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장부에 붙은 댓글 하나가 위치를 줬다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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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장부에 붙은 댓글 하나가 위치를 줬다.
어젯밤 경민의 세 건이 올라간 뒤, 같은 문구를 올린 판매자 중 한 명이 자기 항목 아래에 한 줄을 달았다. 인쇄본은 폐창고 3동에 있다, 5번 캐비닛, 다음 주 폐기.
다음 주가 아니었다. 도현이 폐기 일정표를 조회했을 때 3동은 내일 아침이었다.
폐창고 3동 안쪽 벽에는 캐비닛이 열아홉 개 있었다. 도현은 그중 다섯 번째를 열었다.
습기 먹은 종이 냄새가 났다. 곰팡이보다 잉크 쪽이었다.
“여기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장부는 A4보다 컸다. 표지에 인쇄 날짜가 있었다. 3년 전.
“자동 정정 전 인쇄본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화면은 서버가 고치면 같이 고쳐집니다. 종이는 안 고쳐집니다.”
“그럼 이게 원본입니까.” 미래가 물었다.
도현이 대답 전에 장갑을 꺼냈다. 손가락 기름이 종이에 남으면 나중에 누가 만졌는지가 흐려졌다.
“아닙니다. 인쇄물입니다. 원본은 서버에 있고, 서버는 이미 고쳐졌습니다.” 도현이 페이지를 넘겼다. “고쳐지기 전 모습이 남은 사본입니다.”
오후 4시 51분. 창고 조명은 셋 중 하나만 들어왔다. 도현이 자기 헤드램프를 켜서 각도를 고정했다. 손으로 들면 사진마다 그림자 방향이 달라졌고, 그러면 같은 장부인지 의심받았다.
고정한 지 삼십 초 뒤 조명이 한 번 꺼졌다. 이 초 뒤에 다시 들어왔다.
“전원이 불안정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꺼지면 촬영 다시 합니다. 그림자가 달라지니까요.”
장부 231쪽에서 도현이 멈췄다.
귀환 기록 한 페이지에 열두 줄이 있었다. 총원 칸은 8, 이름은 일곱 줄이었다.
그리고 여덟 번째 줄이 있던 자리가 칼로 잘려 있었다.
“절취.” 도현이 말했다. 목소리에서 쉼표가 사라졌다.
“찢은 겁니까.” 미래가 물었다.
“찢으면 결이 불규칙합니다. 이건 직선입니다. 칼이나 재단기입니다.” 도현이 자를 꺼냈다.
미래가 그 자리를 찍었다. 도현이 손으로 막았다.
“잠깐요. 순서가 있습니다.”
“무슨 순서요.” 미래가 카메라를 내렸다.
“이걸 나중에 위조라고 할 겁니다.” 도현이 말했다. “우리가 잘랐다고 할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페이지를 만지기 전 상태부터 찍어야 합니다.”
도현이 순서를 불렀다. 미래가 그 순서대로 찍었다. 닫힌 캐비닛, 뜯긴 흔적 없는 오래된 봉인 스티커, 캐비닛 안 장부 위치, 표지의 인쇄 날짜, 231쪽 전체, 절취면 근접, 앞뒤 페이지 번호. 일곱 장이었다.
“230쪽과 232쪽이 연속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장부에서 한 장을 빼면 페이지 번호가 두 개 사라집니다. 여기는 안 사라졌습니다. 장을 뺀 게 아니라 줄만 잘랐습니다.”
“그게 왜 중요합니까.” 미래가 물었다.
“줄만 자르려면 이 장부가 여기 있는 상태에서 잘라야 합니다. 누가 이 창고에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도현이 절취면에 자를 댔다. 잘린 폭은 6밀리미터였다. 한 줄 높이였다.
“행간이 육 점 일입니다.” 그가 말했다. “오차 범위 안입니다. 정확히 한 줄만 뺐습니다.”
그가 책등 쪽 단면을 봤다. 얇은 틈 세 개가 있었다.
“세 군데 더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세 군데를 펼쳤다. 88쪽, 402쪽, 655쪽. 세 곳 다 같았다. 총원 칸은 그대로, 이름 한 줄이 없었다.
도현이 네 페이지의 총원 숫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8, 6, 11, 5. 이름 줄은 7, 5, 10, 4였다.
“전부 하나 차이입니다.” 그가 말했다. “두 줄 잘린 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한 번에 한 명씩입니다.” 도현이 자를 접었다. “두 명이 동시에 지워진 사례가 없습니다. 그건 사람이 손으로 하나씩 골랐다는 뜻일 수도 있고, 규칙이 한 번에 하나만 처리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입니까.”
“모릅니다. 네 건으로는 못 정합니다.” 그가 말했다. “표본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표본이 곧 트럭에 실립니다.”
미래가 날짜를 봤다. 네 건의 귀환 날짜는 3년에 걸쳐 흩어져 있었다. 계절도 달랐고, 층도 달랐다.
“공통점 있습니까.”
“지금 보이는 건 하나입니다.” 도현이 네 페이지의 같은 칸을 짚었다. “보상 지급 칸이 다 비어 있습니다. 총원은 세는데 보상은 안 나갔습니다.”
“그건 확정입니까.”
“이것도 관측입니다.” 그가 말했다. “네 건이면 우연히 다 빌 수도 있습니다. 표본이 더 있어야 확정입니다.”
“네 건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3년 인쇄본 하나에 네 건입니다.”
미래가 수첩에 적었다. 네 건, 3년 인쇄본 하나. 적고 나서 손이 멈췄다.
“도현 씨. 이거 가져가야 합니다.”
“못 가져갑니다.” 도현이 말했다.
“왜요.” 미래가 물었다.
“관리국 폐기 예정 자산입니다. 가져가면 절도입니다.” 도현이 장부를 덮었다. “절도로 얻은 증거는 법정에서 못 씁니다.”
“그럼 여기 두고 가면 오늘 밤에 없어집니다.” 미래가 말했다.
없어질 확률과 절도로 증거를 죽일 확률. 도현이 둘을 나란히 놓았다.
창고 문 쪽에서 이결의 목소리가 왔다.
“두고 갑니다.”
이결이 캐비닛 앞으로 왔다. 그가 장부를 만지지 않았다.
“대신 세 가지 합니다.” 그가 말했다. “도현이 부른 순서대로 찍습니다. 캐비닛에 우리 봉인을 하나 더 붙입니다. 효력은 없지만 뜯으면 뜯은 사람이 남습니다. 그리고 지금 압수 요구서를 씁니다.”
“압수 요구서를 우리가 씁니까.” 도현이 물었다.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접수될지는 모릅니다.” 이결이 말했다. “기각되면 사유에 이 장부 번호가 들어갑니다. 그럼 장부의 존재가 관리국 문서로 남습니다.”
도현이 세 단계를 하나씩 셌다. 절도 없음, 위조 방어 있음, 기록 남음.
“한 가지 더 필요합니다.” 그가 말했다.
“말하세요.”
“해시입니다.” 도현이 미래의 단말을 봤다. “사진 파일 자체의 해시를 지금 계산해서 종이에 손으로 적어야 합니다. 나중에 우리가 사진을 고쳤다고 하면, 손으로 적은 숫자가 그때 파일과 같은지 보면 됩니다.”
“몇 자리 적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앞 열여섯 자리면 됩니다. 손으로 쓸 수 있는 길이고, 우연히 같을 확률은 없습니다.”
미래가 사진 일곱 장의 해시를 뽑았다. 도현이 그것을 손으로 옮겨 적었다. 열여섯 자리씩 일곱 줄.
적는 데 사 분이 걸렸다. 세 번째 줄에서 그의 글씨가 흔들렸다. 그는 그 줄을 지우지 않고 옆에 다시 썼다.
“지우면 나중에 왜 지웠냐고 합니다.” 그가 말했다.
봉인을 붙일 때 경보가 울렸다.
창고 경보가 아니라 외곽 출입 경보였다. 도현이 소리 방향을 셌다. 두 개, 서쪽과 남쪽.
“차 두 대입니다.” 그가 말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은 관리국 제복이 아니었다. 면허 심사관이었다. 어제 새벽에 관측대에 앉아 있던 사람 중 하나였고, 손에 서류철이 있었다.
“한이결 측량사님.” 그가 말했다. “조건부 유지 보완 문서 관련해 현장 확인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폐기 예정 자산 열람 중입니다.” 이결이 말했다. “열람 권한은 없습니다. 지금 알았습니다.”
심사관이 캐비닛을 봤다. 봉인이 두 개 붙어 있었다. 오래된 것 하나, 새 것 하나.
“이 봉인은 뭡니까.” 심사관이 물었다.
“제가 붙였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임도현입니다. 시각은 17시 08분입니다. 뜯으실 거면 뜯은 시각도 적어 주십시오.”
심사관이 손을 내렸다. 그가 서류철을 열지 않고 물었다.
“왜 안 가져가셨습니까.”
“절도가 되니까요.” 이결이 말했다.
“그건 맞습니다.” 심사관이 말했다.
그가 캐비닛에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자기 서류철에 한 줄을 적었다.
“열람 사실을 기록합니다. 자산 번호도 적습니다.” 그가 말했다. “이건 대원님들께 불리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적어 주십시오.” 이결이 말했다. “번호가 남으면 이 장부도 남습니다.”
심사관이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얼굴이었다. 그가 번호를 두 번 확인해 적었다.
두 번째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폐기 업체였다. 그들은 캐비닛 열아홉 개를 트럭에 실을 예정이었고, 오늘 일정표에 3동이 있었다.
“언제 싣습니까.” 미래가 물었다.
“내일 아침에 싣습니다.” 업체 직원이 말했다. “오늘은 표시만 합니다.”
열두 시간이었다.
도현이 열두 시간을 나눴다. 압수 요구서 접수에 최소 세 시간, 야간 접수는 다음 날 아침 처리. 그러면 요구서는 트럭보다 늦었다.
“측량사님.” 그가 말했다. “요구서로는 못 막습니다.”
“압니다.”
“그럼 왜 씁니까.”
“못 막은 기록을 남기려고요.” 이결이 말했다. “내일 아침에 이 장부가 사라지면, 우리가 어제 막으려 했는데 절차가 늦었다는 게 남습니다. 그건 다음 사람이 씁니다.”
도현이 그 문장을 로그에 적었다. 오늘 세 번째 로그였고, 앞 두 개와 달리 숫자가 없었다.
대신 숫자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더 했다. 사진을 세 개의 저장 매체에 넣었다. 미래의 단말, 자기 계측기 카드, 새벽에게 넘길 물리 카드.
“한 곳이 지워지면 두 곳이 남습니다.” 그가 말했다.
“세 곳 다 우리 손에 있습니다.” 미래가 말했다. “그건 한 곳이나 같습니다.”
도현이 멈췄다. 그 지적이 맞았다.
“그럼 네 번째가 필요합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 손 밖이요.”
미래가 단말을 봤다. 조은채의 번호가 목록에 있었다.
“은채 씨는 지금 자격 감사 중입니다.” 그가 말했다. “여기 자료를 받으면 감사가 하나 더 늘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물어야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받겠냐고요.”
미래가 걸었다. 도현이 통화를 스피커로 돌리게 했다. 조건이 나오면 자기가 직접 검산해야 했다.
미래가 상황과 위험을 순서대로 말했고, 은채는 조건을 하나 붙였다.
“파일은 안 받겠습니다.” 은채가 말했다. “해시만 받겠습니다. 열여섯 자리 일곱 줄이요.”
“그럼 사진은 우리 손에 남습니다.”
“남아야 합니다. 제가 사진을 갖고 있으면 저도 압수 대상이 됩니다.” 은채가 말했다. “해시만 제가 갖고 있으면, 나중에 대원님들 사진이 진짜인지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도현이 그 구조를 검산했다. 자료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검증 권한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그건 제가 생각 못 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미래가 해시 일곱 줄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은채가 받아 적고 다시 읽었다. 두 번 다 같았다.
통화가 끝나고 도현이 종이를 접었다.
창고 밖은 이미 어두웠다. 트럭 두 대가 3동 앞에 후진해 있었고, 캐비닛에는 폐기 표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열아홉 개 중 열아홉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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