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구금소의 면회실에는 의자가 네 개 있었고, 제라드는 가장 안쪽 의자에 앉지 않았다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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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소의 면회실에는 의자가 네 개 있었고, 제라드는 가장 안쪽 의자에 앉지 않았다.

그는 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 감시관이 손을 뻗으면 바로 어깨에 닿을 곳에 앉아 있었다. 쇠사슬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자리는 패자의 자리가 아니라, 들어오는 사람을 먼저 보려는 사람의 자리였다. 리디아는 그 점을 먼저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리디.” 제라드가 말했다.

어린 이름은 쇠사슬보다 먼저 왔다. 리디아는 문지방을 넘으며 손에 든 질문서를 접지 않았다. 접힌 종이는 딸의 손처럼 보이기 쉬웠다.

“공동심리 당사자 리디아 아베른으로 왔습니다.”

제라드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면회 첫마디가 그렇게 길 필요는 없다.”

“짧게 하면 빠지는 것이 생깁니다.”

카시안은 그녀보다 반 걸음 뒤에 멈췄다. 감시관은 왕족에게 의자를 권하려 했지만, 그는 앉지 않았다. 리디아가 자리를 고르기 전에는 누구의 자리도 정해지지 않았다.

제라드는 그 장면을 보았다. “남편을 뒤에 세워 두는군.”

“증인 앞에 세운 겁니다.”

“증인이라.”

그 말에는 웃음이 조금 섞였다. 리디아는 그 웃음이 예전처럼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시간을 벌려는 것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오늘 구분해야 할 것은 문장뿐이었다.

엘리어스가 질문서를 펼쳤다. “세 번째 왕실 인장 이상을 언제 확인하셨습니까?”

제라드는 엘리어스를 보지 않았다. “내 딸이 직접 묻지 않는가.”

“제가 묻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세 번째 왕실 인장 이상을 언제 확인하셨습니까?”

제라드의 손가락이 쇠사슬 위에서 멈췄다. “아흔두 날 전.”

공동심리권의 아흔 날보다 이틀 앞이었다. 리디아는 숫자가 가진 잔인한 정확성을 들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얻은 유예보다 먼저 위험을 보았다. 그리고 말하지 않았다.

“무엇을 보셨습니까?”

“왕실 창고 반출 명세에 찍힌 세 번째 인장. 새 문양이 거꾸로였다. 정식 인장이라면 그렇게 찍히지 않는다.”

“왜 신고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는 제라드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감시관이 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렸다. 카시안의 그림자가 문 옆에 길게 놓였다.

“신고하면 회색 장부가 먼저 열렸다.”

리디아는 그 말을 이미 예상했다. 예상했다고 해서 덜 아프지는 않았다. 회색 장부. 난민 자금과 세금 회피, 항만 노동자 급료와 밀수 수익이 같은 장에 묶인 아버지의 문서였다. 선의와 범죄가 같은 잉크로 적혀 있었다.

“장부를 지키려고 왕실 위조를 묻으셨습니까?”

“항구를 지키려고 그랬다.”

“둘은 다릅니다.”

“네가 책상 앞에서 배우던 때에는 다르다. 폭풍이 오고 곡물선이 묶이면 다르지 않다.”

카시안의 눈이 조금 내려갔다. 북문의 사람도 그 말의 일부를 이해할 것이다. 리디아는 그 이해가 위험하다고 느꼈다. 위험은 오스윈의 문장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설득력에도 있었다.

엘리어스가 회색 장부 사본의 빈 목록을 한 장 꺼냈다. 원본은 아직 없었다. 다만 이전 심리에서 확인한 누락 번호와 제라드가 오늘 말한 항목을 맞출 수는 있었다. 겨울 난민선 식량비, 왕실 세관 우회료, 이름 대신 선박 번호로 처리된 하역 임금. 세 줄은 서로 다른 죄처럼 보였고, 같은 항구 밤을 지나왔다.

“이 항목을 인정하십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제라드는 종이를 보지 않고도 대답했다. “겨울 난민선은 맞다. 아이들이 얼어 죽지 않게 곡물을 먼저 내렸다. 세관 우회도 맞다. 왕실 허가를 기다렸다면 배가 두 번은 뒤집혔을 것이다.”

“하역 임금은요.”

그의 손이 처음으로 느리게 움직였다. “마르셀 쪽 임시 선박에 묶었다. 현금이 부족했다.”

“노동자 이름은 왜 빠졌습니까.”

“추징을 피하려고.”

“동의받았습니까.”

제라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디아는 그 침묵을 가장 오래 보았다. 사람을 살리려고 세관을 우회한 이야기에는 그럴듯한 긴박함이 있었다. 임금을 이름 없이 묶은 일에는 다른 냄새가 났다. 보호라는 말이 가장 빨리 상하는 곳이었다.

“그 줄은 회색 장부 공개 설계에서 분리합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난민선과 임금 누락은 같은 변명으로 묶지 않습니다.”

“리디아.”

“아직 제 이름을 부를 답변이 아닙니다.”

“회색 장부에 들어간 돈 중 일부가 노동자 급료로 갔다는 것은 압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그렇다고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사라지라고 한 적 없다.”

“그럼 왜 저에게 이 사건을 덮으라고 하십니까?”

제라드는 처음으로 시선을 피했다. 아주 짧았지만, 리디아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늘 긴 문장보다 짧은 회피에서 진실을 흘렸다.

“아베른이 살아야 한다.”

“가문입니까, 항구입니까.”

“둘을 갈라서 남은 것이 있더냐.”

“미레유가 있습니다. 이름이 지워진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왕실 명령을 믿고 항로를 바꾼 선장도 있습니다. 모두 가문이라는 단어 안에 들어가면, 아무도 따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제라드의 얼굴이 굳었다. “너는 내가 지켜 온 사람들의 이름을 나에게 가르치려 드느냐.”

“그 이름을 장부 밖에 두셨으니까요.”

면회실 밖에서 누군가 발을 옮겼다. 감시관은 문틈을 확인했다. 리디아는 지금 이 방의 모든 문장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낮추면 사적인 다툼이 되고, 사적인 다툼은 다시 가족 안에서 묻힐 수 있었다.

제라드는 쇠사슬 위 손을 폈다. “오스윈이 먼저 찾아왔다. 왕실 창고의 인장 이상을 같이 확인하자고 했다. 그는 내가 이미 봤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언제입니까.”

“위조 명령이 처음 나타난 날 밤.”

리디아는 펜을 멈추지 않았다. “장소.”

“회색수로 옆 옛 조율사 창고.”

카시안이 한 걸음 움직였다. 리디아는 그 움직임을 듣고도 돌아보지 않았다. 오스윈의 이름은 그에게 군사 지도처럼 읽힐 것이다. 그러나 오늘 질문자는 그녀였다.

“무슨 대화를 하셨습니까?”

“그는 신고하면 삼항구의 비공식 자금부터 공개하겠다고 했다. 난민선 급료, 왕실 세관 우회, 마르셀과의 임시 신용장. 모두.”

“그중 불법이 아닌 것은?”

제라드는 딸을 보았다. “묻는 순서가 가혹하구나.”

“아버지가 가르친 순서입니다. 좋은 지출부터 말하면 나쁜 수입이 늦게 보입니다.”

그는 낮게 웃었다.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불법이 아닌 것은 거의 없었다. 다만 모두 같은 이유에서 시작했다.”

“항구를 지키기 위해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그 말도 기록합니다.” 리디아는 엘리어스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이유와 위반을 같은 줄에 쓰세요.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지우지 않게.”

제라드의 눈이 조금 붉어졌지만, 그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리디아는 그가 울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울면 그녀가 약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자신을 먼저 봐야 했기 때문이다.

“리디.” 제라드가 다시 불렀다.

그 이름은 그녀가 여덟 살 때 항만 창고에서 길을 잃고 울지 않았을 때 들은 이름이었다. 열두 살에 첫 계산을 틀렸을 때도, 열일곱에 미레유의 입학을 두고 싸웠을 때도 들었다. 칭찬과 꾸짖음이 같은 호칭 안에 들어 있었다.

“가문을 위해 한 번만 덮어라.” 제라드가 말했다. “위조 인장만 공개해라. 회색 장부는 오스윈의 협박용으로 남겨 둬. 내가 책임지마. 네 손에는 묻히지 않게 하마.”

리디아는 펜을 내려놓았다. 종이에 작은 점이 생겼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이번에도 그녀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것이 옳았다. 아버지를 버릴지 지킬지는 남편이 고를 일이 아니었다.

“책임진다는 말은 무엇을 내놓겠다는 뜻입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내 작위, 내 재산, 내 이름. 필요한 만큼.”

“미레유의 선택권은요.”

제라드의 얼굴이 변했다. “그 아이는 아직 어리다.”

“열아홉입니다. 항로등 조율 문양을 보고, 왕실 인장의 뒤집힌 새를 확인했습니다. 아버지 장부 때문에 위험해질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말하지 말아야 한다.”

“아버지는 여전히 숨기는 것을 보호라고 부르십니다.”

제라드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너는 모두 공개하면 모두가 안전해질 거라 믿느냐? 노동자 명단이 열리면 그들에게 세금 추징이 간다. 난민선이 드러나면 망명자 이름이 궁정에 넘어간다. 네가 사랑하는 절차가 그 사람들을 먼저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느냐?”

리디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이 옳았기 때문이다. 옳은 질문을 던졌다고 해서 그가 옳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틀린 사람의 옳은 질문을 못 들은 척하면, 그녀도 같은 방식으로 숨기게 된다.

카시안이 그때 처음으로 끼어들었다. “공작. 이름을 숨긴 채 보호할 방법은 있다. 증인 보호 봉인, 지급 책임 분리, 공개 시점 유예.”

제라드의 시선이 카시안에게 갔다. “전장에서는 그렇게 친절한 절차를 밟나?”

“아니다. 그래서 전장 방식으로 장부를 열면 안 된다.”

리디아는 그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받아 적으면 카시안이 그녀 대신 아버지를 설득한 장면이 된다. 하지만 그 문장은 그녀가 다음 질문을 고르게 했다.

“공작님은 그 절차를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오스윈에게 협박당했을 때, 왕실이 아니라 도시원이나 귀족원 한쪽에 봉인 신고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왜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라드의 얼굴에 피곤함이 내려앉았다. “내가 열면 네가 다친다.”

“제가 아니라 공작님의 방식이 다칩니다.”

그는 반박하려다 멈췄다. 사랑이 아니라 자존심을 들킨 사람의 침묵이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제라드의 얼굴에 아주 작은 안도가 스쳤다.

“그래서 덮지 않습니다. 공개 시점을 설계하겠습니다. 보호할 이름은 가리고, 책임질 이름은 남기고, 회색 장부의 지출과 수입을 분리합니다.”

“그 사이 오스윈은 더 빠르게 움직인다.”

“아버지가 숨긴 시간만큼요.”

말이 끝난 뒤 면회실은 좁아졌다. 리디아는 자신이 딸의 자리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을 느꼈다. 물러난 자리에는 후계자가 서 있었다. 그러나 후계자도 아직 아이의 기억을 버리지 못했다.

제라드는 오래 보았다. “내가 너를 너무 잘 가르쳤구나.”

“아닙니다.”

“아니면?”

리디아는 질문서를 접지 않고 곧게 들었다. “공작님께서 저를 덜 믿으셨습니다.”

공작님.

호칭이 입술에서 나간 뒤에야 리디아는 그 무게를 알았다. 아버지의 얼굴에서 색이 천천히 빠졌다. 카시안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가, 바로 문밖으로 물러났다. 그는 이 호칭을 사적 보상처럼 받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리디아는 겨우 숨을 골랐다.

제라드는 쇠사슬을 당기지 않았다. 대신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손등의 핏줄이 예전보다 도드라졌다. 그 손으로 그는 그녀에게 숫자를 가르쳤고, 장부를 숨겼고, 지금도 가문을 위해 덮으라고 요구했다.

“그 이름으로 부르면 네 마음이 편해지느냐.” 그가 물었다.

“편해지지 않습니다.”

“그럼 왜.”

“편하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감시관이 종료 시간을 알렸다. 리디아는 마지막 질문을 남겼다.

“오스윈과의 회담에 누가 더 있었습니까?”

제라드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이번 침묵은 기억을 더듬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를 팔지 고르는 침묵이었다.

“이름 하나는 아직 말하지 않겠다.”

카시안의 목소리가 문가에서 낮게 들렸다. “거부 이유.”

제라드는 카시안을 보았다. “그 이름을 말하면 지금 살아 있는 증인이 죽는다.”

“증인 보호 조건을 말하십시오.” 리디아가 말했다.

“먼저 네가 회색 장부를 전부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름도 없다.”

리디아는 펜을 들었다. “면회 기록에 남기세요. 제라드 아베른 공작은 위조 명령 최초 출현일에 오스윈 델마르와 비밀 회담을 했음을 인정했다. 제3의 참석자는 증인 보호를 이유로 현재 진술 거부. 회색 장부 비공개 약속을 조건으로 제시.”

엘리어스가 그대로 받아 적었다. 제라드는 딸을 보지 않고 종이 끝을 보았다.

“리디아.”

이번에는 어린 이름이 아니었다. 온전한 이름이었다. 너무 늦게 도착한 이름이었다.

리디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울음이 아니라 조건이 나올 것 같았다. 어느 쪽도 지금은 필요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기 전, 제라드가 말했다.

“그 밤, 오스윈은 혼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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