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바꾼 것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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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바꾼 것
19:00, 강태준은 의무실 감시 범위를 먼저 정했다.
카메라는 환자 기록판을 찍지 않는다. 약품 서랍의 라벨, 오세진의 손, 카트리지 보관 방향만 찍는다. 고유라는 화면 위쪽을 검은 띠로 가렸다. 법적 이유도 있었고, 인간적인 이유도 있었다. 사람을 살피는 방에서 사람의 기록을 함부로 열면, 범인을 찾는 손도 오염된다.
“영장 대신 뭘 씁니까.”
내가 물었다.
“현장 위해 예방, 증거 훼손 우려, 부원장 보호 동의.”
“윤해원 부원장이 동의했습니까.”
윤해원은 의무실 밖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카트리지라면 봐도 됩니다. 다만 내용은 공개하지 마십시오.”
“내용은 보지 않습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그는 오세진을 부르지 않았다. 의무실은 비어 있었고, 서랍은 닫혀 있었다. 함정은 사람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 안 된다. 들어오려던 사람이 들어오는지 봐야 한다.
고유라는 카메라 각도를 세 번 고쳤다. 첫 번째는 라벨이 너무 크게 잡혔다. 두 번째는 오세진의 얼굴이 잡혔다. 세 번째에서야 손과 서랍만 남았다.
“사람 얼굴을 빼면 누가 했는지 나중에 문제 되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입구 카메라가 얼굴을 잡아요. 이 카메라는 행위만 잡습니다.”
강태준이 답했다.
행위와 사람을 따로 잡는다. 20화 장부의 세 줄이 여기서부터 생기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장부에 적었다. 사람을 먼저 쓰면 혐오가 빨라지고, 행위를 먼저 쓰면 책임이 늦어질 수 있다. 둘 다 필요했다.
윤해원은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기 이름이 붙은 응급 물품을 감시한다는 사실을 농담으로 넘기지 않았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 몸이 증거가 되는군요.”
“그 말도 기록하겠습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윤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는 했지만, 편해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증거가 되는 순간에도 피해자의 선택권은 줄어든다. 그 비용을 지우면 안 된다.
20:15, 오세진이 혼자 의무실에 들어왔다.
그는 문을 닫지 않았다. 반쯤 열어 두었다. 열어 둔 문은 결백을 주장하는 물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손은 서랍으로 갔다. 그는 재고표를 한 번 보고, 서랍 두 번째 칸을 열었다.
정상 카트리지는 라벨이 바깥을 향해 있었다. 오세진은 그중 하나를 꺼냈다. 손은 떨리지 않았다. 꺼낸 뒤에야 오른손 엄지가 한 번 떨렸다. 그는 같은 외형의 다른 물건을 가운 안쪽에서 꺼냈다. 크기와 색은 같았다. 라벨의 작은 흠집만 달랐다.
고유라가 숨을 길게 참았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것이 보였다.
오세진은 새 물건을 꽂았다. 표식이 보이지 않게 반대로 돌렸다. 라벨이 안쪽으로 갔다. 그는 서랍을 닫기 전에 줄을 맞췄다. 다른 카트리지의 앞면도 손끝으로 한 번씩 밀었다. 너무 익숙한 동작이었다.
그는 바꾼 물건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래 보면 기억에 남는다. 대신 주변 물건을 정리했다. 알코올 솜 상자를 오른쪽으로 2센티미터 밀고, 빈 트레이를 위 칸에 넣었다. 정리라는 이름으로 장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손이었다.
고유라가 옆방에서 작게 말했다.
“지금 잡아요?”
강태준은 고개를 저었다.
“서랍 닫을 때까지.”
“왜요?”
“행위 완료와 중단 시점이 다릅니다.”
그는 법률 용어를 쓰지 않았지만, 뜻은 분명했다. 손이 물건을 빼는 순간, 넣는 순간, 닫는 순간은 각각 다르다. 우리는 어디서 제지했는지도 나중에 설명해야 한다.
오세진이 서랍을 닫았다. 닫은 뒤 손잡이를 한 번 더 밀었다. 덜 닫힌 것도 아니었다. 확인이라는 습관이었다. 그 손이 시신 주머니와 약품 라벨을 같은 방향으로 만들었다면, 습관은 증거가 될 수 있다. 단, 습관만으로 살인을 확정하면 안 된다.
나는 손목의 장부를 폈다. 윤해원 시신의 소지품이 왼쪽 주머니에 있었던 일. 의무실 샤프트 섬유. 오세진이 사망 확인 뒤 물건의 기능 면을 안쪽으로 돌렸던 장면. 기억과 현재 영상을 섞으면 안 됐다. 나는 두 줄로 나눴다. `현재: 카트리지 반대 방향 삽입.` `기억: 시신 정리 때 기능 면 안쪽.`
20:25, 강태준이 들어갔다.
오세진은 서랍을 닫은 상태였다. 손은 비어 있었다.
“서랍에서 한 걸음 물러나십시오.”
“응급 물품 점검 중입니다.”
“카트리지 교체를 확인했습니다.”
오세진의 얼굴에서 색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 묘사는 나중에 덧칠되기 쉽다. 대신 그는 가운 주머니를 만지려던 손을 멈췄다. 강태준은 그 손을 보고 한 번 더 말했다.
“주머니에 손 넣지 않습니다.”
오세진은 손을 들었다.
고유라가 들어와 두 카트리지를 각각 봉투에 넣었다. A, B. 정상과 교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아직 기능을 검사하지 않았다. 오세진은 봉투 글자를 보더니 입술을 눌렀다.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강태준이 바로 물었다.
“치명적이라는 말을 왜 먼저 꺼냅니까.”
오세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질문이 그가 숨으려던 임상어를 잡았다.
윤해원이 문밖에서 말했다.
“그 물건은 제 겁니다.”
오세진은 그제야 윤해원을 봤다.
“부원장님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습니다.”
“제가 모르는 안전은 누구의 안전입니까.”
윤해원의 목소리는 낮았다. 죽은 피해자가 살아서 묻는 질문은 문서보다 무겁다. 오세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태준은 윤해원을 뒤로 물렸다. 감정 대면이 길어지면 증거가 흐려진다.
“피해자 진술은 별도로 받습니다.”
“저는 피해자입니까, 증거물입니까.”
윤해원은 그렇게 물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20:40, 심문실에는 카트리지 봉투 두 개가 놓였다.
오세진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강태준이 앉으라고 말하자 그제야 앉았다. 그의 오른손은 무릎 위에서 작게 떨렸다.
“왜 바꿨습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응급 반응을 낮추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구의 응급 반응.”
“윤 부원장님.”
“그 결과를 알고 있었습니까.”
“의도한 결과와 실제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는 의도와 결과를 분리했다. 오세진다운 방어였다. 나는 그 방어를 끊고 싶었지만, 강태준이 먼저 손을 들었다. 질문 순서를 빼앗지 말라는 뜻이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나는 한 문장만 물었다.
“이걸 막으면 윤해원은 삽니까.”
오세진은 내 쪽을 처음으로 똑바로 봤다. 그의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오른손 엄지가 검지를 눌렀다.
“그 질문은 늦었습니다.”
“늦었다는 건 답이 아닙니다.”
“교체는 한 손입니다.”
강태준이 펜을 멈췄다.
“한 손?”
오세진은 입을 다물었다. 이미 너무 많이 말했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말은 나왔다. 한 손. 손이 하나면 다른 손이 있다.
“누가 다른 손입니까.”
내 질문은 빨랐다.
오세진은 내 쪽을 보지 않았다.
“그건 의학적 판단 범위가 아닙니다.”
“의학적 판단으로 바꾼 게 아니잖습니까.”
그의 오른손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숨기지 못했다. 강태준이 손을 들었다. 내가 더 몰아붙이면 자백보다 방어가 먼저 나온다.
“2019 기록을 요구한 이유.”
강태준이 질문을 바꿨다.
오세진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때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무엇이 같았습니까.”
“처치한 사람과 명령한 사람이 달랐습니다.”
그 말은 20화의 문을 미리 열었다. 하지만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강태준은 이름을 요구하지 않았다. 아직은 구조만 남겼다.
“처치한 사람은 본인입니까.”
오세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은 것이 대답보다 오래 남았다.
20:42, 강태준이 체포 절차를 고지했다.
오세진은 저항하지 않았다. 수갑이 오른손에 닿자 손 떨림이 멈췄다. 멈춘 손이 더 이상했다.
“이걸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끝났다고 한 사람 없습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오세진은 나를 보았다.
“그걸 바꿔도, 보정 명령은 갑니다.”
심문실의 녹음기가 그 문장을 잡았다. 고유라가 옆방에서 화면을 확대했다.
“몇 시.”
내가 물었다.
오세진은 대답하기 전에 숨을 골랐다.
“00시 07분. 그건 제 손이 아닙니다.”
그 말은 변명이었다. 동시에 다음 실험 조건이었다. 우리는 첫 번째 손을 잡았다. 그런데 윤해원은 아직 죽을 수 있었다.
고유라는 옆방에서 이미 00:07 로그 예약 화면을 열고 있었다. 그는 오세진의 말을 듣고도 기뻐하지 않았다.
“맞히면 좋은 게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뭐가요.”
“00:07이 맞으면, 우리가 카트리지를 잡아도 누가 또 죽는다는 뜻이니까요.”
그 말에 방 안의 모두가 잠깐 조용해졌다. 추리는 보상이다. 하지만 보상이 사람의 호흡을 대가로 오면, 보상이라고만 부르기 어렵다. 나는 장부에 `첫 손 확보. 두 번째 손 검증 필요.`라고 썼다.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오세진이 남긴 시각은 00:07이었다.
강태준은 오세진을 일으켜 세우기 전에 권리를 다시 고지했다. 오세진은 중간에 끊지 않았다. 그는 수갑을 찬 손으로 자기 오른쪽 손목을 누르고 있었다. 떨림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라, 떨림을 자기 안에 가두려는 동작처럼 보였다.
“2019년에도 00:07이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강태준이 나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오세진이 먼저 대답했다.
“그때는 13분이었습니다.”
방 안에서 소리가 줄었다. 13분. 나는 그 숫자를 알고 있었다. 오빠가 죽은 사고의 숫자였다. 하지만 지금 오세진이 말한 것은 전체 고백이 아니었다. 숫자 하나였다. 숫자를 붙잡고 달리면, 다른 손들이 사라진다.
“그 말의 범위.”
강태준이 물었다.
오세진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기록 지연. 처치 지연. 책임 지연. 다릅니다.”
“이번에도 다릅니까.”
“교체와 명령은 다릅니다.”
그는 자기 책임을 줄이려는 사람처럼 들렸다. 동시에 사건 구조를 정확히 말하고 있었다. 두 가지가 같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 점이 싫었다. 명확한 악인이면 편하다. 편한 결론은 자주 틀린다.
고유라는 카트리지 봉투를 들고 나갔다. 그는 문 앞에서 돌아보지 않았다. 증거를 들고 있는 사람은 감정 장면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 봉투 A와 B가 보안실 금고로 들어가는 소리가, 오세진의 마지막 말보다 더 차갑게 남았다.
윤해원은 그 소리를 듣고 침상 가장자리를 붙잡았다.
“내 몸을 실험 조건으로 쓰는 겁니까.”
그 질문은 정당했다. 우리는 그를 살리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의 몸에서 누가 어떤 반응을 기다리는지 보고 있었다. 강태준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단독 관찰을 금지합니다. 보호자, 보안, 기록자가 동시에 봅니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중지합니다.”
“그 조건을 누가 지킵니까.”
“제가 먼저 어기면, 이주원이 기록합니다.”
내 이름이 나왔을 때 나는 고개를 들었다. 믿는다는 말보다 무거웠다. 믿음은 감정이고, 기록은 나중에 남는다. 강태준은 나를 믿는다고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실패를 쓸 사람으로 세웠다.
오세진은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수갑 찬 손으로 컵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물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교체를 막아도, 정정 명령은 갑니다.”
그가 말했다.
고유라는 금고 앞에서 멈췄다. 강태준은 관제실 화면을 켰다. 다음으로 봐야 할 것은 약품 서랍이 아니라 00:07 예약 화면이었다. 처치, 명령, 기록 지연. 세 단어가 같은 줄에 놓이자 2019년의 13분도 새로 보였다. 누군가 죽기까지 기다린 시간인지, 누군가 죽은 뒤 기록을 늦춘 시간인지, 아직 나눠야 했다.
00:07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런데 방 안의 모두가 이미 그 시간을 향해 앉아 있었다.
관제실 화면에는 예약 목록이 세 줄뿐이었다. 첫 줄은 일반 처치 알림, 둘째 줄은 보안실 근무 교대, 셋째 줄은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줄이 더 불편했다. 고유라가 새로고침 키 위에 손을 올렸지만 누르지 않았다.
“건드리면 남는 흔적이 달라집니다.”
그가 말했다.
강태준은 오세진을 의무실 안쪽 격리실에 두라고 지시했다. 문 밖에는 보호자가 아니라 기록자가 섰다. 우리는 이제 한 사람의 손을 묶고, 다른 손이 움직이는지 보려 했다. 그 자체가 잔인한 절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절차 없이 뛰어가면, 다음 루프에서 남는 것은 또 감정뿐이다.
나는 장부 새 장 첫 줄에 썼다.
`00:07 전, 첫 손 봉인 완료.`
그 아래 줄은 비워 두었다. 00:07이 지나간 뒤에도 비어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빈 줄을 준비해 둔다는 것은, 이미 누군가 그곳에 들어올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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