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공개문은 A4 두 장이었고, 유라가 마지막 문장을 세 번 고쳤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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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문은 A4 두 장이었고, 유라가 마지막 문장을 세 번 고쳤다.

격자 옆에서 고쳤다. 8층 서쪽 환기실 바닥이었고, 무릎 아래가 차가웠다. 두드림 간격은 이십칠 초를 유지했다.

첫 번째 초안의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진유라 씨는 반드시 보호받아야 합니다.

유라가 그 줄에 사선을 그었다.

“이거 누가 썼어요.” 그가 물었다.

“제가 썼습니다.” 미래가 말했다.

“왜요.”

“그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문장이라서요.”

“그러면 저는 다음 사람 순서를 못 정해요.” 유라가 말했다.

이유를 미래가 물었다. 유라가 종이를 뒤집어 뒷면에 두 줄을 썼다.

보호 대상은 감사를 받지 않는다. 증언자는 감사를 받는다.

“감사 받는 쪽이 더 위험해요.” 미래가 말했다.

“위험한 쪽이 순서를 정해요.” 유라가 말했다.

오전 9시. 공개문에 들어갈 항목을 넷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유라, 미래, 은채, 도현. 이결은 없었다. 관리국 보완 문서 접수 마감이 오늘 아침이었고, 그건 사흘 전에 붙은 조건이었다.

들어가는 것은 넷이었다.

하나, 총원과 이름 개수의 불일치. 다섯 건. 인쇄본 넷과 유족 모임 상주자의 4년 전 6층 한 건.

둘, 소유권 불일치. 팔찌 KJ-7741의 판매 등록이 귀환보다 한 시간 이십육 분 앞선다는 시각 기록.

셋, 삭제 로그. 8월 20일 04시 03분 사본 여섯 개 삭제와 04시 00분 미등록 장치 접속.

넷, 어제 검증자의 확인서. 익명 확인자, 확인 시각, 방법.

들어가지 않는 것은 여섯이었다.

유라의 이름, 얼굴, 나이. 가족 코드. 마준의 파형. 8-B-3 위치.

“0열은요.” 도현이 물었다.

“안 들어가요.” 유라가 말했다.

“어제 확대본을 봤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저는 아직 계수 기준을 못 정했습니다. 0열을 다섯 건에 넣으면 여섯이 됩니다. 넣지 않으면 다섯입니다.”

“그럼 다섯으로 내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 자료 어제 받은 거예요.” 유라가 말했다. “강태문이 준 거고, 그 사람이 준 걸로 여섯을 만들면 나중에 그 사람이 여섯을 다시 다섯으로 만들 수 있어요.”

도현이 그 계산을 받아들였다. 그가 판정 대신 관측으로 적었다. 0열은 별건으로 분리, 계수 미포함, 사유는 출처 단일.

“그럼 우리 판정은 아직 다섯입니다.” 그가 말했다.

“다섯이면 안 돼요?” 미래가 물었다.

“됩니다.” 도현이 말했다. “다섯도 서로 다른 네 출처입니다. 여섯을 급하게 만드는 것보다 낫습니다.”

은채가 그때 문장 하나를 고쳤다. 재현 방법 항목이었다.

“여기에 우리 결론을 쓰면 안 됩니다.” 그가 말했다. “쓸 건 절차입니다. 누가 어디서 어떤 순서로 대조하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요.”

“그럼 결론은 안 씁니까.” 미래가 물었다.

“한 줄 씁니다. 다섯 건에서 총원과 이름 합계가 어긋난다. 그게 다입니다.” 은채가 말했다. “왜 어긋나는지는 우리가 안 씁니다. 우리가 쓰면 그게 주장이 되고, 주장은 반박으로 끝납니다.”

그 항목을 유라가 읽었다. 순서는 일곱 단계였다. 종이 장부 쪽 번호 확인, 절취면 폭 측정, 카드 해시 계산, 손기록 대조, 시각 체계 분리 확인, 노동 명단 형태 비교, 확인서 시각 대조.

“이거 누가 할 수 있어요?” 유라가 물었다.

“장비가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게 이 항목의 목적입니다.”

“그러면 우리 없어도 되는 거네요.”

“예.”

그 대답을 유라가 두 번 들었다.

오전 11시. 마지막 문장 차례였다.

미래의 두 번째 초안은 이랬다. 당사자는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습니다.

유라가 그것도 고쳤다.

“이것도 저를 물건으로 써요.” 그가 말했다. “원하지 않는다는 건 누가 물어봤다는 뜻인데, 지금 이 문장에서는 제가 대답만 한 사람이에요.”

“그럼 뭐라고 씁니까.”

유라가 펜을 받았다. 손이 아직 떨렸다. 아홉 번째 산소통은 절반이 남았다.

그가 쓴 문장은 두 줄이었다.

나는 이 사건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 나는 다음에 누구를 먼저 꺼낼지 정하는 자리에 있겠다.

그리고 그 아래에 이름 대신 다른 것을 적었다.

증언자 1.

“1이면 2가 있다는 뜻이에요.” 유라가 말했다.

“2가 누굽니까.” 미래가 물었다.

“아직 없어요. 자리는 비워 둬요.”

미래가 칸을 하나 더 만들었다. 증언자 2, 공란.

정오에 네 곳에 동시 공개했다. 유족 모임, 대학 연구실 개인 계정, 은채의 사무소, 거래소 공개 장부. 마지막은 경민이 자기 등급 1 계정으로 올렸고, 그 계정에는 이미 자기 오류 세 건이 적혀 있었다.

“여기 올리면 제 등급 또 내립니다.” 경민이 말했다.

“그럼 안 올려도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올립니다. 제 장부에 제 오류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여기부터 봅니다.”

공개 후 사십 분 동안 조회 수는 낮았다. 대신 다른 숫자가 올랐다.

독립 대조를 시작했다고 밝힌 계정이 아홉이었다. 그중 넷이 절취면 폭 측정값을 올렸고, 값이 모두 6밀리미터였다.

그중 하나는 장비 없이 했다. 폭을 재는 대신 쪽 번호 연속성만 확인했고, 231쪽과 232쪽 사이가 맞는다고 적었다.

“우리가 안 쓴 방법이에요.” 유라가 말했다.

“그게 제일 좋은 값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우리 순서를 그대로 따르면 우리 실수도 복사됩니다.”

계정 번호를 유라가 적어 뒀다. 증언자 2 칸에 넣을 사람인지는 아직 몰랐다.

“여섯 번째는요.” 미래가 물었다.

“아직 다섯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대조가 아홉이면 사례가 아니라 검증자가 아홉입니다. 그게 이 회차에 우리가 얻은 겁니다.”

유족 모임 상주자는 어머니 이름을 넣지 말라고 했다. 4년 전 6층 사건은 사건 번호와 층만 남았다.

“이름 넣으면 더 강해집니다.” 미래가 말했다.

“그건 내 이름이 아니에요.” 상주자가 말했다. “어머니는 못 물어봐요.”

사유를 미래가 기록했다. 당사자 부재 시 이름 미기재, 결정자는 유족.

오후 1시 12분에 은채의 단말이 울렸다. 정정 요구도 아니고 고발도 아니었다.

관리국 공보실이 사건 번호를 부여했다는 통지였다. 별건이던 성명 입력란 부재 접수번호가 본건으로 병합됐다.

“이게 좋은 겁니까.” 미래가 물었다.

“반은요.” 은채가 말했다.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생기면 관할이 정해집니다.”

“나쁜 반은요.”

“관할이 정해지면 그 관할 밖에서 우리가 하던 걸 못 합니다.”

이결이 돌아온 것은 오후 1시 40분이었다. 접수증에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비공개 조정 제안 거절 사실이 심사 참고 사항으로 기재됐다는 문구였다.

“거절한 게 왜 심사에 들어갑니까.” 미래가 물었다.

“협조 의사 항목입니다.” 이결이 말했다.

그가 접수증을 봉투에 넣고 겉에 시각과 접수자 이름을 적었다. 그 봉투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건 왜 안 내요?” 유라가 물었다.

“낼 겁니다. 오늘은 아닙니다. 여기 면허 이야기를 붙이면 사람들이 그것부터 봅니다.”

그 판단을 유라가 받아들였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미룬 날짜를 적으라는 것이었다.

이결이 적었다. 8월 18일, 미룬 사람 한이결.

오후 2시에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화면이 바뀐 것을 유라는 격자 옆에서 봤다. 미래의 단말과 은채의 단말, 거래소 장부 화면이 같은 시각에 새로 고쳐졌다.

공개문 넷 중 셋은 그대로였다. 하나가 달라졌다.

총원과 이름 개수 불일치 다섯 건 중 한 줄이 비어 있었다. 4년 전 6층 사건 줄이었다.

“지웠어요?” 유라가 물었다.

“아닙니다.” 은채가 말했다. “우리 문서는 그대로입니다. 지워진 건 그쪽이 인용한 화면입니다.”

“그럼 우리 문서 보면 되잖아요.”

“예. 그래서 이게 증거가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같은 자료가 두 화면에서 다르게 보입니다.”

도현이 그 시각을 적었다. 오후 2시 00분. 네 곳 중 세 곳은 유지, 한 곳만 한 줄 결손.

“이거 다섯 건이 여섯 건 되는 방식이네요.” 미래가 말했다.

“그것도 아직 관측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한 줄을 더 적었다. 조건 충족 시 판정 전환 예정.

유라가 격자에 손을 댔다. 두드림이 왔다. 이십칠 초.

“마준아.” 그가 말했다. “냈어.”

세 번이 왔다.

그리고 네 번째가 왔다. 세 번이 규칙이었고, 네 번은 규칙에 없었다.

“네 번은 뭐예요.” 유라가 도현에게 물었다.

“모릅니다.” 도현이 말했다. “어제까지 세 번이었습니다.”

유라가 격자에 대고 물었다. 네 번이 뭐야.

대답은 다시 세 번이었다. 그리고 이십칠 초 뒤에 또 세 번.

네 번은 한 번만 있었다. 유라가 그 한 번의 시각을 적었다.

그리고 유라의 무릎 옆에 놓인 수신기가 켜졌다. 유라가 켜지 않았다.

공개 대역이었다. 어제 검증자가 확인서를 쓴 그 대역이 아니라, 5화에서 유라가 직접 열어 둔 대역이었다.

여자 목소리였다. 짧았다.

“나를 구한 사람으로 만들지 마.”

유라가 수신기를 봤다. 발신 위치는 없었다. 시각만 남았다.

그가 그 문장을 공개문 뒷면에 적었다. 아침에 쓴 두 줄 바로 아래였다.

목소리가 말한 것은 그 두 줄과 같은 말이었다. 다른 사람이, 다른 곳에서 한 말이었다.

유라가 미래에게 그것을 알렸다. 이결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왜요.” 미래가 물었다.

“이결 씨는 목소리를 판단 못 해요.” 유라가 말했다. “판단 못 하는 사람한테 판단하라고 하면 안 돼요.”

“그럼 언제 알려요.”

“파형 받아서요.” 유라가 말했다. “파형은 판단이 아니고 자료예요.”

미래가 그것을 적었다. 알리지 않은 사실과 알리지 않기로 정한 사람 이름과 시각을.

오후 4시에 은채가 마지막 항목을 확인했다. 공개 이후 유라에게 붙은 것이 셋이었다.

치료소 임시 번호 신청 반려 한 건. 이번에는 사유가 있었다. 공개 사건 당사자로 심사 보류.

두 번째는 면허 별건 검토에 항목이 추가됐다는 통지였다. 미등록 인원의 공개 활동.

세 번째는 이름이 없었다. 환기실 앞 복도에 사람이 둘 서 있었고 관리국 표시도 길드 표시도 없었다. 격자 쪽이 아니라 유라 쪽을 봤다.

“저 사람들 뭐예요.” 유라가 물었다.

“모릅니다.” 새벽이 말했다. “어제까지 없었습니다.”

새벽이 그 둘의 위치와 시각을 인계표에 적었다. 이름 칸은 비웠고, 비운 이유도 적었다.

유라는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산소통을 무릎 쪽으로 당기고 공개문 뒷면을 접었다.

보호 대상은 감사를 받지 않는다. 증언자는 감사를 받는다.

접힌 안쪽으로 그 두 줄이 들어갔다.

증언자 2 칸은 그날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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