글씨가 겹쳤다.
야간 품삯. 불을 끈 뒤 식히는 시간. 작업 중지 중 기본 품삯. 다친 사람을 의원까지 데려가는 운반 몫.
서린은 첫 줄에 손가락을 댔다.
“야간은 언제부터입니까?”
“두 번째 저녁 종 뒤입니다.”
“누가 확인하죠?”
“불 지키는 사람과 견습 대표가 같이 적습니다.”
“작업 중지는 몇 번이든 돈을 받습니까?”
석범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다칠 때까지 일하라는 겁니까?”
“거짓 중지로 하루를 채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건 대표들이 심사한다고 어제 적었습니다.”
서린은 종이를 내려놓았다. 자신이 만든 계약을 견습이 자신보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작업자 열둘이 기다렸다. 장인 대표, 석범, 운반 대표가 앞에 섰고 열네 살 풀무 아이는 뒤가 아니라 그 옆에 있었다. 아이 손등의 화상은 헝겊으로 감겨 있었다.
“누가 야간 수당을 넣었습니까?” 서린이 물었다.
손이 일곱 개 들렸다.
“어제 왜 말하지 않았죠?”
중년 장인이 대답했다.
“어제는 치수를 빼앗기느냐만 말했소. 오늘 밤까지 만들라 하니 밤값이 생긴 거요.”
서린은 군수 장교를 봤다.
“오늘 밤까지라는 조건을 언제 붙였습니까?”
“성문 수리 수량을 다시 센 뒤요.”
“계약 뒤에 납기를 바꾸고 임금은 그대로 뒀군요.”
장교가 공문을 내밀었다.
“군 명령이오.”
서린은 받지 않았다.
“명령은 밤을 밝히지 못합니다. 숯과 사람을 누가 냅니까?”
이번에는 작업자들이 웃지 않았다. 질문의 답이 자기 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서린은 야간 한 시진마다 낮 품삯의 절반을 더하는 안을 적었다. 장인은 두 배를 요구했고 장교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 풀무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불 끄고도 기다립니다.”
“얼마나?”
“쇠가 손으로 옮길 만큼 식을 때까지요.”
임금표에는 망치를 드는 시간만 있었다. 불을 끄고 달군 쇠를 지키는 시간은 없었다. 서린은 ‘마지막 타격’ 뒤에 ‘안전 냉각’ 칸을 만들었다. 야간 수당은 두 번째 저녁 종부터 냉각 확인까지 붙었다.
장교가 말했다.
“그러면 일부러 늦게 식힐 겁니다.”
백무정이 차가운 시험편과 아직 붉은 시험편을 가져왔다.
“같은 쇠, 같은 두께. 식는 시간 정해져.”
“공방마다 다르잖소.”
“그래서 첫 세 개를 잰다.”
서린은 첫 세 번의 실제 냉각 시간을 재고 그 가운데 값을 임시 기준으로 쓰게 했다. 더 걸리면 이유를 적었다. 덜 걸린다고 품삯을 깎지는 않았다.
작업 중지 품삯에서는 서린과 작업자들이 더 세게 부딪쳤다.
“불을 끄는 순간부터 전액을 달라.” 석범이 말했다.
“원인을 찾지 못하고 사흘을 세우면 제 은전으로는 하루도 못 갑니다.”
“다치면 의원비는 더 듭니다.”
“그래서 첫 한 시진은 전액. 그 뒤에는 대표 셋이 계속 중지와 다른 작업 전환을 고릅니다.”
장인 대표가 물었다.
“다른 작업이 없으면?”
“절반을 지급하고 군수·공방·상단이 멈춘 까닭을 각각 적습니다.”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석범은 전액을 지우지 않고 옆에 반대 표시를 남겼다. 서린도 지우라고 하지 않았다. 합의된 단가와 작업자 요구가 같은 종이에 남았다.
감찰소 심부름꾼이 마당에 들어온 것은 그때였다. 접은 종이에는 봉인이 없었고, 겉면에 ‘명령 아님’이 적혀 있었다. 윤해준의 글씨였다.
군수 장교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심부름꾼은 서린에게 종이를 줬다.
‘군 명령으로 한서린의 남은 은전을 징발하지 않습니다.’
첫 줄이었다.
둘째 줄에는 계약 조건을 공방 문밖에 붙이고, 장인·견습·운반·군수·상단이 각자 반대 칸을 고칠 수 있는 공개 조정에 넘기라고 적혀 있었다. 해준 자신의 표는 없었다.
마지막은 질문이었다.
‘남은 돈을 풀지 않는 조건과 그 손실은 누가 서명합니까.’
서린은 종이를 두 번 읽었다. 징발하지 않는다는 말은 자기 돈을 지켰다. 공개 조정은 자기 가격과 한계를 경쟁 상단과 다른 관청까지 보이게 했다. 보호와 노출이 같은 종이에 있었다.
“좋은 뜻이군요.” 장교가 말했다.
“좋은 뜻은 송장에 못 붙입니다.”
서린은 웃지 않았다. 해준은 그녀의 반대를 받아들였지만, 그 반대를 공개 가격으로 만들었다. 사전에 묻지 않았다. 신뢰를 증명하려 한 방식이 다시 그녀의 선택을 먼저 정했다.
그녀는 종이 아래에 썼다.
‘징발 거부는 받습니다. 공개 범위는 돈을 낸 사람만이 아니라 임금표에 이름을 쓴 사람이 정합니다.’
자기 손실도 붙였다. 남은 열 냥을 더 풀면 이번 달 부두 수레바퀴 교체 세 대가 외상으로 밀린다. 상단 운반꾼 품삯 결제일은 닷새 늦어진다. 그 숫자를 숨긴 채 공방을 돕는다고 하면 다른 노동자의 몫을 몰래 옮기는 셈이었다.
석범이 종이를 읽다가 물었다.
“상단 이익은 얼마입니까?”
서린의 손이 멈췄다.
“이 계약과 상관없는 장부입니다.”
“손실을 공개하라고 적으셨잖습니까.”
“공방에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말한 겁니다.”
“부두 품삯을 늦춘다면서 부두에서 번 돈은 안 적습니까?”
마당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다. 서린은 계약서를 공개하자고 했지만 자기 상단 원장은 담보처럼 품에 안고 있었다. 해준이 공개 조정에 넘긴 방식이 싫었던 까닭도, 결정권보다 장부 안쪽까지 타인의 손이 들어오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전부 펼치면 거래처 외상과 운송길이 드러납니다.”
“우리 치수도 거래처와 먹고사는 길입니다.” 장인 대표가 말했다.
같은 말이 돌아왔다. 서린은 바로 대안을 내놓고 싶었다.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가격으로 설명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공방 사람들은 그 가격을 누가 확인하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녀는 상단 원본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이번 공방에 묶인 은전, 부두 수레 외상, 운반꾼 결제일이 있는 세 쪽을 베껴 오게 했다. 원본 대조자는 운반 대표와 석범이 맡고 거래처 이름은 가리되 금액과 날짜는 가리지 않았다.
석범이 다시 물었다.
“우리가 틀리면 고칠 수 있습니까?”
“원본과 다른 숫자만요. 제 다른 거래를 정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도 치수 밖의 공정을 정할 권리를 드린 적 없습니다.”
서린은 대답 대신 수정 칸을 하나 더 그었다. 신뢰가 올랐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자기 장부의 문턱이 어디인지 모두가 본 뒤라 이전보다 경계가 선명해졌다.
마당의 운반 대표가 먼저 반대 칸을 고쳤다.
“부두 품삯을 닷새 늦추지 마시오. 공방 야간은 사흘만.”
석범이 그 아래 적었다.
“사흘 뒤 완성 수량과 사고를 보고 다시 표결.”
장인 대표는 공정 사용료 일부를 첫 사흘 야간 수당으로 돌리되 새 도구 적립금 절반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다고 썼다. 풀무 아이는 자기 이름 옆에 ‘냉각 확인 전 귀가 금지면 야간’이라고 덧붙였다.
서린이 만든 임금표는 알아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누가 값을 바꿨는지는 선명했다.
군수 장교도 마침내 적었다.
“사흘 동안 성문 수리 요구를 열 개에서 여섯 개로 낮춤. 대조 총 반환은 해 뜬 뒤 첫 교대.”
무정이 고개를 저었다.
“여섯도 시험 전엔 몰라.”
“그럼 몇 개요?”
“첫 지그로 셋. 열 번 왕복. 그다음 셋.”
서린은 완성 약속을 여섯이 아니라 ‘검사 통과 최대 여섯’으로 고쳤다. 장교는 불만을 삼켰지만 서명했다.
노동자 계약 사본 세 부가 만들어졌다. 한 부는 공방 벽, 한 부는 대표 셋의 상자, 한 부는 서린의 상단 장부함으로 갔다. 사고 보상 장부 첫 줄에는 풀무 아이의 이름, 화상 날짜, 치료비, 쉰 날 품삯이 적혔다.
조건이 채워졌다.
서린은 남은 은전 열 냥을 꺼냈다. 전부를 상자에 넣지 않았다. 사흘 야간 수당과 치료비, 운반 몫을 먼저 세어 각 봉투에 담았다. 나머지는 새 도구 적립금으로 세 자물쇠 안에 들어갔다.
석범이 세 번째 자물쇠를 확인했다.
“이제 시작해도 됩니까?”
서린은 장부의 지급 시각을 가리켰다.
“받은 사람이 먼저 서명하십시오.”
열네 살 아이가 치료비 봉투에 손을 댔다가 멈췄다. 글자를 쓰지 못했다. 운반 대표가 대신 이름을 써 주려 하자 아이가 먹을 받아 손가락 자국을 찍었다. 화상 입지 않은 오른손이었다.
그제야 풀무에 불이 올랐다.
첫 지그는 임시 규격 무의 골 각도와 나사 길이를 같은 자리에서 잡기 위한 쇠틀이었다. 무정은 지그 바닥을 작업대에 고정하고, 견습들이 손 압력을 달리해도 나사가 비뚤어지지 않는지 시험했다.
석범이 첫 쇠막대를 물렸다. 손잡이를 반 바퀴 돌리고 기름을 쳤다. 무정은 손대지 않았다.
첫 나사는 들어맞았다. 열 번 왕복 뒤에도 먹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당에서 작은 환호가 났다. 서린은 환호 대신 시간을 적었다. 한 개, 한 시진보다 짧음. 불량 없음. 야간 전.
두 번째도 통과했다. 세 번째 쇠막대는 끝이 조금 굵었다. 석범이 지그의 쐐기를 더 조이려 했다.
“멈춰.” 무정이 말했다.
석범의 손은 이미 손잡이에 힘을 준 뒤였다.
지그 옆판에서 얇은 금이 번졌다. 첫 시험의 압력 흔적이 기름 아래 숨어 있었다. 장인이 쐐기를 풀려고 망치를 들었다.
“붉은 패!” 풀무 아이가 외쳤다.
망치가 내려오기 전, 옆판이 터졌다.
쇠 쐐기가 튀어 석범의 왼손을 작업대 모서리에 눌렀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망치보다 작았다. 석범은 비명 대신 숨을 들이켰다. 둘째 손가락이 손등 쪽으로 꺾여 있었다.
무정이 지그를 걷어찼다.
“불 꺼!”
풀무 아이가 붉은 패를 걸었다. 누구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았다.
서린은 방금 연 사고 보상 장부를 펼쳤다. 둘째 줄은 비어 있었다.
그녀가 석범의 이름을 적는 동안, 첫 지그의 부러진 옆판이 작업대 아래로 떨어졌다.
완성 예정 여섯 개 가운데 통과한 것은 둘이었다.
표준화 일정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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