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봄까지 남길 것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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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케드의 어머니가 몇 달 만에 온전한 빵을 받았다. 겨가 섞이지 않은, 한 덩이로 구워진 빵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 잠깐 냄새를 맡았다. 마라는 기뻐하기보다 먼저 빵의 무게를 가늠했다.

배급 규정대로라면 한 덩이가 손바닥 두 개만 해야 했다. 어머니의 빵은 그보다 조금 가벼웠다.

마라는 그 차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빵의 절반을 떼어 천에 싸 두었다.

리우의 몫이었다. 부상으로 누운 동생은 아직 줄에 설 수 없었다.

“네 것도 먹어라.”

어머니가 말했다.

마라는 “먹었어요”라고 답했다.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배급소에서 종일 명단을 고치느라 자기 줄에 설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그 말을 하면, 어머니는 자기 빵을 다시 떼어 줄 것이다. 마라는 어머니가 온전한 빵 한 덩이를 온전히 먹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고 싶었다.

그 작은 욕심이, 그날 그녀가 자신에게 허락한 유일한 것이었다.

리우의 몫으로 싼 빵을 들고 마라는 잠깐 동생의 방에 들렀다. 리우는 다친 다리를 펴고 누워, 천장을 보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었다.

일정한 박자였다. 마라가 빵을 내밀자 리우는 두드림을 멈췄다.

“누나도 먹었어?”

동생이 물었다.

마라는 또 “먹었다”고 했다.

리우는 누나의 거짓말을 알았지만, 빵을 받았다. 받지 않으면 누나가 더 미안해한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남매는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살렸다.

배급소는 안정되어 있었다. 줄은 길었으나 질서가 있었고, 사람들은 자루를 받고 욕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라는 그 안정 속의 균열을 보았다. 기도방아에서 일하다 다친 사람의 가족은, 작업 증명이 없으면 줄 뒤로 밀렸다.

작업 증명은 감독이 발급했고, 감독은 다친 사람의 작업을 ‘중단’으로 기록했다. 중단된 작업은 증명되지 않았다.

다쳐서 일을 못 하게 된 사람일수록, 일했다는 증거를 잃었다.

마라는 명단을 고쳤다. 다친 사람의 이름 옆에, 다치기 전까지의 작업 시간을 손으로 적어 넣었다.

그것은 규정에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레아 체제의 배급도 자동으로 공정하지는 않다는 것을 그 순간 분명히 알았다.

곡간을 연 것은 옳았다. 그러나 곡간을 여는 것과, 그 곡물이 옳은 손에 가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명단은 저절로 공정해지지 않았다. 누군가 매번 손으로 고쳐야 공정에 가까워졌다.

한 배급관이 마라가 명단을 고치는 것을 보고 막아섰다.

“증명 없는 이름은 못 올립니다.”

마라는 화내지 않았다. 그녀는 교대표를 펼쳐 그 사람의 작업 기록을 짚었다.

“증명은 여기 있어요. 감독이 발급을 안 했을 뿐이지, 일을 안 한 게 아니에요. 증명을 만드는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르면, 늘 일하는 사람만 손해를 봅니다.”

배급관은 잠시 망설이다 길을 비켜 주었다. 마라는 그 한 사람을 설득하는 데 든 시간을 셈했다.

이런 식이라면, 명단을 다 고치는 데 몇 날이 걸릴지 몰랐다. 공정은 곡물보다 손이 더 많이 들었다.

오후에 마라는 레아의 명령을 전하러 토르 마을로 갔다. 명령은 간단했다.

도시의 부족분 일부를 외곽 마을의 종자곡에서 메운다는 것. 마라는 그 명령이 종이 위에서는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종이는 밭을 모른다.

토르 마을로 가는 길은 추수가 끝난 빈 밭을 지났다. 고랑은 갈아엎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다음 해를 위한 표식 말뚝이 박혀 있었다.

마라는 도시에서 자랐다. 그녀에게 밭은 추상이었다.

그러나 그 말뚝들을 보자, 종자곡이 무엇인지가 처음으로 손에 잡혔다. 저 말뚝과 말뚝 사이에 씨앗이 들어가야, 내년 이맘때 곡물이 선다.

종자곡을 먹는다는 것은, 저 말뚝들 사이를 영원히 비워 두는 일이었다.

토르 마을의 대표 브렌은 종자 곡간 앞에서 마라를 맞았다. 그는 곡간 문에 빗장을 지른 채였다.

“종자곡은 식량이 아니오.”

브렌이 말했다.

“이건 다음 해의 목숨이오. 올해 이걸 먹으면, 내년 봄에 뿌릴 게 없소. 뿌릴 게 없으면, 내년에는 도시도 우리도 다 같이 굶소.”

마라는 그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는 도시 아이들의 빈 그릇을 들었고, 브렌은 마을 밭의 빈 고랑을 들었다.

두 사람 다 옳았다. 마라는 브렌을 이기적인 농민으로 몰지 않았다.

브렌도 마라를 도시의 앞잡이로 부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논리를 정확히 이해했고,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에 더 막막했다.

“도시 아이가 오늘 굶으면, 오늘 죽소.”

마라가 말했다.

“마을 밭이 내년에 비면, 내년에 죽고.”

브렌이 받았다. 두 죽음 사이에는 한 해의 거리가 있었으나, 그 거리가 어느 죽음을 덜 무겁게 만들지는 않았다.

마라는 가까운 죽음을, 브렌은 먼 죽음을 들었다. 가까운 것이 더 급하다고 말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먼 죽음을 택한 자가 더 멀리 본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마라는 자기 안에서 두 논리가 동시에 옳다고 우기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가 노동자들을 조직할 때 적을 향해 쓰던 명료함과는 달랐다. 여기에는 적이 없었다.

적이 없는 자리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 명료함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

리우가 절뚝이며 따라와 있었다. 그는 자루 하나를 풀어 그 안의 씨앗 수를 셌다.

한 자루에 몇 알이 들었는지, 그 씨앗이 몇 고랑을 채우는지, 그중 몇 알을 빼면 봄이 위태로워지는지. 그는 숫자로 절충 가능한 양을 찾으려 했다.

한참을 센 끝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도시로 보낼 수 있는 건, 도시가 필요한 양의 십분의 일도 안 돼요. 그 십분의 일을 빼도, 토르 마을 밭의 한 귀퉁이는 내년에 비어요.”

리우는 씨앗을 다시 자루에 담으며, 한 가지를 더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이 종자곡, 양이 장부보다 적어요.”

브렌의 손이 멈췄다. 리우는 그것을 보았으나 캐묻지 않았다.

“셈이 안 맞는 건 여러 까닭이 있으니까요.”

그가 말끝을 흐렸다. 마라는 동생이 무언가를 보고도 덮어 주는 것을 알았다.

브렌의 곡간에도 장부와 실물이 다른 자리가 있었다. 도시의 곡간에서 본 것과 닮은 어긋남이었다.

마라는 그것을 지금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오늘 그녀가 여기 온 까닭은 종자가 아니라 봄이었고, 봄을 두고 셈을 따지면 협상이 추궁으로 바뀐다.

마라는 그 숫자를 들고도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결정이든 한쪽을 굶겼다.

그녀는 브렌에게 도시의 사정을 숨기지 않았다. 삼백열두 자루가 부족하고, 그 위에 왕실이 이천 자루를 더 요구한다는 것까지 그대로 말했다.

브렌의 얼굴이 굳었다.

“왕실이 이천이라고 했소?”

그가 되물었다. 마라는 그제야, 자기가 전한 도시의 위기가 토르 마을에는 더 큰 공포로 들린다는 것을 알았다.

왕실의 징발은 도시를 거치지 않고 마을을 직접 칠 수도 있었다.

그때 마을 어귀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누군가 왕실 징발대가 인근을 정찰한다는 소문을 가져왔다.

소문은 사실보다 빨랐고, 공포는 소문보다 빨랐다. 주민들이 집에서 민병 장비를 꺼냈다.

녹슨 창과 낫과 도리깨였다. 브렌이 마라에게 말했다.

“지금은 나가시오. 당신이 여기 있으면, 사람들은 도시가 종자를 빼앗으러 온 거라고 믿을 거요. 그게 사실이 아니어도.”

마라는 주민들의 손을 보았다. 창을 쥔 손에도 굳은살이 있었다.

광장에서 본 기도방아 노동자의 손과는 다른 자리의 굳은살이었다. 호미와 낫을 오래 쥔 손.

마라는 그 손들이 무기를 들 줄 몰라서 두려운 게 아니라, 무기를 들지 않고 살아온 손이라서 두렵다는 것을 알았다. 밭일하던 손이 창을 쥐면, 그 마을은 이미 한 번 무너진 것이었다.

그녀는 그 무너짐을 도시에서 가져온 명령 한 장이 앞당겼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브렌의 옆에 선 한 노인이 마라를 향해 무어라 외쳤다. 욕은 아니었다.

“우리 손주가 작년에 징집됐소. 돌아오지 않았소. 종자까지 가져가면, 우리는 뭘 보고 사오.”

그 말에는 분노보다 호소가 많았다. 마라는 그 노인에게 거짓 약속을 하지 않았다.

“가져가지 않게 하겠다고는 못 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다만 가져간다면, 그 수를 정확히 적어서, 나중에 갚을 장부에 올리겠습니다.”

노인은 그 말을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 갚겠다는 약속을 너무 많이 들어 온 얼굴이었다.

마라는 떠나야 했다. 떠나는 것이 지금은 가장 덜 나쁜 선택이었다.

그녀가 마을 길을 되짚어 나가는 동안, 브렌이 종자 곡간의 빗장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마을 경종을 울렸다. 종소리는 낮고 길었다.

그 소리는 도시를 향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밭으로부터 불러 모으는 소리였다. 마라는 멈춰 서서 그 종소리를 들었다.

도시에서 곡간을 연 일이, 마을에서는 경종을 울리는 일이 되어 돌아왔다. 같은 곡물을 두고, 한쪽의 구원이 다른 쪽의 위협이 되는 자리에 그녀가 서 있었다.

마라는 도시로 돌아가는 길에 리우에게 줄 답을 생각했다. 동생은 분명 물을 것이다.

마을은 어떻게 됐느냐고.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마을은 곡간을 잠갔고, 종을 울렸고, 우리를 적으로 보았다고. 그리고 그들이 틀린 게 아니라고.

마라는 자기가 도시의 명단을 고치는 손이면서, 동시에 마을의 종을 울리게 만든 전령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곡물은 한 자루였고, 그것을 기다리는 손은 두 곳이었다.

그 사실이 그녀의 어깨 위에, 리우에게 줄 반 덩이 빵보다 무겁게 얹혔다. 경종은 그녀가 마을 어귀를 벗어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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