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백칠십삼이라는 숫자는 종이보다 먼저 부두를 돌아다녔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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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칠십삼이라는 숫자는 종이보다 먼저 부두를 돌아다녔다.

윤해준이 결산 탁자에 도착했을 때 수비대 군관은 그 수가 상단이 훔친 가마니라고 외치고 있었고, 상단 서기는 군이 먼저 빼 간 수라고 맞받았다. 수레꾼 셋은 자기 인수표를 머리 위로 들었다. 작업 중지 종 아래에서 아무도 밧줄은 잡지 않았지만 서로의 멱살은 잡을 기세였다.

해준은 공개 보고 원본을 탁자에 펼쳤다.

“백칠십삼은 횡령 확정 수량이 아닙니다.”

군관이 손바닥으로 종이를 쳤다.

“네 보고에 사라졌다고 적혀 있소.”

“명목 육백에서 실제 사용 가능하다고 확인한 사백이십칠을 뺀 수입니다.”

“말을 바꾸는군.”

“분류를 읽으십시오.”

보고 둘째 칸에는 젖음 일흔아홉, 폐기 서른여섯, 미발견 쉰여덟이 따로 적혀 있었다. 합계는 백칠십삼이었다. 젖은 쌀과 버린 쌀과 찾지 못한 쌀은 같은 죄가 아니었다. 다만 오늘 솥에 넣을 수 없다는 점만 같았다.

“남은 것은 사백이십칠.” 해준이 말했다. “육백을 재고처럼 쓰면 백칠십삼 가마니 분의 병사를 더 먹일 수 있다고 거짓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휴전 중에 아군 재고를 깎아 공개하는 게 누구 편이오?”

“먹지 못할 쌀은 어느 편도 아닙니다.”

군관 뒤에서 욕설이 터졌다. 사백이십칠이라는 실제 수량이 파견군 귀에도 들어가면 대치가 불리해진다는 말이었다. 해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개 보고 발신 칸에 자기 이름을 썼다. 다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가마니를 만들지는 못했다.

한서린이 노동대용 장부와 상단 원본을 들고 들어왔다. 소매에는 오복례의 피가 묻힌 헝겊 자국이 남아 있었다.

“윤 대감의 보고는 가장 비싼 오해부터 샀습니다.”

해준이 그녀를 보았다.

“어느 항목입니까?”

“제목입니다. ‘사라진 백칠십삼’이라고 먼저 뿌리고 아래에서 셋으로 나눴습니다. 사람들은 제목으로 고발하고 각주로는 배상하지 않습니다.”

“실제 가용분을 숨길 수는 없습니다.”

“숨기자고 했습니까?”

서린은 상단 원본을 닫지 않았다. 탁자 한가운데 밀어 놓고 젖음 일흔아홉의 창고 번호, 폐기 서른여섯의 검사자 표시, 미발견 쉰여덟의 마지막 운송 경로를 펼쳤다.

“날짜부터 적으시죠. 젖음은 마포 창고 개방 전, 폐기는 공동 검사 뒤, 미발견은 첫 운송 명령과 인수 사이입니다. 한 줄로 묶으면 제 상단이 백칠십삼 전부를 삼킨 모양이 됩니다.”

군관이 미발견 쉰여덟 줄을 가리켰다.

“그건 상단 수레가 맡았소.”

“수레를 누가 징발했습니까?”

“국가 명령이었소.”

“그래서 누가 냅니까?”

서린은 수레 번호 옆의 두 서명을 보였다. 출발은 상단 마부, 노선 변경은 군수 장교, 최종 인수는 빈칸이었다. 어느 한 줄도 단독 범인을 만들지 못했다.

해준은 자기 보고 제목을 다시 읽었다. 숫자는 맞았다. 그러나 맞는 숫자를 먼저 던져 서로 다른 손실을 한 죄처럼 들리게 했다. 그가 누락 비용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해석 순서를 독점한 셈이었다.

“제목을 고치겠습니다.”

군관이 비웃었다.

“벌써 다 퍼졌는데?”

“첫 보고를 회수하지 않습니다. 수정 시각과 반대자를 붙인 둘째 보고를 같은 경로로 보냅니다.”

서린이 물었다.

“무엇으로 고칩니까?”

해준은 빈 종이에 썼다. 명목 육백 대비 현재 가용 미확인·제외 백칠십삼. 젖음·폐기·미발견은 원인과 책임을 분리 조사.

“길군요.” 서린이 말했다.

“짧으면 또 한 죄가 됩니다.”

“관리는 장부에서 가장 늦게 도착하는 물건인데, 제목까지 늦군요.”

그 말에 웃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서린은 붓을 들었다. 수정 사유 칸에는 ‘공개 반대. 가용 수량 공개에는 동의, 손실 원인 일괄 표기에는 반대’라고 적었다.

해준은 그 반대를 지우지 않았다.

“원본과 사본을 어디에 둡니까?” 서린이 물었다.

“전보국, 노동대 열람함, 탁지 결산소.”

“상단은 빠집니까?”

“당사자가 자기 책임 자료를 독점했다는 공격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또 혼자 정했군요.”

해준의 손이 멈췄다.

서린은 자기 원본을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네 번째 보관 칸을 그었다.

“상단 원본은 공개 결산이 끝날 때까지 이 탁자에 둡니다. 열쇠는 제가 아니라 노동대 대표와 수레조합 대표가 나눠 갖습니다. 제 장부를 빼야 공정한 게 아니라, 제가 못 바꾸게 해야 공정합니다.”

“받겠습니다.”

“허락을 구한 게 아닙니다.”

서린은 보관 조건 아래 먼저 서명했다. 해준은 그 옆에 승인자가 아니라 열람자로 이름을 썼다. 서로의 능력을 믿는다는 말은 없었다. 대신 어느 쪽도 혼자 닫을 수 없는 함이 하나 더 생겼다.

민채옥이 세 장부를 맞췄다. 이미 검사된 젖음·폐기와 달리 미발견 쉰여덟에는 마지막 인수표가 없었다.

그런데 군수 장부에는 새 항목이 붙어 있었다.

임시 대여 스물넷. 호위대 현장 소비 열일곱. 후속 수레 도착 예정 열일곱.

합계는 쉰여덟이었다.

“어제는 없던 분류입니다.” 민채옥이 말했다.

군관이 대답했다.

“없어진 게 아니라 용도가 바뀐 거요.”

해준은 세 항목의 근거를 물었다. 임시 대여에는 빌려 간 사람 서명이 없었고, 현장 소비에는 먹은 인원 명부가 없었다. 도착 예정에는 출발 시각도 수레 번호도 없었다.

“명칭만 있군요.”

“전시에는 서류가 늦을 수 있소.”

“그래서 도착한 것을 재고로 셉니다. 예정은 재고가 아닙니다.”

군관은 합계나 공개 사본을 건드리지 않고 미발견 한 칸에 그럴듯한 이름 셋을 붙였다. 부호 위조보다 싸고, 들키면 착오라고 말하기 쉬운 우회였다.

서린이 자기 수레 장부를 펼쳤다.

“임시 대여 스물넷 중 열한은 제 수레 번호와 겹칩니다. 하지만 제 장부에는 군수 징발 뒤 행선지 미통보입니다.”

“상단 기록이 틀렸을 수도 있소.”

“그렇겠죠. 그래서 두 장부를 함께 붙이자는 겁니다.”

그녀는 해준을 향해 말했다.

“공개 시각은 비판하겠습니다. 휴전이 깨지면 이 숫자가 협상 칼이 됩니다. 하지만 쉰여덟을 가짜 이름으로 육백 안에 되돌리는 데는 제 장부를 쓰지 마십시오.”

해준은 수정 보고에 서린의 공개 시각 반대와 재분류 근거 부재 대조를 함께 넣었다.

“당신을 동의자로 쓰지 않겠습니다.”

“그게 동의보다 낫습니다.”

전보국 기별꾼은 첫 보고와 같은 세 경로로 수정본을 가져갔다. 먼저 생긴 분노는 뒤따르는 종이로 지워지지 않았다.

동문 쪽 기별꾼이 상단 수레 표식 세 개를 가져왔다. 첫 보고를 상단 책임으로 읽은 수비 장교가 수레 세 대를 봉쇄하며 떼어 낸 것이었다.

“적재물은?” 해준이 물었다.

“빈 물통 두 대, 부상자용 헝겊 한 대. 쌀은 없었습니다.”

서린이 표식 하나를 집었다. 밀랍 가장자리가 뜯겨 있었다.

“수레를 세우는 데는 한 줄이면 되고, 다시 보내는 데는 수정 보고와 해제 명령이 필요하군요.”

해준이 해제 공문을 쓰려 하자 서린이 종이를 눌렀다.

“누가 첫 제목을 정했고 확인 전에 수레를 막았는지, 헝겊을 다시 산 값과 대기 품삯까지 적으십시오.”

해준은 공문 아래 비용 칸을 만들고 ‘상단·수레조합 청구 대기’라고 썼다. 금액을 자기 서명으로 미리 덮지 않았다.

서린은 그제야 손을 뗐다.

“제가 보고를 늦췄을까 봐 먼저 보냈습니까?”

해준은 부정하지 않았다.

“상단 손실을 확인하다 공개가 늦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제 장부는 필요하고 제 판단은 방해였군요.”

서린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공개 보고의 손실을 공개 자리에서 따졌다.

“그 판단은 제 것이었습니다.” 해준이 말했다. “틀렸습니다.”

“무엇을 바꿉니까?”

해준은 수정 보고 발신 절차에 반대자 사전 열람 칸을 추가했다. 발신을 막는 승인권이 아니라, 반대 내용과 열람 시각이 원문과 함께 나가게 하는 칸이었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아도 보냅니다. 대신 반대를 제목 아래 같은 크기로 붙입니다.”

“또 당신이 정한 규칙이네요.”

“그럼 누가 고칩니까?”

서린은 노동대 대표와 수레조합 대표를 가리켰다.

“첫 피해자가 고칩니다.”

석만과 수레조합의 늙은 마부가 앞으로 나왔다. 석만은 ‘부상자 물자 지연 시 발신자 비용 기록’을, 마부는 ‘수레 봉쇄 전 적재물과 인수표 확인’을 덧붙였다. 해준은 두 문장을 줄이지 않았다.

수비대 취사 책임자가 명목 육백 기준의 배급표를 가져왔다.

“지금 줄이면 병사들은 공개 보고 때문에 밥이 줄었다고 압니다.”

“실제 반출된 가마니가 몇입니까?”

“아직 작업 중지라—”

“남은 것은?”

책임자가 답하지 못했다. 해준은 명목 기준을 붉게 둘러싸고 승인 칸을 비운 뒤 실제 반출표를 붙였다.

“작업이 재개돼 도착한 수만 승인합니다.”

“그러면 첫 솥이 늦습니다.”

“없는 쌀로 먼저 끓일 수는 없습니다.”

취사 책임자는 노동대 재개 서명과 첫 반출을 기다렸다.

서린은 해준의 해제 공문에 동의 서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장부로 빈 수레 세 대와 봉쇄 시각을 증명하고, 수정 절차의 공동 작성자로 석만과 마부 이름을 적었다. 공개 자리에서 해준을 비판한 손으로 그의 수정본이 거짓이 아님을 받친 것이다.

휴전 교대 종이 울렸다. 공동 급수는 계속됐지만 군량 수레는 멈춰 있었다.

“남은 것은?” 해준이 물었다.

민채옥이 답했다.

“가용 사백이십칠. 제외·미확인 분류 유지. 휴전 결산 미완료.”

“그대로 씁니다.”

그때 임관필이 감찰 두 명과 함께 부두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붉은 끈으로 묶인 체포 영장이 들려 있었다. 대상자 이름이 적힌 면은 안으로 접혀 보이지 않았다.

“집행하겠습니다.”

민채옥이 영장과 결산표 사이에 손을 놓았다.

“휴전 결산이 끝날 때까지는 안 됩니다.”

“체포 대상이 도주하면?”

“지금 데려가면 세 장부의 반대 서명 하나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임관필은 붉은 끈을 풀지 않았다. 민채옥도 손을 치우지 않았다.

해준은 봉함된 영장과 공개된 백칠십삼을 번갈아 보았다. 국고가 끝내야 할 숫자와 수사가 당장 데려가야 할 사람이 같은 탁자에서 서로를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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