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할 권리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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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까지 다섯 시간. 이결은 훈련장 옆 대기실 탁자에 종이 한 장을 놓았다.
맨 위에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누구든 작전을 멈출 수 있다.
“이게 초안입니다.” 그가 말했다. “한 줄입니다. 나머지는 여기서 채웁니다.”
어젯밤에 그는 이 종이를 세 번 다시 썼다. 열두 줄에서 여섯 줄로, 여섯 줄에서 한 줄로 줄였다. 줄이 많으면 만든 사람이 해석권을 가졌다.
새벽이 그 줄을 읽었다. 도현이 두 번 읽었다. 미래는 읽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누구든이면 저도 포함입니까.” 유라가 물었다.
“포함입니다.” 이결이 말했다.
“저 팀원 아니에요.” 유라가 말했다.
“작전 대상입니다. 대상이 멈출 수 없으면 그건 작전이 아니라 처리입니다.”
유라가 고개를 들었다.
“처리라는 말, 어제 관리국 사람도 썼어요. 제 치료요. ‘처리 순서상 뒤’라고요.”
이결이 그 말을 수첩에 옮겼다.
유라가 종이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왼발을 의자 위에 올린 자세였다. 부목 위쪽이 부어 있었고, 진통제는 신분 확정 전까지 지급되지 않았다.
“그럼 조건 쓸게요.” 그가 말했다. “저는 무서워서도 멈출 거예요. 이유 못 대도요. 그거 되나요?”
새벽이 유라 쪽으로 의자를 돌렸다.
“이유 못 대는 중단은 제가 제일 잘 압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새벽 씨도 이유 없이 멈춰도 되는 거죠?”
“규칙이 그러면 그렇습니다.”
“규칙 만드는 사람이 새벽 씨잖아요.”
“그래서 제 몫으로 먼저 쓰겠습니다.”
새벽이 종이에 자기 이름을 적고 그 옆에 조항 번호를 붙였다. 이유 없는 중단 1회, 윤새벽.
도현이 펜을 들었다.
“이유 없는 중단은 몇 번까지 허용합니까.” 그가 물었다. “무한이면 작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 번.” 새벽이 말했다. “한 번은 이유 없이. 두 번째부터는 이유를 대고, 틀려도 처벌 없음. 세 번째부터는 판단 가중치를 낮춥니다.”
“가중치를 누가 낮춥니까.” 이결이 물었다.
“나머지 셋이 합의해서요.” 새벽이 말했다.
“그럼 넷이서 한 명을 빼는 구조가 됩니다.” 이결이 말했다. “그건 어제 감독관이 새벽 대원에게 한 제안과 같은 모양입니다. 다수가 한 명을 정리하면 나머지가 삽니다.”
대기실이 조용해졌다. 유라가 부목 위쪽을 눌렀다.
“그럼 이렇게 씁니다.” 그가 말했다. “세 번째부터는 가중치를 낮추는 대신, 그 사람이 왜 멈추는지 팀이 알아낼 책임을 집니다. 못 알아내면 작전을 안 합니다.”
“그건 작전을 못 하게 되는 조항입니다.” 도현이 펜을 세웠다.
“맞습니다.” 이결이 말했다.
“좋습니다.” 도현이 적었다. “계산상 최악인데, 최악을 적어 두는 쪽이 낫습니다.”
종이는 스물세 분 만에 채워졌다.
진입 전 고지 항목에서 새벽이 한 줄을 잡았다.
“이건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는 걸 적는 게 헌장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안 적으면 안 한 걸로 됩니다.”
자원 손실 항목에서는 유라가 손을 들었다.
“장비 부수는 결정에는 아래층 사람 확인 넣어 주세요.”
“아래층에 사람이 있는지 우리가 모릅니다.” 도현이 말했다.
“모르니까 확인하라는 거예요.”
“확인 방법이 없으면요?”
“없으면 없다고 적어요.” 유라가 말했다. “나중에 누가 있었으면, 우리가 안 찾은 게 아니라 못 찾은 거라고 남아요.”
도현이 그 조항을 두 번 읽고 적었다. 적을 때 소수점을 붙이지 않았다.
이결은 자기 이름 칸을 마지막에 뒀다. 최종 판단권 항목이었다. 그는 그 칸에 자기 이름을 쓰지 않고 줄을 그었다.
“최종 판단권 없음.” 그가 소리 내어 읽었다. “경로 제안권만.”
“측량사님.” 새벽이 말했다. “그거 심사에서 감점입니다. 지휘 체계 항목에 지휘자가 없으면요.”
“지휘자가 있으면 그 지휘자가 잊은 걸 아무도 못 고칩니다.”
새벽이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종이 아래쪽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선봉 정지 삼 초 가정. 접촉 신호 이 회. 경로 결정 교대.
미래가 종이 뒷면에 네 사람의 이름과 시각을 적었다. 그리고 유라 앞에서 멈췄다.
“유라 씨 이름 넣으면 이 문서가 유라 씨 위치 증거가 됩니다.”
“넣어 주세요.” 유라가 말했다.
“심사에 제출됩니다. 관리국이 봅니다.” 미래가 펜을 들지 않았다.
“그럼 관리국도 제가 여기 있는 걸 알게 되잖아요.” 유라가 말했다. “지금은 제가 없는 사람이에요. 없는 사람은 지워도 아무 일이 안 생겨요.”
미래가 펜을 유라 쪽으로 밀었다.
“제가 적으면 제 판단이 됩니다.” 그가 말했다. “유라 씨가 적으세요.”
유라가 이름을 적었다. 글씨가 컸다. 서명 칸에는 지문을 찍었다. 신분 미확정자에게는 인정되는 서명이 없었다.
진유라, 서명 대신 지문. 신분 미확정.
“이 문서, 나중에 제가 지우라고 하면 지워 주세요.” 유라가 말했다.
“지웁니다.” 미래가 말했다. “대신 요청 기록은 남깁니다. 언제 누가 요청했는지요. 유라 씨를 지우는 게 아니라 결정을 남기는 겁니다.”
“그것도 조항에 넣어요.”
도현이 그 조항을 열두 번째 줄로 적었다. 정정·삭제 요청권.
“그럼 지금 한 번 써 볼게요.” 유라가 말했다. “제 부목 사진, 아까 찍은 거요. 그거 빼 주세요. 다리는 안 넘기고 싶어요.”
미래가 단말을 열어 그 파일을 지웠다. 그리고 지운 기록을 목록에 남겼다. 요청자 진유라, 시각, 항목 하나.
“작동합니다.” 도현이 조항 옆에 확인 표시를 했다.
심사까지 세 시간 이십 분. 이결이 8층 도면을 펼쳤을 때 유라가 그 위로 손을 뻗었다.
“여기 표시 있었어요.” 유라가 말했다.
그가 짚은 곳은 측면 통로 입구였다. 이결은 그 자리를 알고 있었다. 새벽이 어제 화살표를 봤다고 말한 자리였다.
“중단 표시입니다.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이결이 말했다.
“반대가 아니에요.” 유라가 말했다.
유라가 도면을 돌렸다. 위아래를 뒤집었다. 손이 도면 위에서 한 번 떨렸고, 그는 그 손을 도면 가장자리로 옮겨 눌렀다.
“저는 안에서 나왔어요. 밖에서 들어간 게 아니라요.” 그가 말했다. “안에서 보면 저 화살표가 맞는 방향이에요. 저 안쪽에서 그린 거예요.”
이결의 손이 멈췄다.
기관 도면은 밖에서 안으로 그려졌다. 진입자 기준이었다. 삼 년 동안 그는 그 기준으로만 좌표를 읽었다.
안에 있던 사람이 그린 표시는 그 기준에서 늘 거꾸로 보였다.
“그럼 지금까지 제가 본 건.” 그가 말했다.
“측량사님이 뒤집어서 본 거예요.” 유라가 말했다.
새벽이 도면 앞으로 왔다. 그가 두 손으로 도면을 눌러 방향을 고정했다.
“다시 읽으세요.” 새벽이 말했다. “안쪽 기준으로요.”
“도현.” 그가 말했다. “뒤집힌 도면으로 좌표 다시 계산할 수 있습니까.”
“계산이 아니라 번호가 바뀝니다.” 도현이 도면 뒷면을 봤다. “구역 번호는 진입 방향 기준으로 붙습니다. 뒤집으면 8-A가 8-B가 됩니다.”
팔찌가 마지막으로 응답한 구역도 8-B였다.
“같은 번호대인 건 확인했습니다. 같은 곳인지는 모릅니다.” 도현이 말했다. “번호대는 층마다 재사용됩니다.”
“경민 씨 장부에 8-B가 있었습니다.” 미래가 말했다. “운반 기록이요. 그건 관리국 자료가 아니라 회사 자료입니다.”
“출처가 둘이면 하나보다 낫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래도 셋은 아닙니다.”
“그럼 여섯 번째 발자국이 향한 쪽은요.” 이결이 물었다.
도현이 손가락으로 젖은 발자국의 진행 방향을 짚었다. 안쪽 기준으로 놓은 도면에서 그 방향은 주 통로를 향하지 않았다.
“이쪽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주 통로 반대편, 배수 홈 아래로 내려갑니다.”
“폐쇄 통로입니다.” 그가 말했다. “번호는… 8-B-3.”
“그 통로 지금 상태는요.” 이결이 물었다.
“도면상 봉인. 삼 년 전 폐쇄.” 도현이 말했다. “그리고 여기서 걸립니다. 삼 년 전 봉인이면 어제 발자국과 안 맞습니다. 봉인된 통로로 사람이 걸어갈 수 없습니다.”
“그럼 봉인이 풀렸거나.” 새벽이 말했다.
“봉인 기록이 틀렸거나요.” 이결이 말했다. “둘 다 확인 안 됐습니다. 그래서 이건 가설로 둡니다.”
이결이 수첩을 펼쳤다. 여섯째 칸 아래 비어 있던 줄에 처음으로 글씨가 들어갔다. 8-B-3.
그는 능력을 쓰지 않았다. 손을 들지도 않았다. 좌표는 그의 빈 감각에서 나오지 않고, 이틀 동안 그 안에 앉아 있던 사람의 방향에서 나왔다.
“도현.” 그가 말했다. “이거 제 판단 아닙니다. 기록에 유라 씨 이름으로 넣으세요.”
“신분 미확정자는 제안자로 안 올라갑니다.”
“그럼 올라가는 자리에 제 이름 쓰고, 그 옆에 원제안자 칸을 새로 만드세요.”
“양식에 그 칸 없습니다.”
“만들면 됩니다. 아까 유라 씨도 없는 칸을 만들었습니다.”
“유라 씨.” 그가 말했다. “이걸 왜 이제 말씀하셨습니까.”
“아무도 도면을 안 보여 줬어요.” 유라가 말했다. “저한테 물어본 건 이름이랑 어디 아프냐뿐이었어요.”
대기실 문이 열렸다. 미래가 들어오면서 종이 한 장을 들고 있었다. 얼굴색이 달랐다.
“측량사님. 심사 항목 하나 더 늘었습니다.”
“뭡니까.” 이결이 물었다.
“팀 내 미등록 인원 동석 여부요.”
유라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십이 분 전에 적었고,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네 사람이 그 종이를 봤다. 이름을 지우면 심사가 쉬워졌다. 지우면 유라는 다시 여기 없는 사람이 되었다.
“지우지 마세요.” 유라가 먼저 말했다.
“지우면 통과 확률이 오릅니다.” 도현이 말했다. “수치로는 그렇습니다.”
“그 수치, 저 포함해서 계산한 거예요?”
도현이 잠깐 멈췄다.
“아니요.” 그가 말했다. “저는 팀 넷으로 계산했습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다섯으로요.”
심사까지 두 시간 사십 분.
이결이 헌장 종이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접힌 자리에 첫 줄이 걸쳐 있었다.
누구든 작전을 멈출 수 있다.
“심사장에 이 문서 들고 갑니다.” 그가 말했다. “감점 항목이면 감점 받겠습니다. 대신 8-B-3은 심사 끝나고 말합니다.”
“기록에는 지금 남깁니까.” 미래가 물었다.
“남깁니다. 시각까지요.” 이결이 말했다. “나중에 우리가 늦게 말했다고 하면, 언제 알았는지가 증거가 됩니다.”
“왜 지금 말하지 않습니까.” 새벽이 물었다.
“지금 말하면 관리국이 먼저 그 통로에 들어갑니다.” 이결이 말했다. “그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명단 없이 발견됩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미래가 한 줄을 적었다. 결정한 사람과, 반대가 없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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