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하만입니까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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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하만입니까.”
리디아가 묻자 노동자 대표는 배 난간 위 젖은 밧줄을 한 번 밟아 고정했다. 그의 이름은 바렌 도스라고 했다. 서항 하역조합의 임시 대표. 손목의 파란 실은 장식이 아니라 매듭마다 이름이 묶인 작은 장부였다. 그는 그 실을 숨기지 않았다.
“전하의 군은 적어도 우리 임금을 떼먹지 않았습니다.”
카시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리디아도 그를 보지 않았다. 그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배 위에 없었다.
“아베른이 그랬다는 증거를 가져오셨습니까?” 엘리어스가 물었다.
바렌은 젖은 종이 묶음을 꺼냈다. “증거라는 말은 귀족들이 종이를 늦게 받을 때 쓰는 말입니다. 우리는 임금이 늦은 날짜를 가져왔습니다.”
종이에는 선박 번호와 이름이 섞여 있었다. 어떤 줄에는 사람 이름이 있었다. 어떤 줄에는 없었다. 선박 17, 선박 23, 서항 임시 인력. 리디아는 24화 면회실에서 본 회색 장부의 빈칸을 떠올렸다.
“이름이 빠진 줄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녀가 물었다.
“아베른 항만청이 승인했고, 마르셀 상단이 돈을 돌렸고, 사고가 난 뒤 제라드 공작이 덮었습니다. 순서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들었다는 말과 확인했다는 말은 다릅니다.”
바렌의 눈이 작아졌다. “그래서 문을 닫았습니다. 확인하라고. 그런데 확인하러 온 사람이 공작님의 딸이면, 우리 이름이 또 빠질 겁니다.”
리디아는 그 말을 받았다. 고향에게 거절당하는 통증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비난보다 정확한 말이 더 깊게 들어왔다. 그녀가 아베른이기 때문에 열리는 문이 있었다. 오늘은 그래서 닫히는 문이 있었다.
카시안이 말했다. “내가 들어가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바렌은 그를 향해 처음으로 눈을 들었다. “전하가 들어가면 왕실 기록관이 따라옵니다. 항만청 창고 문은 열립니다.”
“군으로 열리는 문은 나중에 군의 문서가 됩니다.”
“우리는 이미 문서에서 졌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리디아는 그 말이 오스윈의 선동만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임금 날짜, 사고일, 이름 없는 선박 번호. 분노에는 계산 가능한 뿌리가 있었다.
도리안이 낮게 말했다. “전하를 들여보내고 대표님을 막으면, 안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깥은 모릅니다.”
“그러니까 전하를 들여보내는 겁니다.” 바렌이 맞받았다. “우리는 아베른보다 북문을 덜 믿지만, 지금은 덜 의심합니다.”
카시안의 손이 장갑 끝을 눌렀다. 리디아는 그가 이 제안을 거절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이것은 그에게 유리한 길이기도 했다. 그가 들어가 창고를 확인하고 수정 경로를 잡아 오면, 일은 빨라질 것이다. 리디아는 밖에 남은 채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가장 위험했다.
“전하께서 선택하십시오.” 리디아가 말했다.
카시안이 그녀를 보았다.
“제가 거절하는 것보다 전하가 어떤 권한을 거절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는 이해했다. 이해한 뒤에도 쉬운 대답을 고르지는 않았다. “내가 들어가면 왕실과 북문이 항만청 기록을 먼저 보게 된다. 아베른 대표와 노동자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바렌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대신 내 군은 문에서 물러납니다.”
도리안이 바로 반응했다. “전하, 항구 문 밖은 개방 지형입니다.”
“물러난다. 배에 남는 경호만 유지.”
“시위대가 밀면?”
“막지 말고 사이를 벌려라. 무기 들지 마라.”
도리안은 바렌을 보았다. 바렌도 그를 보았다. 두 사람 모두 상대를 믿지 않았다. 그래도 북문군 창끝이 내려갔다. 항구 문 앞 공기가 조금 풀렸다.
리디아는 바렌에게 물었다. “공개 청문을 엽시다.”
“누가 주관합니까.”
“항구 노동자 대표, 기술자 조합, 상인평의회, 아베른 대표, 왕실 기록관. 다섯 좌석. 의장은 돌아가며 맡습니다.”
“아베른 대표가 들어오면 다시 공작님 쪽 사람들이 줄을 바꿉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서 청문 기록자는 당신들이 고릅니다.”
바렌은 처음으로 대답을 늦췄다. “기록자를 우리가 고르면 왕실이 인정하지 않습니다.”
“왕실 기록관이 대조합니다. 원본은 두 벌. 노동자 측 보관본 하나, 공동심리 제출본 하나.”
엘리어스가 아주 작게 기침했다. 그 절차는 번거로웠고, 오류가 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리디아는 고치지 않았다. 빠른 절차가 늘 그녀의 편으로 작동해 온 것을 오늘은 인정해야 했다.
바렌은 손목의 파란 실을 만졌다. “청문 장소는 항만청이 아닙니다.”
“좋습니다.”
“아베른 저택도 아닙니다.”
“좋습니다.”
“옛 등대.”
사비네의 표정이 바뀌었다. 옛 등대는 지금 수정 조각 반입 경로에 오른 창고와 가까웠다. 동시에 항구 노동자들이 사고 희생자를 기억하는 곳이기도 했다.
“왜 옛 등대입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거기서 죽은 이름들이 아직 벽에 있습니다. 공작님이 사고 보고를 늦췄다고 우리는 들었습니다. 맞는지 거기서 물을 겁니다.”
“오스윈 쪽에서 준 말입니까?”
바렌의 얼굴이 굳었다. “그 이름으로 우리 입을 지우려 하지 마십시오.”
리디아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철회합니다. 질문이 나빴습니다.”
갑판 위가 조용해졌다. 사과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은 듯했다. 리디아는 사과로 문이 열리길 바라지 않았다. 잘못된 질문은 고쳐야 했다.
“소문 출처는 나중에 묻겠습니다. 오늘은 사고 보고서, 임금 누락 줄, 등대 창고 출입 기록을 공개 청문에 올립니다. 제라드 공작의 보호 논리를 제 입으로 대신하지 않습니다.”
바렌은 그녀를 오래 보았다. “공작님이라고 부르셨습니까.”
“예.”
그 호칭 하나가 항구 바람 속에서 이상하게 선명했다. 바렌은 그것을 믿음으로 받지 않았다. 다만 이전과 같은 문장으로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바렌은 젖은 종이 묶음에서 한 장을 더 꺼냈다. 가장자리가 여러 번 접혀 부드러워진 사고 보고서 사본이었다. 사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했다. 오른쪽 아래에는 항만청 직인이 절반만 찍혀 있었고, 사망자 수가 적힌 칸은 빈칸으로 남아 있었다.
“이건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바렌이 먼저 말했다.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귀족들은 요구하지 않고 가져갑니다.”
리디아는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그럼 무엇을 보여 주려는 겁니까.”
바렌은 손가락으로 빈칸을 눌렀다. “여기 이름이 있어야 합니다. 조율 보조 셋, 하역인 둘, 야간 창고지기 하나. 그런데 항만청 제출본에는 ‘기상 악화에 따른 일시 중단’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사비네가 숨을 조금 들이켰다. “그 문구는 사고를 사고로 남기지 않는 문구입니다.”
“알고 있습니까?”
“초대장에서도 씁니다.” 사비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죽은 사람이 빠진 연회도 그렇게 정리합니다.”
바렌은 그녀를 처음 보듯 보았다. 리디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원본은 어디에 있습니까.”
“죽은 조율 보조의 누이가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여자는 창고 야간 열쇠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도 압니다.”
리디아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열쇠를 아는 사람과 사고 보고서의 빠진 칸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방향은 범인이 아니었다.
“그 여자가 청문에 나옵니까.”
“여기까지 오면 잡힙니다.”
카시안이 낮게 말했다. “이동 보호가 필요합니다.”
바렌의 시선이 바로 날카로워졌다. “북문군으로요?”
카시안은 이번에는 리디아를 보지 않았다. “아니. 북문군은 보이는 곳에서 물러나고, 보이지 않는 길도 쓰지 않는다. 내가 정하면 안 된다는 말을 어젯밤 들었습니다.”
리디아는 그가 그 말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하면 사적 보상처럼 될 것이다.
“장소를 항구 쪽에서 정하십시오.” 리디아가 말했다. “저는 접근 조건을 받겠습니다. 증언자는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지만 먼저 보냅니다.”
“질문지도 덫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답하지 않을 권리를 첫 줄에 씁니다.”
바렌은 오래 침묵했다. 그러고는 등대 쪽을 보았다. “옛 등대 옆 그물창고. 벽이 얇고 출구가 둘입니다. 거기라면 누가 들어오는지 우리가 봅니다.”
“그곳을 보호 장소 후보로 기록합니다. 확정은 증언자가 합니다.”
“확정도 증언자가 합니까.”
“예. 증언 보호라는 말이 맞으려면 그래야 합니다.”
바렌은 사고 보고서 사본을 다시 접었다. 접힌 종이는 그의 손 안에서 더 작아졌다. 리디아는 그 종이가 항구 문을 열 열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열쇠는 아직 사람의 입과 두려움 사이에 있었다.
“청문 날짜는 오늘 해 질 무렵입니다. 빈 의자는 안 됩니다. 공녀님이 오십시오. 다만 항구 문은 해 질 때까지 열지 않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갑니까.”
“작은 배로 동쪽 잔교까지. 호위 둘 이하. 전하의 군은 오지 않습니다.”
도리안이 바로 말했다. “안 됩니다.”
카시안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도리안을 향해 먼저 말했다. “이유.”
“잔교 밑이 비어 있습니다. 시위대가 밀면 물에 빠집니다. 좁은 길이라 방패도 못 씁니다.”
바렌이 말했다. “그래서 군이 오면 안 됩니다. 방패가 들어오면 밀립니다.”
둘 다 맞았다. 리디아는 두 맞는 말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 골랐다.
“호위 둘. 북문군 하나, 항구 측 하나. 사비네는 기록자로 갑니다. 카시안 전하는 배에 남아 전체 경호 지휘를 하십시오.”
카시안은 그녀를 오래 보았다. “당신만 들여보내라는 제안이 아닙니다.”
“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청문은 제라드 없는 재판이 됩니다. 제가 군을 데리고 들어가면 노동자 없는 재판이 됩니다.”
그는 손을 접었다. “알겠습니다.”
도리안은 명령이 떨어지기 전부터 불만이 얼굴에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물러났다. 카시안이 군을 뒤로 물리는 모습은 화려하지 않았다. 창끝이 낮아지고, 발소리가 멀어지고, 빈 공간이 생겼다. 그 빈 공간이 리디아에게는 더 무거웠다. 군이 없으면 다칠 수 있었다. 군이 있으면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바렌은 작은 배로 돌아가기 전 말했다. “해 질 무렵, 옛 등대. 늦으면 문은 내일까지 닫힙니다.”
그는 배를 밀었다. 물살이 짧게 갈라졌다.
동쪽 잔교로 갈 작은 배는 해가 더 낮아지기 전에 준비됐다. 사비네는 젖지 않도록 기록 상자를 기름천으로 감쌌고, 엘리어스는 왕실 기록관 인장을 두 벌로 나눴다. 하나는 사비네가 들고, 하나는 항구 경비 하일 로트가 보는 앞에서 봉해졌다.
도리안은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대표님 뒤에 설 북문군은 한 명입니다. 이름은 제가 고르겠습니다.”
바렌이 받아쳤다. “항구 쪽도 한 명입니다. 그 사람 이름도 우리가 고릅니다.”
“둘 다 무기를 빼십시오.” 리디아가 말했다.
도리안의 눈썹이 움직였다. “무기 없는 호위는 호위가 아닙니다.”
“오늘은 증인에게 보이는 호위입니다. 칼이 있으면 증인은 문을 닫습니다.”
도리안은 카시안을 보았다.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고 리디아를 보았다. 명령을 넘기지 않는 침묵이었다. 결국 도리안은 허리에서 짧은 칼을 풀어 선장에게 맡겼다. 항구 쪽 경비도 같은 동작을 했다. 두 칼이 같은 상자에 들어가자 상자 뚜껑이 이상하게 무거운 소리를 냈다.
하일 로트는 봉인된 기록관 인장을 들고 말했다. “공녀님이 늦으면 제가 이걸 돌려보냅니다.”
“돌려보내도 됩니다. 다만 이유를 함께 쓰십시오.”
“이유가 불길이면요?”
“그때도 씁니다.”
말이 끝나자 먼 쪽에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바람을 탔다. 처음에는 청문을 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곧 냄새가 먼저 달라졌다. 젖은 목재가 타는 냄새였다.
리디아는 닫힌 항구 문을 다시 보았다.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앞에 놓인 의자 수는 달라졌다.
그 의자들 중 어느 것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 대표는 의심을 놓지 않을 테고, 상인평의회는 손실을 먼저 계산할 테고, 왕실 기록관은 자기 인장이 더럽혀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리디아는 그 불편함을 지워야 할 장애로 보지 않으려 했다. 불편한 의자라도 비어 있는 의자보다는 나았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 옛 등대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처음에는 굴뚝 연기처럼 얇았다. 다음 순간, 등대 창문 하나가 안쪽에서 붉게 터졌다.
사비네가 낮게 말했다. “청문 장소입니다.”
리디아는 답하지 않고 갑판 계단을 내려갔다. 이번에는 문이 아니라 불이 먼저 그녀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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