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콧구멍에서 뜨거운 거품이 흘렀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8. 25.
조회수 0
말의 콧구멍에서 뜨거운 거품이 흘렀다.
조독구는 앞다리를 접은 황마의 목덜미를 눌렀다. 숨이 한 번 들어갈 때마다 갈비뼈가 드러났다. 뒤에는 수레 셋이 나란히 멈춰 있었고, 먹이 자루에는 반나절분 겨만 남았다. 지도에 길이 있어도 말이 일어나지 않으면 바퀴는 한 치도 가지 못했다.
“바퀴가 먼저 압니다.”
윤해준이 젖은 장화를 털며 다가왔다.
“구호소와 수비대 다음 끼니가 걸렸습니다. 지금 움직일 길이 필요합니다.”
“길값은 누가 치릅니까.”
“운임은 지급하겠습니다.”
조독구는 웃지 않았다. “운임 말고 죽은 말값, 병든 말 치료비, 관가가 뺏어 간 사료값. 마부가 돌아오지 못하면 그 집 봄농사까지.”
“지금은 나라가—”
“나라가 배고프면 말은 덜 먹습니까?”
해준의 말이 끊겼다. 조독구는 황마의 잇몸을 들춰 색을 보고, 귀 뒤 열을 손등으로 쟀다. 옆의 마부 고삼돌이 물동이를 가져왔지만 말은 입을 대지 않았다.
“이 말은 못 갑니다. 검은 암말도 기침이 시작됐고, 회색 둘은 발굽이 갈라졌소. 쓸 수 있는 건 네 필. 수레는 하나만 움직입니다.”
“한 대라도 보내 주십시오.”
“계약부터.”
조독구는 굵은 끈을 풀었다. 매듭은 길 이름만 나타내지 않았다. 큰 매듭 하나는 나루, 작은 매듭 둘은 말먹이 구할 곳, 반대로 감은 매듭은 마을 동의 없음. 맨 끝의 풀린 매듭은 지난번 수색 뒤 길을 닫았다는 표시였다.
해준이 끈을 보며 물었다.
“어느 길입니까.”
“그건 아직 조합 것도 아니오.”
“당신이 만든 표 아닙니까.”
“내가 묶었어도 말은 다 같이 끕니다.”
조독구는 마부 열두 명을 수레 둘레로 불렀다. 말 주인 일곱, 수레 주인 셋, 품을 파는 마부 둘. 같은 사람이 두 역할을 가진 경우도 있었지만 표는 한 사람 한 표였다.
“관가가 길을 달란다. 조건 없이 줄 사람?”
손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운임만 받고 갈 사람?”
고삼돌이 손을 들려다 황마를 보고 내렸다. 젊은 마부 배춘식 하나만 손을 들었다.
“우리 집 쌀이 오늘 끝납니다.”
조독구는 그를 나무라지 않았다. 운송을 거부할 권리가 굶을 권리만 뜻하면 계약은 부자 마부의 특권이었다.
“선금은 있어야 투표가 되오.”
해준이 전대를 꺼냈다. 은전은 여덟 냥뿐이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말 한 필 치료비도 안 됩니다.”
“나머지는 탁지 감사가 끝나야—”
“감사는 말 배를 못 채웁니다.”
한서린이 뒤늦게 집결지로 들어왔다. 그녀는 해준의 전대를 보지 않고 겨 자루부터 열었다.
“반나절분 맞습니까?”
고삼돌이가 바닥까지 손을 넣었다.
“건초는 두 묶음, 콩은 한 되 반. 병든 말 빼도 저녁 전에는 끝입니다.”
서린은 장부를 펼쳤다.
“운임은 기존 제시액에서 한 냥 깎겠습니다.”
조독구가 끈을 도로 감았다.
“그럼 길도 한 냥어치만 갑니다.”
“대신 사료값과 폐사 보상을 운임에서 빼지 않고 따로 씁니다. 운임을 올리면 살아 돌아온 마부에게만 돈이 갑니다. 죽은 말 주인은 빈 수레를 떠안아요.”
조독구의 손이 멈췄다.
“얼마.”
“사료는 실제 영수증대로. 강제 징발된 사료는 목격 두 명과 수량을 적으면 시가의 절반을 먼저 지급. 말이 폐사하면 출발 전 공동 확인한 값의 삼분의 일 선지급, 나머지는 귀환 뒤 원인 대조.”
“삼분의 일로 새 말을 삽니까?”
“못 삽니다. 그래서 운임과 섞지 않겠다는 겁니다. 한 번에 전액을 약속하면 지금 가진 은으로 첫 수레도 못 보냅니다.”
“결제일은?”
“선지급은 오늘 오시. 나머지는 사흘 뒤 감사 원장에 올립니다. 제가 못 내면 제 상단 채권에서 먼저 떼세요.”
“그래서 누가 냅니까, 물을 줄 알았더니 먼저 말하네.”
서린은 웃지 않았다. 자기 채권을 담보로 적었다.
조독구는 조합 사람들에게 조건을 다시 읽었다. 글을 모르는 마부에게는 매듭 하나씩 짚으며 설명했다. 큰 매듭은 운임, 작은 매듭 둘은 사료와 폐사 보상, 반대 매듭은 강제 징발 거부권이었다.
배춘식이 물었다.
“군인이 사료를 빼앗으면 싸우라는 겁니까?”
“싸우다 죽으라는 게 아니다. 수레를 멈추고 목격자 이름을 적어. 가져간 놈 소속과 시각을 모르면 빈칸으로 둬. 네가 막지 못했다고 네 몫을 깎지 않는다.”
늙은 말 주인 송억만이 반대했다.
“길 매듭까지 장부에 붙이면 다음에는 관가가 우리 없이 길을 쓴다.”
“길 이름은 안 붙인다.” 조독구가 말했다. “사료 있는지, 마을이 동의했는지, 바퀴 폭이 맞는지만 세 사람이 나눠 가진다.”
“셋이 합치면 길이 나오잖아.”
“그래서 한 번 운송 끝나면 매듭 하나씩 바꾼다. 나도 혼자 못 쓴다.”
조독구는 자기 노선 독점을 줄이는 조건을 내놓았다. 그것은 관가를 믿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잡혀가거나 돈에 넘어가도 조합이 길을 닫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두 번째 투표가 시작됐다. 조건부 찬성 일곱, 반대 셋, 기권 둘. 반대한 사람 중 하나는 병든 말의 주인이었고, 다른 둘은 노선 노출을 두려워했다.
“반대 말도 계약에 씁니다.” 서린이 말했다.
그녀는 장부 아래에 ‘노선 공개 반대 세 명, 폐사 전액 보상 요구 두 명’이라고 적었다. 찬성 숫자만 남기면 다음 손실 때 조합이 갈라졌다.
조독구는 후보 매듭 두 줄을 땅에 펼쳤다. 첫째는 서쪽 나루를 건너는 짧은 길이었다. 나루까지 한 시진, 말먹이 한 곳, 마을 동의는 전날까지 있었다. 다만 밤비로 물이 불어 수레바퀴 절반을 넘으면 돌아와야 했다. 둘째는 남쪽 둑길이었다. 두 식경 더 걸리고 사료가 없었지만 물을 건너지 않았다.
“짧은 길부터 갑시다.” 배춘식이 말했다. “쌀이 오늘 끝난다니까.”
송억만이 반박했다.
“나루 물은 누가 봤나? 어제 동의가 오늘도 동의인가?”
조독구는 두 사람 모두에게 매듭을 건넸다.
“춘식이는 바퀴 폭을 재고, 억만이는 마을에 다시 묻는다. 내가 답을 정하면 투표는 장식이오.”
시험용 빈 수레가 먼저 나갔다. 말 한 필만 매고 마부 둘이 걸었다. 곡식을 싣지 않아도 왕복 반 각과 사료 한 되가 들었다. 해준이 시간을 재촉했지만 조독구는 시험 수레가 돌아오기 전까지 적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반 각 뒤, 배춘식은 바지 무릎까지 젖은 채 돌아왔다.
“나루 물이 바퀴 축 아래 한 뼘입니다. 건널 수 있습니다.”
송억만은 뒤늦게 왔다. 그의 손에는 마을 대표가 매어 준 푸른 실이 있었다.
“마을은 군량 수레 한 대만 허락한다. 군병이 따라오거나 사료를 강제로 가져가면 다음부터 닫는답니다.”
조독구는 매듭표에 푸른 실을 붙이지 않았다. 오늘의 동의는 내일의 길 소유권이 아니었다. 계약 사본에 ‘수레 한 대·무장 호위 없음·사료 구매만·귀환 뒤 실 반환’이라고 적었다.
해준이 말했다.
“호위 없이 보내면 빼앗길 수 있습니다.”
“군병이 가면 길부터 잃습니다. 선택은 둘입니다. 한 대를 위험 속에 보내거나, 안전하게 셋 다 세워 두거나.”
“마부들이 결정하게 하십시오.”
조독구는 처음으로 해준을 똑바로 보았다. 관가가 자기 선택권을 내려놓는 말은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마부 셋에게 따로 물었다. 고삼돌이는 찬성, 배춘식은 찬성, 셋째 마부 임복선은 반대했다.
“내가 가진 건 이 수레뿐이오. 빼앗기면 집도 끝이오.”
“반대해도 선금은 받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시험과 수리 품삯은 이미 일했으니까.”
임복선은 수레 운행에서 빠지고도 시험 품삯을 받았다. 대신 수레는 조합 공동 소유의 낡은 한 대로 바뀌었다. 축 상태가 나빠 적재량을 더 줄여야 했다.
조독구는 모래자루를 올렸다. 두 자루는 버텼고 세 자루에서 바퀴가 울었다. 왼쪽 나무못이 헐거웠다. 그는 예순 가마니 같은 큰 숫자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오늘 수레가 감당할 자루 수는 창고에서 실제 무게를 재고 정할 일이었다.
“이 길은 군량을 다 옮기는 길이 아닙니다.” 조독구가 말했다. “한 대가 살아 돌아오는지 보는 길입니다.”
두 번째 투표에서는 서쪽 나루 조건이 여섯 표로 통과했다. 남쪽 둑길은 사료가 없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매듭표에 길이 있다는 사실과 오늘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달랐다.
해준은 애국이라는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한 대에 얼마를 싣습니까.”
“말 상태부터.” 조독구가 잘랐다. “네 필 가운데 둘만 짝을 맞출 수 있습니다. 수레 한 대, 예순 가마니 전부는 못 갑니다.”
“예순 가마니를 싣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관가 사람은 장부 숫자를 보면 바퀴가 커지는 줄 알더군.”
마부들은 새 못을 깎아 끼우고 재시험했다. 세 자루는 버텼고 네 자루째 축이 울렸다. 계약이 끝나도 출발에는 반 각이 더 들었다.
서린은 그 시간을 장부에 적었다. 수레 수리 반 각, 마부 네 명, 나무못 하나. 공짜 준비 노동으로 지우지 않았다.
첫 수레에는 구호소용 마른 곡식과 말 사료를 함께 실었다. 쌀만 싣고 사료를 빼면 돌아오는 길에 수레가 멈췄다. 조독구는 사람 몫과 말 몫 사이에 칸막이를 박았다.
“사료를 군량으로 바꾸지 마시오.”
해준이 물었다.
“급하면?”
“급하면 조합 대표와 마부 둘이 다시 표결합니다. 당신 혼자 자루를 뜯으면 그 자리에서 수레를 돌립니다.”
“서명자는?”
“나는 노선 조건, 삼돌이는 말 상태, 춘식이는 강제 징발 중지권. 서린은 지급일과 자기 담보.”
네 사람이 각자 다른 칸에 서명했다. 해준에게는 승인 칸이 없었다. 그는 열람 확인만 남겼다.
조독구는 매듭표를 세 토막으로 나눴다. 자신은 나루와 길 폭, 고삼돌이는 사료, 송억만은 마을 동의 여부를 가졌다. 반대표를 던진 송억만에게 열쇠를 준 셈이었다.
“왜 나한테 주나?”
“길 닫을 사람도 있어야지.”
송억만은 마지못해 매듭을 품에 넣었다.
수레가 움직이자 황마가 다시 기침했다. 조독구는 출발 수를 세었다. 수레 하나, 말 두 필, 마부 셋. 남은 수레 둘은 그대로였다. 작은 성과가 병목을 없앤 것은 아니었다.
서린은 계약 원본을 접지 않고 판자에 붙였다. 한 장은 조합, 한 장은 노동대, 한 장은 전보국으로 보낼 사본이었다. 세 장의 빈 수정 칸에는 서로 다른 사람이 서명하도록 선을 그었다.
“원본 하나로는 또 누가 먼저 고쳤는지 싸웁니다.”
조독구가 바퀴 자국을 보며 말했다.
“사본 셋이면 거짓말도 셋이오.”
“그래서 셋이 같은 말을 할 때만 고칩니다.”
첫 수레가 진창 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게 됐다. 그 뒤로 멈춘 두 수레와 사료 반 자루가 남았다. 조독구는 빈 매듭 하나를 계약 끝에 달았다. 귀환하지 못한 말과 마부 수를 적을 자리였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좋아요와 평점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독자 평점 아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