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삶는 아침
계약 결혼의 열세 번째 조항 · 2026. 6. 20.
새벽 4시 반, 라이오넬은 반죽을 치기 시작했다.
밀가루 여섯 되에 소금물을 조금씩 넣는다. 손목으로 눌러 접고, 반을 돌려 다시 누른다. 200번을 하면 반죽이 손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때가 됐다는 신호다.
대륙을 구한 검성의 손목은 이 일에 잘 맞았다.
가게 이름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국수집이라고 불렀다. 간판을 걸지 않은 이유는 간판을 걸면 이름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었고, 라이오넬은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검에는 이름이 있었다. 자기 손으로 지었다. 그 검으로 마왕을 베었을 때 그는 서른일곱이었다.
지금 그는 마흔넷이고, 검은 창고 벽에 걸려 있다.
해가 뜨자 반죽이 완성됐다. 그는 젖은 천을 덮어 두고 물을 올렸다.
첫 손님은 6시에 온다. 벌목장으로 가는 인부들이다. 여섯 명이 늘 같은 자리에 앉고, 늘 같은 것을 먹는다. 대접 하나에 은화 두 닢.
"아저씨. 오늘도 국수야?"
문이 열리며 아이가 들어왔다. 마을 대장간 딸이었다. 아홉 살.
"메뉴가 하나야."
"그러니까 왜 하나만 해."
"두 개 하면 두 배로 고민해야 하니까."
아이가 웃었다. 라이오넬은 국수를 삶아 아이 앞에 놓았다. 은화는 받지 않았다. 아홉 살에게 받는 규칙은 만들지 않았다.
"아저씨 옛날에 뭐 했어?"
"국수 안 삶았어."
"그럼 뭐 했어."
"걸어다녔어. 아주 오래."
거짓은 아니었다. 12년 동안 그는 대륙의 절반을 걸었다. 지도에 없는 길이 대부분이었다.
인부들이 들어왔다. 여섯 명이 자기 자리에 앉았다. 라이오넬은 손을 움직였다. 여섯 그릇은 12분이면 나간다.
9시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온다. 11시 반부터 두 시간이 가장 바쁘다. 3시에 문을 닫고, 4시부터 다음 날 재료를 손질한다. 8시에 잠든다.
이 하루의 순서를 그는 7년 동안 바꾸지 않았다.
그날 12시 40분, 문에 그림자가 섰다.
라이오넬은 국수를 건지던 손을 멈췄다. 그림자의 폭이 문틀에 닿을 만큼 넓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에는 쇠붙이의 윤곽이 섞여 있었다.
가게 안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국수 하나."
낮은 목소리였다. 라이오넬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라이오넬."
그가 손을 멈췄다. 7년 동안 이 마을에서 그 이름을 부른 사람은 없었다.
"...그 이름은 여기 없습니다."
"내가 3년을 찾았어."
라이오넬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은 전신 판금 갑주였다. 왼쪽 어깨에 왕국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투구 아래로 보이는 얼굴을 그는 알았다.
방패병 그리셀. 12년 전, 그의 왼쪽에서 3년을 버틴 여자였다.
"...그리셀."
"국수 하나 줘. 먹고 얘기하자."
라이오넬은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국수를 건져 그릇에 담았다.
조용히 살고 싶다는 것은 소원이지 계획이 아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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