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는 육백 석으로 맞았다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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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는 육백 석으로 맞았다. 인장 하나만 장부에 없었다.
민채옥은 세 장의 전표를 등잔 아래 나란히 놓았다. 군영 인장은 종이 뒤까지 눌렸고, 탁지 인장은 먹 가장자리가 번져 있었다. 외국 병참 확인인은 얕고 작았다. 그러나 승인 원장에는 앞의 두 인장만 등록돼 있었다.
합계가 맞고 권한이 틀렸다. 이대로 전부 횡령이라 쓰면 이미 병사와 노동자에게 지급된 쌀까지 범죄 물자로 묶였다. 반대로 비상 지출이라 덮으면 같은 육백 석을 두 채권자에게 약속한 장부가 살아남았다.
“합계가 맞습니까?” 민채옥이 물었다.
탁지 서리 장호진이 허리를 숙였다.
“전표상으로는 맞습니다.”
“전표 말고 실재고를 묻습니다.”
“마른 쌀 사백이십칠 석으로 시작해 첫 지급 예순 가마니, 이후 구호소와 수비대 배급—”
“받은 사람 이름과 시각부터.”
장호진은 다른 장부를 펼쳤다. 부두 노동대가 수령한 가마니, 구호소 죽, 수비대 솥에 들어간 열두 되가 서로 다른 단위로 적혀 있었다. 석과 되, 가마니가 한 줄에서 섞였다. 합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누가 실제로 먹었는지 한눈에 알 수 없었다.
민채옥은 빈 종이를 세 칸으로 나눴다.
첫째, 실제 지급. 둘째, 증거 보존. 셋째, 소유권 다툼.
“전부 첫 칸에 넣지 마십시오. 전부 셋째 칸에도 넣지 않습니다.”
장호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횡령액은 얼마로 적습니까?”
“아직 모릅니다. 모르는 액수를 크게 쓰는 것이 엄격함은 아닙니다.”
그녀는 첫 지급 예순 가마니의 수령 서명과 손도장을 대조했다. 오복례의 이름, 하역조 스물네 명, 군병 대표의 서툰 글씨가 있었다. 구호소 명단에는 최원석과 강만복, 조칠성의 이름이 붙었다. 그 곁에 사용 시각과 남은 물·헝겊 수가 적혀 있었다.
“이 부분은 실제 지급으로 잠정 인정합니다. 다만 같은 이름이 다른 수령표에 또 있는지 대조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밤을 넘깁니다.”
“밤을 아끼려고 사람을 횡령액으로 쓰지는 않습니다.”
민채옥은 증거 보존 칸에 탄 모서리 원본과 두 사본, 필사 인건비, 보관함 자물쇠 비용을 따로 적었다. 쌀이 아니라 은전과 노동시간이었다. 그것을 군량 손실로 합치면 증거를 남긴 행위 자체가 횡령처럼 보였다.
그때 창고 계량인 노성두가 젖은 표찰 꾸러미를 들고 들어왔다. 각 표찰에는 가마니를 꺼낸 시각과 저울 눈금이 적혀 있었다. 장부에는 예순 가마니만 적혔고, 표찰의 저울 눈금은 가마니마다 달랐다. 가마니 수를 석으로 바꿀 근거는 없었다.
장호진이 말했다.
“가마니 수만 옮겨 적었습니다.”
“실제 무게 합계는 어디 있습니까?”
“없습니다. 껍질과 젖은 쌀을 빼기 전 눈금뿐입니다.”
“그러면 환산 미확인으로 씁니다. 누가 눈금을 확인했습니까?”
노성두가 자기 이름과 오복례의 손도장을 가리켰다. 민채옥은 두 사람을 횡령 혐의자 칸이 아니라 계량 확인자 칸에 옮겼다. 숫자가 줄었다고 모두 훔친 것은 아니었다.
“두 채권 계약 원본을 가져오십시오.”
민채옥은 창고까지 사람을 보냈다. 왕복 한 식경. 그동안 지급 심사는 멈췄고 구호소에서 온 구매 요청 두 건도 대기했다. 감사의 정확성에도 배고픈 시간이 붙었다.
사자가 돌아왔을 때 표찰 셋은 빈 못에 매달려 있었고 둘은 젖은 가마니에 남아 있었다. 빈 표찰 물량은 이미 첫 지급에 섞였고, 남은 가마니는 말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럼 이중 담보는 사라진 겁니까?” 장호진이 물었다.
“아닙니다. 한쪽은 이미 지급된 물건을, 다른 쪽은 움직일 수 없는 물건을 자기 것이라 주장합니다. 둘 다 약속대로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민채옥은 채권자 대리 둘을 불렀다. 상단 대리인은 먼저 찍힌 계약을 내밀었고, 군영 서리는 왕실 수비가 우선이라 주장했다.
“선례대로 먼저 계약한 쪽이 가져갑니다.” 상단 대리인이 말했다.
“비상시 군량 우선은 왕명입니다.” 군영 서리가 맞섰다.
민채옥은 두 계약을 덮지 않았다.
“먼저 묻겠습니다. 어느 표찰 물량을 실제로 확인했습니까?”
상단 대리인은 창고 밖에서 인장만 받았다고 했다. 군영 서리는 전날 빈 표찰을 보았지만 가마니 수는 세지 않았다고 했다. 둘 다 같은 육백 석이라는 합계만 믿고 돈을 냈다.
“오늘 어느 쪽에도 남은 가마니를 넘기지 않습니다. 먼저 권한과 실물을 확인하지 않은 계약 비용을 국고가 전부 대신 갚지도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 돈은 누가 갚습니까?”
“계약을 쓴 사람, 인장을 승인한 사람, 실제 물량을 확인하지 않고 돈을 낸 사람의 책임을 나눕니다. 합계 하나로 국고에 몰지 않습니다.”
군영 서리가 탁자를 쳤다.
“병사가 굶습니다.”
“그래서 이미 먹은 몫은 회수하지 않습니다. 아직 남은 담보만 멈춥니다.”
민채옥은 두 대리인에게 각자 반대 사유를 쓰게 했다. 상단 대리인은 능숙한 글씨로 선계약을 적었고, 군영 서리는 왕명 두 글자를 크게 썼다. 그 아래 노성두가 남은 가마니 수와 운송 불능을 작은 글씨로 보탰다. 권력자의 주장보다 현장 숫자가 지워지지 않게 한 줄이었다.
“이 사본은 어디 둡니까?” 노성두가 물었다.
“상단, 군영, 감사실에 하나씩. 다만 원본과 같은 효력이라고 쓰지 마십시오. 세 장을 대조해야 효력이 생긴다고 적습니다.”
문이 열리고 임관필이 들어왔다. 그는 포승도 칼도 없이 봉한 서류함 두 개를 들고 있었다.
“전보 위조 사건 기록과 군량 담보 사건 기록을 나누었습니다.”
민채옥이 손을 내밀었다.
“원본은 제 감사실에 두십시오.”
“어느 원본을 말합니까.”
“군량 승인 원장과 담보 계약입니다.”
“전보 원본은 감찰 보관입니다. 군량 계약은 탁지 보관으로 두되, 서로의 열람 시각을 기록해야 합니다.”
“원장을 나누면 같은 인장 대조가 늦어집니다.”
“합치면 죄도 합쳐집니다.” 임관필이 말했다. “전보를 위조한 자가 군량을 이중 담보로 잡았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같은 육백 석입니다.”
“그 사실은 별개입니다.”
임관필은 서류함 하나를 왼쪽, 하나를 오른쪽에 놓았다. 왼쪽에는 발신 원본·사본·운용자 진술, 오른쪽에는 승인 원장·채권 계약·수령표가 들어갔다. 두 함의 열쇠도 서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한 감사 체계 안에 넣어야 누수가 줄었다. 그러나 자기 손에 모두 쥐면 전보 위조의 긴급 예외와 재정 사기의 소유권 다툼이 한 죄목으로 굳었다.
“대조는 어떻게 합니까.”
“사건 번호를 함께 적고, 원본을 옮기지 않은 채 사본만 교차 열람합니다. 각 사건 책임자 이름도 따로 둡니다.”
“누가 서명합니까.”
“재정 사건은 당신과 채권 계약 필사자. 전보 사건은 나와 운용자. 공통 인장 대조에는 양쪽에서 한 명씩.”
민채옥은 침묵했다. 임관필의 방식은 느렸다. 열람 한 번에 네 사람이 모여야 했고, 그 사이 남은 군량은 더 줄었다. 하지만 느리다는 이유로 죄목을 합치면 책임자를 빨리 만들 수 있을 뿐 진실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좋습니다. 대신 첫 대조는 지금 합니다.”
두 사람은 외국 병참 확인인의 인영을 승인 원장 빈칸 옆에 놓았다. 모양은 같아 보였지만 압력이 달랐다. 전표의 인장은 오른쪽 위가 옅었고, 다른 사본은 왼쪽 아래 먹이 뭉쳤다. 사용 시각도 달랐다. 한 장은 해 뜨기 전, 다른 장은 첫 하역 뒤였다.
장호진이 말했다.
“그럼 하나는 가짜입니까?”
“아닙니다.” 민채옥과 임관필이 거의 동시에 답했다.
민채옥은 압인 차이와 시각만 적었다. 인장 세 개가 모두 가짜라는 결론도, 외국 확인인이 범인이라는 결론도 없었다. 승인 원장만으로는 그 인장의 승인 권한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만 남았다.
“인장을 가진 사람 명단은?” 임관필이 물었다.
장호진의 얼굴이 굳었다.
“외국 병참소에서 정식 명단을 주지 않았습니다.”
“요청 시각과 거부자를 쓰시오.”
“그쪽이 답을 늦추면 지급도 멈춥니까?”
민채옥은 장부의 실제 지급 칸을 보았다. 구호소 물은 반 동이까지 줄었고 수비대 다음 끼니는 미확보였다. 전부 동결하면 장부는 깨끗해지고 사람이 굶었다.
“지급을 셋으로 나눕니다.”
그녀는 새 선을 그었다.
“이미 먹거나 치료에 쓴 몫은 회수하지 않습니다. 증거 보존분은 봉인하고 이동 금지. 소유권이 겹친 미지급분만 지급 보류.”
장호진이 되물었다.
“채권자 둘이 모두 자기 것이라 하면요?”
“둘 다 원장 앞에서 근거를 내게 합니다. 먼저 온 사람이 아니라 먼저 권한을 증명한 쪽에 지급합니다.”
“그 예외는 누가 갚습니까?” 임관필이 민채옥의 말투를 빌려 물었다.
민채옥은 그를 보았다. 실제 지급을 인정하면 국고 장부에는 근거 없는 지출이 남았다. 누군가는 그것을 갚아야 했다.
“비상 지출 계정으로 넘기되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윤해준의 위조 책임과 별개로, 지급을 승인한 내 이름도 올리겠습니다.”
장호진이 놀라 붓을 멈췄다.
“대감 가문이 보유한 군량 채권도 이중 담보 대조 대상입니다.” 임관필이 말했다.
민채옥의 손끝이 굳었다. 자기 숙부 명의 채권 삼십 석이 둘째 계약에 포함돼 있었다. 가문 몫을 빼면 감사의 합계가 맞았고, 넣으면 자기 집안이 이중 담보의 수혜자 후보가 됐다.
“같은 칸에 올리십시오.”
“공개합니까?”
“수령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는 후보로 공개합니다. 숨기지도, 유죄로 쓰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숙부 이름과 삼십 석을 직접 적었다. 정의도 결산일을 넘기면 체납이었다. 농담처럼 쓰던 말을 자기 가문 칸에 적용하자 웃음은 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세 칸의 합계가 채워졌다. 실제 지급은 사람 이름과 시각이 확인된 몫, 증거 보존은 원본·사본·보관 비용, 소유권 다툼은 두 계약에 겹친 미지급분이었다. 육백 석이라는 총합은 그대로였지만 의미는 셋으로 갈라졌다.
임관필은 전보 사건 책임자 목록에서 민채옥의 감사 대상 이름을 지웠다. 삭제가 아니라 다른 사건 번호로 옮겼다는 표시를 남겼다.
“전보 위조는 발신·운용·명령 선후를 좇겠습니다. 재정 범죄는 인장 권한·채권·수령을 좇으십시오.”
“공통 인장이 나오면?”
“교차 대조합니다. 그래도 죄는 자동으로 합치지 않습니다.”
장호진이 새 장부 두 권의 첫 장에 각각 사건 번호를 썼다. 붓끝이 마르는 동안, 바깥 마당에서 말 한 필이 앞다리를 접고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마부가 문을 열어젖혔다.
“남은 수레 셋이 못 움직입니다. 말병이 돌고 사료도 반나절분뿐입니다.”
그 뒤에 조독구가 굵은 매듭 끈을 들고 서 있었다.
“길은 내놓을 수 있소. 대신 강제로 빼앗긴 말과 사료 손실을 계약에 먼저 씁시다.”
민채옥은 막 세 칸으로 나눈 장부 옆에 네 번째 빈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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