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정은 부러진 지그를 줍지 않았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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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정은 부러진 지그를 줍지 않았다.
작업대 아래 옆판 조각과 쐐기, 기름 묻은 쇳가루가 떨어진 자리를 그대로 두었다. 석범의 왼손은 장인 둘이 받친 판자 위에 올라가 있었다. 둘째 손가락이 손등 쪽으로 꺾였고 손톱 아래가 빠르게 검어졌다.
“손대지 마.”
무정의 말은 지그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윤순화가 공방에 들어오자 먼저 물었다.
“이름부터요.”
“석범.”
“다친 시각은요?”
풀무 아이가 붉은 패를 건 시각을 말했다. 순화는 맥을 짚고 손가락 끝을 눌렀다. 석범이 이를 악물었다.
“감각은 있습니까?”
“아픕니다.”
“어디까지요?”
석범은 둘째와 셋째 손가락 사이를 가리켰다. 순화는 대답을 대신해 이름, 통증, 시각을 명부 첫 세 칸에 적었다.
군수 장교가 문 밖에서 말했다.
“성문 교대 전에 통과품 둘이라도 보내야 합니다.”
순화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안 됩니다.”
“이미 검사한 물건이오.”
“사람과 지그를 같은 공정에서 떼어 보내면 원인을 잃습니다.”
“총 두 정이 비는 동안 누가 책임집니까?”
순화가 붕대를 펴며 물었다.
“석범의 손가락은 누가 책임집니까?”
장교는 입을 다물었다.
순화는 부목을 대기 전에 석범에게 절차를 설명했다. 뼈를 바로잡을 때 더 아플 것, 손끝 색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원에서 다시 풀어야 할 것, 오늘은 일을 끝낸 것이 아니라 치료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석범이 무정을 봤다.
“제가 더 조였습니다.”
무정은 대꾸하지 않았다. 지그 옆판의 금은 첫 시험 압력 뒤 기름 아래 숨어 있었다. 두 번째 통과품을 빼며 자신도 표면을 닦았다. 보지 못했다. 아니, 통과품 숫자를 먼저 봤다.
“사부님이 멈추라고 했는데.”
“늦게 말했다.”
무정은 사고 보상 장부를 가져왔다. 첫 줄에는 풀무 아이의 화상, 둘째 줄에는 방금 서린이 적은 석범의 이름이 있었다. 그는 둘째 줄 위에 빈 줄을 하나 끼워 넣었다.
공정 책임자 오차.
지그 첫 시험 뒤 옆판을 씻어 균열을 확인하지 않음. 압력 상한 표시 없음. 쐐기 재조임을 손 명령으로만 막음. 통과품 둘의 납기를 보고 세 번째 시험을 계속함.
무정은 마지막에 자기 이름을 썼다.
장인이 말했다.
“석범도 손잡이를 돌렸소.”
“그래서?”
“실수는 같이 적어야지.”
무정이 부러진 손잡이를 가리켰다.
“어디까지 돌리면 깨지는지 안 적었어. 멈춤쇠도 없어. 모르는 걸 손으로 막은 건 내 공정이야.”
그는 석범의 줄에 ‘지시 위반’이라고 쓰지 않았다. 대신 ‘압력 상한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쐐기 재조임’이라고 적었다.
순화가 그 문장을 읽었다.
“지우지 마세요.”
“안 지워.”
“치료비와 쉬는 날 임금도 먼저 적으세요.”
“얼마나 쉬지?”
“그걸 지금 정하려 하십니까?”
순화의 목소리는 낮았다. 무정은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들었다.
“첫 지급일.”
“오늘 치료비, 사흘 품삯. 사흘 뒤 손끝 혈색과 통증을 보고 다시 정합니다. 완치 날짜는 비워 두세요.”
무정은 그대로 적었다. 장교가 다가와 장부를 보려 하자 순화가 손바닥으로 덮었다.
“환자가 먼저 봅니다.”
석범은 부목을 댄 채 글자를 읽었다. 자기 이름 아래 책임이 자기 한 사람에게 붙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오른손 엄지로 표시했다.
순화는 작업 중지 조건을 공방 문에 붙였다.
석범의 정복과 의원 이송. 부러진 지그의 원위치 보존과 원인 조사. 중지 첫 한 시진 전액 임금. 이후 다른 안전 작업이 없으면 절반 지급. 새 지그와 공정 변경은 대표 셋과 위험을 본 작업자가 승인할 것.
석범은 부목을 댄 손을 가슴에 얹고 그 줄을 들었다.
“다른 작업이면 오른손으로 기록은 할 수 있습니다.”
순화가 물었다.
“누가 시켰습니까?”
“아무도요. 쉬면 다른 사람이 제 품삯까지 냅니다.”
“손가락이 부러진 날의 일은 치료입니다.”
“글씨는 손가락 하나로도 씁니다.”
순화는 부드럽게 말하다가 마지막을 잘랐다.
“오늘은 안 됩니다.”
석범의 얼굴이 붉어졌다. 보호받는 일이 공방에서 밀려나는 것처럼 보였다. 순화는 그 감정을 선의로 덮지 않았다.
“사흘 뒤에도 기록을 맡고 싶다면 대표들 앞에서 다시 정하세요. 오늘 일했다고 쓰면 다음 견습도 뼈가 부러진 채 품삯을 벌어야 합니다.”
석범은 한참 뒤 오른손 엄지로 작업 중지 줄에 표시했다. 자기가 빠지는 데 동의한 표가 아니라, 부상 뒤 노동을 관행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군수 장교가 세 번째 줄을 짚었다.
“의원이 치료하고 무정이 원인을 찾으면 되지, 작업자 승인은 왜 필요합니까?”
“다친 사람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은 오늘 일하지 못하잖소.”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순화는 석범에게 물었다.
“원인 조사를 누가 대신 봤으면 합니까?”
석범은 풀무 아이를 가리켰다.
“붉은 패를 먼저 봤습니다.”
열네 살 아이가 놀라 뒤로 물러났다. 순화는 앞으로 끌지 않았다.
“할 수 있습니까?”
아이는 오래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도 됩니까?”
“그게 첫 일입니다.”
무정은 깨진 자리를 밧줄로 둘러 막았다. 지그를 치우지 않은 채 시험 순서를 다시 걸었다. 첫 나사 가공, 기름 닦기, 옆판 먹선 확인, 쐐기 압력 표시, 작업자 확인. 사고 전에는 없던 칸이 네 개 늘었다.
그는 자기 오차를 표 첫 줄에 옮겨 썼다. 장인 이름보다 위, 견습 이름보다 위였다.
“사부 이름을 왜 위에 씁니까?” 풀무 아이가 물었다.
“먼저 틀렸으니까.”
대답은 짧았지만 손은 멈췄다. 무정은 통과한 두 나사에도 붉은 끈을 묶었다. 지그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출고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둘은 멀쩡해 보입니다.” 장교가 말했다.
“보이는 것만 봐서 손가락이 부러졌어.”
성문으로 보낼 가용품 수는 다시 영이 됐다.
한서린이 의원 수레와 함께 돌아왔다. 치료비 봉투는 이미 풀려 있었고, 운반 대표가 석범을 판자째 들 준비를 했다. 서린은 사고 장부의 새 줄과 무정의 서명을 확인했다.
“사흘 품삯은 어디서 냅니까?”
“새 도구 적립금.” 장교가 말했다.
서린이 고개를 저었다.
“사고 임금과 새 도구 돈을 섞으면 다음 지그가 싸집니다.”
군수 몫, 공방 책임자 몫, 상단 선대 몫을 따로 적었다. 서린은 자기 몫을 내되 원인을 확정하지 않았다. 누가 유죄인지보다 오늘 누가 굶지 않아야 하는지를 먼저 결제했다.
무정이 물었다.
“다시 만들 돈은?”
“원인표가 나오면 풉니다.”
“성문은?”
“그 질문으로 서두르다 부러졌습니다.”
순화가 말을 받았다.
“치료, 원인, 임금. 셋 전에는 재개하지 않습니다.”
“명령할 권한이 있소?” 장교가 물었다.
순화는 공방 벽의 붉은 패 조항을 가리켰다. 위험을 본 사람은 누구나 불을 끌 수 있었다. 치료 담당자는 부상자의 이송과 재노출을 막을 책임이 있었다. 어제 작업자들이 고친 계약이었다.
“여기서 받았습니다.”
대표 셋이 차례로 작업 중지표에 서명했다. 무정은 네 번째로 썼다. 승인자가 아니라 원인을 제출할 사람의 칸이었다.
석범을 실은 수레가 떠난 뒤에도 공방은 조용했다. 망치는 걸려 있었고 풀무에는 물이 부어졌다. 작업자들은 귀가하지 않았다. 중지 임금을 받는 대신 사고 자리를 그렸다.
풀무 아이가 기름 자국의 모양을 베꼈다. 장인 대표는 옆판 두께를 쟀다. 운반 대표는 지그가 들어온 상자의 인수 시각과 무게를 찾았다.
장교는 이들이 일을 멈춘 채 품삯을 받는다고 불평했다. 무정은 작업대 아래 그린 사고 자리와 인수표를 가리켰다.
“이게 오늘 일이다.”
“나사는 하나도 안 나오잖소.”
“다음 손가락이 안 부러져.”
“그건 수량으로 못 세오.”
순화가 명부를 덮었다.
“부러진 손가락은 셌으면서요.”
장교는 더 말하지 않았다. 중지 시간 동안 나온 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네 장의 그림과 압력 기록, 이름 있는 증언 셋이었다. 무정은 그것들도 인수표에 붙였다. 군수 창고가 종이를 물건으로 받지 않으려 하면 누가 거부했는지 칸을 남겼다.
첫 두 통과품은 따로 봉했다. 부품이 멀쩡해 보여도 같은 지그에서 나온 이상 원인 조사 전에는 가용 수량이 아니었다. 무정은 ‘명목 둘, 가용 영’이라고 적었다. 전날 해준의 장부에서 배운 구분이 공방 쇠상자 위로 돌아왔다.
무정은 부러진 면을 확대해 보려고 먹을 묻혔다. 금은 바깥에서 안으로 간 것이 아니라 고정 구멍 안쪽에서 시작돼 있었다. 첫 시험 전부터 있었는지, 첫 두 번의 압력에서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모른다.”
그는 원인표 첫 줄에 적었다.
둘째 줄에는 옆판 쇠의 출처가 필요했다. 공방 창고지기가 인수 장부를 가져왔다. 지그용 철판은 구리 전지판과 같은 수레로 들어온 것으로 적혀 있었다.
무정은 창고로 갔다. 철판 상자는 반쯤 남아 있었다. 옆의 구리 선 칸에는 묶음 열둘, 전지판 칸에는 여덟 장이 인수됐다고 적혀 있었다.
선반에는 잘린 구리 선 두 묶음뿐이었다.
전지판은 한 장도 없었다.
창고지기가 다른 칸을 열었다. 비어 있었다. 출고표에는 전신 수리용 세 묶음, 탄약 공정 접점용 두 장만 나가 있었다. 장부대로라면 구리 선 일곱 묶음과 전지판 여섯 장이 남아야 했다.
“다른 창고로 옮겼나?” 무정이 물었다.
“이동표가 없습니다.”
“누가 받았어?”
창고지기는 인수 서명을 가리켰다. 이름은 있었고 날짜와 수레 번호도 맞았다. 종이 위 도착 수량은 완전했다.
무정은 빈 선반을 손으로 훑었다. 구리 가루 대신 갓 닦은 기름 냄새가 났다. 횡령인지, 잘못된 규격을 다른 데 숨긴 것인지, 누군가 먼저 사들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았다.
창고 문에 붉은 패를 하나 더 걸었다.
전신 수리와 탄약 공정에 필요한 구리는 장부상 도착했다.
실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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