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방
내가 구한 사람들 때문에 미래가 틀렸다 · 2026. 6. 18.
눈을 떴을 때 천장의 몰딩이 낯설었다.
내 방 천장은 아무 무늬도 없는 흰색이다. 이곳의 천장에는 석고로 만든 덩굴무늬가 둘러 있었고, 가운데에는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언니의 방이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관자놀이가 아팠다. 마지막 기억은 횡단보도였다. 신호가 바뀌고, 왼쪽에서 빛이 오고, 소리는 나중에 왔다.
그런데 손이 이상했다.
내 손은 손톱을 짧게 깎는다. 이 손은 손톱이 길고, 오른손 약지에 반지 자국이 있었다. 최근에 뺀 자국이었다.
경대 앞으로 갔다. 거울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언니였다.
서연. 3년 전에 죽은 언니. 장례식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본 얼굴보다 조금 젊었다. 스물여섯쯤. 그러니까 죽기 1년 전.
나는 거울에 손을 댔다. 거울 속의 언니도 손을 댔다.
"...뭐야, 이게."
목소리도 언니였다. 나보다 반음 낮은 목소리. 어릴 때 나는 이 목소리를 흉내내다 혼난 적이 있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났다. 나는 반사적으로 경대 앞에 앉았다.
"서연 아가씨. 아침 준비됐습니다."
아가씨. 우리 집에는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지방 공장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마트 계산대에 서 있었다.
"...네."
문이 열렸다. 사십 대 여성이 들어왔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어제 늦게까지 서류 보시더니 안색이 안 좋으세요."
"서류요?"
"그 계약서요. 회장님 오시기 전에 정리하신다고."
계약서. 회장님.
나는 방을 둘러봤다. 창가에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에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는 열려 있었다.
"잠깐 혼자 있고 싶어요."
"...예. 30분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문이 닫혔다. 나는 책상으로 갔다.
봉투 안에는 열두 장의 서류가 있었다. 첫 장 제목은 이랬다.
대리 계약 및 신분 이양에 관한 합의서.
읽는 데 20분이 걸렸다. 법률 용어가 많았지만 뜻은 결국 하나였다.
이 집안, 정확히는 성진 그룹의 어느 가문이, 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 것을 요구하는 계약이었다.
기간은 10년. 대가는 액수가 적혀 있지 않았고, 대신 "가족의 채무 전액"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마지막 장으로 넘겼다. 서명란이 두 개 있었다.
오른쪽은 성진 그룹 법무 대리인. 도장이 찍혀 있었다.
왼쪽에는 손으로 쓴 이름이 있었다.
박서연이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이름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세 번 읽었다. 그리고 창밖을 봤다. 정원이 넓었고, 담이 높았고, 담 위에 감시 카메라가 두 대 있었다.
언니는 3년 전에 죽었다. 사인은 심장 질환이었다. 스물일곱에 심장으로 죽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우리 가족은 그걸 받아들였다.
나는 계약서를 봉투에 넣고, 봉투를 서랍 맨 아래에 넣었다.
그리고 거울로 돌아가 언니의 얼굴을 봤다.
"언니."
거울 속의 언니가 나를 봤다.
"왜 죽었어?"
대답은 없었다. 대답은 내가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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