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4대공비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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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비의 자리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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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정회의장 전실의 명단에는 리디아의 이름이 두 번 나오지 않았다.

카시안 로엔은 섭정 후보 명단의 세 번째 줄에 있었다. 리디아 아베른은 그 아래가 아니라 옆쪽, 배우자 동석 명단의 맨 끝에 적혀 있었다. 서기관은 리디아가 그 줄을 읽는 동안 깃펜을 세워 들었다. 수정할 생각은 없다는 자세였다.

“아베른 의석은 어디입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서기관은 회의장 안쪽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반역 심리 준비 기간 동안 봉인되었습니다.”

회의장 문틈 사이로 붉은 봉인 띠가 보였다. 아베른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높은 의자 위에 얇은 띠가 X자로 둘러져 있었다. 리디아는 그 띠를 만지지 않았다. 만지는 순간, 누군가는 훼손이라고 기록할 것이다.

그 대신 낮은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베아트리체 왕대비의 시종 둘이 작은 의자를 들고 와 카시안의 자리 뒤쪽에 놓았다. 의자는 정교했다. 일부러 조악하게 모욕하지 않는 쪽이 더 오래 남는다. 등받이는 낮고, 팔걸이는 없었고, 앉으면 앞사람의 어깨 너머로만 회의장을 볼 수 있는 높이였다.

“대공비 자리입니다.” 시종이 말했다.

리디아는 그 의자와 봉인된 아베른 의자를 번갈아 보았다. 하나는 너무 낮았고, 하나는 너무 높게 묶여 있었다.

전실의 다른 사람들은 보지 않는 척했다. 보지 않는 척하는 시선은 노골적인 모욕보다 오래 남는다. 카르스트 가문의 대리인은 장갑 단추를 잠그는 척하며 낮은 의자의 높이를 재고 있었고, 왕실 시종장은 봉인 띠의 매듭이 느슨하지 않은지 확인했다. 누구도 리디아에게 직접 모욕을 주지 않았다. 모욕은 가구와 명단과 동선이 대신했다.

엘리어스가 아주 낮게 말했다. “의자를 치우게 하면 배우자석 거부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대로 두세요.”

“앉지 않으실 겁니까?”

“비어 있어야 보입니다.”

카시안이 곁으로 왔다. “자리를 바꿔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럼 전하의 자리가 됩니다.”

“그렇게 보일 겁니다.”

“그럼 필요 없습니다.”

그는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무엇을 요구하겠습니까.”

“배우자석이 아니라 임시 대표석.”

“정식 복구가 아니라?”

“90일 심리 기간의 대표권입니다. 지금 정식 의석을 요구하면 반역 심리부터 무너뜨릴 핑계가 됩니다.”

카시안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터의 동의처럼 간결했다. 리디아는 그 동의가 마음에 들 뻔했고, 곧장 경계했다. 마음에 드는 동의도 상대의 자리에서 나온다.

“제가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리디아는 그를 보았다.

“원하면 말하십시오. 아니면 침묵하겠습니다.”

“침묵이 무관심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 비용은 제가 받겠습니다.”

“아니요. 일부는 제게 올 겁니다. 그래도 대신 말하지 마십시오.”

그는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끄덕임도 허락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았는지, 단지 문을 열어 주듯 옆으로 비켜섰다.

회의장 안에서는 모두가 앉은 뒤에야 리디아가 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낮은 의자는 비어 있었다. 카시안의 뒤쪽 그림자 안에 놓인 그 의자는 방 안의 여러 시선을 끌었다. 베아트리체는 왕대비석에서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오스윈은 기록대를 보았고, 서기관은 빈 의자까지 회의록에 적을지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대공비께서는 착석하십시오.” 오스윈이 말했다. “비상회의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착석할 자격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방 안의 공기가 얇아졌다. 카시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리디아는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을 보았다. 그의 턱이 아주 조금 내려갔다가 멈췄다.

“배우자에게는 발언권이 없습니다.” 오스윈은 친절하게 말했다. “오늘 회의는 섭정 후보와 왕실, 열두가문 대표, 삼항구 대표의 회의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배우자석에 앉지 않았습니다.” 리디아는 봉인된 아베른 의자를 보았다. “아베른 정식 의석은 심리 전까지 봉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항구 자산 동결과 공동 봉인 절차를 논의한다면, 동결된 자산의 책임자가 없는 상태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90일 공개 심리 기간 동안 삼항구 아베른 임시 대표석을 요구합니다.”

“반역 혐의 가문의 딸이 대표석을 요구한다는 말입니까.”

“반역 혐의 가문의 재산을 동결한 회의가 그 재산의 급료와 보급을 논한다는 말입니다.”

오스윈은 손끝으로 회의록 가장자리를 정리했다. “아베른 자산 동결은 처벌이 아니라 증거 보존입니다. 공녀의 발언권이 생기면 증거 접근권도 함께 주장될 겁니다. 왕국은 지금 증거 훼손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임시 대표권의 범위를 동결 자산의 사용과 기록 열람에 한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증거 원본 반출권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기록 열람은 곧 전략 열람입니다.”

“동결 목록에 항구 노동자 급료와 곡물 창고 열쇠가 들어 있으면, 그것도 전략입니까? 그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굶길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회의장 한쪽에서 누군가 의자를 조금 밀었다. 작은 소리였지만, 그 소리 때문에 리디아는 자기 말이 너무 커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분노를 크게 말할수록 상대는 감정으로 치부한다. 그녀는 다음 문장을 낮췄다.

“제 요구는 아버지의 무죄가 아닙니다. 동결된 권한의 임시 책임 소재입니다.”

베아트리체의 시선이 의자에서 리디아의 손으로 옮겨 갔다. 리디아는 손을 접지 않았다. 명언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문장은 길지 않다.

카시안이 말했다. “제 아내의 뜻은—”

그는 거기서 멈췄다.

리디아는 그를 보지 않았다. 보면 고마움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드러날 것 같았다. 카시안은 말을 고쳤다.

“서기관, 아베른 공녀의 청구를 그대로 읽으시오.”

서기관은 당황한 얼굴로 리디아를 보았다. 리디아는 계약서 사본 뒤에 끼워 둔 한 장짜리 청구서를 꺼냈다. 엘리어스가 심리원 복도에서 적어 준 초안이었다. 잉크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 모서리가 손에 묻었다.

“90일 공개 심리 기간 중 아베른 삼항구 자산 동결과 관련한 의결에 한하여 임시 대표 발언권과 기록 열람권을 청구한다.” 서기관의 목소리가 중간에 흔들렸다. “정식 의석 복구는 본 심리 결과에 따른다.”

오스윈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좁은 요구는 쉽게 자르기 어렵다. 그는 기록대를 두드리며 회의장을 둘러보았다.

“비상회의는 오늘 국왕 유고 대응과 섭정 선출 일정을 확정해야 합니다. 아베른 임시 대표권은 내일 표결에 부치겠습니다. 그때까지 항구 자산 동결은 유지됩니다.”

“내일 표결 전까지 동결 목록과 급료 미지급 항목 사본을 받겠습니다.”

“검토하겠습니다.”

“거부하면 거부 사실도 기록해 주십시오.”

“기록이라는 말이 공녀께 방패처럼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오스윈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 “하지만 기록은 책임도 남깁니다. 내일 표결에서 공녀의 청구가 부결되면, 아베른은 비상회의의 절차를 지연시킨 가문으로 남습니다.”

“부결되면 그 결과를 기록하십시오.”

“두렵지 않습니까?”

“두렵습니다.” 리디아는 바로 답했다. “그래서 의자 뒤에 숨지 않겠습니다.”

카시안의 손이 책상 위에서 아주 조금 멈췄다. 리디아는 보지 않은 척했다. 그 반응까지 의지하면, 방금 한 말이 또 다른 보호 아래 들어간다.

베아트리체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대공비께서는 기록을 좋아하시는군요.”

“기록이 없으면 호의와 위협이 같은 목소리로 남습니다.”

왕대비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좋은 답입니다. 다만 좋은 답이 좋은 자리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요구하는 중입니다.”

베아트리체는 시종에게 낮은 의자를 그대로 두라고 손짓했다. “그럼 오늘은 그 의자를 비워 두지요. 비어 있는 자리도 때로는 발언합니다.”

그 말은 칭찬처럼 들렸지만, 리디아는 그것을 선물로 받지 않았다. 비워 둘 권한도 아직 왕대비에게 있었다. 리디아가 얻은 것은 의자를 치우지 않는 허락뿐이었다.

회의록에는 리디아가 배우자석에 앉지 않았다는 사실도 남았다. 서기관은 그 문장을 적기 전 카시안을 보았고, 카시안은 아무 신호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서기관은 리디아를 보았다. 리디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펜이 움직였다.

첫 안건은 국왕 유고 확인 절차였다. 두 번째는 섭정 선출 30일 시한이었다. 세 번째가 비상 조달권이었고, 거기서 아베른의 이름이 다시 나왔다. 오스윈은 아베른 항구 동결을 유지해야 북문 보급이 안정된다고 주장했다. 리디아는 발언권이 없었으므로 말하지 않았다. 대신 오스윈이 “항구 협조”라고 말할 때마다 엘리어스에게 표시하게 했다. 협조라는 단어는 동의 없이 자주 쓰였다.

카시안은 그 표시를 한 번 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편을 드는 말보다 불편했다. 리디아는 그 불편을 견뎠다. 대신 말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려면, 대신 말하지 않는 순간의 차가움도 받아야 했다.

회의가 끝난 뒤 회랑은 사람들의 발소리로 붐볐다. 낮은 의자는 시종들이 다시 들고 나갔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가구였겠지만, 리디아에게는 하루 동안 배정된 정치적 높이였다.

카시안이 곁에 섰다. “왜 제 자리를 나눠 쓰지 않았습니까.”

“나눠 받은 자리는 결국 전하의 자리입니다.”

“그래서 서 있기로 했습니까.”

“서 있으면 다리가 아픕니다. 하지만 제 무게는 제 것입니다.”

그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엘리어스에게서 북문 보급 지도를 받아 리디아에게 내밀었다. “내일 표결 자료입니다. 그리고 다른 문제.”

지도에는 북문 요새와 곡물선의 항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붉은 선 하나가 끊긴 지점에 숫자가 적혀 있었다. 여섯 시간.

지도에는 접힌 자국이 많았다. 북문군에서 급히 보낸 보고서답게 잉크는 군데군데 번졌고, 곡물선의 이름 대신 선박 번호가 적혀 있었다. 리디아는 번호를 보고 눈을 좁혔다.

“선박 이름이 없습니까?”

“군 보고서는 번호를 우선합니다.”

“항구에서는 이름을 우선합니다. 번호만 있으면 선장과 하역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카시안은 그 말을 바로 부정하지 않았다. “그 시간이 있습니까?”

“여섯 시간이라면서요. 없을수록 이름이 필요합니다.”

엘리어스가 지도 옆에 빈칸을 만들었다. “항구 대리인에게 확인 요청을 넣겠습니다.”

“북문 곡물선이 예정 항로에서 벗어났습니다.” 카시안이 말했다. “여섯 시간 안에 도착하지 않으면 요새 배급이 끊깁니다.”

“전하가 현장으로 가야 합니까.”

“가면 표결을 놓칩니다. 남으면 곡물선 판단을 부하에게 맡겨야 합니다.”

리디아는 봉인된 아베른 의자가 보이던 문 쪽을 돌아보았다. 내일 표결은 그녀의 자리 문제였다. 북문 곡물선은 카시안의 군대 문제였다. 하지만 둘 다 식량과 권한의 문제였고, 하나를 버리면 다른 하나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전하가 가면, 오스윈은 제 임시 대표권을 전하 없는 틈에 처리하려 할 겁니다.”

“압니다.”

“남으면, 부하가 선박을 군수품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항구 협의 없이 강제 견인하면 다음 표결에서 삼항구가 더 멀어집니다.”

“그것도 압니다.”

카시안의 대답은 짧았지만 거칠지 않았다. 결론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자기 무능을 들킨 듯한 불쾌감을 숨기고 있었다. 리디아는 그 불쾌감이 자기 탓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다음 문장을 조심했다.

“제가 내일 표결을 맡겠다고 말하면, 그건 배우자 역할이 아니라 제 자리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북문은 제 자리의 문제입니다.”

둘 사이에 처음으로 같은 구조의 문장이 놓였다. 같은 답은 아니었다.

“전하께서는 무엇을 고르실 겁니까.”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예상보다 무거웠다. 카시안은 결론부터 말하는 사람이었다. 결론이 없다는 것은, 어느 쪽을 택해도 누군가의 몫을 빼앗는다는 뜻이었다.

회랑 끝에서 오스윈의 전령이 다시 나타났다. “재상께서 북문 보급 건도 비상회의 안건에 올리겠다고 하셨습니다. 대공 전하의 현장 이탈 여부를 즉시 알려 달라 하셨습니다.”

리디아는 빈 아베른 의자와 카시안 손의 여섯 시간짜리 보고서를 번갈아 보았다. 낮은 의자는 사라졌지만, 선택의 높이는 여전히 누군가가 정하려 하고 있었다.

내일 표결까지는 하루가 남았고, 곡물선에는 여섯 시간만 남았다. 두 시계가 같은 젖은 회랑에서 서로 다른 사람을 각자의 아직 닫힌 무거운 회의장 문 쪽으로 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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