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허락받지 않은 선택

하렘 소문은 재난으로 분류됩니다 · 2026.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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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는 도진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

대신 헌장 4조를 열어 자기 권한을 확인했다.

현주는 그 문장을 세 번 고친 뒤 같이 나갔다.

도진이 둘의 출입 기록을 본 것은 그들이 조정국 백업센터에 도착한 뒤였다.

특별관찰부서 전용 화면에 밤 열 시 사십 분이 찍혀 있었다. 화면 왼쪽에는 동부순환선 직원 스물세 명의 휴식 현황이, 오른쪽에는 팀7 구성원의 위치와 접속 기록이 실시간으로 떴다.

“투명창이 양면이었군.” 태호가 말했다.

도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수면실 직원 열한 명 중 두 명의 맥박 경고가 아직 노란색이었다. 은하는 그쪽에 남았다. 세라는 야간 운행 퇴로를 다시 짰다. 미나와 현주가 나갔다고 해서 여기 일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운행센터는 역할이 뒤섞인 세 노선을 전부 정상 운행하라고 재촉했다. 세라는 관제석 지도를 떼어 바닥에 놓았다. 지정 연인과 함께 서야만 열리는 좌석은 쓰지 않았다. 본인 직능이 확인된 기관사 넷과 관제사 둘을 새로 배치하고, 사람이 모자란 동쪽 순환 구간은 열네 분 닫겠다고 선언했다.

센터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열차를 세우면 출근 승객이 다 피해자입니다.”

“직능이 바뀐 기관사를 태우면 승객은 실험 대상이 돼요. 둘 중 고르라는 말이면 전자는 복구할 수 있습니다.”

세라는 현장표를 올렸다. 은하는 연속근무자 투입 금지를 조건으로 의료표를 보탰고, 태호는 폐쇄 구간 대체 버스 여섯 대를 자기 물류표에 걸었다. 분석 담당이 빠진 광역 정정은 하지 않았다. 세 직능이 할 수 있는 안전조치만 표결해 동쪽 구간을 닫았다.

도진에게 허락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폐쇄 시각과 퇴로만 확인했다. 세라의 선택 때문에 승객에게 온 실제 비용은 열네 분이었다. 역할이 뒤바뀐 기관사를 태웠을 때의 비용은 아직 숫자로 셀 수 없었다.

미나의 위치표 옆에 조사 목적이 올라왔다.

공식 계정 예약 게시 캐시 보존. 공개 보류. 분석 책임자 장미나.

그 아래 현주의 문장이 세 줄로 붙었다.

열람 범위는 7월 17일 05:30~06:10 예약 게시물의 생성·수정·삭제 시각으로 한정한다.

직원 이름·사번·교대표·의료 기록은 제외한다.

범위 위반과 원본 훼손의 책임자는 오현주로 한다.

도진은 승인 칸을 찾았다. 없었다.

대신 반론 제출 칸이 있었다.

그는 비워 뒀다.

백업센터 입구에서 미나는 자기 채널 통계를 껐다. ‘사내 연애 1주년이 전원 오늘’이라는 제목만 올려도 예상 조회수 백팔십만. 그녀는 숫자를 한번 읽고 공개 탭을 닫았다.

“증거가 되기 전에는 떡밥이고, 떡밥일 때 올리면 제가 미끼 장사꾼이죠.”

현주가 출입 심사대에 보존 명령서를 댔다. “방금 표현은 기록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왜요? 평문 번역인데.”

“당신이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 취급 감사합니다. 수임료는 나중에.”

심사대가 두 사람의 출입을 거부했다.

접근 사건번호 소유자 불일치.

백도진 본인 인증이 필요합니다.

센터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백 대리님 지문만 원격으로 받으면 됩니다. 삼십 초면 열려요.”

미나는 화면을 사진 찍지 않았다. 오류 번호만 수첩에 옮겼다. “삼십 초 뒤에 우리가 본 게 백도진 사건 기록인지, 공식 계정 원본인지 누가 증명해요?”

“같은 사건이잖습니까.”

현주가 즉시 답했다. “요건이 다릅니다. 백도진의 급여 압류 사건번호로 지하철 직원들의 계정 자료를 열면 목적 외 열람입니다.”

자동 삭제 알림이 천장에 떴다.

예약 캐시 184건 정리까지 19분 42초.

센터 직원이 도진에게 원격 승인 요청을 보냈다. 붉은 버튼이 특별관찰 화면 중앙에 생겼다. 승인하면 문은 열렸다. 거부하면 삭제 시각은 계속 줄었다.

도진은 버튼 위에 손을 올렸다.

급하면 혼자 비용을 내고 문부터 여는 버릇이 손가락에 먼저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지문 하나면 됐다. 나중에 목적 외 열람 책임을 자기 급여와 자격으로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기까지 삼 초가 걸렸다.

그때 수면실에서 호출이 왔다.

“백 대리님, 이 직원 귀가 확인 질문이 필요해요.” 은하의 목소리였다.

도진은 승인 버튼에서 손을 뗐다. 지금 맡은 사람의 선택을 먼저 물어야 했다.

그는 원격 요청을 거절하지도 승인하지도 않았다. 만료되게 두고 수면실로 갔다.

익명 직원은 여전히 검은 테이프로 명찰을 가리고 있었다. 도진이 귀가 차량, 추가 검사, 노조 동행 세 가지를 읽어 주는 동안 백업센터 카운트는 17분대로 내려갔다.

“노조 동행이요. 집 주소는 센터장한테도 안 줘요.”

“확인했습니다. 차량에는 일회용 경로만 남깁니다.”

직원이 서명하자 도진은 자기 이름으로 귀가 차량을 배정했다. 미나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조사팀의 권한과 자기 현장의 책임은 다른 칸이었다.

백업센터에서는 현주가 보존 명령서를 접고 있었다.

“내부 서버 영장은 포기합니다.”

센터 직원이 안도하다가 미나의 표정을 보고 다시 굳었다.

“대신 외부 보관소로 갑니다.” 미나가 말했다.

조정국은 예약 게시물을 내부 서버에 올리기 전 외부 재난홍보 보관소에 미리 전송했다. 계약상 보관소는 송출 실패에 대비해 한 시간 동안 읽기 전용 조각을 유지했다. 내부 캐시가 지워져도 전송 흔적까지 동시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영장 범위는요?”

“우리가 요청한 네 시각만.” 현주가 답했다. “생성, 수정, 예약, 삭제. 내용은 열지 않습니다.”

“내용 없이 공식 개입을 어떻게 증명해요?” 센터 직원이 물었다.

미나는 손가락 네 개를 폈다. “보낸 곳, 받은 곳, 보낸 때, 지운 때. 문장 내용은 동의받은 직원 열두 명 자료와 따로 대조합니다. 합치면 증거, 안 합치면 오차.”

“쉬운 말로 해 주시죠.”

현주가 번역했다. “봉투 겉면만 봅니다.”

미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방금 더 쉬웠는데요?”

“이의가 있으면 봉투에 적으십시오.”

특별관찰 영상이 고가도로 아래 무인 보관소로 바뀌었다. 셔터 앞 단말은 현주의 보존 명령을 읽다가 승인권이 정지된 이름이라는 이유로 한 번 튕겼다. 남은 시간은 11분 08초였다.

현주는 개인 인증서를 꺼냈다.

“기관 승인권으로 여는 게 아닙니다. 증거 훼손 시 보존 책임을 제 이름으로 받겠습니다.”

“그럼 잘못되면 변호사님이—”

“인사평가 하나는 이미 멈췄습니다. 그렇다고 두 번째 책임이 무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청구서는 구분해 주십시오.”

미나가 웃지 않았다. “제 분석 범위도 제 이름으로 붙여요. 법무 부록 말고 본문.”

현주는 명령서 책임자 칸에 장미나를 공동으로 넣지 않았다. 대신 분석 책임과 원본 보존 책임을 나란히 분리했다. 실패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과 아무 책임이나 반으로 자르는 것은 달랐다.

셔터가 열렸다.

보관소 안에는 모니터 하나와 봉인 포트 네 개뿐이었다. 미나는 빈 저장장치를 먼저 해시 처리했다. 현주는 포트 번호와 시간 범위를 소리 내 읽었다.

“05:30부터 06:10. 예약 게시 메타데이터. 직원 자료 제외. 내용 열람 금지.”

“원본은 안 팝니다. 복제도 읽기 전용. 그리고 지금부터 손 빠름 자랑 금지.”

“그 조항은 누가 집행합니까?”

“제가 어기고 제가 잡습니다.”

남은 시간 7분 31초.

모니터가 복원 방식을 두 개 띄웠다.

선택 범위만 복원: 예상 6분 50초.

연결 계정 전체 복원: 예상 3분 12초.

전체 복원은 작성자 목록까지 빨리 꺼내는 대신 무관한 홍보 대상자의 이름·민원·병력도 함께 열었다.

감사 화면 속 미나의 손이 아래 버튼에서 멈췄다.

“빠른 쪽에 범위 외 자료가 몇 건인지 표시가 없어요.”

현주가 말했다. “관리 편의는 영장 범위가 아닙니다.”

“알죠. 그런데 느린 쪽은 실패 확률 18퍼센트.” 미나는 숫자를 화면에 띄웠다. “실패하면 수정자 공란만 남고, 우리는 또 현장 증언만 가져가요.”

“전체 복원을 선택하면 성공한 증거 전부가 위법 수집 주장에 묶입니다.”

“그것도 알아요.”

미나는 농담을 붙이지 않았다. 공개 탭의 ‘왜 숨기냐’는 새 알림 칠백 건을 숫자로만 봤다.

도진의 화면에도 두 버튼이 떴다. 특별관찰 규정상 그는 반론을 보낼 수 있었다. 느린 복원을 지지한다는 한 문장, 혹은 실패 책임을 자기가 받겠다는 한 문장. 둘 다 미나의 선택 앞에 자기 이름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그는 반론 칸을 다시 비워 뒀다.

미나가 느린 쪽을 눌렀다.

“제 분석이 실패하면 그 사실까지 공개 범위 안에서 남깁니다. 남의 기록을 열어서 제 성공률을 올리지는 않아요.”

현주는 보존 명령서에 선택 시각을 적었다. “그 문장은 기록하겠습니다.”

“드디어 하나 건졌네요.”

“당신의 발언이 아니라 책임 범위입니다.”

복원 막대는 11퍼센트에서 붉게 깜빡였다. 미나는 포트를 뽑지 않았고, 현주는 실패 경고까지 별도 해시로 봉인했다.

첫 조각이 저장장치로 넘어왔다. 생성 05:40. 예약 05:40. 수정자 표시는 공란. 두 번째는 05:50, 세 번째는 06:00. 동부순환선 직원들의 역할 생성 시각과 맞았다.

미나의 공개 대시보드가 자동으로 제목 후보를 만들었다.

조정국 공식 계정, 연애 재난과 같은 시각에 움직였다.

예상 조회수 삼백이십만.

그녀는 게시 버튼 위에 보존 딱지를 붙였다.

“안 올립니다.”

현주가 물었다. “이유를 기록하세요.”

“수정자 공란. 내용 미열람. 당사자 공개 범위 열두 명뿐. 지금 올리면 확정이 아니라 제가 만든 결론이에요.”

“동의합니다.”

“그 문장 공개해도 돼요?”

“안 됩니다.”

“역시 안정적인 관계.”

“법률상 관계 정의를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도진은 특별관찰 화면으로 그 대화를 들었다. 웃음보다 먼저 귀가 차량의 출발 시간을 확인했다. 조사팀이 조회수와 증거를 바꾸지 않은 동안, 그가 맡은 직원은 이름을 남기지 않고 센터를 빠져나갔다.

남은 시간 2분 04초.

마지막 조각에서 삭제 이력이 복원됐다. 예약 게시물을 만든 계정은 현재 사용자 목록에 없었다.

PR-LEGACY-00.

폐기일은 7년 전.

그런데 접속 종료 시각은 오늘 밤 10시 17분이었다.

미나가 화면 확대를 멈췄다. “내용 안 봅니다. 접속 흔적만.”

현주는 증거 봉인을 지시했다. 미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도진의 전송 화면에서도 미나의 대시보드 오른쪽 위로 낯선 커서가 움직였다.

공개하지 않은 제목 후보 위를 한번 훑고, 봉인 해시 칸에서 멈췄다.

접속 사용자 표시가 잠깐 켜졌다.

PR-LEGACY-00.

“귀신 계정이 우리 화면을 보고 있어요.”

현주는 모니터에 이의중지 표식을 찍었다.

세 갈래 붉은 선이 낯선 커서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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