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둘인 신혼방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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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청의 문은 안쪽에서 닫히고 있었다.
엘리어스가 먼저 몸을 밀어 넣었다. 문지기는 그의 어깨에 밀려 한 걸음 물러났고, 리디아는 봉인된 계약서를 품에 안은 채 문턱을 넘었다. 카시안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그는 문지기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벽시계를 한 번 보고 말했다.
“첫 종까지 삼십삼 분.”
등록관은 잠옷 위에 푸른 예복을 걸친 채 의자에서 일어났다. “왕족 혼인 등록은 정규 시각 이후에—”
“정규 시각 전에 효력을 주장해야 합니다.” 리디아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왕실 공증인이 봉인했고, 공명석 기록이 있습니다. 등록 거부 사유가 있으면 조항 번호로 말씀하십시오.”
등록관의 손이 봉인에서 멈췄다. 그는 카시안을 보지 않으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카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리디아에게 자리를 비켜 주는 쪽에 가까웠다.
“등록관.” 카시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등록관의 어깨가 굳었다.
“질문은 공녀에게 하십시오. 저는 서약 당사자일 뿐입니다.”
리디아는 그 말을 들은 뒤에야 자기 손이 계약서를 조금 세게 쥐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카시안이 대신 답하지 않겠다는 조건은 아직 종이 위의 문장뿐이었다. 그런데 첫 번째 사용처가 생겼다.
“서약 문장을 읽으셔야 합니다.”
“읽겠습니다.”
숨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첫 단어가 작게 나왔다. 리디아는 다시 시작했다. “리디아 아베른은 카시안 로엔과 1년 한시 혼인을 등록하며,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와 제한을 공개 기록으로 남긴다.”
카시안은 이어 읽었다. 군사 보고를 읽는 듯 정확했다. “카시안 로엔은 리디아 아베른과 1년 한시 혼인을 등록하며,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와 제한을 공개 기록으로 남긴다.”
등록관은 두 사람의 이름을 원장에 적었다. “공개 호칭은 대공비로 올립니까?”
“공식 행사에서는 북문대공비.” 리디아가 말했다. “가문 기록에는 아베른 공녀를 병기합니다.”
“혼인 뒤에는 보통 친정 직함을—”
“지우지 않습니다.”
카시안이 짧게 덧붙였다. “병기하십시오.”
그 한마디 뒤에 등록관의 펜이 움직였다. 리디아는 고마워하지 않았다. 대신 원장의 줄을 확인했다. 아베른이라는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서기관은 공명석 사본 한 장의 젖은 모서리를 보고 별도 표기를 남겼다. 물자국은 등록청의 건조한 불빛 아래에서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첫 종이 울리기 직전 왕실 인장이 내려찍혔다. 소리가 작았는데도 방 안의 모두가 잠깐 멈췄다. 공동심리권이 효력을 가질 수 있는 시각이 생겼다. 아직 승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취소하기 어려운 줄 하나가 왕실 원장에 들어갔다.
등록관은 서랍에서 붉은 끈 두 개를 꺼냈다. “부부 등록 표식입니다. 공개 행사 입장 때—”
“하나는 제게, 하나는 전하께 주십시오.” 리디아가 말했다.
“보통은 수행원이 부인의 것을 보관합니다.”
“오늘부터 보통이 아닙니다.”
엘리어스가 뒤에서 작은 기침을 했다. 웃음을 참는 소리라기보다 다음 문장을 기억하라는 신호였다. 리디아는 붉은 끈을 받아 손목에 묶지 않고 서류함 안에 넣었다. 표식은 입장권이지 팔찌가 아니었다.
마차 안은 넓지 않았다. 리디아는 맞은편 좌석의 거리를 먼저 재고, 그다음 문 손잡이와 창의 잠금쇠를 보았다. 카시안은 젖은 장갑을 벗지 않은 채 오늘의 일정을 말했다.
“대공저 도착. 동관 배정. 정오 전 공동심리권 청구서 제출. 왕실 피후견 명령이 도착하면 효력 정지를 신청합니다.”
“제 이름으로 답하실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규칙에 넣겠습니다. 공개석상에서도 제 대답은 제가 합니다.”
“전술적으로 불리한 순간이 있습니다.”
“전술적으로 불리한 대답도 제 몫입니다. 대신 제가 모르는 군사 정보 때문에 답을 그르칠 위험이 있으면, 전하께서 그 정보를 먼저 주십시오.”
카시안은 창밖의 젖은 거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필요 범위.”
“필요 범위를 제가 확인할 수 있는 기록 접근권.”
“이미 계약에 넣었습니다.”
“생활 규칙에도 넣겠습니다. 대공저 경호가 저를 보호하는지 감시하는지 구분하려면 출입 기록을 봐야 합니다.”
그제야 카시안이 리디아를 보았다. “대공저 경호는 왕실 경비와 다릅니다.”
“제게는 아직 둘 다 무장한 타인입니다.”
마차 바퀴가 물웅덩이를 밟았다. 짧은 흔들림에 리디아의 무릎이 앞으로 밀렸지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 남았다. 카시안은 손을 뻗지 않았다. 그 대신 좌석 아래의 작은 서류함을 열어 빈 열쇠표를 꺼냈다.
“동관 출입 기록은 오늘부터 별도로 만듭니다. 열람권은 공녀와 엘리어스 렌에게 줍니다.”
“사적으로는 아베른 공녀라고 부르십시오. 공개 등록 때만 대공비로 충분합니다.”
“저는 전하입니까.”
리디아는 잠깐 대답을 고르지 못했다. 남편이라는 단어는 너무 컸고, 이름은 아직 너무 가까웠다. “사적으로도 전하입니다. 필요하면 계약상 배우자라고 부르겠습니다.”
“길군요.”
“길어야 오해가 적습니다.”
그의 입가가 움직였지만 웃음으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아베른 공녀.”
마차가 대공저 외문을 통과하자 경비 둘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은 카시안에게, 다른 한 사람은 리디아에게 늦게 숙였다. 늦은 쪽의 시선은 그녀가 아니라 마차 문에 꽂힌 왕실 표식에 머물렀다.
“저 사람은 누구의 명령을 듣습니까?” 리디아가 물었다.
“동관 외곽 경비. 제 지휘입니다.”
“그럼 제가 방을 나가면 보고가 전하께 갑니까?”
“현재 규정으로는 그렇습니다.”
“오늘부터는 저에게도 옵니다. 단, 이동 허락을 받는 형식이면 안 됩니다. 기록 통지입니다.”
카시안은 마차에서 내리며 바로 옆의 경비대장을 불렀다. “동관 출입과 이동 보고는 대공비와 내 서재에 동시 제출한다. 허가 요청이 아니라 사후 기록이다. 예외는 무력 침입뿐.”
경비대장은 리디아를 보았다. 이번에는 더 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 작은 차이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리디아는 기억해 두었다.
대공저 동관은 신혼방처럼 꾸며져 있었고, 신혼방이 아니었다. 중앙 응접실 양쪽에 별도 침실 문이 있었다. 침실 사이에는 내부 연결문이 하나 더 있었고, 그 앞에는 새로 놓은 듯한 봉인 상자가 있었다.
카시안은 열쇠 두 개를 꺼냈다. “안전상 연결문 열쇠는 제가 보관하는 편이 빠릅니다.”
리디아는 문틀을 보았다. 금박 장식이 아니라 잠금쇠가 먼저 보였다. “빠르다는 이유로 제 방의 문이 전하의 판단 아래 있으면, 5조는 장식이 됩니다.”
“암살 시도는 장식이 아닙니다.”
“암살 시도 때 들어오십시오. 그 밖에는 고지하십시오.”
그는 열쇠를 손바닥에 올린 채 잠깐 멈췄다. 전장의 사람이라면 그 사이에 세 가지 동선을 계산했을 것이다. 리디아는 그가 어떤 동선을 포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봉인 상자에 넣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양쪽 서명 없이는 열지 못하게.”
엘리어스가 상자에 봉인지를 붙였다. 리디아는 자기 이름을 먼저 적었다. 카시안의 이름이 그 아래에 들어갔다. 한 방 안에 있지만, 문은 둘이었다. 열쇠는 그 중간에 갇혔다.
“문을 닫겠습니다.” 리디아가 말했다.
카시안은 문턱을 넘지 않았다. “닫으십시오.”
문이 닫힌 뒤에야 손이 떨렸다. 리디아는 장갑을 벗으려다 실패했다. 젖은 가죽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감정 이름을 붙일 시간은 없었다. 탁자 위에는 등록 원장 사본과 피후견 명령이 오기 전 제출해야 할 신청서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장갑을 벗지 못한 손으로 먼저 신청서의 빈칸을 눌렀다.
방은 낯선 냄새가 났다. 새로 편 린넨, 닫힌 벽난로, 급히 옮긴 잉크의 냄새. 침대 머리맡에는 북문대공가의 문장이 작게 수놓여 있었지만, 서랍 안쪽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리디아는 빈 서랍을 열어 둔 채 자기 서류함을 그 안에 넣지 않았다. 아직 이 방이 자기 방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문밖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카시안이 경비에게 지시하는 소리였다. 단어는 또렷하지 않았고, 발걸음은 문턱 앞에서 멈췄다. 그는 묻지 않고 들어오지 않았다. 리디아는 그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장갑의 첫 번째 단추를 풀 수 있었다.
장갑 안쪽에 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닦지 않고 책상 위 빈 접시에 올렸다. 오늘 만진 종이들이 모두 젖었다. 물자국은 지저분했지만, 거짓말을 덜 했다.
응접실의 문이 다시 두드려진 것은 정오보다 훨씬 전이었다.
사비네도, 엘리어스도 아니었다. 미레유 아베른은 수행원 없이 들어왔다. 젖은 망토를 팔에 걸쳤고, 손에는 왕실 봉인이 찍힌 명령서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방 안의 사람들을 보고도 인사부터 하지 않았다. 탁자 한가운데에 명령서를 내려놓았다.
“저를 왕실 피후견인으로 넘기라는 문서래요.”
리디아가 바로 말했다. “안 돼.”
미레유의 눈이 좁아졌다. “저에게 먼저 물으세요.”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리디아는 자기가 방금 어떤 말을 했는지 늦게 들었다. 미레유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금지였다.
“미레유.”
“언니가 저를 지키려는 건 알아요. 그런데 지키는 방법에 제가 없으면, 왕실이랑 뭐가 달라요?”
카시안은 명령서를 집어 들었다. “두 번째 인장은 진짜입니다.”
리디아는 그 말을 붙잡았다. “두 번째?”
“왕실 후견 명령은 보통 첫 번째 인장 하나로 충분합니다. 이건 집행 시각과 동행 경비권까지 붙었습니다. 제8조와 충돌하지만 자동 무효는 아닙니다. 심리에서 다퉈야 합니다.”
미레유는 명령서를 자기 쪽으로 다시 끌어왔다. 종이를 돌려 창가 빛에 비추더니, 봉인 가장자리의 문양을 손톱으로 짚었다.
“인장이 두 개면 무게가 달라져요.”
“무게?”
“종이가 눌린 깊이요. 첫 번째 인장은 오래전에 찍었고, 두 번째는 오늘 새벽에 찍었어요. 잉크가 덜 말랐습니다.” 미레유는 손끝을 보였다. 붉은 점이 묻어 있었다. “저를 데려가는 문서가 아니라, 방금 만든 문서예요.”
카시안의 눈이 아주 조금 좁아졌다. “그 판단을 심리에서 말할 수 있습니까?”
“제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으면요.”
“무슨 뜻이지요?”
“제가 기술자로 말하면 듣고, 보호 대상자로 말하면 중지시키지 말라는 뜻입니다.”
미레유는 의자를 끌어와 탁자 앞에 앉았다. 끌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그녀는 그 소리에 움츠리지 않았다.
“그 심리에 제가 갑니다.”
“위험해.”
“숫자로 말하면, 제가 빠졌을 때 언니가 저 대신 설명할 수 있는 건 절반도 안 돼요. 항로등 조율 기록은 제가 읽었고, 후견 명령이 제 실험실 접근권을 어떻게 가져가는지도 제가 알아요. 저를 보호 대상으로만 적으면, 명령서가 이겨요.”
엘리어스가 낮게 중얼거렸다. “맞는 말입니다.”
리디아는 그를 노려보지 않았다. 노려보면 미레유의 말을 다시 자기 허락 아래로 끌고 오게 된다. 그녀는 손가락을 폈다. 장갑은 아직 반쯤 젖어 있었다.
“그럼 조건을 정하자. 네가 직접 출석한다. 대신 답변 범위와 중단 신호를 미리 정한다. 네가 중단을 말하면, 누구도 계속 묻지 못하게 한다.”
미레유는 조금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제가 고를 수 있네요.”
“그리고 도망치지 않는다.” 리디아는 말해 놓고 바로 덧붙였다. “내 명령이 아니라 네 선택으로.”
미레유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도망치면 계산이 쉬워지긴 해요. 하지만 제가 없어지면 항로등 실험실 접근권은 왕실이 가져갑니다. 그러면 나중에 되찾을 때 증명할 사람이 없어요.”
“겁나지 않니?”
“겁나요.” 미레유는 이번에는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야 해요. 언니가 대신 무섭다고 말하면, 제 무서움은 문서에 안 남잖아요.”
리디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침묵은 인정에 가까웠고, 미레유는 그 정도는 알아들었다.
카시안은 명령서의 아래쪽을 가리켰다. “집행 시각은 내일 정오입니다.”
명령서의 두 번째 인장이 희미하게 빛났다. 리디아는 그 빛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종이 위에서 빛나는 것은 대개 누군가의 선택지를 줄인다.
미레유는 의자를 더 가까이 끌었다.
“심리에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리디아가 막으려는 말은 이번에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탁자 위에 세 개의 문서가 나란히 놓였다. 혼인 등록 사본, 제8조가 든 계약서, 그리고 미레유의 이름을 가져가려는 명령서. 두 번째 인장은 그 사이에서 계속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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