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확인서에는 김유나의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 2026. 9. 7.
조회수 0
완료 확인서에는 김유나의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김유나는 바로 옆에 서 있었다.
그런데 서명란은 `부재자 대리`로 표시돼 있었다.
임서하는 펜을 내려놓았다.
4시 05분, 휴게실 인터폰이 유나를 완료 서명 대기로 부른 지 18초 만에 프린터가 움직였다. 종이는 휴게실 안 복합기가 아니라 복도 끝 근무기록 전용 프린터에서 나왔다. 대기실 상태가 물러난 뒤에도 문턱 바깥 전화 표시창에는 번호 없는 `7구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미진은 냉찜질 팩을 왼팔에 고정한 채 문 가까이에 섰다. 92도 이상 들지 말라는 유나 기록을 지키느라 오른손으로만 무전을 잡았다. 정호는 SN-7-017 원본을 덮고 새 출력물을 받기 전 수신 시각부터 적었다.
서하는 종이 모서리를 집게로 들어 휴게실 탁자에 놓았다.
`업무 완료 확인서.`
대상자 김유나.
상태 부재.
처리 방식 부재자 대리.
완료하지 않으면 60초 뒤 야간 예외 자동 실행.
아래 서명란에는 아직 아무도 쓰지 않았는데 회색 글자로 `대리 확인자 임서하 / 4721`이 들어가 있었다.
유나는 자기 이름을 보고도 종이부터 만지지 않았다. 노트북을 탁자 가운데 놓고 현재 키보드 입력을 켰다. 왼쪽 시프트, K, Y, N, 오른쪽 엔터. 평소 자기가 근무 시작 때 쓰는 다섯 키였다. 화면의 오프라인 입력 기록에 04:05:31이 남았다.
“저 여기 있어요.”
서하는 말만 증거로 쓰지 않았다. 유나의 사원증을 출입 단말에 대게 했다. 단말은 이름을 띄우지 못했지만 카드 고유번호 끝 네 자리 2207과 현재 시각을 종이에 출력했다. 미진이 쓴 03:58 휴게 교대표에도 유나가 전자레인지 오염 제거를 마친 사람으로 남아 있었다.
사원증, 키보드, 수기 교대표. 세 채널은 유나가 현장에 있다고 지지했다.
완료 확인서 한 장만 부재라고 했다.
현주가 센터 무전으로 들어왔다. “서류상 부재 오류를 먼저 정리해야 예외 카운트를 정지할 수 있습니다. 지정 대리자가 확인 서명하면 대상자 상태를 복구할 수 있습니다.”
서하가 물었다. “복구되는 상태가 뭐죠?”
“근무 완료와 귀가 가능 상태입니다.”
“유나 씨는 아직 여기 있고, 완료 거부 의사도 말 안 했어요.”
“그래서 책임자가 대신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프린터 위 작은 화면에 60이 나타났다. 59, 58.
도원이 휴게실 문턱 바깥에서 무전 버튼을 두 번 눌렀다. 서하는 같은 간격으로 두 번 답했다. 도원은 종이보다 유나 자리를 먼저 봤다. 유나가 쓰던 네 번째 키보드의 받침 고무가 바닥을 눌러 남긴 네 점, 의자 바퀴 한쪽의 푸른 테이프, 책상 아래 개인 충전선. 아까까지 모두 있었다.
서하가 대리 서명 칸 쪽으로 펜을 3센티미터 옮겼다.
키보드 받침의 네 점 중 하나가 옅어졌다.
펜촉은 종이에 닿지 않았다.
도원이 말했다. “자리부터 빠진다.”
유나의 의자 바퀴에 붙어 있던 푸른 테이프가 반쯤 투명해졌다. 반면 서하의 4번 책상 아래에는 없던 충전선 고리가 생겼다. 유나의 물건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리 표식이 서하 쪽으로 복사되는 모양이었다.
서하는 펜을 원래 위치로 돌렸다. 키보드 네 점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푸른 테이프도 절반만 색을 찾았다. 접근만으로 생긴 변화가 원상 복귀를 보장하지 않았다.
카운트 43.
현주가 말했다. “서명하지 않아 발생하는 위험도 책임자에게 있습니다.”
“대신 서명해서 유나 씨 자리가 내 쪽으로 옮으면 그게 복구예요?”
“현재 화면만으로 자리 이동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면 말고 물건을 봤습니다.”
도원은 네 점과 푸른 테이프를 현재 시각과 함께 찍었다. 자기가 대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펜 움직임 전후. 한 번. 서명은 안 함.”
서하는 펜을 내려놓았다.
카운트 36.
휴게실 문 옆 비상 재실판에서 숫자 하나가 꺼졌다.
5가 4가 됐다.
화재나 정전 때 안에 남은 사람 수를 수동 구조대에 보내는 판이었다. 휴게실 안전 가설과는 다른 설비였고, 평소에는 천장 열감지와 문 바닥 압력 매트를 함께 읽었다. 지금 다섯 사람의 체온이 화면에 다섯 점으로 찍히는데 합계만 4였다.
유나가 자기 발밑 매트를 확인했다. 녹색 압력등은 켜져 있었다. 한 걸음 물러나자 꺼졌고, 다시 올라가자 켜졌다. 합계는 4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읽고 인원에서 빼요”
도원이 비상문을 봤다. 재실 인원 4에 맞춰 자동 닫힘 장치가 한 칸 내려오고 있었다. 유나가 문 안쪽에 남아도 구조 대상 수에는 들어가지 않을 수 있었다.
“문 닫힘 중지.”
도원은 고무 쐐기를 끼워 문을 물리적으로 열어 뒀다. 완료 버튼이나 사람 이름은 쓰지 않았다. 쐐기 위치와 문 폭 82센티미터를 찍고, 자동 장치에는 `현장 차단 / 인원 불일치` 표찰만 걸었다.
자동 닫힘 모터가 쐐기를 세 번 밀었다. 고무 끝이 4밀리 눌렸지만 문 폭은 유지됐다. 도원은 모터 전원을 끄지 않고 압력만 수리 목록에 남겼다. 유나 한 명이 빠진 숫자가 실제 출구 폭을 줄이고 있었다.
서하는 재실판을 복구하려고 자기 사원증을 대지 않았다. 대신 유나의 압력등, 천장 열점, 수기 교대표, 현재 얼굴을 한 화면에 담고 도원에게 무전 확인음을 두 번 보냈다. 도원도 두 번 답했다.
“표시는 부재. 물리는 재실.” 서하가 말했다.
“서명으로 숫자 맞추지 마.”
도원은 펜을 빼앗지 않았다. 서하는 그 말을 명령으로 쓰지 않고 공동 중지 조건으로 원장 여백에 남겼다. 대리 서명 전에도 유나의 복귀 자리뿐 아니라 비상 구조 인원 한 칸이 먼저 닫히고 있었다.
현주는 대리 서명을 요구했지만 서하 손을 잡지 못했다. 문제는 아무도 쓰지 않으면 자동 예외가 실행된다는 문구였다. 거부도 기록되지 않으면 빈칸을 시스템이 동의로 읽을 수 있었다.
서하가 유나에게 물었다. “네 상태를 네 문장으로 쓸래?”
“뭐라고요?”
“내가 문구 정하지 않을게. 존재하는지, 완료했는지, 뭘 거부하는지.”
유나는 종이를 자기 앞으로 당겼다. 대리 서명란을 피하고 확인서 위쪽 빈 여백을 골랐다. 자동 글자 위에 덧쓰지 않았다. 자기 사원증 카드 번호와 키보드 입력 시각을 왼쪽에 적었다.
카운트 27.
유나는 한 글자씩 눌러 썼다.
`본인 김유나는 현장에 존재함.`
`업무 완료 및 부재자 대리 확인을 거부함.`
`본인 상태는 본인 확인 없이 완료할 수 없음.`
마지막에는 서명 대신 현재 시각 04:06:14와 카드 끝 네 자리 2207을 썼다. 얼굴 사진이나 다른 사람 이름은 넣지 않았다.
카운트 18.
회색으로 자동 입력된 `대리 확인자 임서하 / 4721`이 깜박였다. 서하의 이름부터 흐려지고 4721만 남았다. 그 아래 `부재자 대리` 칸에 가로줄이 생겼다.
카운트 17에서 멈췄다.
완료 상태는 바뀌지 않았다. 유나도 귀가 가능으로 뜨지 않았다. 자필 거부는 만능 복구가 아니라 자동 대리 서명란 하나만 무효화했다.
유나는 자기 키보드로 같은 다섯 키를 다시 눌렀다. 이번에는 왼쪽 시프트와 K만 기록됐고 Y, N, 엔터는 입력 이력에서 비었다. 손가락은 실제로 눌렀다. 키캡 소리도 났다. 시스템 흔적만 줄었다.
“대리 칸은 멈췄는데 제 자리가 계속 지워져요.”
서하는 유나 손을 키보드에서 치우지 않았다. 반복 입력을 시키지도 않았다. 한 번의 전후만 보존했다.
유나 사내 프로필을 열었다. 얼굴 사진, 이름 김유나, 고용 형태 계약직은 남아 있었다. 사번 2207의 마지막 7이 회색으로 변했다가 사라졌다.
유나는 사진을 보며 말했다. “얼굴은 남네.”
웃지 않았다.
4시 07분, 그들은 knowledge ledger를 새 페이지로 열었다. 제목은 `부재자 대리 서명 / 제한 관찰`이었다. 서하가 원리를 먼저 쓰지 않았다. 유나가 시간순서를 불렀다.
04:05:31 현재 키보드 다섯 키 입력.
04:05:46 펜 3센티 접근, 자리 표식 일부 이동.
04:06:14 본인 존재·완료 거부 자필.
04:06:19 대리 서명란 무효, 카운트 17 정지.
04:06:31 키보드 입력 흔적 세 키 소실.
04:06:44 사번 마지막 한 자리 소실.
미진은 냉찜질 팩을 누른 오른손을 떼지 않고 과거를 말했다. “7년 전 동부도서관 건. 부재 처리된 기사 대신 조장이 완료 서명했어. 다음 교대표에서 조장이 기사 자리로 옮았고, 기사 복귀 칸은 닫혔어.”
정호가 SN-7-017 통보서 둘째 장을 펼쳤다. 사람 이름은 지워졌지만 분실 물건 칸의 황동 열쇠 세 개와 대리 확인자 직급 `조장`은 남아 있었다. 한 채널은 미진 기억, 다른 채널은 외부 수신본이었다.
“두 번째는?” 유나가 물었다.
미진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직접 본 건 하나. 비슷한 빨간 결과 문장 한 건은 작성 시각이 사고 뒤라 증거로 합치면 안 돼.”
서하는 두 건이라고 늘리지 않았다. 현재 펜 접근 1회와 과거 외부 문서·미진 기억이 맞는 범위만 적었다.
`부재자 대리 서명 또는 그 접근은 당사자의 복귀 자리 표식을 서명자 쪽으로 옮길 수 있음.`
`현재 완전 서명 사례 없음. 일반화 금지.`
도원이 펜을 보며 말했다. “다음엔 접근도 중지 조건.”
서하는 무전 버튼을 두 번 눌렀다. “동의. 화면보다 자리 물건 먼저.”
말로 친해진 것은 아니었다. 도원은 서하 대신 펜을 빼앗지 않았고, 서하는 도원의 현장 표식을 문서보다 낮게 두지 않았다. 둘은 각자 할 수 있는 거부를 같은 기록에 넣었다.
정지돼 있던 카운트가 다시 움직였다.
17이 아니라 60부터였다.
프린터가 새 종이를 물었다. 이번에는 `부재자 대리`가 아니라 `야간 예외 자동 배정 예고`라고 적혀 있었다.
유나 프로필의 사번 칸에서 남은 세 숫자가 차례로 흐려졌다.
220.
22.
2.
빈칸.
얼굴 사진과 이름은 남아 있었다.
카운트는 54였다.
이번 화가 재미있었나요?
좋아요와 평점은 언제든 변경할 수 있습니다.
독자 평점 아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