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2등록되지 않은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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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되지 않은 카드

야간 민원은 사람도 완료 처리한다 · 2026.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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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문은 임서하의 사원증을 세 번 읽었다.

세 번 다 ‘등록되지 않은 카드’였다.

문 안쪽에는 이미 들어와 있는 임서하가 서 있었다.

어제까지는 그게 모순이 아니었다.

지금 전자 명부에 남은 이름은 `하` 한 글자뿐이었다. 사원증에는 세 글자가 온전했고, 종이 교대표에는 임서하와 사번 4721이 함께 적혀 있었다. 출입문은 종이 쪽을 믿지 않았다.

서하는 카드를 네 번째로 대지 않았다. 첫 세 번의 시각을 종이 여백에 썼다. 0시 23분 11초, 14초, 18초.

“재등록은 안 합니다.”

경비실 안의 박기태가 열쇠 고리를 두 번 책상에 두드렸다. 그는 단말보다 방화문 문턱을 먼저 살폈다.

“안에 계신 분을 들이는 카드로 만들면, 어느 쪽이 들어오는 건지 모르지요. 예전에도 문 바깥 숫자만 고치다가 안쪽 사람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정중한 말 뒤에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쪽 문은 특히.”

그가 가리킨 것은 센터 문이 아니라 복도 끝 비상계단이었다. 서하는 시선을 따라가지 않았다. 지금 필요한 건 건물 이야기가 아니라 출입 상태였다.

“수기 대장 보여 주세요. CCTV도 0시 10분부터요.”

기태는 대장을 내주면서도 펜은 자기 손에 쥐고 있었다. 입실 시각 23시 56분, 임서하. 서명도 그녀 것이었다. CCTV 화면에는 4번 책상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남아 있었다. 사원증과 사람과 수기 기록은 건물 안에 있었다. 출입 권한만 사라졌다.

경비실 프린터가 짧게 울었다. 기태가 건드리지 않은 채 용지가 나왔다.

`오류 정정 대상: 4721`

`조치: 카드 재등록 또는 대상자 퇴실`

발신 계정은 품질감사실장 오현주였다. 아래에는 ‘퇴실 후 재입실하면 임시 복구 가능’이라는 한 줄이 붙어 있었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된다는 말이네요.” 기태가 말했다.

“지금 문은 제 카드를 사람으로 안 봅니다. 퇴실만 시키면 돌아오는 쪽은 확인 못 해요.”

서하는 정정 용지에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기태에게 CCTV 시각과 수기 대장 줄을 복사해 달라고 했다. 기태는 대답 대신 서류함 맨 아래 칸에서 카본지를 꺼냈다. 오래 써서 모서리가 닳은 물건이었다.

“요즘은 다들 복사기를 믿지, 눌러 남기는 건 안 믿습니다. 복사기는 명령을 받지만 카본지는 위에 놓인 손만 받지요.”

그는 수기 대장 아래에 카본지를 끼우고 같은 줄을 다시 눌러 썼다. 원본에는 파란 잉크가, 아래 장에는 필압 자국과 보라색 글씨가 남았다.

“오늘은 눌린 쪽도 필요합니다.”

사내 메신저가 유나의 자리에서 세 번 울렸다. 서하는 경비실 내선으로 받았다.

“서하 씨. 급여 계정도 없어졌어요. 아니, 계약이 종료된 게 아니라 조회 대상 없음. 이거 문장 차이가 더 별론데요.”

유나의 말이 평소보다 빨랐다. 괄호 속 정정처럼 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이었다.

“월급명세서는요?”

“지난달 건 없고, 이번 계약서는 로컬 캐시에 있어요. 아, 그리고 프린터가 자꾸 혼자 울어요. 종이 빼도 롤러 소리 남습니다.”

급여까지 빠졌다. 화면 하나의 장난이라면 서로 다른 출입 단말과 급여 서버가 같은 사번을 동시에 잃을 이유가 없었다. 서하는 결론 대신 확인할 항목을 줄였다. 사번 유지, 이름 소실, 출입 거부, 급여 조회 불가.

“원본 건드리지 말고 소리부터 녹음하세요. 제가 갑니다.”

경비실 문턱을 넘기 전, 기태가 투명 비닐 하나를 내밀었다. 바닥에서 주웠다는 사원증이 들어 있었다. 비닐 안쪽에만 물이 차 있었고 바깥은 말라 있었다. 사진은 습기로 들떠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이름 칸의 잉크도 번졌지만, 카드 뒷면 교대 메모에는 오늘 날짜와 23:48이 남아 있었다. 백도원의 현장 출동 시각과 같았다.

“도원 씨 겁니까?”

“현장 기사는 안전모에 걸지, 이렇게 목줄을 안 씁니다.” 기태가 열쇠를 한 번 더 두드렸다. “이 건물 사람 물건도 아니고요.”

서하는 모르는 이름을 추측하지 않았다. 물기, 오늘 날짜, 23시 48분. 세 가지만 비닐 겉면에 적었다. 젖은 사원증은 경비실 보관함에 넣고, 보관함 열쇠는 기태가 가진 채였다.

“백도원 기사에게 확인만 요청해 주세요. 이름부터 말하지 말고 카드 형태와 시각으로요.”

기태가 무전 채널을 열었다. 잡음 뒤로 금속을 두 번 치는 소리가 왔다. 도원의 확인음이었다.

“23시 48분. 젖은 사원증. 목걸이형.” 서하가 말했다. “현장에 같은 물건 있습니까?”

짧은 침묵 뒤에 도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없어. 여긴 마른 기계실이야.”

“사진이 들떠서 소유자는 미확인.”

“사람 이름 붙이지 마. 물기 종류부터 보내.”

명령조였지만 맞는 지적이었다. 서하는 비닐을 다시 보지 않았다.

“받았어. 화면 기록도 보낼게.”

“화면만 보내지 마.”

서하는 기태가 만든 카본 사본을 접지 않고 들었다. “수기 대장과 카드 인식 시각을 같이 보냅니다. 물기는 면봉으로 따로 봉인하고요.”

무전에서 금속음이 두 번 돌아왔다. 예전 현장에서 서로의 판단을 받았다는 신호였다. 죄책감과 신뢰는 같은 두 음 안에 나란히 들어갈 수 있었다.

센터로 돌아오자 4번 프린터는 종이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롤러가 한 바퀴 돌 때마다 빈 플라스틱 트레이가 딱, 딱 울렸다. 유나는 휴대전화 대신 낡은 업무용 녹음기를 프린터 옆에 두었다.

“개인폰 쓰면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로 이길 것 같아서요. 이건 폐기 목록에 있던 거. 아직 폐기 안 됐고.”

4번 본체 화면에는 티켓이 그대로 열려 있었다. 1화 끝에 카운트를 멈춘 뒤 서하가 본체 스위치를 다시 올려 부팅한 상태였다. 외부 회선만 종이컵 안에 빠져 있었다. 카운트 00:03. 담당자 4721. 이름 대신 사번만 남은 화면은 오히려 더 깨끗해 보였다.

“출력물 하단 봤어요?” 유나가 물었다.

첫 화에 나온 종이 세 장은 투명 파일 사이에 따로 끼워져 있었다. 유나는 손가락으로 만지지 않고 책상 조명을 비스듬히 댔다. 평소 양식에는 없는 작은 글씨가 용지 가장자리에서 드러났다.

`최초 열람자는 처리 완료 전까지 교대에서 제외할 수 없음.`

서하는 문장을 그대로 읽지 않았다. 순서를 확인했다. 최초 열람자. 처리 완료 전. 교대 제외 불가.

“제가 열어서 제 사번이 붙었고, 닫히기 전까지 다른 교대로 넘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 퇴실하라는 팝업은요?”

“교대에서는 못 빼는데 건물에서는 빼라는 거죠.”

유나가 입술을 다물었다. 농담이 들어갈 자리가 아니었다. 화면이 사람을 붙잡고 출입문은 같은 사람을 내보내려 했다. 완료와 퇴실 중 무엇을 골라도 빈칸을 만드는 방향이었다.

“정답은 아니에요.” 서하가 말했다. “지금 확인된 건 열람자와 처리자가 같은 사번이라는 것, 그 사번이 붙은 동안 이름과 권한이 빠진다는 것뿐입니다.”

“두 채널?”

“출력물과 출입·급여 기록. 이번에는 둘 다 남깁니다.”

그 순간 프린터 관리창에 새 명령이 떴다.

`원격 대기열 정리: 감사실`

대기열의 첫 항목은 0시 17분 출력물이었다. 삭제까지 15초. 유나가 프린터 전원 스위치로 손을 뻗다가 멈췄다.

“전원 끄면 메모리도 날아갈 수 있어요.”

“종이부터.”

유나는 급지함을 통째로 빼냈다. 롤러는 빈 채로 돌았다. 삭제 명령은 프린터 메모리의 파일명을 지웠지만 이미 나온 종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서하는 용지 일련번호를 읽었고, 유나는 녹음기에 롤러 소리와 삭제 시각을 차례로 말했다.

“오프라인 사본 만들게요.”

“개인 저장장치면 징계입니다.”

유나는 사번이 없어진 급여 화면을 한 번 더 열었다. 같은 창을 멀리서 찍지 않았다. 노트북의 네트워크를 끄고 내장 카메라를 켠 뒤 화면 전체, 우측 아래 시각, 조회 사번 4721을 차례로 한 장 안에 넣었다. 경비실 출입 단말은 옮길 수 없었다. 기태가 유선 내선으로 단말 오류 화면을 설명하는 동안 유나는 이동형 교육 노트북을 들고 복도로 갔다.

서하는 따라가지 않았다. 4번 티켓과 출력물을 지켜야 했다. 대신 유나가 돌아올 때까지 증거 목록의 빈칸을 남겨 뒀다.

칠 분 뒤, 유나는 노트북을 겨드랑이에 끼고 카본 사본을 물지 않게 들어왔다. 카메라에는 등록되지 않은 카드 문구, 0시 23분의 세 인식 시각, 사번 4721이 함께 찍혀 있었다. 급여 화면 촬영본과 파일명이 달랐고 촬영 시각도 이어졌다.

“네. 징계받고 증거 남길지, 계약 끝나고 아무것도 없을지 골랐어요.”

그녀는 서랍에서 오래된 USB를 꺼냈다. 캐릭터 스티커가 붙은 개인 물건이 아니라 자산 번호가 반쯤 벗겨진 회사 폐기품이었다. 네트워크가 끊긴 교육용 노트북에 꽂고 녹음, 수기 사본, 출력물 사진, 출입·급여 화면 촬영본을 폴더별로 복제했다.

해시는 길고 의미 없는 문자처럼 보였다. 유나는 강의하지 않았다. 파일 한 글자를 바꿔 숫자가 달라지는 것만 서하에게 보여 줬다.

“이 줄이 같으면, 나중에 회사가 아니라고 해도 이때 파일이 안 바뀌었다는 건 말할 수 있어요. 화면 사진은 화면이 진실이라는 뜻이 아니고, 그 시각에 저 문장이 있었다는 증거고요.”

“종이, 소리, 화면, 수기 시각.”

“그리고 이거 만든 사람이 저라는 기록도요. 나중에 천재 해커였다고 몰아가지 말라고.”

유나는 자기 사번과 생성 시각을 수기 메모에 적었다. 가장 낮은 고용등급의 계약직이 징계 가능성까지 자기 이름으로 남겼다. 서하는 대신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은 유나가 고른 위험을 또 빼앗는 방식이 될 수 있었다.

“같이 서명하겠습니다.”

“그건 좋아요. 단독 영웅 금지 패치.”

두 사람은 같은 종이에 다른 펜으로 서명했다. 화면에서 서하 이름이 사라져도 종이에는 두 사람의 필압이 남았다.

0시 40분, 4번 전화기가 울렸다.

액정에는 발신자 번호가 없었다. 열린 티켓의 카운트는 여전히 3초였다.

서하가 스피커폰을 켰다. 먼저 묻지 않고 녹음기 시각을 확인했다.

“야간 민원 이관센터입니다. 주소를 말씀해 주세요.”

수화기 안에서 프린터 롤러가 빈 트레이를 치는 소리가 났다.

딱. 딱.

“주소는.”

목소리가 한 박자 늦게 답했다.

“4번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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