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백무정은 같은 이름이 붙은 두 나사를 작업대 양끝에 놓았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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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정은 같은 이름이 붙은 두 나사를 작업대 양끝에 놓았다.

하나는 전신 단자에 두 바퀴 들어가다 헛돌았고, 다른 하나는 입구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상자에는 둘 다 ‘삼 푼 전신 단자 나사’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은 버려.”

석범이 먹붓을 들었다.

“상자 이름을 지웁니까?”

“지우면 누가 속였는지 못 찾아. 옆에 새 번호를 붙여.”

무정은 첫 나사에 갑, 둘째에 을이라고 썼다. 골 수, 골 사이 간격, 바깥지름, 머리 폭은 아직 빈칸이었다.

공방 문밖에는 수리 대기 줄이 길었다. 전투에서 돌아온 소총, 깨진 전지판, 휘어진 전신 단자, 불에 그을린 중계기 뚜껑이 한 수레씩 밀려왔다. 군수 장교는 새 소총 열 정을 먼저 만들라고 명령서를 내밀었다.

“수리보다 새것이 빠르오.”

무정은 명령서를 받지 않았다. 수레 위 고장품을 가리켰다.

“맞는 나사도 모르는데 새것부터?”

“새 총은 한 공방 규격으로 만들면 되지.”

“총열, 노리쇠, 용수철, 나사, 열처리. 한 공방에서 다 나오나?”

장교가 입을 다물었다.

“구리는?”

“전보국에서 돌리면—”

“전신기를 뜯어 총을 만들고, 총이 고장 나면 뭘 뜯지?”

무정은 명령서 옆에 고장품 열한 개를 놓을 자리를 그었다. 새 무기 제작 칸은 비워 뒀다.

“열한 개부터 분해한다. 다른 부분은 손대지 마.”

석범이 물었다.

“왜 열한 개입니까?”

“지금 인수표가 있는 고장품이 열하나다. 도착 예정은 세지 않아.”

박상호가 병사 둘과 함께 소총 여섯 정을 들고 들어왔다. 총마다 총상 끈에 종이표가 묶여 있었다. 제일중대 세 정, 북문 교대조 두 정, 부두 호위조 한 정.

“고장만 가져오랬는데.” 무정이 말했다.

상호는 멀쩡한 소총 세 정을 바닥에 더 놓았다.

“대조품입니다.”

“중대에서 숨길 줄 알았더니.”

“멀쩡한 총 수를 숨기면 수리 뒤 불량률도 거짓이 됩니다.”

군수 장교가 소리쳤다.

“가용 소총 위치를 공방에 다 공개해?”

상호는 경례를 정확히 했다.

“제일중대 가용 스물일곱, 북문 열아홉, 부두 호위 열둘. 고장 여섯. 병사 이름과 고장 시각도 붙였습니다.”

그는 종이표를 읽었다. 첫 소총은 발사 뒤 노리쇠가 닫히지 않았고, 둘째는 청소 뒤에도 격침이 얕았으며, 셋째는 두 번째 장전에서 탄피가 걸렸다. 나머지 셋은 사용자 이름 없이 중대와 교대 시각만 적혀 있었다.

“이름 없는 셋은?” 무정이 물었다.

“넘겨받은 사람이 둘이라 아직 확인 중입니다. 모른다고 적었습니다.”

무정은 고장 원인을 종이표에 보태지 않았다. 노리쇠 불량, 격침 불량, 탄피 걸림은 증상이었다. 나사가 원인인지는 분해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멋대로 갈아 넣은 총 있나?”

상호가 한 정을 따로 밀었다.

“부두 호위조. 작은 나사를 망치로 눌러 넣었습니다. 한 번 쐈고 그다음부터 안 열립니다.”

무정은 군수 장교를 봤다.

“새것이 빠르다더니. 빠르게 망가뜨렸네.”

그는 소총을 죔틀에 물리지 않았다. 억지로 박힌 나사를 먼저 빼면 나사산이 같이 뜯길 수 있었다. 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열이 식기를 기다렸다.

전보국 운용자들은 전신기 부품 다섯 개를 올렸다. 단자판 둘, 중계 접점 하나, 전지함 고정쇠 둘. 각각 일본 상사, 청국 기술망, 조선 공방의 납품표가 붙어 있었다. 조선어 품명은 세 가지뿐이었지만 나사 머리 모양은 모두 달랐다.

“총 여섯, 전신기 다섯.” 석범이 말했다. “열하나.”

“다시 세.”

석범은 물건 수가 아니라 인수표와 사용자 표식을 맞췄다. 총 한 정의 종이표가 다른 중대 표식과 바뀌어 있었다. 박상호가 끈 색을 확인하고 고쳤다. 물건 열한 개와 기록 열한 줄이 맞은 뒤에야 무정은 첫 드라이버를 들었다.

분해 순서는 고장 원인이 아니라 손상 위험이 적은 것부터였다. 나사 머리가 온전한 단자판, 열이 없는 전지함, 노리쇠가 열린 소총. 억지로 박힌 총과 불에 그을린 접점은 마지막으로 남겼다.

“왜 총부터 안 합니까?” 장교가 물었다.

“사람이 급하다고 쇠가 덜 부러지나.”

“성문이 기다리오.”

“부러뜨리면 더 기다려.”

무정은 갑 나사를 얇은 종이 위에 굴렸다. 먹을 묻힌 골이 평행한 검은 선을 남겼다. 같은 길이 안에 다섯 골. 을은 여섯 골. 석범이 철사와 자로 다시 쟀다.

“갑, 다섯. 을, 여섯.”

“내 말을 쓰지 말고 네 눈금을 써.”

석범이 자를 바꿔 다시 쟀다. 결과는 같았다. 무정은 성공이라고 하지 않고 박상호에게 재시험을 맡겼다.

상호의 손은 총을 다룰 때보다 서툴렀다. 철사를 한 골 비껴 감았다. 첫 수가 다르게 나왔다.

“다시.” 무정이 말했다.

“제가 장인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네가 못 재면 규격표도 못 써.”

상호는 철사를 풀고 골 시작점을 먹으로 찍었다. 두 번째에는 석범과 같은 수가 나왔다.

세 번째 나사는 머리 폭이 같았지만 골이 비스듬했다. 네 번째는 골 수가 같고 지름이 달랐다. 다섯 번째는 끝부분만 가늘어 첫 바퀴는 맞고 다음부터 걸렸다.

석범이 번호표를 늘렸다. 병, 정, 무. 상자 이름은 지우지 않고 옆에 출처와 증상을 적었다.

소총 노리쇠를 열자 안쪽에서 줄로 갈아낸 흔적이 나왔다. 누군가 맞지 않는 나사를 넣으려고 골을 넓혔다. 원래 규격은 이미 훼손돼 있었다.

“이건 못 셉니다.” 석범이 말했다.

“현재 골과 남은 원골을 따로 세.”

“원래가 뭔지 모르는데요.”

“모른다고 써.”

무정은 자기 손감각으로 원래 치수를 복원하고 싶었다. 갈린 쇳가루의 방향과 남은 한 골을 보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짐작을 표에 올리면 다음 제자는 그의 손을 규격으로 믿을 터였다. 그는 ‘원규격 미확인, 현 상태 사용 금지’라고 적었다.

여섯 번째 소총은 나사 골 각도가 얕아 흔들면 풀렸다. 용수철 길이도 달랐다. 장교가 용수철은 빼자고 했다.

“고장 원인은 용수철 아니오.”

“나사도 풀려. 둘 다 적어. 맞는 부품 하나로 수리됐다고 쓰면 거짓이야.”

무정은 기술 연쇄 표를 따로 만들었다. 재료, 절삭 도구, 열처리, 조립자, 사용 중대, 정비 기록. 빈칸이 많은 표였다.

점심 종이 울리기 전에 번호표는 아홉까지 늘었다. 갑과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골 수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같은 골 수에서도 각도와 깊이, 끝 모양이 달랐다.

석범이 말했다.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갈아 버리면 됩니까?”

무정은 공방 벽의 다이스와 줄을 봤다. 장인마다 자기 나사틀이 있었다. 하나로 줄이면 어떤 틀은 쇳덩이가 되고, 어떤 손기술은 하루아침에 불량을 만드는 기술이 됐다.

“아직 안 고른다.”

“성문은 기다리는데요.”

“열한 개도 안 봤어.”

마지막 두 고장품은 열을 먹은 중계 접점과 망치로 눌러 넣은 소총이었다. 무정은 접점의 검은 찌꺼기를 긁어낸 뒤 나사를 풀었다. 열 번째 나사는 골이 눌려 있었지만 손상되지 않은 뿌리 부분에서 여섯 골 반이 나왔다.

망치로 박은 나사는 결국 머리가 부러졌다. 석범이 드릴을 가져오자 무정이 막았다.

“시험편부터.”

같은 무른 쇠에 세 구멍을 뚫고 서로 다른 각도로 나사빼기를 시험했다. 첫 시험편은 구멍 벽이 찢어졌고 둘째는 나사 머리만 더 부서졌다. 셋째에서야 몸통이 돌아 나왔다.

박상호가 빠진 나사를 종이 위에 놓았다. 찌그러진 골 아래 원래 나사산이 한 줄 남아 있었다. 다른 열 개와 맞지 않았다.

“열하나.” 석범이 말했다.

무정은 번호표 계를 붙였다. 작업대에는 고장품 열한 개와 나사산 표 열한 줄, 멀쩡한 대조 소총 세 정이 나란히 놓였다.

군수 장교가 물었다.

“그래서 어느 걸로 통일합니까?”

“안 정했어.”

“열한 개나 셌는데?”

“이제 뭘 버리게 되는지 셀 차례야.”

무정은 공방 벽의 나사틀마다 번호표를 붙이게 했다. 어떤 틀이 어느 나사산을 만들고, 어느 장인이 그 틀을 쓰며, 제자가 재현할 수 있는지 적는 칸이었다.

벽에서는 일본식 다이스, 청국 빗살 줄, 조선식 암나사틀과 골 각도를 맞추는 철판이 내려왔다.

무정은 같은 쇠막대를 같은 길이로 잘라 도구마다 시험편을 만들고, 누가 몇 번 만에 같은 골을 냈는지 적었다.

석범은 일본식 다이스로 두 시험편을 만들었다. 첫째는 갑 나사에 맞았고 둘째는 중간에서 걸렸다.

“같은 도구인데요.”

“손 압력이 달라.”

“그럼 규격이 아니라 손입니까?”

“도구하고 손 둘 다다.”

무정은 석범의 손목을 잡아 각도를 바로잡지 않았다. 어디서 힘이 달라졌는지 말하게 했다. 석범은 첫 시험편에서 기름을 한 방울 더 썼고, 둘째에서는 막대 끝을 모따기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다른 장인은 조선식 암나사틀을 작업대에 놓았다. 손잡이 한쪽이 짧아 오른손잡이만 일정한 힘을 줄 수 있었다. 왼손으로 돌리는 견습은 골 시작점이 매번 비뚤었다.

“이걸 버리고 새 틀을 주면 되잖소.” 군수 장교가 말했다.

장인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새 틀로 내 일당을 누가 냅니까? 다시 배울 동안 내 제자는 뭘 먹고?”

“국가 표준이 생기면 주문이 늘지.”

“내 틀이 탈락하면 주문은 다른 공방으로 가.”

무정은 장인의 말을 충성이나 반대로 적지 않았다. 현재 도구 사용 가능 여부, 새 도구 비용, 재훈련 기간, 탈락할 기존 주문을 네 칸으로 나눴다. 금액과 기간은 아직 비었다.

박상호는 멀쩡한 대조 소총 세 정을 다시 집어 가려다 멈췄다.

“성문 교대에 돌려야 합니다.”

“한 정은 남겨.” 무정이 말했다.

“가용이 줄어듭니다.”

“대조품 없으면 고친 총이 맞는지 못 봐.”

상호는 중대 가용표에서 한 정을 시험 대기로 옮겼다. 자기 부하에게 돌아갈 멀쩡한 총을 공방에 남기는 결정이었다. 그는 대기 종료 시각과 책임자 칸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먹고 움직입니다. 총도 맞아야 움직입니다.”

그 한 정 덕분에 새로 깎은 시험 나사 셋을 실제 노리쇠에 대볼 수 있었다. 둘은 들어갔지만 하나는 열 번 왕복한 뒤 골 끝에 쇳가루를 남겼다. 처음 맞는다는 것과 반복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은 달랐다.

무정은 열한 표 옆에 ‘첫 결합’, ‘열 번 왕복’, ‘현장 재조립’ 칸을 더했다. 표준을 하나 고르기 전에 시험해야 할 일이 오히려 늘었다.

군수 장교가 물었다.

“그럼 언제 하나로 줄입니까?”

“도구값, 다시 배우는 날수, 고장률까지 붙인 뒤.”

“전쟁이 기다려 주나?”

“전쟁 핑계로 틀린 걸 하나로 부르면 다음 고장은 더 빨리 와.”

석범이 자기 스승의 오래된 다이스를 들었다. 표의 열한 줄 어디에도 정확히 맞지 않았다.

“이건 쓸모없어집니까?”

백무정은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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