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지워지는 기억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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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 바닥에는 흰 선이 아홉 개 그어져 있었다. 선 사이 간격은 한 걸음 반. 새벽은 세 번째 선 앞에 서서, 자기가 이 선을 몇 번 밟았는지 세어 봤다.

사 년 동안 사백 번쯤이었다.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고 그는 오래 믿었다.

어제 그 믿음의 값이 산소통 하나였다.

“시작 전에 한 가지 보고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도현이 계측기에서 손을 뗐다. 이결이 도면을 접었다. 훈련장 조명 아래 세 사람이 서 있었고, 유라는 벽 쪽 의자에 앉아 있었다.

“8층 첫 진입에서 저는 삼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새벽이 말했다. “천장이 처음 내려앉는 소리를 들은 직후입니다. 시각은 05시 37분 41초에서 44초 사이로 추정합니다.”

판정부터 말했다. 이유는 뒤에 붙였다.

“보고하지 않은 이유는 사 년 전 판정문 때문입니다. 중단이 있었다는 기록만으로 저는 육 개월 전열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제 몸 이상은 제가 먼저 고친다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어제 그 규칙 때문에 산소통을 잃었습니다.”

말하는 동안 손이 장갑 벨크로로 갔다. 두 번 눌렀다. 그는 그것도 말했다.

“지금 저는 벨크로를 두 번 눌렀습니다. 불안할 때 나오는 동작입니다. 관찰 가능한 신호로 기록해 두시면 됩니다.”

아무도 즉시 말하지 않았다.

새벽은 위로가 올 거라고 예상했다. 괜찮다, 누구나 그렇다, 그때 잘했다. 그런 문장이 오면 그는 다시 자기 규칙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위로를 받으면 변수는 사라지고, 사라진 변수는 다음 현장에서 산소통으로 돌아왔다.

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삼 초면 표본 하나입니다.” 그가 말했다. “표본 하나로는 아무것도 못 씁니다. 두 개 더 필요합니다.”

“두 개를 어떻게 만듭니까.” 새벽이 물었다.

“만들면 됩니다. 여기서요.” 도현이 계측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붕괴음 재생 장치 있습니다. 실제 8층 녹음 씁니다. 새벽 씨가 세 번째 선에서 듣고, 저는 정지 시간을 잽니다.”

“그건 저를 실험하는 겁니까.” 새벽이 물었다.

“예.” 도현이 말했다. “거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다른 방법이 없고, 다음 진입에서 또 모르는 채로 갑니다.”

그 대답이 새벽에게는 좋았다. 조건이 붙은 문장이었다.

“합니다.” 그가 말했다. “대신 조건 하나. 정지 시간이 몇 초든 그 숫자로 제 자격을 판단하지 마세요. 판단은 교대가 되는지로 하세요.”

“그게 제가 하려던 말입니다.” 도현이 계측기 화면을 켰다.

첫 번째 재생. 붕괴음이 훈련장 벽에서 튀었다. 새벽의 몸이 세 번째 선 앞에서 굳었다.

“이 점 팔 초.” 도현이 말했다.

두 번째 재생. 같은 음원, 다른 시각.

“삼 점 일 초.”

세 번째.

“삼 점 사 초. 오차 범위 이 점 팔에서 삼 점 사. 재현됩니다.”

재현된다는 말이 새벽의 등을 폈다. 재현되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특성이었다. 그리고 특성은 설계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럼 삼 초로 씁니다.” 도현이 말했다. “보수적으로 사 초. 사 초 동안 선봉이 정지한다고 가정하고, 그 사 초에 누가 뭘 하는지 정하면 됩니다.”

“사 초는 8층에서 천장이 삼십 센티 내려오는 시간입니다.” 이결이 말했다.

“그럼 사 초 안에 결정이 끝나야 합니다.”

“제가 정지하면 팀이 멈춥니다.” 새벽이 말했다. “선봉이 멈추면 뒤가 다 멈춥니다.”

“그러니까 선봉만 안 멈추게 하면 됩니다.”

도현이 흰 선 위에 분필로 표를 그렸다. 시간 축 하나, 역할 축 셋.

“새벽 씨가 정지하면 경로 결정권은 자동으로 저한테 옵니다. 조건은 두 개입니다. 첫째, 정지가 시작된 것을 누가 봐야 합니다. 둘째, 제가 결정을 시작한 것을 새벽 씨가 알아야 합니다. 서로 못 보면 둘 다 멈춥니다.”

“신호는요.” 새벽이 물었다.

“소리로 하면 붕괴음에 묻힙니다. 손으로 하면 어두우면 안 보입니다.” 도현이 분필을 놓았다.

유라가 의자에서 말했다.

“등을 치면요.” 유라가 말했다.

세 사람이 돌아봤다.

“저 이틀 동안 배관 아래 있었어요.” 유라가 말했다. “소리는 안 들리고 안 보였는데, 옆 사람이 어깨 치는 건 알았어요.”

도현이 표에 한 줄을 더 그었다.

“접촉 신호. 이건 붕괴음에도 안 묻히고 어둠에도 안 죽습니다.” 그가 말했다. “유라 씨, 이거 어디서 배웠습니까.”

“배운 거 아니에요.” 유라가 부목 위쪽을 손으로 눌렀다. “그렇게 안 하면 죽으니까요.”

훈련 전에 이결이 한 가지를 물었다.

“새벽 대원. 지금 이 보고, 저한테 먼저 하지 않고 셋 다 있는 자리에서 한 이유가 있습니까.”

“측량사님한테 먼저 하면 측량사님이 저를 배려해서 배치를 바꿉니다.” 새벽이 말했다. “그럼 저는 왜 바뀌었는지 모르는 배치에서 일합니다.”

“그건 제 습관입니다.”

“압니다. 어제 유라 씨 눈 색도 그렇게 처리하셨습니다.”

이결이 반 박자 쉬었다. 이번에는 그 반 박자가 이름 때문이 아니었다.

“맞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어제 공개한 것 두 개를 계측 항목으로 넘기겠습니다. 결손 대상과, 기각 통지 여덟 건 중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 건입니다. 공개는 끝났고 측정은 안 했습니다.”

“그건 계측 대상입니까.” 도현이 물었다.

“계측하십시오.” 이결이 말했다.

“그럼 조건 같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결손이 언제 어디까지 오는지 재현 조건을 못 만들면, 측량사님 판단은 저와 새벽 씨가 이중으로 확인합니다.”

“받아들입니다.”

훈련은 열한 번 돌렸다.

첫 번째. 새벽이 세 번째 선에서 굳었다. 이결은 세 걸음 앞에 있었고 뒤를 보지 않았다. 사 초가 지나갔다. 인형 하나가 매몰 판정을 받았다.

두 번째. 이결이 뒤를 봤지만 각도가 좁아 새벽의 정면을 보지 못했다. 굳은 것을 못 봤다.

세 번째. 도현이 먼저 알아채고 소리를 질렀다. 붕괴음에 묻혔다.

“세 번 다 같은 지점입니다.” 도현이 말했다. “정지 자체가 아니라 관측이 실패합니다.”

네 번째에서 이결이 방식을 바꿨다. 그는 새벽의 등 뒤가 아니라 옆에 섰다.

“측량사님. 옆은 사선에 걸립니다.” 새벽이 말했다.

“걸립니다.” 이결이 말했다. “대신 정지를 볼 수 있습니다. 사선 위험은 제가 감당하고, 정지 관측은 제가 맡겠습니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면 관측을 고르겠습니다.”

“그건 측량사님 목숨입니다.” 새벽이 말했다.

“그건 제 선택입니다. 새벽 대원이 뒤집으면 뒤집힙니다.”

새벽은 뒤집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 위치를 반 걸음 왼쪽으로 옮겨 이결의 사선을 줄였다.

다섯 번째부터 성공했다. 붕괴음이 오고, 새벽의 어깨가 굳고, 이결의 손이 등에 두 번 닿고, 도현이 우회 좌표를 불렀다. 새벽은 자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을 스스로 몰랐다. 알아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유라가 팔찌로 재려다 화면이 안 켜졌다. 기능 정지 이틀째였다. 그는 벽시계 초침으로 셌다.

“삼 점 구 초.” 유라가 말했다. “사 초 안이에요.”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삼 점 육, 삼 점 이.

열한 번째에 새벽은 이 점 이 초에 풀렸다. 정지 시간이 줄었다.

“그건 기록 안 합니다.” 도현이 말했다. “좋아졌다고 쓰면, 나빠졌을 때 실패로 쓰게 됩니다. 저는 삼 초로 고정해 두겠습니다.”

“나빠질 수도 있습니까.”

“모릅니다. 그래서 좋아진 것도 안 씁니다.”

“고맙습니다.” 새벽이 말했다. “안 죽었으니 실패 보고서는 쓸 수 있겠습니다.”

도현이 처음으로 웃었다.

“고마울 일 아닙니다. 제 계산이 그게 안전합니다.”

훈련이 끝난 뒤 새벽은 인계표에 자기 손으로 적었다. 선봉 정지 삼 초 가정, 접촉 신호 이 회, 경로 결정 교대. 그리고 마지막 줄에 자기 이름을 썼다.

관리국 훈련 감독관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몰랐다.

“윤새벽 대원.” 그가 말했다. “방금 그 보고, 공식 기록에 넣으실 겁니까.”

“넣습니다.” 새벽이 인계표를 내려놓지 않았다.

“넣으시면 자격 심사 항목에 들어갑니다. 현장 선봉의 신체 반응 지연은 사 년 전 판정 이력과 합산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새벽이 말했다.

“팀 사정을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감독관이 말했다. “한 사람 문제로 정리되면 팀 면허는 유지됩니다. 팀 구조 문제로 가면 넷 다 갑니다.”

그 말의 구조를 새벽은 알아들었다. 자기 이름 하나로 사건을 닫으라는 제안이었다. 어제 관리국이 유라 하나로 사건을 닫으려던 방식과 같은 모양이었다.

“한 사람으로 정리하면 그 한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통상 육 개월입니다.”

“사 년 전에도 육 개월이었습니다.”

감독관이 명찰을 만졌다. 그것이 대답 대신이었다.

“감독관님.” 그가 말했다. “그 제안, 지금 하신 문장 그대로 기록해도 됩니까.”

감독관이 대답하지 않았다.

새벽이 인계표를 들어 보였다. 이미 적혀 있었다. 감독관 성명, 시각, 발언 요지. 그가 말하는 동안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제가 잘못 적은 게 있으면 정정해 주십시오.”

“정정할 것은 없습니다.” 감독관이 말했다. “다만 그 기록이 대원께 유리하지 않을 겁니다.”

“유리한 기록만 남기면 다음 사람이 같은 자리에서 또 혼자 정리됩니다.”

감독관이 문에서 물러났다. 나가면서 한 문장을 남겼다.

“심사는 내일 새벽 여섯 시입니다. 지휘 체계 항목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도현이 계측기를 껐다.

“그 항목, 오늘 우리가 만든 겁니다.” 그가 말했다. “정확히는 오늘 만든 게 그 항목에 걸립니다.”

“새 항목이 오늘 생겼습니까.”

“어제 없었습니다.” 이결이 말했다. “이의서 세 장 접수한 다음에 생겼습니다.”

유라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왼발을 딛지 않고 벽을 짚었다.

“그럼 그것도 적어야죠.” 그가 말했다. “언제 생겼는지요.”

훈련장 조명 하나가 꺼졌다. 흰 선 아홉 개 중 세 번째만 어둠에 잠겼다.

그 선 앞으로 새벽이 걸어가 섰다. 어둠 속에서도 발끝이 선을 찾았다. 사백 번 밟은 자리였다.

등 뒤에서 손이 두 번 왔다. 이결이었다.

“정지 아닙니다.” 새벽이 말했다.

“압니다. 연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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