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너무 이른 체포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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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체포

21:00, 오세진은 보안실 안쪽 방에 있었다.

문은 잠겼고, 손은 보였다. 카트리지 A와 B는 봉투에 들어가 강태준 책상 위에 놓였다. 윤해원은 보안실 옆 대기실에 있었다. 산소 경보가 울리면 바로 이동할 수 있게 정무겸이 수동 개방 장비를 가져왔다.

조건은 갖췄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강태준은 공동 장부 첫 줄에 썼다. `오세진 격리 / 카트리지 봉인 / 윤해원 보호.` 그다음 나를 보았다.

“단독범 가설을 어떻게 적습니까.”

나는 잠시 펜을 잡았다.

“오세진 교체 행위는 확인. 단독범은 미확정.”

“왜 미확정.”

“00:07이 남았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도 된다는 뜻이었다.

오세진은 유리 너머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반성인지 계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강태준은 방 안쪽 카메라를 켰다. 그의 손, 발, 시선 방향이 기록됐다.

“오세진이 움직이지 못했다는 걸 남기려는 겁니까.”

“오세진이 움직이지 못했는데도 일이 생기면, 그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일이 안 생기면요.”

“그것도 기록합니다.”

강태준은 어느 쪽도 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 점이 그를 믿게 하지 않고, 같이 일하게 했다. 윤해원은 대기실로 이동하기 전에 나를 불렀다.

“제가 쓰러지면, 이번에는 제 봉투를 열지 마십시오.”

“왜요.”

“쓰러진 사람이 남긴 절차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악용하기 쉽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도 의심 목록에 넣었다. 늦은 일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

23:50, 관제실에는 시계 네 개가 있었다.

고유라의 독립 시험기, 강태준의 손목시계, 식당 아날로그 시계, 중앙망 화면. 중앙망은 여전히 63초 늦었다. 고유라는 이번에는 중앙망을 보정하기 전 원본 그대로 저장하고, 옆에 보정 값을 따로 띄웠다.

“나중에 누가 조작이라고 해도 원본과 보정본이 같이 있어야 해요.”

그는 말하면서 내 녹음기를 보았다. Q-13 키가 00:13에 열어 준 원래 거래 파형 일부. 그 안에 9분 무음이 있었다. 나는 아직 재생하지 않았다. 재생 버튼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강태준이 물었다.

“왜 안 엽니까.”

“지금 열면 00:07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전부가 아니었다. 9분의 빈칸이 왜 비어 있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기 때문에 열 수 없었다. 모르는 파일은 증거다. 아는 침묵은 자백에 가깝다.

고유라는 녹음기 화면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도 물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로그 창을 먼저 키웠다.

“R-3 예약은 아직 안 보여요. 00:06:50부터 상태 감시 들어갑니다.”

“10초 전부터?”

“중앙망이 63초 늦으니까 실제 시각 기준으로요. 원본도 같이 저장합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두 개의 버튼을 번갈아 눌렀다. `원본 저장`, `보정 표시`. 기술 설명은 그 정도면 충분했다. 버튼 두 개가 말을 대신했다. 나는 재생 버튼에서 손을 뗐다. 열지 않은 9분은 그대로 남았다. 열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제 기록됐다.

00:07:00, 보정 프로토콜이 시작됐다.

오세진은 보안실에 있었다. 카트리지는 봉인돼 있었다. 그런데 환기 구역 3번 밸브가 닫혔다. 화면의 녹색 줄이 노란색으로 바뀌고, 윤해원이 있던 대기실 쪽 공기 흐름이 끊겼다.

고유라가 소리쳤다.

“중앙망 기준은 아직 00:05:57이에요. 실제는 00:07:00.”

정무겸은 이미 장비를 들고 뛰었다. 강태준은 오세진 방을 잠근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나서 나를 따라 나오게 했다. 단독 행동 금지. 내가 뛰고 싶어도, 그는 내 위치를 기록했다.

대기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윤해원이 안쪽에서 수동 레버를 당겼지만 레버가 중간에서 멈췄다. 그의 손이 유리 너머에 보였다. 손바닥이 문을 두 번 쳤다. 세 번째는 약했다.

“수동 레버가 왜 멈춥니까.”

내가 물었다.

고유라가 화면을 넘겼다.

“원격 보정 중에는 안전 잠금이 우선이에요. 원래는 사람 없는 구역에서만 돌아야 해요.”

“사람 있는지 몰랐다는 뜻입니까.”

“센서가 중앙망 기준으로 읽히고 있어요. 63초 늦어요.”

그 63초가 다시 나타났다. 8화에서 시계 오차였던 것이 이제 문 하나를 잠그고 있었다. 독자가 본 작은 숫자가 사람의 호흡을 줄였다.

00:08, 정무겸이 외부 패널을 열었다.

“전기식 잠금 죽었습니다. 수동 우회로 갑니다.”

그는 왼손을 거의 쓰지 않았다. 강태준이 대신 손잡이를 잡았다. 나는 카트리지 봉투의 봉인이 온전한지 확인했다. 내가 사람보다 봉투를 본 것은 이번에도 사실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구조팀이 이미 문을 열고 있었다. 역할을 나눴다고 적을 수 있었다. 변명으로 쓰면 안 된다.

윤해원은 바닥에 앉은 상태로 발견됐다. 의식은 희미했다. 오세진이 없어서 응급 처치는 늦어졌다. 다른 의무 인력이 산소 마스크를 가져왔고, 정무겸은 환기 우회 밸브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카트리지는?”

강태준이 물었다.

“봉인 유지.”

내 대답은 짧았다. 첫 번째 손은 막았다. 그런데 죽음의 조건은 움직였다.

정무겸은 우회 밸브를 여는 동안 욕을 하지 않았다. 대신 숫자를 말했다.

“여섯 바퀴. 일곱 바퀴. 여기서 힘 더 주면 부러집니다.”

강태준은 문틈을 잡고 윤해원의 어깨를 끌어냈다. 윤해원은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는 내 쪽을 보려고 했다. 나는 녹음기 대신 그의 손을 잡아야 했다. 그런데 내 손은 카트리지 봉인 쪽에 있었다.

나는 손을 바꿨다. 늦었다. 그래도 바꿨다. 윤해원의 손은 차갑지 않았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면죄는 아니었다.

00:13, 감사 단말이 열렸다.

D-13 줄이 13초 동안 나타났다. Q-13 키는 이번에도 진동했다. 고유라가 화면을 띄웠고, 원래 거래 파형 일부가 열렸다. 녹음 파일은 긴 줄로 보였다. 23:55부터 00:04까지, 파형은 비어 있었다. 정확히 9분.

강태준이 물었다.

“파일 손상입니까.”

“아닙니다.”

내 대답은 너무 빨랐다. 그는 그 빠름을 놓치지 않았다.

“아는군요.”

나는 화면을 보았다. 9분 전에는 버튼음이 있었다. 원본 복사 진행률 87퍼센트. 9분 뒤에는 산소 경보와 사람 목소리. 그 사이가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말하면 지금 이 자리의 수사가 나에게도 돌아온다.

“지금은 00:07부터 봐야 합니다.”

“지금은 그렇습니다. 다음에는 아닙니다.”

강태준은 내 회피를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순서를 미뤘다. 그게 더 무서웠다.

나는 무음 구간의 시작점을 확대했다. 23:55:00. 그 직전에는 내 숨소리가 있었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파일이 끊긴 게 아니라, 입력이 사라진 것처럼 평평했다. 무음 끝에는 버튼음이 하나 있었다. 복사 진행률이 다시 올라가는 소리.

강태준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삭제입니까, 녹음 중지입니까.”

“아직은 무음입니다.”

내가 말했다. 더 정확히 말할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내 대답 옆에 별표를 그렸다. 나중에 다시 열 질문이라는 표시였다.

00:14, 고유라가 관제 로그를 읽었다.

“보정값 적용하면 실제 승인 시각 00:07:00. 코드 R-3. 사람 이름 없음.”

“R-3가 뭡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원격 보정 권한 슬롯 같아요. 사용자명이 아니라 토큰이에요. 누가 눌렀는지는 안 떠요.”

윤해원은 의무실로 이송됐다.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을 빨리 쓰면 사건은 복수한다.

오세진은 보안실 안쪽에서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자기 경고가 맞았다는 얼굴도 아니었다.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을 왼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오세진 부장에게 이 로그를 보여 줍니까.”

고유라가 물었다.

강태준은 고개를 저었다.

“먼저 원본 봉인. 그다음 대면.”

맞는 순서였다. 너무 이른 체포는 이미 한 번 실패했다. 너무 이른 대면도 같은 실수를 만들 수 있다.

00:17:13, 흰빛이 복도 끝에서 접혔다.

리셋 직전 나는 녹음기 파형을 보았다. 9분의 무음. 오세진이 잡힌 상태에서도 간 명령. 사람 이름 대신 남은 R-3.

나는 내 9분을 말하지 못했다.

관제 화면에는 사람 이름 대신 `R-3 / 00:07 승인`이 남아 있었다.

리셋이 오기 전 마지막 10초 동안, 나는 세 가지를 보았다.

오세진의 손은 잠긴 방 안에 있었다. 카트리지 봉투의 봉인은 온전했다. 윤해원의 호흡은 의무실로 옮겨진 뒤에도 일정하지 않았다. 세 사실은 서로를 지우지 않았다. 오세진의 행위가 사라지지 않고, R-3도 사라지지 않고, 내 9분도 사라지지 않았다.

강태준은 복도 바닥에 떨어진 내 장부를 집어 들었다. 흰빛이 가까워지는데도 그는 마지막 줄을 읽었다.

“단독범 가설 실패.”

“네.”

“다음 루프 첫 질문은 R-3입니다.”

“그리고 제 9분.”

말하고 나서야 내가 그 단어를 입 밖에 냈다는 걸 알았다. 9분. 동기는 말하지 않았지만, 숫자는 내 입으로 나왔다. 강태준은 그 숫자를 들었다. 다음 루프에서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흰빛이 시야를 접었다. 이번에도 하루는 뒤로 갔다. 그런데 질문은 뒤로 가지 않았다. 첫 손을 잡아도 죽음은 남았다. 두 번째 손을 찾기 전까지, 윤해원은 계속 쓰러질 수 있었다.

리셋 직전의 10초는 늘 너무 짧았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 길었다. 나는 오세진이 갇힌 유리문을 봤다. 그는 밖으로 손을 뻗을 수 없었다. 나는 금고 번호표를 봤다. 카트리지 봉투의 봉인은 찢어지지 않았다. 나는 윤해원의 흉곽을 봤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간격이 화면의 초침과 맞지 않았다.

“기록해.”

강태준이 말했다. 누구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고유라는 관제 화면을 녹화했고, 나는 장부에 숫자를 썼다. 00:07. R-3. 9분. 세 숫자는 서로 다른 줄에 있어야 했다. 한 줄에 붙이면 또 결론이 먼저 나온다.

윤해원의 손가락이 침대 시트를 긁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우리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대신 발을 멈췄다. 뛰어가면 오세진을 놓친다. 멈추면 윤해원을 놓칠 수 있다. 루프는 그런 선택을 매번 한 사람에게만 시킨다.

“제 9분은 제가 제출하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강태준이 나를 봤다.

“동기까지 말하겠다는 뜻입니까.”

“증거부터요.”

나는 녹음기 파일명을 적었다. 아직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 이유까지 숨기면, 나는 홍상욱이나 문라희와 다를 게 없어진다. 그래서 범위를 정했다. 무음 파일은 제출한다. 그 9분 동안 내가 왜 침묵했는지는, 다음 루프에서 강태준이 먼저 묻게 둔다.

흰빛이 닿기 전 마지막 화면에는 여전히 `R-3 / 00:07 승인`이 떠 있었다. 오세진의 체포는 그 문장을 지우지 못했다. 카트리지 교체는 설명됐다. 명령은 남았다. 침묵도 남았다.

다음 루프가 열리면 우리는 또 00:00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시작 질문은 바뀐다. 오세진을 먼저 쫓지 않는다. 약품 서랍을 먼저 열지도 않는다. 첫 질문은 R-3이 어느 손에서 살아났는가다.

나는 흰빛 속에서 장부를 가슴에 눌렀다. 종이는 함께 넘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눌렀다. 몸이 기억하는 압력도 때로는 메모가 된다. 강태준이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장부를 잡으려는 손인지, 나를 붙잡으려는 손인지 알 수 없었다.

“이주원.”

그가 불렀다.

“다음엔 먼저 숨지 마십시오.”

대답하기 전에 리셋이 왔다. 그 말만 남았다. 내 9분은 더 이상 내 혼자만의 숨은 시간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묻기 시작했다.

흰빛이 닫히는 순간, 나는 아주 짧게 노을의 얼굴을 봤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다만 보안실 유리 너머의 시간을 보고 있었다. 그가 본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번 루프에서 노을에게 묻는다면, 우리는 또 아이를 증언대로 밀어 넣게 된다. 다음 루프에서 필요한 것은 질문보다 배치다. 노을이 본 방향, 윤해원이 쓰러진 위치, R-3이 승인된 화면. 세 위치를 먼저 맞춰야 한다.

그래야 9분도 사건 안에 들어온다. 내 침묵이 사적인 죄책감으로만 남으면, 누군가에게 너무 편리해진다. 나는 그 편리를 더 주고 싶지 않았다.

질문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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