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셈의 장부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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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안 세렌은 거짓말이 서툴렀다. 그는 사빈 노르를 문서실에 들이기 위해, 의례용 포도주의 손실을 조사한다는 명목을 댔다.
그 명목은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요안의 입에서는 세 문장이 나왔다.
포도주가 왜 모자랐는지, 누가 의심받는지, 조사가 왜 지금 필요한지. 설명이 길어질수록 거짓은 더 거짓처럼 들린다는 것을 그는 말하면서 깨달았다.
사빈은 그 긴 설명을 다 듣고, 한 마디만 했다.
“포도주 장부는 어디 있습니까.”
요안은 포도주 장부를 가져왔다. 사빈은 그것을 펼치지 않았다.
대신 곡물 장부를 달라고 했다. 요안은 잠시 망설였다.
그가 댄 명목은 포도주였고, 곡물 장부를 내주는 것은 명목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명목을 고집하면 사빈이 의심할 것이고, 명목을 버리면 자기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가 드러난다.
요안은 곡물 장부를 내주었다. 두려움을 감추는 가장 빠른 길이 때로는 두려운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사제 수련 시절에 배운 적이 없었다.
문서실은 좁고, 등불 하나로 밝혔다. 벽을 따라 장부가 칸칸이 꽂혀 있었고, 칸마다 연도와 항목이 적혀 있었다.
요안은 이 방에 자주 드나들었으나, 늘 자기에게 허락된 칸만 열었다. 사빈은 달랐다.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칸의 표기를 한 번씩 훑었다. 어느 칸이 자주 열렸고 어느 칸이 손때가 없는지를, 표지의 먼지로 읽는 사람이었다.
요안은 그 눈길이 자기 죄를 읽는 눈길 같아 자꾸 헛기침을 했다.
사빈은 교회 장부의 총합을 먼저 맞춰 보았다. 합계는 정확했다.
들어온 곡물과 나간 곡물, 남은 곡물이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거기서 조사를 끝냈을 것이다.
사빈은 끝내지 않았다. 그는 장부의 합계와 실물 곡간의 감소를 따로 셌다.
두 수가 맞지 않았다. 장부상으로는 곡물이 그대로인데, 곡간은 그만큼 비어 있었다.
“이건 오류가 아닙니다.”
사빈이 말했다.
“오류라면 합계가 틀려야 합니다. 합계는 맞는데 실물이 다르다는 건, 누군가 장부 안에서 곡물을 한 칸에서 다른 칸으로 옮겼다는 뜻입니다. 횡령은 곡물을 빼지만, 이건 곡물을 옮겼습니다. 분류를 이동한 거죠.”
“분류를 옮기면 무엇이 달라집니까.”
요안이 물었다. 그는 정말로 답을 몰라서 물은 것은 아니었다.
사빈이 어디까지 보았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사빈은 그 의도를 알면서도 답했다.
“쓰임이 달라집니다. 식용으로 적힌 곡물은 배급해야 하고, 의례용으로 적힌 곡물은 교회가 가집니다. 같은 자루를 의례용으로 옮겨 적으면, 그건 더 이상 굶은 사람의 몫이 아니게 됩니다. 곡물은 한 알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먹을 사람만 사라지는 겁니다.”
요안은 그 말에 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그가 칠 년 동안 참여한 의례의 다른 이름이었다.
요안은 그 말을 들으며 등이 서늘해졌다. 분류 이동.
그것은 그가 사제로서 수없이 보아 온 행위였다. 다만 그는 그것을 의례의 일부라 여겼지, 회계의 속임수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빈이 장부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더하기처럼 보이는 표식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더하기의 획이 두 번 그어져 있었다. 축복 항목에도, 치료 항목에도, 방벽 항목에도, 같은 이중 획이 반복됐다.
사빈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빈은 그 표식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한 번 그은 획 위에 다시 한 번 비스듬히 겹친 자국.
더하기라면 두 획이 직각으로 만나야 했다. 이 표식은 두 번째 획이 살짝 눕혀져 있었다.
더하기를 닮았으나 더하기가 아닌, 더하기인 척하는 부호였다. 그는 같은 표식이 찍힌 항목과 찍히지 않은 항목의 곡물량을 따로 모았다.
표식이 찍힌 항목들만 골라 더하니, 그 수가 곡간에서 사라진 양과 가까웠다. 표식은 곡물이 어디로 옮겨졌는지를 표시하는, 옮긴 자만 아는 길잡이였다.
“오래된 필경 장식입니다.”
요안이 말했다. 그는 그 말을 하면서 자기 목소리가 평소보다 높다는 것을 알았다.
“필경사들이 항목을 강조할 때 쓰던……” 그는 말을 맺지 못했다.
사실 그는 그 표식을 본 적이 없었다. 등화사제로 일한 칠 년 동안, 단 한 번도.
장식이라면 그가 모를 리 없었다. 모르는 장식은 장식이 아니라 부호였다.
사빈은 요안의 거짓말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는 거짓말을 지적하는 대신, 이중 획이 찍힌 항목들의 곡물량을 더했다.
그 합이 곡간 감소분과 비슷했다. 비슷하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
무언가 한 단계가 더 있었다.
“한 단계가 비어 있습니다.”
사빈이 중얼거렸다.
“이중 획이 찍힌 곡물이 어디로 갔는지, 그 끝이 이 장부에는 없습니다. 이 방의 장부는 곡물이 ‘빛으로 돌아갔다’는 데서 끝납니다. 빛으로 돌아간 곡물은 더 이상 셈하지 않는 거죠.”
그는 고개를 들어 요안을 보았다.
“빛으로 돌아간다는 건, 사제님께는 무슨 뜻입니까.”
요안은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그것은 그가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빛으로 돌아간다는 말의 뜻을, 그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 온 사람이었다.
요안의 눈이 한 항목에 멈췄다. ‘빛으로 돌린 사백 자루.’ 추수 축복에 쓰였다고 적힌 곡물이었다.
그러나 추수 축복의 규모로는 사백 자루가 너무 많았다. 요안은 그 축복에 직접 참여했다.
그날 쓰인 곡물은 사백 자루의 십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는 그 사실을 알았고, 동시에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사백 자루. 요안은 그 수를 다시 보았다.
그가 기억하는 그날의 광장은 작았다. 사람이 백 명 남짓 모였고, 화로는 하나였다.
사백 자루의 곡물을 그 화로에 넣었다면, 광장은 흰 가루로 뒤덮였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러니 사백 자루는 그날 광장에서 타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다른 셈으로 쓰였다.
요안은 ‘다른 곳’이 어디인지 떠올리려다, 떠올리기를 멈췄다. 떠올린 것을 사빈이 얼굴에서 읽을까 두려웠다.
그는 상급자에게 받은 오래된 지시를 떠올렸다. 묻지 말라.
빛의 셈은 사제가 헤아릴 것이 아니다. 그 지시를 처음 받았을 때 요안은 그것을 신앙의 겸손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그는 그것이 겸손이 아니라 함구였음을 안다. 그러나 그는 그 깨달음을 사빈에게 말하지 않았다.
죄책감은 말이 아니라, 그가 다음 항목을 넘기지 못하고 손을 멈춘 데서 드러났다.
사빈은 요안이 멈춘 그 항목을 보았다. 그러나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손이 어디서 멈추는지를 곡물의 수만큼 정확히 읽었다. 멈춘 자리가 곧 숨긴 자리였다.
그는 그 페이지의 번호를 외워 두었다. 적지는 않았다.
적으면 흔적이 남고, 흔적은 밖에서 잠그는 손에게 단서가 된다. 요안은 사빈이 무엇을 외우는지 몰랐고, 사빈은 요안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장부를 보면서, 서로 다른 것을 숨기고 있었다.
“넘기지 않으십니까.”
사빈이 물었다. 요안은 장을 넘겼다.
손가락이 종이 끝에서 한 번 멈췄다가 움직였다.
넘긴 다음 장에도 같은 이중 획이 있었다. 요안은 그 획을 보지 않으려 시선을 천장으로 올렸다.
천장에도 답은 없었다.
사빈은 사선으로 들어오는 등불 아래 장부를 기울였다. 빛의 각도가 바뀌자, 종이 위에 지워진 글자들이 드러났다.
모래 지우개로 문질러 없앤 자국이었다. 그것은 숫자가 아니라 이름이었다.
사람 이름이 한 열, 위에서 아래로 지워져 있었다. 열 개 남짓.
사빈은 그 이름들을 읽으려 했으나, 지워진 글자는 윤곽만 남아 있었다.
요안은 그 이름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절반쯤 알아챘다.
회색 옷의 사람들. 광장에서 쓰러진 자들.
그들의 이름이 여기 장부에 적혀 있었다가, 지워진 것이었다. 그는 왜 사람 이름이 곡물 장부에 적혀야 하는지 물어야 했다.
물으면, 답이 따라온다. 그는 묻지 못했다.
사빈은 지워진 이름의 수를 셌다. 열하나였다.
그는 그 수를 광장에서 쓰러진 사람의 수와 비교하고 싶었으나, 그 수를 몰랐다. 다만 그는 요안의 얼굴이 그 이름들 앞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았다.
사제는 곡물 항목 앞에서는 거짓말을 했지만, 사람 이름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입을 다무는 것이 그의 마지막 정직이었다.
사빈은 그 침묵을 곡물의 수보다 무겁게 받아들였다.
“이 이름들은 곡물입니까, 사람입니까.”
그가 물었다. 요안은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음으로써, 그는 그것이 사람이라고 답한 셈이었다.
그 순간 문서실 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요안은 본능적으로 문을 잠그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의 손이 빗장에 닿기 전에, 밖에서 열쇠가 돌아갔다. 누군가 바깥에서 문서실을 잠갔다.
안에서 잠그려던 문이, 밖에서 먼저 잠겼다.
요안과 사빈은 마주 보았다. 두 사람 다 같은 것을 알았다.
그들이 이 장부를 들여다본다는 사실을, 누군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두 사람을 가두기로 했다.
지워진 이름들의 열 위에서, 자물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두 번째로 들렸다. 확실히 잠그려는 손이었다.
요안은 등불을 낮췄다. 빛이 문틈으로 새어 나가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진다.
사빈은 장부를 덮지 않았다. 덮으면 어느 페이지를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되고, 그건 나중에 자기들이 결백을 증명할 때 불리하다고 했다.
그는 펼쳐 둔 채로, 자기가 본 것을 기억으로만 가져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좁은 문서실에 앉아, 밖의 발소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렸다.
발소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문 앞에서 멈춰, 그대로 서 있었다.
누군가 두 사람이 무엇을 할지를, 문 밖에서 기다리며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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