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윤순화는 흰 천을 건 숙소 문 앞에 이름 여섯을 붙였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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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화는 흰 천을 건 숙소 문 앞에 이름 여섯을 붙였다.

열이 있는 사람 셋. 상처가 벌어진 사람 둘. 같은 수건을 쓴 사람 하나. 병명은 쓰지 않았다. 아직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군수 장교가 종이를 떼려 했다.

“감염자 명단을 길에 붙이면 공방 전체가 기피됩니다.”

순화가 그의 손보다 먼저 종이 모서리를 눌렀다.

“격리 명단입니다.”

“같은 말이오.”

“아닙니다. 열이 없는 사람까지 병자로 만들지 마세요.”

그녀는 이름 옆에 마지막 진찰 시각, 지급할 죽과 물, 다음 확인 시각을 적었다. 들어간 사람만 공개하지 않았다. 무엇을 받을지도 같은 줄에 붙였다.

석범은 숙소 안쪽 자리에 누워 있었다. 부목을 댄 왼손 둘째 손가락 주변이 붉었고 손목까지 열이 번지지는 않았다. 순화는 손끝을 눌러 색이 돌아오는 시간을 셌다.

“통증은 어제보다 어떻습니까?”

“쑤십니다.”

“몇 번 깼습니까?”

“네 번.”

“죽은 먹었습니까?”

석범은 고개를 저었다.

“공방에서 제 공정을 모릅니다.”

“그래서 굶었습니까?”

“말로라도 알려 줘야 합니다.”

순화는 그의 오른손 옆에 놓인 종이를 봤다. 지그 쐐기 순서와 기름 치는 시각이 떨리는 글씨로 적혀 있었다.

“누가 가져왔습니까?”

“사부님이 물었습니다.”

순화는 종이를 접지 않았다. 대신 숙소 밖으로 들고 나갔다.

백무정은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흰 천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석범한테 공정을 물었습니까?”

“빈칸만.”

“아픈 사람의 빈칸을 누가 정했죠?”

무정의 입이 다물렸다.

“지그를 다시 만들려면 알아야 해.”

“오늘 알아야 합니까?”

“다른 애들이 기다려.”

“석범도 치료를 기다립니다.”

순화는 종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석범의 공정 지식이 필요하다는 말은 맞았다. 그러나 납기와 제자의 책임감이 합쳐지면 질문도 노동이 됐다.

“오늘은 더 묻지 마세요.”

“그럼 내가 한다.”

“그것도 안 됩니다.”

무정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아픈 제자의 공정을 스승이 대신 가져가면 다음에도 제자는 아픈 채 설명하거나 빠진 사람이 됩니다.”

순화는 공방 대표 셋을 불렀다. 장인 대표, 견습 대표 대행, 운반 대표. 석범이 빠진 자리는 다른 견습이 맡았다. 순화는 그들에게 석범의 종이를 보여 주되 원본은 숙소 명부와 함께 보관했다.

“누가 이 단계를 알고 있습니까?”

기름 치는 시각은 둘이 알았다. 쐐기 압력을 먹선으로 읽는 법은 무정만 안다고 했다. 지그에서 쇠막대를 빼는 순서는 석범과 풀무 아이가 기억했다.

“그럼 나눠서 가르쳐.” 무정이 말했다.

그는 완성 공정을 혼자 시연하지 않았다. 먹선을 긋는 법을 장인 대표에게 먼저 보여 주고, 그 사람이 견습 대행에게 다시 보여 주게 했다. 견습이 틀리자 무정은 손을 빼앗지 않고 시험편을 반으로 잘랐다.

“어디가 깊지?”

“왼쪽입니다.”

“왜?”

“쐐기를 먼저 눌렀습니다.”

“다시.”

두 번째 시험은 운반 대표가 순서를 읽고 풀무 아이가 먹선을 확인했다. 무정은 마지막에만 측정했다. 세 사람이 같은 오차를 찾은 뒤에야 표에 동그라미를 쳤다.

순화는 공방 밖에서 그 과정을 봤다. 무정이 제자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은 것은 작은 변화였다. 그러나 석범의 지식이 공방에 공유된다고 해서 치료 중인 그의 몫이 사라져서는 안 됐다.

“공정 사용료는 누구 이름으로 적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장교가 말했다.

“가르친 사람에게 주면 되겠지요.”

“석범이 먼저 만든 순서는요?”

무정이 답했다.

“석범 몫.”

“오늘 가르친 사람 몫도 따로요.”

임금표에 ‘원공정 기록’과 ‘재현 교육’ 두 칸이 생겼다. 한 사람이 지식을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아픈 사람이 통째로 지워지지 않는 칸이었다.

세 번째 시험에서 견습 대행은 먹선을 제대로 읽고도 나사를 비뚤게 냈다. 무정이 결과를 보자마자 줄을 들었다. 예전 같으면 손에서 빼앗아 바로 고쳤을 동작이었다.

그는 줄을 내려놓았다.

“어디부터 달랐지?”

견습은 첫 단계부터 다시 말했다. 쇠막대 고정, 기름 한 방울, 반 바퀴, 먹선 확인. 운반 대표가 기록과 대조했다. 풀무 아이는 두 번째 반 바퀴 전에 쇳소리가 높아졌다고 했다.

“왜 말 안 했어?” 장인이 물었다.

“제가 틀린 줄 알았습니다.”

무정은 시험표에 ‘소리 이상을 누구나 중지 사유로 말함’이라고 썼다. 기술을 나눠 줘도 제자들이 스승의 허락을 기다리면 공정은 여전히 한 사람 것이었다.

“다시 해.”

이번에는 풀무 아이가 소리를 듣고 손을 들었다. 견습이 바로 멈췄다. 고정쇠 아래 얇은 쇳가루가 끼어 있었다. 털어낸 뒤 같은 순서로 돌리자 먹선이 어긋나지 않았다.

무정은 합격 표시를 자기 손으로 하지 않았다. 장인·견습·운반 대표가 각자 확인한 뒤 세 점을 찍었다. 세 점이 모여야 다음 단계로 갔다.

순화는 그 시험편을 격리 숙소 창가에 가져갔다. 석범에게 공정을 설명하라고 하지 않고 결과만 보여 줬다.

“누가 했습니까?”

“세 사람이 확인했습니다.”

석범은 기뻐하다가 곧 표정을 감췄다.

“그럼 저는 없어도 됩니까?”

“당신이 빠져도 공정이 살아야 합니다. 당신 몫이 없어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다시 손을 쓸 수 없으면요?”

순화는 괜찮아진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사흘 뒤 혈색과 통증을 다시 봅니다. 그 뒤에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씁니다.”

석범은 오른손으로 시험편을 굴렸다. 자기 공정이 다른 손에서 재현된 물건을 보는 일은 안심과 두려움이 함께였다.

점심 전, 격리 숙소에 보낼 죽 여섯 그릇이 왔다. 그릇은 다섯뿐이었다. 군수 취사병은 열이 가장 낮은 사람 둘이 나눠 먹으라고 했다.

순화는 죽을 들이지 않았다.

“명단은 여섯입니다.”

“그릇이 없습니다.”

“죽은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럼 담을 것을 가져오세요.”

취사병은 공방의 기름 그릇을 쓰자고 했다. 순화가 막았다. 구리 가루와 기름이 닿은 그릇이었다. 운반 대표가 상단에서 토기 두 개를 빌려 왔다. 한 개는 여분으로 남겼다.

순화는 지급표에 여섯 그릇과 물통 둘, 소금 한 줌을 적었다. 실제로 문 안에 들어가는 것을 작업자 대표와 함께 셌다. 예정 죽 여섯이 아니라 받은 죽 여섯이었다.

군수 장교가 명단 아래 빈칸을 가리켰다.

“격리 품삯은 아직 지급자가 없소.”

“그래서 비워 뒀습니다.”

“빈칸을 공개하면 군수만 욕을 먹습니다.”

“누가 안 냈는지 보여야 돈이 옵니다.”

서린이 오후에 도착해 빈칸을 읽었다. 상단은 토기와 첫날 죽 운반을 대고, 공방 적립금은 격리 첫 한 시진 전액을 냈다. 그 뒤 반일 품삯은 군수·공방·상단이 나눠 선대하되 최종 책임은 감염 경로 조사 뒤 정하기로 했다.

순화는 그 합의를 명단 뒷면에 숨기지 않았다. 이름 옆 지급액과 결제일을 붙였다.

“환자 이름을 모두 보여도 됩니까?” 서린이 물었다.

“공방 사람에게는요. 바깥 공개본은 번호와 지급액만 둡니다.”

“왜 나눕니까?”

“돌보는 사람은 이름을 알아야 하고, 구경하는 사람은 알 필요가 없습니다.”

순화는 공개가 언제나 선하다는 식으로 쓰지 않았다. 숙소 안 명단, 공방 지급표, 길에 붙일 합계표의 범위를 나눴다.

격리 명단을 붙인 뒤 공방 밖에는 물건을 맡기러 온 사람들의 줄이 줄었다. 한 전신 운용자는 수리품을 문 앞에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병사는 숙소 우물 물을 마시지 않겠다며 자기 물통을 들고 왔다.

장교가 그것을 보며 말했다.

“내가 말했소. 이름을 붙이면 기피한다고.”

순화는 부정하지 않았다.

“숨겼으면 열 있는 사람이 공방에서 같이 잤습니다.”

“그래도 물건은 들어왔겠지.”

“사람도 같이 쓰러졌겠죠.”

명단 공개에는 실제 비용이 있었다. 수리품 인수는 줄었고, 우물 담당은 물통을 따로 씻느라 교대가 길어졌다. 순화는 그 비용도 합계표에 적었다. 격리가 옳다는 말만 남기면 누군가 그 지연을 몰래 메워야 했다.

서린은 기피로 줄어든 인수 수량을 보고 운반 수당을 고쳤다. 숙소 접촉 조와 만나지 않는 바깥 인수대를 만들고, 맡긴 사람에게 표식을 두 장 줬다. 하나는 물건에, 하나는 운용자가 가져갔다. 공방 안 장부와 바깥 표식이 맞을 때만 수리품을 받은 것으로 셌다.

“표가 늘면 사본 오류도 늘어납니다.” 운반 대표가 말했다.

“그래서 날짜와 물건 흠집을 같이 적습니다.”

순화는 환자 명단과 수리 인수표가 섞이지 않게 종이 색을 달리했다. 흰 종이는 치료, 누런 종이는 물건. 이름을 보호한다며 물건 기록까지 흐리거나, 물건을 지킨다며 환자를 번호로만 부르지 않기 위한 구분이었다.

저녁 진찰에서 열이 오른 사람은 넷으로 늘었다. 한 명은 상처가 없었고 기침을 했다. 같은 감염인지 알 수 없었다. 순화는 그를 상처 환자와 같은 방에 넣지 않고 빈 자재방에 따로 눕혔다.

“방이 더 없습니다.” 장교가 말했다.

“그러면 새 환자를 섞을까요?”

“생산 창고를 비우면 물자가 젖습니다.”

“사람이 젖은 바닥에서 열이 나면 더 오래 멈춥니다.”

순화는 자재방 선반을 확인했다. 구리는 이미 없었고, 남은 것은 마른 숯 자루 여덟뿐이었다. 숯을 다른 창고로 옮기고 바닥에 마른 돗자리를 깔았다.

밤이 되자 숯 장수가 공방 문에 왔다. 남은 숯을 옮기려면 새 자루 값을 먼저 내라고 했다.

“어제보다 두 배입니다.” 서린이 말했다.

“주변 숯이 다 팔렸습니다.”

“누가 샀습니까?”

장수는 일본 파견군 통역을 통해 온 주문이라고 했다. 이름은 이토 마사루. 현금 선불로 공방 주변 세 숯막의 물량을 닷새치 사 갔다.

군수 장교가 욕을 삼켰다.

“우리가 숯을 쓰는 걸 본 거요.”

순화는 단정하지 않았다. 이토가 공방 열처리를 노렸는지, 자기 부대 난방을 준비했는지는 아직 몰랐다.

문제는 지금 가격이었다.

격리 자재방을 데우려면 숯이 들었다. 지그 시험편을 열처리해도 숯이 들었다. 남은 여덟 자루로 둘 다 할 수는 없었다.

장교가 말했다.

“환자 방은 화로 하나면 됩니다.”

순화는 숙소 명단에서 체온이 오른 네 이름을 짚었다.

“그 하나를 먼저 셉니다.”

공방 생산표의 열처리 칸이 비었다.

숯값은 두 배가 됐고, 난방과 공정이 같은 여덟 자루를 두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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