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소진율
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 2026.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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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는 유령이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예외 소진율”을 물었다.
김유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웃었다.
화면은 웃지 않고 김유나를 노란색으로 골랐다.
현주는 휴게실 문턱 밖에 서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에 든 `야간 예외권 임시 배정` 서류철의 붉은 네모가 바닥의 다섯 번째 머그잔과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 있었다.
휴게실 안에서는 도원이 피 묻은 렌치를 닦고 있었다. 실제 남은 업무가 이어지는 동안 전화 벨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주는 그 경계를 처음 본 사람처럼 묻지도, 시험하지도 않았다.
“질문을 정확히 하겠습니다.” 현주가 말했다. “현재 교대의 예외 사용 여부와 잔여 횟수를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는 그 용어를 처음 듣습니다.” 서하가 말했다.
“사용하지 않았다는 답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정의부터요. 무엇을 예외로 하고, 누가 비용을 냅니까?”
현주의 시선이 서하의 사원증과 교대표 사본을 거쳤다. 전자 이름은 `하` 한 글자만 남았지만 종이에는 임서하 세 글자가 있었다.
“예외권은 현재 규칙 위반 하나를 즉시 봉합하는 사고 완충치입니다. 정상운영 복귀를 위해 배정됩니다.”
사람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서하는 문턱 안쪽에 승인서를 펼쳐 달라고 했다. 현주는 서류철에서 태블릿을 꺼내 바닥에 세웠다. 휴게실 안으로 손을 넣지 않고 화면만 돌렸다. 다섯 번째 머그잔을 대하는 방식과 같았다.
`대상 사건: 00:17 무기명 이관`
`현재 처리자: 4721`
`복구 범위: 성명 / 출입 / 급여 / 교대`
서하가 되찾으러 돌아온 것들이 한 줄씩 있었다. 이름이 복구되면 남상호 기록을 정식으로 조회할 수 있었다. 출입 권한이 돌아오면 현장 보관함에도 갈 수 있었다. 급여와 계약이 살아나면 이곳에 남을 이유를 증명할 필요도 없어졌다.
“서명하면 언제 복구됩니까?”
미진이 서하를 봤다. 막지 않았다. 과거라면 위험한 정보부터 숨겼을 얼굴이었다.
현주가 답했다. “승인 즉시 처리자 기록을 복구하고 현재 티켓을 봉합합니다.”
“그다음 줄을 보여 주세요.”
“승인 범위와 무관한 내부 산식입니다.”
“누가 비용을 내는지가 승인과 무관합니까?”
서하의 질문은 태블릿 아래 숨겨진 스크롤 막대를 가리켰다. 현주는 화면을 내리지 않았다.
그 순간 휴게실 안 전화 진동이 타일 한 칸을 넘어왔다. 도원이 렌치 닦기를 끝냈기 때문이다. 유나는 이미 깨끗한 탁자를 문지르는 흉내를 내지 않았다. 전자레인지 안쪽에 새로 떨어진 물방울을 닦고, 작업 완료 시각을 읽었다. 진동은 다시 문턱 밖으로 물러났다.
“안전 작업 계속.” 미진이 말했다. “설명 듣는 동안에도 손 놓지 마요.”
질문은 회의가 아니라 시간을 쓰는 행동이었다. 태블릿의 숨은 줄을 열기 전에도 밖의 티켓은 4721과 3초를 유지하고 있었다.
유나가 바닥의 다섯 번째 머그잔에서 손전등을 거두었다.
“제가 볼게요. 후보가 저라면서요.”
그제야 노란색 칸이 분명해졌다. `김유나`. 이름 옆에는 `자동 후보 1순위`가 붙어 있었다.
유나의 웃음이 끝에서 끊겼다.
미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화면과 유나 사이를 막았다.
“유나 씨는 뒤로 가요. 제가 확인합니다.”
“제 이름인데요.”
“그래서요.”
“그래서 제가 읽어야죠.”
유나는 미진 어깨 옆으로 태블릿을 봤다. 화면을 누르지 않았다. 캡처 버튼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오프라인 녹음기를 켜고 보이는 열을 차례로 읽었다.
“후보명 김유나. 직급 칸 공란. 고용 코드 T-0. 위험 노출 점수 17. 다음 줄 백도원, 직급 기사, 고용 코드 F-2, 위험 점수 61.”
도원이 휴게실 안쪽에서 손등 거즈를 조였다. 위험 노출 점수는 그가 더 높았다. 순서는 반대였다.
“정렬 열 보여 주세요.” 서하가 말했다.
현주는 태블릿을 회수하려 했다. 미진이 문턱을 넘지 않고 서류철 모서리를 발끝으로 눌렀다.
“실장님. 제 팀 이름이 떴습니다. 기준을 공개하세요.”
현주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후보는 회복 가능성과 업무 연속성을 종합해 산정됩니다.”
“정의로 피하지 마세요.” 유나가 말했다. “지금 정렬 열이 `employment_grade ASC`예요. 고용등급 오름차순. 위험 점수는 세 번째.”
화면 아래 작은 삼각형이 고용 코드 열에 붙어 있었다. T-0, F-2, M-3. 직급이 아니라 계약과 고용 등급 순서였다.
유나는 자기 이름과 삼각형, 변경 시각 1시 26분 04초를 소리 내 읽었다. 미진은 더 이상 앞을 막지 않았다. 대신 태블릿과 유나 사이 바닥에 자기 사원증을 놓았다. 보호가 아니라 이 선택에 반장도 있다는 물건 표시였다.
유나는 후보 창 옆의 `근거 명단` 화살표를 발견했다. 클릭하지 않고 키보드 단축키 표시를 읽어 서하에게 말했다. 서하가 문턱 안쪽 교육용 노트북에서 같은 메뉴의 오프라인 사본을 열었다.
급여·교대표 미리보기에는 사람 이름이 있는 줄 사이로 빈 줄이 일정한 간격으로 끼어 있었다. 빈 줄의 직급, 고용 코드, 서명 칸도 모두 공란이었다. 다만 우측 변경 시각만 같았다.
`00:17`
서하는 빈 줄 수를 세지 않았다. 유나도 누구 이름이 빠졌는지 추측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사본에는 행 번호와 같은 변경 시각만 읽어 넣었다.
“빈 줄마다 0시 17분.” 유나가 말했다. “그 이상은 아직 몰라요.”
현주가 메뉴를 닫았다. 지우지는 않았다.
“해당 명단은 후보 산정의 내부 이력입니다.”
다섯 번째 머그잔의 붉은 네모가 태블릿 화면 불빛을 받아 한 번 반짝였다. 빈 줄과 잔의 관계를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과 같은 표식은 아직 서로 다른 두 관찰이었다.
“사고 완충치가 사람이네요.” 서하가 말했다.
“사람에게 적용되는 비용 단위입니다.” 현주가 고쳤다. “예외 사용은 현재 처리자의 손실을 회복하고 시설 위험을 억제합니다. 비용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제 이름을 고르고요?” 유나가 물었다.
“자동 산식이 후보를 제시합니다.”
“산식 만든 사람은 자동 아니잖아요.”
현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악의도 사과도 없는 침묵이었다. 대신 승인 서류 두 번째 장을 펼쳤다.
`사고 완충 대상자 변경 동의`
후보 칸에는 김유나가 인쇄돼 있었다. 서명 칸은 비어 있었다.
“이건 후보 동의서입니까?” 서하가 물었다.
“처리자 승인서입니다.”
“유나 씨 서명 칸은요?”
“자동 배정에는 별도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미진은 자기 사원증 옆에 오프라인 기록 USB를 놓았다. “그 답변도 원본에 넣어요. 후보 동의 칸 없음, 실장 확인.”
유나는 현주에게 허락을 묻지 않고 시각을 읽었다. 현주는 기록 중단을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책임소재: 처리자 승인`이라고 서류 여백에 썼다.
휴게실 안의 포트가 꺼져 있었다. 도원이 거즈 포장지를 분류했고 유나가 녹음기를 관리하는 동안 전화 벨은 문턱 밖에 머물렀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경계가 다시 들어올 것이다. 서명하지 않는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현주가 서하 쪽으로 펜을 밀었다.
“서명하면 성명, 출입, 급여 기록을 복구합니다. 0시 17분 사건도 현재 교대에서 봉합됩니다. 거부하면 시설 위험과 처리자 손실이 계속됩니다.”
남상호의 허위 이탈 기록이 서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식 계정만 돌아오면 원본 결재선을 열 수 있었다. 90일 계약을 택한 이유가 종이 한 장 위에 있었다.
펜 끝이 서명란에 닿았다.
태블릿에서 서하의 성명 칸이 잠깐 복구됐다. `임서하`. 세 글자가 노란색으로 깜박였다. 휴게실 밖 출입 단말에서 짧은 승인음이 났다. 잠겨 있던 과거 사고 폴더의 제목도 교육용 노트북에 한 줄 나타났다.
`남상호 / 현장 이탈 / 원결재선 열람 가능`
서하는 폴더를 열지 않았다. 그 아래 유나의 이름이 더 짙어지고 있었다.
“제 이름 복구 문구를 지우겠습니다.”
현주가 처음으로 바로 반응했다. “그 문구를 삭제하면 예외 사용의 효익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효익은 제 몫이고 비용은 유나 씨 몫이잖아요.”
“거부 비용은 시민 시설에 남습니다. 그 수를 누가 책임질지도 적으십시오.”
쉬운 도덕 정답은 아니었다. 티켓을 그대로 두면 내부 검은 선과 전화가 계속 움직일 수 있었다. 휴게실의 작은 노동으로 버티는 동안 밖의 시설 위험은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서하는 승인서 여백을 세 칸으로 나눴다. 처리자 회복, 후보 비용, 시설 위험.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따로 적었다. 유나는 빈 후보 동의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고, 도원은 문턱 밖 복도 지도를 펼쳐 시설 전가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진은 누구 칸에도 대신 서명하지 않았다.
“후보 선정 기준 공개. 후보 본인 동의. 현재 팀 전원 확인. 세 가지 전에는 서명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처리자 성명 복구` 문구에 한 줄을 그었다.
출입 단말의 승인음이 거부음으로 바뀌었다. 과거 사고 폴더 제목도 다시 잠겼다. 서하는 자기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화면으로 확인했다.
유나는 오프라인 기록에 두 시각을 나란히 넣었다. 서하 이름 임시 복구 1시 30분 41초, 복구 문구 삭제 1시 31분 03초. 그 사이 자기 후보 색상이 노랑에서 주황으로 바뀌었다. 미진은 두 화면을 종이 교대표 옆에 놓고 사원증으로 모서리를 눌렀다. 거래를 거부한 결과도 말이 아니라 다음 교대가 대조할 물건으로 남았다.
미진이 서하 옆에 섰다. 과거처럼 대신 서명하지 않았다.
“반장 확인 칸도 비워 두세요.”
현주는 미완료 승인서를 보았다. 폐기하지도 빼앗지도 않았다.
태블릿에서 경고음이 났다.
`수동 승인 시간 초과`
처리자 칸의 4721 아래 가느다란 막대가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발점에는 임서하, 도착점에는 김유나가 있었다.
유나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저 계약 끝나면 사람 아니에요?”
아무도 농담으로 받지 않았다.
노란 카운트가 유나 이름 옆에 떴다.
00:30.
서하가 그은 검은 줄과 첫 숫자가 나란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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