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물건으로 세는 사람

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 2026.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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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네 명이었다.

사원증도 네 개였다.

의자는 다섯 개였다.

백도원의 무전기는 그의 손에 있는데 목록에는 없었다.

2시 39분 58초, 유나는 휴게실 탁자 위 물건부터 세었다. 미진의 사원증, 서하의 무전기, 도원의 고무망치, 자기 키보드. 네 개였다. 사람 얼굴은 보지 않았다. 조금 전 남상호와 같은 목소리가 서하 이름을 부른 뒤부터 화면의 이름과 얼굴이 먼저 믿을 대상이 아니었다.

탁자 한쪽에는 파란 머그잔 다섯 개와 의자 다섯 개가 있었다. 4화부터 남아 있던 다섯 번째 자리였다. 누구도 앉지 않았는데 등받이 천은 눌려 있었다. 유나는 의자를 밀어내지 않았다. 빈자리를 공격하면 무엇이 실제로 바뀌는지 알 수 없었다.

벽시계 초침이 2시 40분을 넘었다.

센터 인벤토리 창이 새로 고쳐졌다.

`야간조 업무 물건: 3`

도원이 손에 든 무전기를 들어 보였다. “이건 장난감이냐.”

목소리는 도원 것이었다. 손잡이에는 그의 엄지 기름 자국이 남아 있었고 배터리 덮개 왼쪽은 지난달 추락으로 깨져 있었다. 그런데 유나는 그것을 처음 보는 물건처럼 느꼈다. 모델명도 사용법도 알고 있었지만, 누가 쓰던 것인지 머릿속에서 한 칸 비었다.

그녀는 그 느낌을 사람 판단으로 만들지 않았다.

“물건 가운데 놓아 주세요. 얼굴 확인 말고 인계 확인할게요.”

도원이 무전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내 손에 있잖아.”

“그래서 더 필요해요. 누가 줬고, 다음에 뭘 하는지.”

미진이 다섯 번째 의자를 보며 말했다. “의자는 원래 다섯 개였죠?”

서하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기억은 모두 같았다. 하지만 다섯 번째 의자 앞에는 사원증도 무전기도 공구도 키보드도 없었다. 머그잔만 하나 더 있었다. 그 잔은 누가 마셨는지, 누가 씻었는지, 어느 교대에서 받았는지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유나는 자기 키보드를 탁자 밖 작은 접이식 책상으로 밀었다. 케이블이 당겨져 본체가 반 뼘 움직였다. 키보드 밑에는 과자 가루와 오른쪽 스페이스바의 닳은 자국이 있었다.

“이건 제가 미진 반장님한테 첫날 받았어요. 숫자키 7이 두 번 찍힌다고 했고, 다음 동작은 원본 로그 입력.”

미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줬어요. 7번 키 교체 신청은 안 했고. 회사 복지가 공포보다 느려서.”

농담은 짧았다. 미진은 키보드를 대신 끌어오지 않았다. 유나가 정한 네 번째 자리 경계를 그대로 두었다.

서하가 자기 무전기를 놓았다. “유나 씨가 현장 출동 전에 건넸고, 배터리 61퍼센트. 다음은 현관에서 확인음 두 번.”

유나는 그 말을 기억했다. 7화 기록에도 같은 문장이 있었다.

미진은 사원증을 놓았다. “사번 2047. 서하가 후보 화면 모서리를 눌러 둔 물건. 다음은 센터 잔류 확인.”

도원은 고무망치를 내려놨다. 손잡이 아래 검은 테이프가 두 번 감겨 있었다. “내 공구함. 3번 밸브 얼면 밑을 두 번 친다. 다음은 펌프장 문 확인.”

네 물건에는 소유자 말고도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인계와 다음 동작이 있었다. 다섯 번째 의자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유나는 인원 칸에 `4명`이라고 쓰지 않았다.

`인계 확인된 자리 4`라고 적었다.

다섯 번째 자리를 `가짜`라고 쓰지도 않았다. `인계 물건 없음`이라고 썼다. 의자 등받이의 눌린 자국은 남았지만 팀 판단에서 동료 자리를 얻지 못했다.

유나는 물건 하나만 놓으면 자리가 생기는지도 시험했다. 미진이 비품 봉투를 뜯지 않은 채 여분 카드 리더를 꺼냈다. 봉인 스티커와 구매 바코드가 그대로라 누구의 사용 흔적도 없었다. 유나는 노란 사각형 밖에서 집게로 리더를 다섯 번째 의자 앞에 놓고, 누구도 인계 문구를 말하지 않게 했다.

의자 방석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더 내려갔다. 카드 리더 전원등도 저절로 켜졌다. 하지만 센터 인벤토리는 3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화면에는 물건 이름 대신 `소유·인계 없음`이 한 번 떴다가 사라졌다.

미진이 리더를 회수하려 하자 유나가 손바닥을 보였다. 직접 집으면 그 행동이 첫 인계가 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봉투 가장자리를 함께 잡아 원래 비품 칸으로 밀어 넣고, 시험 전후 바코드를 확인했다. 물건의 존재나 의자의 눌림만으로는 동료 자리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사용 흔적과 정상 인계, 다음 동작이었다.

센터 인벤토리는 여전히 3이었다.

도원이 무전기를 탁자 가운데 던졌다. 배터리 표시가 네 칸에서 세 칸으로 줄었다. “이것만 빠졌지.”

그 순간 무전기 스피커에서 도원의 목소리가 났다.

“내 손에 있잖아.”

도원이 방금 한 말을 같은 높이로 반복했다. 실제 도원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소리는 탁자 위 무전기보다 휴게실 안쪽 수납장에서 크게 들렸다. 문이 닫힌 철제 수납장, 청소용 장갑과 여분 케이블을 넣는 곳이었다. 유나는 수납장 손잡이를 보지 않았다. 먼저 실제 도원 손과 탁자 위 물건 사이를 확인했다.

도원은 무전기를 다시 쥐고 있었다. 언제 집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잡은 시각?” 유나가 물었다.

“지금.”

“누가 봤어요?”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유나는 웃음 대신 키보드 케이블을 한 번 당겼다. 자기 자리가 접이식 책상 밖에 유지되는지 확인했다. “수납장 열지 말고 질문. 실제 기사님도 같은 질문.”

서하가 도원에게 물었다. “무전 받을 때 첫 문구.”

“3184 현장. 수신.”

수납장 안에서도 즉시 대답했다. “3184 현장. 수신.”

“인계받고 다음 동작.”

도원은 무전기 옆 버튼을 한 번 눌렀다가 놓고, 두 번째로 길게 눌렀다. 첫 확인음은 짧았고 두 번째는 잡음이 섞였다.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상대가 두 번 돌려주면 이동.”

수납장 안 목소리가 말했다.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상대가 두 번 돌려주면 이동.”

문구까지 같았다.

“해 봐.” 도원이 수납장을 향해 말했다.

안쪽에서 확인음이 두 번 났다. 둘 다 같은 길이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 버튼을 놓을 때 생기는 작은 접점 잡음이 없었다. 완성된 음원 두 개를 붙여 놓은 소리였다.

실제 도원이 다시 눌렀다. 짧게, 놓는 잡음, 길게. 유나는 소리 파형보다 도원의 엄지가 버튼에서 떼어지는 순서를 봤다.

“문구는 맞음. 행동 순서는 틀림.”

미진이 수납장 쪽으로 한 발 움직였다. “그럼 저쪽이—”

유나가 끊지 않고 말했다. “진짜·가짜 확정 말고, 인계 실패.”

미진은 멈췄다. 보호하려고 수납장을 먼저 잠그지 않았다. 유나에게 물었다. “그다음 확인은?”

선택권을 넘긴 질문이었다.

유나는 도원의 무전기 배터리를 가리켰다. 세 칸이 두 칸으로 줄었다. 아무 통화도 보내지 않았는데 감소 속도가 빨랐다. 수납장 안에서는 완전 충전 알림음이 났다.

“목록 복구부터요. 물건을 대신 들지 말고 정상 인계.”

도원이 무전기를 미진에게 내밀었다. 미진은 받지 않았다. “내가 들면 도원 씨 자리를 지키는 게 아니라 가져오는 걸 수도 있어요.”

“그럼 누가 받아.”

서하가 손을 내밀었다. “현장 출동 짝이 나였어. 내게 인계해.”

도원은 곧장 놓지 않았다. 무전기 화면을 서하에게 보였다. “3184 무전기. 배터리 19퍼센트. 덮개 왼쪽 파손. 현재 수신 정상.”

서하가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화면과 덮개를 직접 확인했다. “4721 수령. 배터리 19퍼센트, 왼쪽 파손 확인. 다음은 확인음 반환.”

도원이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눌렀다.

서하가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돌려줬다.

유나는 두 사람 손이 무전기에서 동시에 떨어진 순간을 오프라인 시계로 찍었다. 02:47:22. 원장에는 도원 반출, 서하 수령, 배터리와 파손 상태, 다음 동작을 따로 적었다.

센터 인벤토리 창이 흔들렸다.

`야간조 업무 물건: 4`

무전기 항목 아래 소유자가 두 줄로 나타났다. `3184 반출`, `4721 임시 수령`. 사람을 지키기 위해 물건을 빼앗은 기록이 아니라 정상 인계가 남았다.

수납장 안 완전 충전음이 끊겼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도원이 빈손을 내려다봤다. “내가 사라진 건 아니지.”

유나는 얼굴을 보고 대답하지 않았다. 도원의 고무망치, 서하에게 넘긴 무전기, 3184 반출 기록을 차례로 짚었다. “현재 인계 두 개 확인. 기사님 판단은 아직 팀 안에 있어요.”

“사람이라고는 안 하네.”

“그건 얼굴 보고도 틀릴 수 있으니까요.”

도원이 웃지는 않았지만 고무망치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사용 흔적과 다음 동작이 있는 자리였다.

미진은 다섯 번째 의자를 치우지 않았다. 의자 앞 바닥에 노란 테이프로 사각형만 만들었다. “인계 물건 생길 때까지 아무도 여기 앉지 않기. 유나 씨, 이 정도면 돼요?”

“제가 정답 가진 건 아니에요.”

“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

미진은 커피를 대신 타 주지 않았다. 유나의 식은 캔커피를 키보드 옆으로 밀지도 않았다. 보호를 행동 대행으로 바꾸지 않았다.

유나는 자기 키보드를 접이식 책상에서 다시 가져오지 않았다. 네 번째 자리 경계가 분명해야 다섯 번째 빈자리를 세지 않을 수 있었다. 키보드 케이블이 팽팽해 손목이 불편했지만, 그 불편을 비용 칸에 적었다.

서하가 인벤토리 아래 새 줄을 발견했다.

복구된 무전기 항목 밑에 펌프장 티켓이 돌아와 있었다. 잠시 삭제됐던 세 건 가운데 첫째였다. 주소 뒤에 낯선 동·호수가 덧붙었다.

`서북 제4 가압펌프장 / 한빛아파트 103동 1204호`

공공시설 주소에 시민 주거지가 붙었다.

담당자 칸의 `서` 조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나가 새 주소를 읽는 동안, 도원은 손에 없는 무전기를 찾듯 주머니를 한 번 눌렀다.

그때 수납장 안에서 그의 목소리가 다시 났다.

“3184 현장. 수신.”

이번에는 실제 도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미진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유나는 사람 얼굴 대신 탁자 위 물건을 다시 셌다.

사원증 하나. 무전기 하나. 고무망치 하나. 키보드 하나.

네 자리였다.

다섯 번째 의자 아래에는 처음 보는 완충 표시 무전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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