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의자
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 2026.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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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은 4번 책상을 비닐로 막으라고 했다.
백도원은 그 책상 밑 선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둘 다 임서하를 살리기 위한 말이었다.
둘 중 하나만 따르면 다른 쪽이 먼저 다칠 참이었다.
무기명 전화는 끊겼다. 수화기 액정에는 여전히 발신자도 번호도 없었다. 주소를 묻자 ‘4번 책상’이라고 답한 목소리만 유나의 녹음기에 남았다. 열린 티켓은 카운트 3초, 처리자 4721인 채였다.
미진은 창고에서 투명 보양 비닐을 꺼내며 일을 세 조각으로 나눴다.
“서하 씨는 자리에서 두 걸음 떨어지고, 유나 씨는 증거 노트북만 들고 나와요. 저는 4번 책상 주변을 막겠습니다. 전화기와 프린터, 의자까지 한 번에.”
유나가 키보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삭제 명령을 피해 만든 오프라인 폴더의 해시 검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트북 빼면 프린터 소리 시각 대조 못 해요.”
“살아서 대조해야죠.”
무전기에서 도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는 현장 출동을 마치고 건물 외벽 통신함 앞에 있었다.
“막지 마. 외부 회선은 빠졌는데 통화가 들어왔어. 책상 밑에서 다른 선이 울린다. 안쪽 덮으면 위치 놓쳐.”
“그래서 기사님이 들어와 선을 쫓는 동안 처리자 상태가 누구한테 번지면요?”
“앉지 않으면 돼.”
“그걸 뭘로 확인했는데요?”
두 사람의 말은 상대를 향했지만 각자 다른 위험을 보고 있었다. 미진은 사람과 좌석 사이를 막으려 했고, 도원은 전화와 건물 사이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둘 중 누구도 근거 없이 겁을 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 쉽게 고를 수 없었다.
서하는 종이 교대표 뒷면에 두 칸을 그었다.
“격리 실패 조건부터요.”
미진이 비닐 롤을 내려놓았다.
“서하 씨 이름이 더 지워지거나, 다른 사람 사번이 티켓에 뜨거나, 의자가 움직이면 중단.”
“회선 추적 실패 조건.”
도원은 답 대신 통신함 철판을 렌치로 두 번 쳤다. 확인음 뒤에 짧은 숨이 들렸다.
“선이 벽 안에서 이동하거나, 전화 소리랑 진동이 안 맞으면 손 떼. 자르지 않는다.”
“시간은 세 분.” 서하가 적었다. “미진 반장은 제 상태와 책상 경계. 도원은 외부 통신함부터 책상 아래까지 선만 추적. 유나는 오프라인 기록으로 두 시각을 대조합니다. 세 분 뒤 둘 다 손 뗍니다.”
프린터가 빈 롤러를 한 번 돌렸다. 미진 손에 들린 비닐 끝이 책상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바람은 없었다. 테이프가 아직 붙지도 않은 비닐이 전화기 모서리를 감쌌다.
유나가 노트북을 품에 안고 의자에서 밀려났다. “회의록 자동 종료네요.”
미진은 비닐을 잡아당겨 바닥에 무릎으로 눌렀다. “타협 회의할 시간에 비닐 치는 게 빠른데.”
“방금 격리 실패 조건에 가까웠습니다. 물건이 움직였어요.” 서하는 시간을 썼다. 0시 43분 06초. “하나가 틀렸을 때 다른 증거까지 버리지 않으려는 겁니다.”
유나가 교육용 노트북을 품에 안았다.
“저는 찬성. 둘 다 틀렸을 가능성도 저장 가능.”
미진은 웃지 않았다. 대신 자기 손목시계를 풀어 서하에게 건넸다. 시간이 끝나면 반장 자신도 멈추겠다는 물건 인계였다.
“0시 46분까지. 그 뒤에는 제 방식으로 막아요.”
도원이 비상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무전보다 먼저 들렸다. 한 층마다 안전화 밑창이 쇠계단을 두 번 찍었다. 그는 센터 문을 통과하지 않고 복도 점검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서하와 유나는 출입문 안쪽에서 그를 봤다.
“4번 책상 아래. 손 대지 말고 덮개만 열어.”
유나가 긴 자를 밀어 책상 아래 케이블 덮개 걸쇠를 들어 올렸다. 기존 전원선과 회선은 라벨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에 납작한 검은 선 하나가 더 있었다. 건물 준공 도면에도, 유나가 확보한 자산 목록에도 없는 선이었다.
선 표면은 먼지가 없었다. 반면 선이 지나온 것처럼 보이는 케이블 홈에는 오래된 회색 먼지가 가장자리까지 붙어 있었다. 새 선이 오래된 자리를 차지한 게 아니라, 방금 그곳이 선의 자리였다고 주장하는 모양이었다.
“방금 깔린 것처럼 깨끗해요.” 유나가 말했다.
“말로 끝내지 말고.”
도원은 점검구 안쪽에 드라이버 끝을 댔다. 서하는 노트북 녹음 파형을 열었다. 프린터 롤러가 빈 트레이를 치자 검은 선이 한 번 떨렸다.
딱.
점검구 안에서도 같은 떨림이 손잡이로 올라왔다.
“첫 채널. 물리 진동.” 도원이 말했다.
“두 번째는 아직.” 서하가 막았다.
그때 미진이 친 격리 테이프가 바닥에서 한 뼘 들렸다. 테이프 안쪽 의자가 움직인 게 아니라, 테이프가 의자 다리 쪽으로 스스로 선을 바꿨다. 미진은 당장 비닐을 덮지 않고 테이프 시작점을 손목시계와 같은 위치로 되돌렸다. 격리가 대상을 정하는 행동일 수 있었다.
“경계가 책상을 고르는 게 아니라 의자를 고릅니다.” 미진이 말했다.
“확정하지 마세요. 한 번 움직였습니다.”
서하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도원이 검은 선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가볍게 걸었다. 자르지도, 당기지도 않았다. 그 순간 4번 전화기가 울렸다.
스피커에서는 도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손 대지 마.”
복도에 있는 도원은 입을 다문 채였다.
전화기 속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됐고, 선 잘라.”
도원의 표정이 먼저 굳었다. 평소 그가 쓰는 말이었지만 뒤에 붙은 행동이 틀렸다. 도원은 현장 확인 없이 선부터 자르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뗐다.
“내 목소리. 내 지시 아냐.”
미진이 비닐을 반쯤 펼친 채 멈췄다. 처리자 4721은 그대로였다. 서하의 종이 교대표 이름도 아직 온전했다. 격리 쪽 실패 조건은 발생하지 않았다.
유나는 통화 시각을 눌렀다.
“프린터 롤러 0시 44분 18초. 전화 발신 18초. 진동도 같은 초.”
“외부 회선은?” 서하가 물었다.
미진이 종이컵을 들어 보였다. 회색 케이블 끝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빠진 채예요.”
도원은 점검구에서 검은 선을 따라갔다. 선은 벽 안으로 곧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케이블 덮개 아래의 볼록한 흔적도 같은 속도로 이동했다. 사람이 복도 반대편에서 발을 맞춰 걷는 것 같았다.
“선이 움직여.”
“추적 중단 조건입니다.” 서하가 말했다.
도원의 손이 점검구 안으로 한 번 더 들어갔다. 렌치 끝이 검은 선을 눌렀다. 선은 공구를 피해 벽 쪽으로 미끄러졌다. 손등이 덮개 모서리에 긁혀 피가 배었다.
미진이 비닐을 놓고 구급함으로 움직이려 했다. 도원이 먼저 렌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오지 마. 여기서 멈춘다.”
그는 점검구 세 칸 앞에 온도계를 붙이고, 이동 방향을 분필로 표시했다. 쫓는 대신 경로를 남겼다. 자기 돌진을 스스로 줄인 대가로 검은 선은 벽 안에서 사라졌다.
미진도 비닐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책상과 사람 사이에 출입구 하나를 남기고, 테이프 끝을 손목시계 옆에 붙였다.
“격리도 환기구와 배선 덮개는 열어 둬요. 닫아서 모르는 데 보내진 않습니다.”
세 분이 끝났을 때 둘 중 하나가 이긴 것은 아니었다. 대신 외부 회선 없이 프린터·검은 선·전화가 같은 초에 작동했고, 전화 속 도원은 실제 도원의 행동 원칙을 흉내 내지 못했다. 현장 소리와 유나의 오프라인 시각이 처음 같은 줄에 올랐다.
서하는 교대표 뒤에 `가설: 4번 책상 주소는 외부 회선이 아니라 내부 프린터 동작과 연결`이라고 썼다. 규칙이라고 쓰지 않았다.
도원의 손등 상처는 얕았지만 분필 가루가 피에 붙어 회색으로 뭉쳤다. 미진은 복도 문턱에 소독약과 거즈만 밀어 놓았다. 도원이 스스로 감을 때까지 안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 격리와 추적의 경계가 사람을 대신 결정하지 않게 한 것이다.
“제가 복제 폴더 열어 둘게요.” 유나가 말했다. “미진 반장님은 서하 씨 기록 보고, 도원 씨는 분필 위치만 추가. 서로 파일 덮어쓰지 말고요.”
미진이 눈썹을 들었다.
“방금 저한테 업무 배정했어요?”
유나는 USB를 책상에서 떼어 목에 걸었다. “네. 가장 낮은 등급의 임시 권한입니다.”
농담 뒤 바로 손이 떨렸다. 유나는 그 사실을 숨기려고 키보드를 정렬하지 않고 서하에게 말했다.
“저 지금 숫자 세면 틀릴 것 같아요. 물건 확인, 같이 해 주세요.”
서하는 대신 세어 주지 않았다. “당신 방식으로 합시다. 제가 대조할게요.”
미진이 의자를 당겨 서하가 비닐 밖에서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손을 멈췄다.
격리선 안에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센터 4번 줄에는 원래 의자가 네 개였다. 서하는 수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사람 이름부터 찾지도 않았다. 새 의자는 4번 책상 옆에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등받이의 인조가죽은 다른 의자보다 새것처럼 검었고, 좌판에는 물기 한 점 없었다.
바퀴만 막 닦여 있었다.
미진이 입술을 움직였다.
“지금 근무자는 넷—”
그녀가 다음 말을 삼켰다. 빈자리 합계를 말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사람 수 말고 물건으로 확인해요.” 유나가 먼저 말했다.
서하는 자기 사원증과 0시 17분 출력물을 놓았다. 미진은 손목시계와 종이컵을 놓았다. 유나는 키보드에서 분리한 흰 키캡 하나와 USB를 놓았다. 복도에 있던 도원은 문턱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렌치와 무전기를 바닥에 나란히 놓았다.
유나는 아무도 손대기 전에 교육용 노트북으로 바닥 전체를 촬영했다. 셔터음이 났다. 도원의 무전기가 바닥에서 짧게 진동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무전기를 다시 집었다. 누르지는 않았다. 렌치는 그대로 남았다.
“위치 변경. 도원 씨 무전기, 바닥에서 손.” 유나가 소리 내어 남겼다.
실제 네 사람이 마지막으로 직접 쓴 물건이었다.
새 의자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유나는 방금 촬영한 사진을 열어 놓고 오프라인 목록에 물건을 하나씩 입력했다. 사원증, 출력물, 손목시계, 종이컵, 키캡, USB, 렌치.
서하가 목록과 바닥을 다시 대조했다.
도원은 무전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가 집은 동작은 세 사람이 봤고 유나의 구두 기록에도 남았다.
하지만 놓기 직전 바닥을 찍은 사진에는 렌치만 있었다.
목록에도 무전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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