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4능력을 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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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끊어요

탑은 구조된 사람을 지운다 · 2026. 4. 19.

유라가 먼저 말했다.

“그 능력, 지금 끊어요.”

숨을 나눠 쓰는 방법은 몸이 알고 있었다. 사 분 삼십 초. 말을 한 문장 할 때마다 이 초씩 줄었다. 그래서 그는 짧게 말했다.

붕괴 전실은 사각형이었다. 왼쪽 벽에 중앙 문. 문은 닫혀 있고 손잡이가 없었다. 오른쪽은 그들이 들어온 통로, 지금은 무너졌다. 정면 벽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에서 물이 세 줄로 내려왔다.

좌표를 말하는 사람이 그 정면 벽을 보고 있었다. 이 분 전부터였다.

이틀 동안 유라는 이 사람들을 방패를 든 사람, 센서를 든 사람, 좌표를 말하는 사람으로 불렀다. 이제는 그 방식으로는 부족했다. 누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나중에 말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면, 이름이 필요했다.

“이름부터 알려 주세요.” 유라가 말했다. 이 초를 썼다. “세 분 다요.”

“윤새벽입니다.” 방패를 든 사람이 말했다.

“임도현.” 센서를 든 사람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세 번째 대답은 반 박자 늦게 왔다.

“한이결입니다.”

유라가 그 눈을 봤다. 어제 자기 발목을 빼던 눈이었다. 어제는 초점이 두 개였다. 자기 발과 배관. 지금은 초점이 없었다. 눈동자가 벽 너머에 걸려서 돌아오지 않았다.

“한이결 측량사님.” 새벽이 말했다. “한 번 더 쓸 수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조건 말하세요.”

“새벽 대원 시야, 도현 청각. 열두 초.”

“비용은요.”

“……같습니다.”

그 말줄임의 길이를 유라는 알아들었다. 어제 자기 눈 색을 대답하지 못했을 때와 같았다. 비용이 같지 않다는 뜻이었다.

“누구 기억이요?” 유라가 물었다.

이결이 고개를 돌렸다. 돌리는 속도가 반 박자 늦었다.

“구조 대상 관련입니다.”

“구조 대상은 저예요.”

이결이 수첩을 봤다. 유라는 그 수첩의 여섯째 칸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어제 보았다. 자기 이름이 적힌 칸이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능력, 지금 끊어요.” 유라가 다시 말했다. 두 번째였다. “한 번 더 쓰면 저를 못 알아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출구 좌표가 아직 없습니다.”

“저 아직 안 죽었어요.” 유라가 마스크를 젖혔다. 이 초를 썼다. “죽어 가는 사람이 멈추라고 하면 그건 명령이에요. 어제 저한테 밀라고 한 사람도 있었잖아요.”

새벽이 시선을 옮겼다.

“맞습니다.” 새벽이 말했다. “제가 말했습니다.”

“그럼 지금 저는 밀어요.”

새벽이 이결 쪽으로 반 걸음 나섰다. 유라는 그 반 걸음을 셈에 넣었다.

“측량사님. 유라 씨 중단을 접수합니다. 반대 의견 있으면 지금 말하세요. 삼 초 드립니다.”

“삼 초.”

“하나.”

이결의 손이 올라가 있었다. 능력을 시작하는 자세였다. 어제 그 손이 자기 어깨를 잡아 통로에서 끌어냈다.

새벽이 둘을 세기 전에 그 손이 내려왔다.

“중단합니다.” 이결이 말했다.

“반박 안 하세요?”

“반박할 근거가 제 쪽에 없습니다. 좌표는 제 머릿속에만 있고, 그 머리가 지금 정상인지 저는 증명할 수 없습니다.”

저 사람은 자기보다 겁이 많다. 유라는 처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겁이 많은 사람이 자기를 데리고 나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그럼 길은 누가 찾습니까.” 새벽이 물었다.

“한 명씩 봅니다.” 이결이 말했다. “저는 저 벽을 이 분 봤습니다. 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릅니다. 다른 사람 눈이 필요합니다. 빌리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눈으로요.”

모른다는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유라는 그 침묵의 길이를 셋까지 셌다.

“빈다.”

센서를 든 사람이 정면 벽을 세 번 두드리고 있었다. 어제 유라가 배관 아래에서 냈던 방식과 같았다. 주먹이었고, 간격이 일정했다.

유라는 자기가 어제 그렇게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이 초를 쓰고, 지금은 저 사람이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 게 더 급했다.

“여기, 여기, 여기.” 도현이 세 군데를 짚었다. “가운데가 얇습니다. 뒤가 비었어요. 벽이 아니라 판입니다.”

“근거.” 새벽이 물었다.

“소리요. 저 어제 청각 빌려줬을 때 알았습니다. 제 귀는 제가 제일 잘 씁니다.” 도현이 화면을 봤다가 껐다. “이건 센서에 안 나옵니다. 반향값이 벽으로 잡힙니다. 그래서 아무도 안 봤습니다.”

“그럼 어제부터 알았습니까.” 새벽이 물었다.

“어제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육 할입니다.” 도현이 펜으로 공중에 괄호를 그렸다. “확신 없는 걸 말 안 한 게 제 문제입니다. 그것도 아까 그 칸에 적어야 하네요.”

새벽이 짧게 웃었다. 웃을 여유가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유라는 좋은 신호로 받았다.

“판 뒤에 뭐가 있습니까.”

“압력입니다. 아마요.” 도현이 소수점을 붙였다. “확률 육 할 이. 나머지 사 할은 물입니다. 물이면 우리 다 젖고 끝입니다.”

“육 할이면 갑니다.” 새벽이 말했다.

“사 할이면 유라 씨 젖습니다. 젖으면 체온 떨어지고, 체온 떨어지면 산소 더 씁니다.” 도현이 말했다. “그건 제 계산에 안 들어가 있었습니다. 넣으면 육 할이 오 할 사가 됩니다.”

“그럼 오 할 사로 갑니다.”

“그건 측량사님이 정할 게 아니라 유라 씨가 정할 것 같은데요.”

세 사람이 유라를 봤다. 유라는 이 초를 썼다.

“가요. 여기 있어도 사 분이에요.”

“측량사님 의견은요.” 도현이 물었다.

“도현 판단을 씁니다.” 이결이 말했다. “경로 선택권을 넘깁니다. 저는 타이밍만 봅니다.”

누가 언제 무엇을 넘겼는지, 유라는 순서대로 외웠다. 나중에 이걸 말해야 할 사람이 자기일 것 같았다.

판을 여는 방법은 세 사람이 각자 하나씩 맡았다.

“밸브 저기.” 도현이 정면 벽 오른쪽 아래를 가리켰다. 손잡이 두 개가 나와 있었다. “두 개 중 하나가 압력, 하나가 배수입니다. 잘못 열면 물이 옵니다.”

“어느 쪽입니까.”

“모릅니다.”

“제가 열어요.” 유라가 말했다.

새벽이 즉시 반대하지 않았다. 그것도 유라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제까지 자기가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안 된다고 했다.

세 사람이 그를 봤다.

“왼발 못 써요. 뛰지도 못해요.” 유라가 벽을 잡고 몸을 끌었다. “근데 손은 돼요. 그리고 잘못 열려서 물 오면, 서 있는 사람이 저를 당기는 게 제가 서 있는 사람을 당기는 것보다 빨라요.”

새벽이 잠깐 계산했다.

“맞습니다.” 새벽이 말했다. “대신 저는 방패를 문틀에 걸겠습니다. 물이 오면 방패 뒤로 오세요. 유라 씨, 어느 쪽 밸브를 먼저 잡습니까.”

질문이었다. 지시가 나올 자리에 질문이 왔다.

“위쪽이요.”

“왜요.”

“아래쪽 손잡이에 녹이 더 많아요. 물이 자주 지나간 쪽이요.”

“유라 씨는 이걸 어디서 배웠습니까.” 새벽이 물었다.

“배운 거 아니에요. 저 여기서 이틀 있었어요.”

도현이 화면을 켰다가 껐다. “……그게 데이터네요.”

유라가 위쪽 밸브를 잡았다. 손이 미끄러워 두 번 놓쳤다. 새벽이 자기 장갑을 벗어 건넸다. 유라는 그것을 끼고 세 번째에 반 바퀴 돌렸다.

공기가 나갔다.

판이 안쪽으로 삼십 센티 밀렸고, 새벽이 방패 하단을 그 틈에 박았다. 어제 팔 초에 접힌 방패였다. 접힌 각도 때문에 오늘은 더 잘 물렸다.

“열립니다.” 이결이 말했다. “유라 씨 손 떼세요. 지금.”

유라가 손을 뗐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물으면 이 초를 쓰니까.

판이 완전히 열리자 통로가 보였다. 좁고, 마르고, 위로 올라갔다. 그 끝에 현실측 조명 색이 있었다.

물은 오지 않았다. 오 할 사가 맞았다.

“기록해 둡니다.” 도현이 말했다. “성공했지만 확률은 오 할 사였습니다. 다음에 이 숫자로 또 가자고 하면 저를 말리세요.”

“산소요.” 유라가 물었다.

“이 분 사십 초 남았습니다.” 도현이 말했다. “문턱까지 삼십 초면 됩니다.”

마지막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판을 열어 둔 압력이 밸브를 붙잡은 힘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손을 놓으면 판이 닫혔다.

“제가 남습니다.” 새벽이 말했다.

“안 돼요.”

유라가 말했다. 세 번째 중단이었다.

“어제 저를 데리고 나온 게 여기서 한 명 남기려고 한 거예요? 그럼 저 어제 안 나왔어요.”

“그럼 방법을 말하세요.” 새벽이 말했다. 화를 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받아 적는 목소리였다.

“고정핀요.” 도현이 먼저 말했다. “밸브에 고정핀 있습니다. 뽑아서 반대로 박으면 잠깁니다. 대신 핀이 부러집니다. 이 밸브는 다시 못 씁니다.”

“다시 못 쓰면 아래층 사람은요.” 유라가 물었다.

방이 조용해졌다.

“아래층에 사람 있습니까.” 새벽이 물었다.

“몰라요.” 유라가 말했다. 마준부터, 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 이름을 여기서 꺼내면 세 사람이 다시 들어갈 것 같았고, 산소는 이 분 사십 초였다. “그냥, 못 쓰게 만드는 거니까 물어본 거예요.”

“그건 물어야 하는 질문입니다.” 새벽이 말했다. “기록에 남기겠습니다. 이 밸브를 우리가 부쉈다고요. 그리고 왜 부쉈는지도요.”

“장비 하나 버리고 사람 넷 나갑니다.” 이결이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현이 핀을 뽑아 반대로 박았다. 금속이 한 번 비틀리고 부러졌다. 판은 열린 채로 굳었다.

“부러진 핀 챙기세요.” 새벽이 말했다. “관리국에서 우리가 뭘 부쉈는지 물으면 물건으로 보여 주는 게 빠릅니다.”

도현이 부러진 핀 두 조각을 주워 봉투에 넣었다. 봉투에 시각을 적었다.

넷이 통로로 들어갔다. 유라는 두 번째였다. 앞은 새벽, 뒤는 도현, 마지막이 이결이었다.

올라가는 동안 유라는 순서를 외웠다. 중단을 접수한 사람, 삼 초를 센 사람, 선택권을 넘긴 사람, 확률을 정정한 사람. 자기를 포함해 넷. 어제는 여섯이었고, 나머지 둘은 먼저 나갔다고 했다.

통로 끝 문턱을 넘자 관리국 조명이 하얗게 왔다.

접수대 앞에서 새벽이 유라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이틀 만에 처음으로 아무도 유라를 붙잡고 있지 않았다.

“여기부터는 유라 씨 혼자 걸어야 합니다.” 새벽이 말했다. “세 걸음입니다. 도와드릴까요?”

“물어봐 준 거 처음이에요.”

유라가 세 걸음을 혼자 걸었다. 왼발은 쓰지 않았다.

벽에 붙은 화면에 구조 인원이 떴다. 열화상 여섯 개. 그 아래 숫자.

다섯.

유라는 그 숫자를 봤다. 손가락을 펴서 다시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섯이에요.”

화면은 다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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