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2서랍 속 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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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계약서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6. 20.

언니의 하루를 재현하는 데 나흘이 걸렸다.

집안 사람들은 언니가 무엇을 언제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6시 30분 기상, 7시 아침, 8시 서류, 11시 외출 준비. 내가 그 순서를 하나라도 어기면 앞치마를 두른 여성의 눈이 흔들렸다.

그래서 나는 순서를 지켰다. 그리고 순서 사이의 빈틈을 찾았다.

빈틈은 오후 2시에서 4시였다. 그 시간에 언니는 서재에 혼자 있었다.

서재에는 책이 400권쯤 있었고, 그중 380권은 펼친 적이 없어 보였다. 나머지 스무 권은 책등이 부드러웠다.

스무 권 전부 회계와 상법 책이었다.

나는 그중 한 권을 꺼냈다. 페이지 사이에 접힌 종이가 있었다.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날짜와 금액이 두 줄씩, 스물세 쌍.

언니 글씨였다.

금액은 전부 같았다. 4천 8백만 원. 날짜는 3년에 걸쳐 매달 하나씩이었다.

마지막 날짜는 언니가 죽은 달이었다.

"서연 아가씨."

문이 열렸다. 나는 종이를 책에 끼우고 덮었다.

"네."

"회장님께서 저녁에 오신다고."

"...오늘이요?"

"예. 7시에."

문이 닫혔다. 나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회장. 계약서의 상대편. 언니가 3년 동안 매달 4천 8백만 원을 받거나 보낸 상대.

나는 회계 책을 다시 펼쳐 숫자를 외웠다. 스물세 쌍을 다 외우는 데 20분이 걸렸다.

그리고 종이를 원래 자리에 정확히 끼워 넣었다. 각도까지 맞췄다.

언니가 이 집에서 3년을 살았다면, 이 집에는 언니를 감시하는 눈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 전제로 움직이기로 했다.

7시 정각에 회장이 왔다.

예상과 달랐다. 나는 예순쯤의 남자를 상상했다. 들어온 사람은 사십 대 여성이었다.

"서연아."

그 목소리에는 애정이 있었다. 연기가 아니었다. 나는 사람의 목소리에서 그것을 구분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때. 어제 연락 없어서 걱정했어."

"괜찮습니다."

여성이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오래 봤다.

"서연아."

"네."

"너 누구야."

방 안의 공기가 멈췄다.

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나흘 동안 순서를 지켰고, 각도를 맞췄고, 숫자를 외웠다.

그런데 이 사람은 4초 만에 알아봤다.

"서연이는 나한테 존댓말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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