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닫힌 항구 문 앞에서 밤을 보내는 배는 움직이지 못해도 계속 흔들렸다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10. 19.

조회수 0

닫힌 항구 문 앞에서 밤을 보내는 배는 움직이지 못해도 계속 흔들렸다.

리디아는 선실 탁자 위에 열쇠 두 개를 올려놓았다. 하나는 그녀가 쓸 방의 열쇠였고, 하나는 맞은편 선실의 열쇠였다. 배 주인은 당연하다는 듯 같은 고급 선실 하나를 준비해 두었지만, 사비네가 먼저 침대보를 접어 복도에 내놓았다. 신혼 여행이라는 발표문은 항구 문 앞에서도 끈질겼다.

“선실이 두 개면 호위 동선이 길어집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그는 지도 대신 배의 구조도를 보고 있었다. 갑판, 선미 계단, 주방 통로, 돛대 아래 짐칸. 그의 손은 습관처럼 가장 짧은 침입로를 막았다.

“같은 선실을 쓰자는 말입니까?”

“경호상 가장 안전합니다.”

리디아는 열쇠 하나를 집어 들었다. “거절합니다.”

카시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예전 같았다면 리디아는 방어할 문장을 세 개쯤 더 준비했을 것이다. 오늘은 기다렸다.

“대안.” 그가 말했다.

“갑판 경비 둘, 복도 끝 하나. 제 선실 문은 제가 잠급니다. 비상시에는 먼저 문을 두드리고, 대답이 없으면 사비네가 열쇠로 확인합니다.”

“사비네가 자면.”

사비네가 바로 끼어들었다. “저는 이런 날 안 잡니다.”

“그럼 사비네에게 예비 열쇠를 둡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전하의 손에는 두지 않습니다.”

카시안은 열쇠를 보았다. 손을 내밀 수 있는 거리였다. 그는 내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나는 갑판에 있겠습니다.”

“경호를 직접 서겠다는 뜻입니까.”

“예.”

“그것도 거절할 수 있습니까?”

이번에는 그의 대답이 조금 늦었다. “할 수 있습니다.”

리디아는 그 늦음을 기억했다. 거절 가능한 말은 빠르게 나오기 어렵다. 빠르게 나오면 습관이 아니고, 늦게라도 나오면 선택이었다.

“그럼 조건을 붙입니다. 한 시각마다 교대합니다. 전하가 밤새 서 있으면 다음 날 판단이 흐려집니다.”

“나는 밤새 서도 판단이 흐려지지 않습니다.”

“그 말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검증할 수 없으니까요.”

카시안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에는 짧았다. “두 시각마다.”

“한 시각 반.”

“좋습니다.”

협상은 침대보다 오래 남았다. 리디아는 열쇠 하나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하나를 카시안 앞에 밀지 않았다. 맞은편 선실 열쇠는 탁자에 그대로 두었다. 그는 그것을 집어 들기 전에 말했다.

“이 열쇠는 내 방에만 씁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 방에는 쓰지 않습니다.”

리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공명석처럼 마음을 읽지 못했다. 그래도 반복되는 말이 행동과 맞물리면 문서보다 나은 때가 있었다.

밤이 깊자 항구 쪽 불빛은 하나씩 줄었다. 문 위 감시등만 남고, 파란 실에 묶인 종이들은 어둠 속에서 더 희게 보였다. 배 아래 물은 선체를 두드렸다. 닫힌 문 앞에서 대기하는 배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줄을 조금씩 고쳤다. 닻이 내려져 있어도 항구는 계속 일을 했다.

리디아는 선실 문을 안쪽에서 잠갔다. 딸깍 하는 소리가 작았다. 그녀는 그 소리를 세 번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을 반복하면 불안이 열쇠보다 커질 것 같았다.

사비네는 맞은편 빈 방에 예비 열쇠를 넣은 주머니를 걸어 두었다. “필요하면 부르십시오.”

“당신도 쉬세요.”

“쉬는 척은 하겠습니다.”

리디아는 촛불을 낮추고 감정서 사본을 펼쳤다. 왕실 수정 조각 일부가 삼항구 등대 창고를 거쳐 반입. 문장은 짧았고, 짧은 만큼 구멍이 많았다. 어느 창고, 어느 야간 출입자, 어떤 조율판과 맞물렸는지 아직 없었다. 항구 문은 그 구멍들 앞에서 닫혔다.

문밖에서 선장 부인이 작은 쟁반을 내려놓았다. 사비네가 먼저 확인하고 안으로 들였다. 뜨거운 생선죽 두 그릇과 말린 빵, 그리고 접힌 쪽지 하나가 있었다. 쪽지는 식사값 명세처럼 보였지만 맨 아래 줄에는 다른 글씨가 있었다. ‘부두 사람들은 왕실보다 아베른을 더 오래 믿었고, 그래서 더 오래 화가 났습니다.’

리디아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먹지 않는다고 일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목이 좁아졌다. 그녀는 쪽지를 사비네에게 건넸다.

“출처는요.”

“선장 부인이 직접 쓴 건 아닙니다. 글씨가 두껍고, 항구 회계소에서 쓰는 숫자 모양입니다. 아마 조합 쪽.”

“답은 보내지 않습니다. 받은 사실만 기록하세요.”

사비네가 눈썹을 올렸다. “감사 인사도요?”

“지금 감사하면 회유처럼 보입니다.”

“공녀님다운 답입니다. 듣는 사람은 싫어하겠지만요.”

리디아는 그 말에 숟가락을 들었다. 죽은 짰다. 항구 음식이 원래 이렇게 짰는지, 오늘만 그렇게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복도 끝에서 카시안이 선장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원 가족은 어느 쪽 문 안에 있습니까.”

“동항과 서항에 갈렸습니다. 문을 닫은 쪽에도 있고, 배에 묶인 쪽에도 있습니다.”

“그럼 경비를 항구 문 쪽으로만 세우면 안 됩니다. 선원 가족이 있는 골목은 비워 두십시오. 군이 서 있으면 그들이 집에 못 갑니다.”

리디아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카시안은 같은 선실을 거절당한 뒤 경계선을 넓히는 대신 비워야 할 곳을 세고 있었다. 그가 늘 옳아졌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 밤에 한해서, 그는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가두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선장은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군이 빠진 골목에 누가 들어오면요.”

“항구 경비가 먼저 봅니다. 북문군은 물길 쪽에서만 움직입니다.”

“항구 경비를 믿으십니까?”

카시안은 짧게 침묵했다. 리디아는 그 침묵이 좋았다. 쉽게 믿는다고 말하면 오늘의 일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 모든 것을 군의 손에 넣는 사람이 된다.

“믿는다고 기록하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역할을 나눈다고 기록하십시오.”

사비네는 문 안쪽에서 그 말을 받아 적었다. 글씨가 조금 느렸다. 그녀는 늘 가장 쓸 만한 말을 골라 남겼는데, 이번에는 쓸모보다 균형을 재고 있었다.

선장은 다시 물었다. “가족 골목을 비우면 시위대가 그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워 둡니다. 움직일 수 있는 길이 하나도 없으면 사람은 밀립니다. 밀리면 다칩니다.”

리디아는 생선죽 위로 식은 기름이 얇게 굳는 것을 보았다. 북문에서 온 사람의 논리가 항구의 물길을 빌려 말하고 있었다. 완전히 부드러워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가 지금 세는 것은 포위선이 아니라 숨통이었다.

갑판에서 발소리가 났다. 카시안의 걸음은 다른 호위보다 무거운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리디아는 구분했다. 한 번 멈추고, 다시 걷고, 난간 가까이에서 물살을 확인하는 간격. 그는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지 않는 사람의 존재가 이렇게 선명할 수 있다는 것을 리디아는 원하지 않았다.

자정이 지나자 첫 교대가 왔다. 리디아는 문틈 아래로 불빛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카시안은 약속대로 내려오지 않았다. 갑판 위에서 낮은 목소리만 들렸다.

“문 앞 시야를 비워라. 안쪽에서 열었을 때 먼저 보이는 건 복도 끝이어야 한다.”

호위병이 물었다. “대공비 전하가 직접 확인하십니까?”

“그분이 볼 수 있게 두라는 뜻이다.”

리디아는 손에 든 펜을 내려놓았다. 그 문장은 문을 열게 만들지 않았다. 대신 문을 열지 않을 이유를 하나 줄였다. 같은 선실을 요구했던 사람이, 거절 뒤에는 밖에서 보이는 장면까지 고치고 있었다.

새벽 두 번째 교대 때, 리디아는 잠들지 못한 채 문을 열었다. 사비네는 바로 몸을 일으켰지만 리디아가 손짓으로 멈췄다. 갑판에는 카시안이 아직 서 있었다.

“교대 시각이 지났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카시안은 돌아보았다. 눈 밑에 그늘이 있었다. “반 시각만 더.”

“합의 위반입니다.”

그는 반박하려다가 멈췄다. “맞습니다.”

그렇게 인정하는 사람은 더 곤란했다. 리디아는 갑판 위로 올라갔다. 바람이 머리를 풀었다. 항구 문 너머에서는 작은 불빛이 움직였다. 시위대가 밤새 자리를 나누는 모양이었다. 그들도 잠들지 않았다.

“북문 제2요새 때문입니까?” 그녀가 물었다.

카시안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빈 초소가 있으면, 머릿속에서 그 자리를 계속 채우게 됩니다. 누가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서 빼야 하는지.”

“그 계산이 끝납니까.”

“끝나지 않습니다.”

리디아는 그 말에 위로를 붙이지 않았다. 위로는 그가 쉬지 않는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 더더욱 내려가십시오. 끝나지 않는 계산을 서서 한다고 끝나지는 않습니다.”

“내가 내려가면 경계가 약해집니다.”

“경계 계획을 직접 다시 쓰십시오. 전하가 없는 계획으로.”

카시안은 그녀를 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손이 난간에서 떨어졌다.

“도리안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도리안은 여기 없습니다. 그리고 전하가 없어도 작동하는 경계가 그에게도 필요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입니다.”

리디아는 그가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알았다. 좋아하지 않는 맞는 말은 오래 간다.

갑판 경비 계획은 작은 등불 아래 다시 쓰였다. 북문 호위 하나, 항구 선원 하나, 사비네가 지정한 배 안쪽 연락자 하나. 카시안은 자신의 이름을 지웠고, 경비 순번표 가장 아래에 예비 대응자로만 남겼다. 펜 끝이 이름을 지울 때 잠깐 멈췄다.

“전하 이름을 지우는 데 익숙하지 않으시군요.”

“익숙하면 안 되는 일도 있습니다.”

“오늘은 익숙해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는 짧게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직접 자기 이름을 지운 표는, 같은 선실을 요구했던 말보다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순번표가 완성되자 리디아는 선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갑판 가장 낮은 난간 옆에 앉아 항구 문을 보았다. 카시안도 앉지 않았다. 서 있는 습관이 몸에 박힌 사람처럼, 그는 잠깐 쉬라는 말에도 어깨를 벽에 기대는 정도로 끝냈다.

“어릴 때도 그랬습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잠들기 전에 빠진 자리를 세는 일.”

그는 답을 고르는 데 오래 걸렸다. “북문에서는 먼저 세운 명단보다 빠진 명단이 더 오래 남습니다.”

리디아는 더 묻지 않았다. 어린 카시안의 이야기를 파내면 사적 친밀감처럼 보일 수 있었다. 오늘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그가 왜 잠들지 않는지에 대한 한 줄이었다.

“그럼 빠진 명단을 혼자 보지 않는 방식부터 정하십시오.” 그녀가 말했다. “내일 청문에서 노동자들도 빠진 이름을 가져올 겁니다. 전하의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카시안은 바다를 보았다. “다르지 않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는 않는군요.”

“위로하려고 한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들을 수 있습니다.”

리디아는 선실로 돌아가기 전 열쇠를 확인했다. 주머니 속 금속이 손가락에 닿았다. 그녀가 가진 열쇠 하나, 그가 가진 열쇠 하나. 두 개의 열쇠는 가까워지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멈출 수 있는 장치였다.

새벽빛이 물 위에 얇게 퍼질 때, 항구 문 위에서 하얀 깃발 하나가 올랐다. 시위대가 물러나는 신호는 아니었다. 협상자를 보낸다는 신호였다.

깃발을 본 선장이 갑판 위로 뛰어올랐다. “동항 골목이 열렸습니다. 밤새 군이 안 들어왔다고 합니다.”

카시안은 대답 대신 새 순번표를 접어 도리안에게 보냈다. 전령은 난간 아래 작은 배로 내려갔고, 항구 경비가 보는 앞에서 봉인을 뜯었다. 명령을 숨기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리디아는 그 장면을 오래 보았다. 어제까지 북문군의 명령서는 문을 여는 도구였다. 오늘 새벽에는 문 앞에서 펼쳐 보이는 종이가 되었다. 같은 명령도 놓이는 자리에 따라 다른 힘을 가졌다.

사비네가 낮게 말했다. “이건 항구 쪽에 소문이 빠르게 돕니다.”

“좋은 소문입니까?”

“아직은 이상한 소문입니다. 북문대공이 스스로 이름을 지웠다는 쪽.”

카시안은 들은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등에 남은 잉크를 젖은 천으로 닦고 있었다. 잘 지워지지 않는 검은 선이 손가락 마디에 남았다. 리디아는 그 얼룩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가, 바로 생각을 접었다. 어울림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자기 이름을 지운 자리에 남은 얼룩은, 밤새 닫힌 문보다 더 조용히 시선을 끌었다.

배 옆으로 작은 노 젓는 배가 다가왔다. 파란 실을 손목에 두 번 감은 남자가 올라왔다. 그는 리디아에게 먼저 예를 갖추지 않았다. 대신 카시안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북문대공 전하만 입항하십시오.” 남자가 말했다. “아베른 대표는 문 밖에 두겠습니다.”

리디아는 주머니 속 열쇠를 놓지 않았다. 닫힌 문은 밤새 항구 쪽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좋아요와 평점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독자 평점 아직 없음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