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생 명단
기적은 곡물을 먹는다 · 2026. 6. 5.
낙제생 명단은 입학 3주 만에 나왔다.
아카데미는 첫 달에 기초 측정을 세 번 한다. 마력량, 신체 능력, 이론 시험. 세 항목의 합산이 하위 10퍼센트인 학생은 별도 반으로 분리된다. 공식 명칭은 기초 보강반이고, 학생들은 낙제반이라고 부른다.
나는 명단을 보러 게시판 앞에 갔다. 여섯 개의 이름을 확인했다.
전부 맞았다.
리안 하트. 마력량 최하위. 원작 외전에서 그는 마력을 담는 그릇이 작은 대신 회복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체질로 밝혀진다. 3년 뒤 그 특성을 알아본 자가 없어서, 그는 열여덟에 자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미르 첸. 신체 능력 최하위. 왼팔에 어릴 때 다친 흔적이 있어서 검을 제대로 못 든다. 오른손 하나로 쓰는 검술 체계가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만들면 된다.
나머지 넷도 비슷했다. 전부 측정 방식이 놓친 아이들이었다.
"뭘 그렇게 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은발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알았다.
주인공이었다. 세드릭 아렌하임. 1학년 수석.
원작의 카일은 이 시점부터 세드릭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형이 세드릭과 비교하며 카일을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낙제반 명단."
내가 답했다. 세드릭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로벤슈타인. 너 이런 거 관심 있었나."
"지금 생겼어."
"왜."
나는 대답 대신 물었다.
"아렌하임. 검 한 번 봐줄 수 있나."
세드릭이 눈을 크게 떴다. 원작에서 카일이 이 남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뭐?"
"내 자세를 봐달라는 게 아니야. 표준 교습법을 정확하게 하는 걸 보고 싶어."
"그건 교관님이 하시는 일인데."
"교관은 나한테 이미 결론을 내렸어. 세 번 들었어. 재능이 없다고."
내 목소리에 감정이 실리지 않았다는 게 세드릭을 더 당황시킨 것 같았다.
"너, 좀 달라졌다는 소리 듣지 않나."
"들어."
나는 인정했다. 숨길 이유가 없었다. 3주 동안 나는 카일의 습관을 대부분 버렸다. 소문은 이미 돌고 있었다.
세드릭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연무장. 4시."
그날 4시, 나는 세드릭의 검을 봤다.
아름다웠다. 군더더기가 없고, 발끝에서 어깨까지 힘이 한 줄로 이어졌다. 교본의 도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왜 내가 그걸 따라 할 수 없는지 정확히 알아냈다.
표준 교습법은 마력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린다. 발에서 모아 허리에서 비틀고 어깨로 뽑는다. 모든 교본이 그 순서로 쓰여 있다.
내 몸의 회로는 위에서 아래로 흘렀다.
그래서 열두 살부터 3년간, 카일이 검을 들 때마다 그의 몸은 자기 자신과 싸웠다.
"로벤슈타인. 왜 웃어."
세드릭이 검을 내리고 물었다.
나는 웃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방향이 반대였어."
"뭐가."
"3년 동안 반대로 하고 있었어."
나는 목검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어깨에서 시작해 발끝으로 내려보냈다.
목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세드릭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거 어디서 배웠어."
"방금."
나는 손잡이를 다시 쥐었다. 3년간 감각이 없던 자리에 열기가 돌았다.
4년이 남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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