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간의 북문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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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안은 여섯 시간을 한 번에 보지 않았다.
그는 먼저 말의 거리, 관문 교대 시각, 세 척의 적재량을 나눴다. 북문 지도대 위에 놓인 말은 붉은색 세 개였지만, 실제로는 사람 수와 자루 수와 얼음이 오기 전 남은 날들이었다. 회의장 안쪽에서 아직도 왕세녀 안전 안건을 두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바깥 지도대에서는 모래시계가 얇은 목을 통과하고 있었다.
“남으면 표결을 막을 수 있습니다.” 도리안이 말했다. “가시면 표결장은 재상 손에 남습니다.”
“가만히 두면 첫 요새가 일주일을 잃는다.”
“대공비께서 그 일주일을 다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도리안은 일부러 직함을 정확히 불렀다. 새 아내, 공녀, 동맹 같은 말 대신 가장 단단하고 먼 호칭을 골랐다.
카시안은 보고서 두 번째 장을 넘겼다. “세 척 중 어느 배가 가장 느리지.”
“느린 배가 문제가 아닙니다. 교대표가 문제입니다. 관문장이 교대 후 책임을 넘기면 강을 닫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야 한다.”
그 말은 명령처럼 짧았지만, 카시안은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리디아가 원본 보고서를 읽는 동안 기다렸다. 그녀의 손은 젖은 종이를 피하지 않았고, 숫자 옆에 엘리어스가 건넨 작은 연필로 표시를 남겼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것을 짐작해 명령으로 메우는 습관이 있었다. 오늘은 그 습관이 시간을 먹었다.
“귀하의 표가 필요하면 어떻게 합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제 표를 원하면 안 됩니다.” 카시안은 대리 판단 위임서를 꺼내 서명했다. “제가 없을 때 귀하가 행사할 판단이어야 합니다. 제 뜻대로 움직였다는 기록이 남으면, 임시 대표석은 시작부터 배우자석이 됩니다.”
리디아는 서명란을 보았다. “그 문장을 그대로 적으십시오.”
카시안은 서기관에게 손짓했다. 서기관은 젖은 지도와 마른 양피지 사이에 앉아 문장을 받아 적었다. ‘북문대공 카시안 로엔은 부재 중 대리자 리디아 아베른에게 사전 지시가 아니라 독립 판단권을 위임한다.’
“원본 보고서는 모두 공유합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그리고 제가 전하께 불리한 표를 행사해도 이 위임서를 회수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붙이십시오.”
도리안이 짧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을 코로 밀어낸 소리였다. “전하, 지금 이 자리에서 목줄을 내주시는 겁니다.”
카시안은 그를 보았다. “도리안.”
“병사들은 목줄 없는 지휘관을 못 믿습니다.”
“병사들은 굶는 지휘관도 못 믿어.”
리디아가 펜을 들었다. “목줄이라는 표현은 기록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도리안의 입이 다물렸다. 카시안은 그 침묵을 이용해 서명했다. 그가 펜을 내려놓자 모래시계 아래쪽 모래가 한 겹 더 두꺼워져 있었다.
리디아는 위임서를 접기 전에 한 줄을 더 요구했다. “제가 전하께 불리한 수정안을 지지해도, 이 서명의 효력은 사후에 철회하지 않는다.”
서기관이 펜을 멈췄다. 도리안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카시안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한 줄은 정치적 예절이 아니라, 나중에 그를 묶을 고리였다. 북문군 예산이 늦어질 수도 있고, 그의 지지자들이 배우자에게 휘둘린다고 볼 수도 있었다.
“적어.” 카시안이 말했다.
“전하.” 도리안이 낮게 불렀다.
“내가 두 곳을 동시에 지휘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적어도 된다.”
리디아는 그 문장을 듣고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젖은 보고서 한 장을 따로 빼서 엘리어스에게 넘겼다. “이쪽은 회의장에 남길 사본입니다. 북문 피해가 정치 구호로만 쓰이지 않게 하세요.”
카시안은 그 지시를 기억했다. 그녀가 자신을 믿는다고 말하지 않은 것도, 북문 피해를 자기 표의 재료로 삼겠다고 말한 것도 기억했다. 기억은 명령보다 불편했다.
북문행 군마차는 왕궁 돌길을 벗어나자마자 흔들렸다. 카시안은 창밖을 보지 않았다. 도리안이 맞은편에 앉아 젖은 장갑을 벗었다. 왼쪽 손목부터 손등까지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항로등이 폭발할 때 생긴 흉터였다. 그날 늦은 명령 때문에 다섯 명이 관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카시안은 잊지 않았다. 도리안도 잊지 않았다. 다만 잊지 않는 방식이 달랐다.
“새 대공비께서는 보급을 표로 볼 겁니다.” 도리안이 말했다.
“우리는 표를 보급으로 보지.”
“그래서 위험합니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 전에 관문이 닫힙니다.”
카시안은 교대표를 무릎 위에 펼쳤다. “관문 교대는 넷째 종 반. 하류 선착장에서 관문까지 마른 강줄기를 타면 두 시간 십 분. 세 척을 일렬로 올리면 마지막 배가 닫힌다.”
“두 묶음으로 나눠야 합니다.”
“한 척은 늦는다.”
“제가 말한 버릴 한 척입니다.”
카시안은 보고서 가장자리의 흙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버리는 건 배가 아니라 화물 일부다. 사람과 배를 남기면 다음 주에 다시 실을 수 있다.”
도리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계산을 선장이 받아들일까요?”
“받아들이게 설명한다.”
“전하가 설명할 시간이 있습니까?”
“명령만 하면 반나절 뒤에 소송장이 온다. 설명하면 십 분이 든다.”
도리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차 바퀴가 진흙을 치며 지나갔다. 카시안은 그가 납득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반박을 고르는 중임을 알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북문군에서 침묵은 동의가 아니었다. 일단 명령을 실행하겠다는 표시였다.
강변에는 곡물 냄새가 물비린내와 섞여 있었다. 세 척의 배는 하류 굽이에 묶여 있었고, 관문 위 나무다리에는 교대 전 경비가 이미 줄을 맞추고 있었다. 카시안이 말에서 내리자 관문장이 달려왔지만, 그는 먼저 선장들을 불렀다.
관문장은 왕실 인장을 보자마자 길을 열겠다고 했지만, 카시안은 그 말도 거절했다. 인장으로 열면 다음 교대장이 문을 닫을 명분을 얻었다. 북문은 명령보다 책임란을 더 두려워했다.
“교대 전 통과 허가자를 지금 적어라.” 카시안이 말했다.
관문장은 젖은 모자를 벗었다. “재상부 확인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왔다.”
“대공 전하 서명만으로는 후임 관문장이 문제 삼습니다.”
카시안은 도리안을 보았다. 도리안은 이미 화를 냈지만, 말보다 빨리 빈 양식을 꺼냈다. 오래 같이 지낸 부하가 쓸모 있는 이유는 마음을 읽어서가 아니었다. 어느 상황에서 어느 종이가 필요한지 알기 때문이었다.
“후임 관문장에게 보낼 책임 인수서도 같이 쓴다.” 카시안은 관문장 앞에 펜을 놓았다. “당신 이름을 뺄 생각은 없다. 대신 당신 혼자 책임지게도 하지 않는다.”
관문장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 그는 펜을 들었다. 강의 물살보다 서류 한 장이 더 오래 사람을 붙잡을 때가 있었다.
“세 척을 모두 같은 줄로 보내면 마지막 배는 닫힌 관문 앞에서 밤을 샌다.” 카시안이 말했다. “첫째와 둘째 배는 화물을 그대로 싣고 올라간다. 셋째 배는 앞창고 열두 칸을 비우고, 가벼워진 배로 관문을 붙잡는다.”
“버리라는 말씀입니까?” 셋째 배 선장이 물었다.
“버릴 화물은 왕실이 배상한다. 배와 선원은 잃지 않는다.”
“서류로 주십시오.”
도리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지만 카시안이 손으로 막았다. 선장의 요구는 지연이 아니었다. 화물을 강에 던진 뒤 배상서가 없으면, 다음 항해 때 선원들이 굶었다.
“쓴다.” 카시안은 조율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물길은.”
현지 조율사는 강가의 흙 위에 막대기로 선을 그었다. “왼쪽 굽이가 얕습니다. 가벼운 배만 통과합니다. 무거운 배가 거기로 가면 바닥을 긁습니다.”
“좋다. 첫째와 둘째는 오른쪽 깊은 물, 셋째는 왼쪽 얕은 물. 셋째 배 앞창고 열두 칸을 비운다. 버릴 자루는 표식이 없는 것부터.”
“표식이 없는 건 예비 배급입니다.” 도리안이 말했다.
“이름 붙은 자루를 버리면 요새별 배급표가 무너진다. 예비 배급은 손실로 계산할 수 있다.”
카시안은 선장들에게 배상서를 건넸다. 셋째 배 선장이 종이를 물끄러미 보더니 자기 이름을 적었다. 동의라는 말은 없었다. 이름이 남았다.
화물 자루가 강변에 쏟아졌다. 병사들이 어깨로 나르고, 항만 노동자 둘이 묶음을 잘랐다. 젖은 곡물이 터져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카시안은 환호를 기다리지 않고 관문 위 교대표를 보았다. 넷째 종까지 남은 시간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이었다.
첫째 배가 지나갈 때 관문장은 책임 확인서를 요구했다. 카시안은 이미 써 둔 종이를 내밀었다. 둘째 배는 밧줄이 엉켜 잠깐 멈췄다. 도리안이 직접 강물에 들어가 줄을 풀었고, 화상 자국이 있는 손으로 젖은 밧줄을 움켜쥐었다.
셋째 배가 왼쪽 얕은 물로 들어갈 때 선원 하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강변에는 버려진 자루 열두 칸이 낮게 쌓여 있었다. 카시안은 그 숫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저 자루는 누가 가져갑니까?” 조율사가 물었다.
“젖은 건 말 사료로 돌리고, 마른 건 하류 창고에 봉인한다.”
“봉인하면 오늘 먹을 사람은 없습니다.”
카시안은 물살을 보다가 조율사를 다시 보았다. 현장의 질문은 늘 늦게 왔다. 늦었지만 쓸모 있었다.
“요새 배급표에서 오늘 저녁분을 먼저 빼라. 손실은 예비 배급으로 처리한다. 하류 사람들에게 빈 자루만 남기지 않는다.”
도리안이 낮게 말했다. “그러면 요새 사흘 뒤 식단이 줄어듭니다.”
“안다.”
“수도에서는 모릅니다.”
“그래서 숫자를 보낸다.”
도리안은 더 말하지 않았다. 병사 하나가 미끄러져 무릎을 찧었고, 선장이 욕을 삼키며 그를 일으켰다. 카시안은 다친 병사를 후방으로 보내지 않았다. 먼저 이름을 적게 했다. 이름이 빠진 손실은 다음 명령에서 없는 사람이 되었다.
관문 쇠사슬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조율사가 막대기를 던지며 소리쳤고, 셋째 배의 앞머리가 간신히 그림자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와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강 위에 퍼졌다.
“통과!” 관문장이 외쳤다.
병사들이 손을 들었지만, 카시안은 손실표부터 받았다. 예비 배급 열두 칸, 젖은 자루 네 줄, 선원 부상 한 명. 요새 일주일치가 아니라 사흘치 보조 배급으로 손실이 줄었다. 승리는 숫자를 지우지 않았다.
북문 임시 지휘소의 책상은 젖은 장갑과 손실표, 배상서로 가득했다. 카시안은 수도 전령이 도착했을 때도 먼저 손실표 마지막 줄에 서명했다.
“표결 결과는.” 그가 물었다.
전령은 숨을 고르며 봉투를 내밀었다. “대공비 전하께서 표를 행사하셨습니다.”
“서명이 유효했나.”
전령은 잠깐 멈췄다. 카시안은 그 멈춤에서 승패보다 나쁜 것을 보았다.
“임시 대표석 표결에는 반영됐습니다. 다만 수도 시민보호연합 명의로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도리안이 젖은 장갑을 책상 위에 던졌다. “시민보호연합?”
전령은 소송장 첫 장을 펼쳤다. 글자는 마른 잉크로 아주 단정했다.
“피고 리디아 아베른의 표는 왕족 배우자의 강요 아래 행사되었으므로 무효다.”
카시안은 그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 원고는 리디아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적어 놓았다. 보호라는 단어가 다시 목줄처럼 쓰였다.
“말을 준비해.” 카시안이 말했다.
도리안이 창밖을 보았다. “수도까지 달리면 말이 두 번 바뀝니다.”
“바꿔.”
“도착해도 이미 소송 절차가 열렸을 겁니다.”
카시안은 소송장을 접지 않았다. 접으면 문장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까 봐서가 아니라, 리디아가 어떤 표를 던졌는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과를 모른 채 돌아가야 했다. 이번에는 그 결과를 되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소송장 사본을 두 부 만들어라.” 카시안이 말했다. “하나는 내 말가방에, 하나는 북문 기록함에 남긴다.”
“북문에 왜 남깁니까?” 전령이 물었다.
“내가 여기 없었다는 사실도 증거다. 그리고 내가 여기 온 이유도.”
도리안은 젖은 손목을 천으로 감았다. “그 증거가 대공비께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모른다.”
“모르는데 남깁니까?”
카시안은 소송장 첫 줄을 다시 보았다. 강요라는 단어가 리디아의 이름 앞에 붙어 있었다. 그 단어를 부정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수도로 달려가 대신 말하는 것이었다. 가장 익숙한 방법이기도 했다.
“내가 대신 말하면 저 문장이 더 오래 산다.”
도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리디아를 위험으로 보았다. 카시안도 그 평가를 당장 지우려 하지 않았다. 북문에서는 위험을 지운 사람이 먼저 죽었다. 다만 위험의 이름을 정확히 붙이지 않으면, 지키려던 사람을 묶게 된다.
책상 위에는 구조된 곡물 수량표가 놓여 있었다. 그 아래에 표 무효 소송장이 겹쳐졌다. 두 종이는 같은 무게로 젖은 나무판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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