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손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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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손
00:20, 윤해원은 다시 살아 있었다.
그 사실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안도에 속는다. 방금 전 루프에서 그는 환기 구역 바닥에 앉아 있었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채 이송됐다. 지금은 보안실 옆 대기실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같은 사람이었다. 피해의 모양은 달랐다.
나는 공동 장부를 복원했다. `오세진 교체 / 00:07 R-3 / 9분 무음.` 세 줄을 썼다. 세 줄 사이에 등호를 넣지 않았다.
강태준은 내 손을 보았다.
“세 번째 줄은 설명이 부족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언제 보충합니까.”
“R-3부터 확인한 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묻지 않는 대신 장부 옆에 시간을 적었다. `보충 요구: 00:22.` 미뤄진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숫자가 붙었다.
윤해원은 내가 쓴 세 줄을 보았다. 그는 자기 이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람처럼 입술을 눌렀다.
“제 봉투 설계도 줄 하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행위 층을 나눕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윤해원은 반박하지 않았다.
“나중에 빠뜨리지 마십시오.”
그 요구는 정당했다. 윤해원은 피해자이면서 조종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 줄을 넣으면 세 줄이 흐려진다. 나는 장부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적었다. `봉투 설계 책임 별도.` 지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08:40, 관제실에서 고유라는 세 개의 시간축을 맞췄다.
중앙 로그 원본은 63초 늦었다. 독립 시험기는 실제 시각에 가까웠고, 식당 아날로그 시계는 오차 범위 안에 있었다. 보관실 로컬 카메라의 3127 기록은 중앙망보다 로컬 순서를 먼저 남겼다. 고유라는 화면 네 개를 겹치지 않았다. 겹치면 편했다. 대신 옆으로 벌려 놓았다.
“편하게 보면 틀려요.”
그가 말했다.
“누구에게 하는 말입니까.”
“저요.”
그는 중앙 로그의 00:05:57을 실제 00:07:00으로 보정했다. 그 줄에 R-3가 있었다. 명령은 오세진의 의무실 권한에서 나오지 않았다. 카트리지 서랍 로그와도 분리됐다.
“오세진 손은 20:15. R-3 승인 실제 00:07. 계정 권한도 다릅니다.”
“오세진이 원격 명령을 누른 건 아닙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현재 자료로는 아닙니다. 오세진 개인 권한으로는 R 슬롯 접근이 안 돼요.”
현재 자료. 그 말이 중요했다. 오세진의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두 번째 손을 따로 세운다.
고유라는 8화의 시계 사진을 다시 불러왔다. 손목시계, 식당 벽시계, 독립 시험기. 그때는 오세진 알리바이를 흔드는 숫자였다. 지금은 R-3 승인 시각을 되찾는 숫자였다.
“같은 63초인데 쓰임이 달라졌어요.”
그가 말했다.
“그 말은 기록합니다.”
강태준이 답했다.
같은 단서가 두 번째 기능을 얻었다. 독자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보상이다. 단서가 한 번 쓰이고 버려지지 않을 때, 기록은 장식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고유라는 보정표를 인쇄했다. 종이에는 세 열이 있었다. `중앙 표시`, `실제 추정`, `근거 장치`. 빈칸은 없었다. 빈칸이 없는 표를 만든 뒤에야, 그는 R-3 줄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09:15, 권한 기록실에서 한도경은 또 시간을 끌었다.
이번 자료는 갈색 파일 대신 위임 토큰 표였다. 그는 표를 꺼내기 전에 열람 사유를 세 번 확인했다. 강태준은 세 번 모두 같은 문장을 말했다.
“00:07 보정 명령의 원소유자와 실사용자 확인.”
한도경은 네 번째에는 묻지 않았다. 표를 열었다. R은 원격 보정. 숫자 3은 세 번째 관리자 슬롯. 원소유자 칸에는 홍상욱의 이름이 있었다. 실사용자 칸은 삭제돼 있었다. 삭제 표시가 깔끔하지 않았다. 덮어쓴 흔적이 아니라 지운 뒤 빈칸으로 남긴 흔적이었다.
“삭제 이력은요.”
내가 물었다.
한도경의 손이 멈췄다.
“복구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 여부 말고, 시도합니까.”
그는 나를 보았다. 감정 질문을 받은 얼굴과 달랐다. 기록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요구를 받은 얼굴이었다.
“시도합니다.”
그 한 문장은 이번 화에서 한도경이 한 가장 긴 행동이었다.
복구 프로그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래 걸린 것은 한도경의 손이었다. 그는 실행 버튼 위에서 한 번 멈췄다. 기록을 보존한다는 명분으로 행동을 미루는 사람의 버릇이었다.
“누르면 원본이 바뀝니까.”
내가 물었다.
“복구본이 따로 생깁니다.”
“그럼 누르세요.”
그는 버튼을 눌렀다. 삭제 이력의 윤곽만 나왔다. 실사용자 이름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대신 삭제 시각과 삭제 권한이 떴다. 삭제 권한도 R 계열이었다.
“R-3가 자기 흔적을 지운 겁니까.”
고유라가 물었다.
한도경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권한군이 쓴 겁니다.”
단정하지 않는 말은 느리다. 그러나 느린 말이 이번에는 사건을 살렸다.
09:40, 홍상욱은 심문실에서 토큰을 부정하지 않았다.
“원소유자가 저라는 뜻이지, 제가 그 시각 눌렀다는 뜻은 아닙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그래서 원소유와 실사용을 분리해 적습니다.”
홍상욱은 그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만든 구조가, 이번에는 책임을 분리해 추적하는 도구가 됐다.
“기관 운영상 위임 토큰은 여러 실무자가 씁니다.”
“명단.”
“재난 상황이라 즉시 제공이 어렵습니다.”
“어렵다는 말은 거부입니까, 지연입니까.”
홍상욱은 대답을 늦췄다. 주어를 지우는 사람은 시간을 벌 때 가장 조용해진다.
“지연입니다.”
강태준은 그 말을 적었다. 홍상욱은 지연이라고 말한 순간, 나중에 제출해야 할 문서를 하나 만든 셈이었다.
“위임받은 실무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뜻입니까.”
내가 물었다.
홍상욱은 나를 보았다.
“기관은 개인 기억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보자는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기록을 방패로 쓰던 사람이 기록을 요구받자 멈춘 것이다. 강태준은 그 침묵을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재촉하면 홍상욱은 기관이라는 단어 뒤로 다시 들어갈 것이다.
“명단은 있습니다.”
“제출 시각.”
“정오 전.”
강태준은 `12:00 전 제출 약속`이라고 적었다. 약속은 진술보다 약하지만, 어기면 새 증거가 된다.
10:10, 나는 Q-13 거래에서 열린 9분 무음의 존재를 제출했다.
녹음 파일 전체를 넘기지는 않았다. 넘길 수 있는 파형과 시간표를 먼저 냈다. 23:55부터 00:04까지 비어 있는 구간. 앞뒤 버튼음. 복사 진행률 87퍼센트. 산소 경보가 늦게 들어온 흔적.
강태준이 물었다.
“왜 비었습니까.”
나는 장부의 세 번째 줄을 보았다. `9분 무음.` 그 줄에는 오세진의 손도, 홍상욱의 토큰도 닿지 않았다. 내 손이 닿은 줄이었다.
“제가 답해야 할 부분입니다.”
“지금 답하지 않는 이유.”
“답하면 변명부터 할 것 같아서입니다.”
그는 펜을 들고 나를 오래 보았다.
“그 문장도 기록합니다.”
“하십시오.”
처음으로 내 기록이 내 방어가 아니라 증거물로 넘어갔다. 나는 Q-13 키를 테이블 위에 놓지 않았다. 대신 접촉 기록표와 파형 사본을 밀었다. 키는 아직 넘길 수 없었다. 기록은 넘겨야 했다.
고유라가 파형 사본을 받아 별도 저장했다.
“원본은 어디 있어요.”
“Q-13 거래 안입니다.”
“그럼 지금 가진 건 사본이네요.”
“네.”
“사본이라고 표시할게요.”
그는 파일명 끝에 `_copy`를 붙였다. 작은 표시였다. 하지만 작은 표시가 나중에 내 거짓말을 막을 수 있다. 원본과 사본을 섞으면, 나는 또 기록 뒤에 숨을 수 있다.
강태준은 내 접촉 기록표를 보며 말했다.
“키는 아직 본인이 보유.”
“네.”
“증거 일부 제출, 핵심 물건 미제출.”
그 문장은 나에게 불리했다.
“그렇게 쓰세요.”
그는 정말 그렇게 썼다.
10:30, 공동 장부에는 세 줄이 완성됐다.
첫 줄. `교체: 오세진 / 카트리지 / 20:15 / 물리 행위 확인.`
둘째 줄. `명령: R-3 / 00:07 / 원격 보정 / 원소유 홍상욱 / 실사용자 삭제.`
셋째 줄. `침묵: 9분 무음 / Q-13 거래 파형 / 서이현 진술 필요.`
고유라가 말했다.
“그러면 범인이 두 명이라는 뜻이에요?”
강태준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닙니다. 행위 층이 셋이라는 뜻입니다.”
나는 그 문장을 장부 아래에 적었다. 행위 층이 셋. 사람 수가 아니라 결정의 수. 이 작품의 질문은 그쪽에 있었다. 누가 죽였는가보다, 누가 어느 순간 무엇을 선택했는가.
홍상욱은 유리 너머에서 둘째 줄을 보고 있었다. 오세진은 첫째 줄에 묶여 있었다. 나는 셋째 줄을 보고 있었다. 세 줄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해원은 장부 옆의 빈칸을 가리켰다.
“제 봉투 설계는 어디에 들어갑니까.”
강태준이 말했다.
“정보 입력 층입니다. 오늘의 세 줄과 별도.”
“별도라는 말로 미루면 또 누락됩니다.”
“그래서 별도 칸을 만듭니다.”
그는 장부 오른쪽에 작은 칸을 만들었다. `정보 설계: 윤해원 / 미해결.` 윤해원은 그제야 손을 내렸다. 자기 책임을 면하려는 사람이었다면 그 칸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 칸이 생겼다는 뜻이다.
10:35, 한도경이 권한표를 확대했다.
실사용자 칸은 삭제되어 있었다. 그 위의 원소유자 서명은 지워지지 않았다. 홍상욱. 글자는 선명했다. 선명하다고 해서 최종 답은 아니다. 원소유는 실사용이 아니고, 위임은 면책이 아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다음 목표는 명령을 누른 손입니다.”
“그리고 제가 비워 둔 9분.”
내가 덧붙였다.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삭제된 실사용자 칸 위, 지워지지 않은 원소유자 서명은 `홍상욱`이었다.
홍상욱은 그 확대 화면을 보면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원소유자 서명은 행정 책임입니다.”
“행정 책임을 물으려는 게 아닙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명령을 누른 손을 찾는 중입니다.”
“그 손이 제 손이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 체포하지 않습니다.”
그 대답에 홍상욱의 표정이 아주 잠깐 늦었다. 체포하지 않는다는 말이 유리한 말만은 아니었다. 잡지 않는 동안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한도경은 권한표 복구본을 저장했다. 파일명에는 `R3_recovery_copy`가 붙었다. 그는 원본을 덮어쓰지 않았다. 이번에는 보존이 회피가 아니라 증거 보존으로 작동했다.
나는 공동 장부 마지막에 한 줄을 더했다.
`다음 목표: R-3 실사용자, 9분 무음 사유, 봉투 설계 책임.`
세 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다. 하지만 한꺼번에 지워서도 안 된다. 강태준은 그 줄 아래에 자기 이름을 썼다. 나는 내 이름을 썼다. 고유라는 기술 기록 담당으로 이름을 썼다. 노을의 증언 칸은 비워 두었다. 그가 본 것이 있을 때만 채워야 한다.
홍상욱의 서명은 선명했다. 내 침묵도 선명해지고 있었다. 어느 쪽도 아직 정답은 아니었다. 둘 다 다음 문을 요구했다.
강태준은 장부를 덮지 않았다. 그는 세 줄을 다시 나눴다.
`교체: 오세진.`
`명령: R-3.`
`침묵: 이주원 9분.`
“이 셋을 한 사건으로 묶되, 한 사람에게 몰아 쓰지 않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말 때문에 홍상욱도, 나도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 몰아 쓰면 편해진다. 편한 순간부터 증거는 장식이 된다.
고유라는 Q-13 열쇠 기록을 옆에 붙였다. 열쇠보다 먼저 남은 것은 열쇠의 진동이었고, 진동보다 먼저 남은 것은 00:13과 00:07 사이의 간격이었다. 물건은 늦게 말한다. 기록은 먼저 떨린다.
나는 그 떨림을 다음 문 앞에 놓았다. R-3의 실제 사용자, 홍상욱 서명의 책임 범위, 내가 비워 둔 9분. 세 질문이 같은 복도에 섰다. 이번에는 아무도 문을 먼저 열지 않았다. 열기 전에, 누가 손을 뻗는지 봐야 했다.
Q-13 열쇠 본체는 금고에 남겼다. 먼저 제출한 것은 열쇠가 떨린 시각표였다. 물건을 꺼내면 사람들은 모양을 본다. 시각표를 놓으면 움직임을 본다. 강태준은 그 순서를 승인했다.
“증거보다 해석이 앞서지 않게.”
그가 말했다.
나는 그 말을 공동 장부 표지 안쪽에 옮겼다. 20화의 끝에서 우리가 가진 것은 정답이 아니라, 정답을 망치지 않는 순서였다. 다음 문은 그 순서를 시험할 것이다.
홍상욱은 끝까지 서명 이야기를 행정으로 밀었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그대로 적어야 나중에 바뀐 말도 보인다. 강태준은 홍상욱을 보내지 않았다. 붙잡지도 않았다. 문 앞 의자에 앉혀 두고, 다음 질문이 올 때까지 침묵을 보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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