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2젖은 쌀 사백이십칠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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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쌀 사백이십칠 석

갑오년, 전보국 주사는 군량을 훔쳤다 ·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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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가마니 밑에서 맑은 물이 아니라 누런 쌀뜨물이 떨어졌다. 한서린은 해 지기 전에 쓸 수 있는 쌀과 품삯을 함께 확보해야 했다. 틀리면 노동대와 성문 교대조가 동시에 굶었다.

한서린은 손가락으로 한 방울을 받아 비볐다. 알곡이 물을 먹고 터진 냄새가 났다. 장부에는 육백 석이라 적혀 있었다. 그러나 오늘 솥에 넣을 쌀을 세는 데 장부의 먹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이 줄부터 풀어.”

오복례가 창고 들보 위에서 외쳤다. “아니, 그 옆 말고 물 먹은 놈! 사람부터 세고 밧줄 잡아!”

동쪽 하역조 열둘, 서쪽 하역조 열둘. 전보국에서 받은 명단과 맞았다. 다만 사람 수가 맞는다고 손이 온전한 것은 아니었다. 박칠성은 오른손 검지에 헝겊을 감았고, 어린 석만이는 밤새 수레를 끌다 무릎을 절었다. 오복례는 가장 위태로운 가마니 아래에 직접 어깨를 넣고 있었다.

서린이 말했다. “복례야, 내려와. 먼저 무게부터 다시 잰다.”

“높은 분들은 가마니보다 가벼워서 좋겠네. 물 먹어도 장부에선 안 무거워지잖아.”

오복례는 내려오지 않았다. 칼로 새끼줄을 잘라 젖은 가마니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봉합선이 터지며 검게 변한 쌀이 쏟아졌다. 노동자들의 입에서 욕이 터졌다.

“이걸 군량이라고 보낼 거야?”

“아니.” 서린은 젖은 알곡을 장부 종이 위에 놓았다. “마른 것, 말릴 수 있는 것, 버릴 것을 따로 센다.”

“품삯도 따로 세고.”

“그것부터 세자.”

서린이 은궤를 열었다. 은전이 부딪치는 소리에 사람들이 잠깐 조용해졌다. 국가 차용증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녀는 전보국에서 적은 지급일 쪽지와 빈 품삯 장부를 오복례에게 밀었다.

쪽지는 붉은 실로 전보 사본과 묶여 있었다. 평소라면 안쪽에서 밖으로 두 번 감을 실이 첫 매듭에서만 반대로 돌아갔다. 서린은 전보국 아이가 서두르다 틀렸으리라 여기고, 매듭을 고치지 않은 채 장부 귀퉁이에 눌러 두었다.

“금액은 네가 써.”

오복례가 들보에서 뛰어내렸다. “네 은이라고 네 숫자 아니야?”

“내 은은 담보야. 어젯밤 품삯, 오늘 야간 위험수당, 부상 보상. 항목별로 네가 써. 작업한 사람도 직접 확인하고.”

“병사들 줄 쌀은 챙기고 우리 몫은 다음 장부로 미룰 셈 아니고?”

“그래서 지금 궤를 열었어.”

오복례는 은전보다 서린의 얼굴을 오래 보았다. 오래 거래한 사이라 믿는 눈이 아니었다. 오래 속지 않으려고 값부터 확인하는 눈이었다.

“칠성아, 석만아. 이리 와. 상단 글씨 믿지 말고 우리가 쓴다.”

박칠성이 감은 손으로 붓을 잡았다. 글자를 잘 모르는 석만이는 자기 이름 대신 왼손 엄지를 찍었다. 오복례는 각 사람의 몫을 소리 내 읽고, 부상자 보상 칸을 두 줄로 늘렸다.

“오늘 해 지기 전.” 그녀가 말했다. “한 푼 모자라면 이 창고 문부터 닫는다.”

“약속할게.”

“약속 말고 담보.”

서린은 은궤 열쇠를 장부 위에 놓았다. “부족하면 이걸 열어. 그래도 모자라면 내 상단 수레 두 대를 팔아.”

오복례가 열쇠를 집지 않았다. “네가 착한 상전 노릇하려고 우리한테 은 던지는 거면 안 받아.”

“착해서가 아니야. 너희가 멈추면 쌀도 멈추니까.”

“그 말은 마음에 드네.”

오복례는 열쇠 옆에 자기 이름을 눌러 썼다. 돈을 받는 사람의 서명이 아니라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의 서명이었다.

“동쪽 조는 마른 가마니. 서쪽 조는 젖은 놈 갈라. 냄새나는 건 솥 근처에도 못 가게 해. 사람부터 세!”

창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린은 저울 옆에 앉아 숫자를 받아 적었다. 육백 석 중 장부 위치에서 찾지 못한 것이 쉰여덟 석. 물을 먹은 것 일흔아홉 석. 곰팡이와 쥐 피해로 버려야 할 것 서른여섯 석. 당장 쓸 수 있는 마른 쌀은 사백이십칠 석. 네 칸의 합은 정확히 육백이었다. 그러나 솥에 바로 넣을 수 있는 것은 마지막 한 칸뿐이었다.

“장부 수량은 맞습니다.” 상단 서기 김원중이 속삭였다.

“그런데 쉰여덟 석은 위치가 비었습니다. 누가 옮겼는지 표가 없습니다.”

그는 주판알을 두 번 다시 튕겼다. “전체 수는 육백이지만 확인된 실물은 오백사십이 석입니다.”

“다시 세.”

“세 번 셌습니다.”

서린은 총계를 지우지 않았다. 육백 아래에 실물 확인 오백사십이, 미발견 쉰여덟이라고 적었다. 원인을 쓰는 칸은 비워 두었다. 도난이라고 단정할 증거도, 다른 창고로 옮겼다고 덮을 근거도 없었다.

오복례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 쉰여덟은 누구 솥에 들어갔대?”

“아직 몰라.”

“모르면 우리 품삯에서 빼겠지.”

“못 빼게 네가 장부를 들고 있어.”

서린은 장부를 돌려 오복례 앞에 놓았다. 오복례가 쉰여덟 옆에 굵은 줄을 치고 썼다. 노동대 책임 아님.

김원중이 얼굴을 굳혔다. “아씨, 상단 장부를 외부 사람이 고치면 나중에 책임이—”

“그래서 고치는 거야. 비용을 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장부가 더 위험해.”

오복례가 코웃음을 쳤다. “외부 사람이라네. 밧줄 안 잡으면 쌀 한 톨 밖으로 못 나가는데.”

서린은 서기에게 새 종이를 내주었다. “원본을 베끼지 말고 이 수정까지 함께 사본 떠. 한 부는 상단, 한 부는 노동대. 지급할 때 두 장을 맞춘다.”

해가 창고 지붕 위로 올라오기도 전에 첫 수레가 비명을 질렀다.

마른 쌀 열 가마니를 실은 바퀴 축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수레꾼이 욕을 하며 말을 세웠다. 서린은 바퀴를 보고, 말의 갈비뼈를 보고, 수레꾼 손의 빈 사료 자루를 보았다.

“말먹이 없다고 했지?”

“어제 외상이 막혔습니다. 오늘 두 번 왕복하면 말이 퍼집니다.”

“몇 대가 갈 수 있어?”

“여덟 대요. 그중 하나는 축을 갈아야 하고.”

장부의 수레는 열한 대였다. 실제 움직일 것은 일곱 대. 한 대에 여섯 가마니씩 실어도 마흔둘이었다. 약속한 예순 가마니를 한 번에 보낼 수 없었다.

오복례가 물었다. “병사들 마흔, 구호소 스물이라며?”

“두 번 나눈다. 첫차에 서른여섯.”

“누구 몫을 줄여?”

서린은 대답하기 전에 길을 계산했다. 궁궐 쪽은 멀고 검문이 있었다. 부두 구호소는 가까웠다. 가까운 곳을 먼저 돌리면 수레 한 대가 빨리 돌아와 둘째 짐을 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비대가 굶으면 성문 교대가 무너질 수 있었다.

“구호소 열둘, 성문 스물넷. 수레가 돌아오면 구호소 여덟, 성문 열여섯.”

오복례가 고개를 저었다. “부두 사람은 또 기다리라고?”

“첫차가 돌아오는 시간을 네가 정해. 말에게 한 식경 쉬게 하고, 그 시간 넘으면 둘째 짐은 전부 구호소로.”

“병사보다 노동대 몫 먼저 줘.”

“성문 교대가 비면 이 창고를 지킬 사람도 없어.”

“우리 배가 비면 이 창고를 움직일 사람도 없어.”

두 사람 사이에서 수레 축이 다시 삐걱거렸다. 서린은 장부를 덮었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자신이 돈을 쥔 사람이라는 사실만 남았다.

오복례가 먼저 밧줄을 놓았다.

“위험수당 지급 확인 전에는 한 가마니도 더 안 든다.”

노동자들이 손을 멈췄다. 고함도 없었다. 들려 있던 가마니들이 바닥에 내려앉고, 창고의 먼지만 천천히 떠올랐다. 국가 명령도 상단 은전도 스물넷의 멈춘 손을 대신하지 못했다.

서린은 은궤에서 정해진 위험수당을 꺼내 오복례 앞에 세었다. “선금 절반. 나머지는 해 지기 전.”

“부상자 몫.”

“칠성과 석만 몫은 따로.”

“석만이는 무릎이지 손 아니야. 사람 상태도 안 보고 장부만 봤네.”

서린의 손이 멈췄다. 전보국에서 받은 명단에는 부상 부위가 없었다. 그녀는 칠성의 손과 석만의 무릎을 다시 보고 항목을 고쳤다.

“내가 틀렸어. 칠성 치료비, 석만 오늘 수레 면제와 품삯 보전.”

오복례는 즉시 용서하지 않았다. 금액을 다시 세고 두 사람에게 직접 물었다.

“칠성아?”

“맞습니다.”

“석만아?”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오복례가 밧줄을 들었다. “동쪽 조, 다시 붙어. 첫차 구호소 열여덟, 성문 열여덟. 가까운 차가 먼저 돌아오면 둘째는 성문 스물둘, 구호소 둘. 총수는 약속대로 마흔, 스물. 수레가 늦으면 내가 다시 나눈다.”

서린은 계산했다. 첫차의 궁궐 몫은 줄지만 총 약속은 유지됐다. 가까운 구호소 수레가 먼저 돌아오는 시간까지 노동대가 통제한다. 그녀 혼자 짠 배분보다 실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게 하자.”

“장부에 써.”

서린은 오복례가 부른 순서 그대로 적었다. 결정권을 나눠 가진 흔적도 함께 남겼다.

그때 창고 밖에서 말발굽이 멎었다. 군영 복색을 한 군관 둘이 수레 길을 막았다. 선두 군관이 봉인패를 들었다.

“임관필 감찰의 명이다. 전보국 운용자는 이미 잡아 두었다. 육백 석 전량을 조사 때까지 동결한다.”

오복례가 밧줄을 어깨에 걸었다. “육백은 없는데 뭘 전량으로 얼린대?”

군관은 대꾸하지 않고 상단 장부를 내놓으라고 손을 뻗었다.

서린은 원본을 오복례 쪽으로 밀고 사본 한 장만 들었다. “조사 대상은 확인된 오백사십이입니까, 장부에만 있는 육백입니까?”

“말장난하지 마라.”

“미발견 쉰여덟 석을 누가 책임지는지 정하지 않고 전량을 봉하면, 젖은 쌀은 썩고 마른 쌀도 오늘 배급에 못 갑니다. 봉할 증거와 지급할 쌀을 나누세요.”

군관이 칼자루를 잡았다. 그 뒤로 또 다른 마차가 들어왔다. 탁지아문 서리들이었고, 맨 앞에는 민채옥의 압수 명령을 든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서린은 서로 다른 두 패를 보았다. 전보국의 세 인장이 마포 창고까지 따라온 셈이었다.

오복례가 낮게 말했다. “품삯 받은 만큼은 일했어. 저 둘이 우리 장부 가져가면?”

“작업 멈춰.”

오복례가 손을 들었다. 스물넷이 동시에 밧줄을 내려놓았다. 이미 실은 서른여섯 가마니만 수레 위에 남았다.

서린은 사본을 반으로 접어 품에 넣었다. “이 수레가 출발하기 전에는 어느 장부도 못 가져갑니다.”

그때 나루 쪽 수레꾼 하나가 서린에게 달려왔다. “이토 쪽 통역이 마포 길은 막혔다며 서강 나루 수레값과 조수 시간을 묻고 다닙니다. 이 창고를 비우면 다른 길로 받으려는 모양입니다.”

서린은 그 말을 장부 여백에 적었다. 전보를 가로막은 자들은 전보만 추적하지 않았다. 사라질 쌀의 다음 길까지 값을 묻고 있었다.

군영 군관과 탁지아문 서리가 서로의 명령패를 확인하는 동안, 일곱 대의 말이 빈 사료 자루를 핥았다.

움직일 쌀은 사백이십칠 석이었다.

지금 움직이는 쌀은 한 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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