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예언의 값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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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값

12:15, 나는 구금된 자리에서 두 가지를 예고했다.

“12시 23분에 예비 발전기 트립이 납니다. 관제실 왼쪽 패널이 먼저 깜박이고, 문라희 박사는 안전 패널 앞에 서 있을 겁니다. 12시 25분에는 식당에서 노을 씨가 오른쪽 두 번째 컵을 치우려다 컵 하나가 깨집니다.”

강태준은 바로 적지 않았다.

“예언입니까.”

“검증 항목입니다.”

“단어를 바꾸면 책임도 바뀐다고 생각합니까.”

“아니요. 그래서 시각을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심문실 밖의 보안요원을 불렀다. 고유라에게 관제실 화면을 열게 하고, 식당 쪽에는 노을에게 문자 확인만 보내게 했다. 내 손목시계는 증거 보관함에 있었으므로, 기준은 중앙망과 고유라의 독립 시험기 두 개로 잡았다. 63초 오차는 이미 확인됐다.

강태준은 조건을 붙였다.

“하나라도 틀리면 협력 종료. 맞아도 루프를 믿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믿지 않아도 됩니다.”

“그 말은 자주 쓰는군요.”

“믿음보다 확인이 낫습니다.”

그는 내 말을 적었다. 이번에는 그대로 적었다. `믿음보다 확인.` 내게 불리한 말일 수도 있었다. 사람보다 기록을 먼저 고른 사람이 할 법한 문장이니까.

“그리고 하나 더.” 강태준이 말했다. “예측한 사건에 직접 손대지 않습니다. 발전기는 고유라 씨가 확인하고, 식당은 노을 씨가 자기 판단으로 움직입니다. 당신은 여기서 말만 합니다.”

“말만으로 입력을 바꾸는 것도 입력입니다.”

“그래서 기록합니다.”

그는 내 앞에 빈 양식을 놓았다. `사전 진술 / 검증 결과 / 개입 방식`. 세 칸. 나는 그 칸을 보고서야 내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쉽게 조작으로 보일 수 있는지 다시 알았다. 예측하고, 사람을 움직이고, 결과가 바뀌면 맞았다고 말한다. 사기와 실험은 기록 없이는 구분되지 않는다.

“컵은 왜 막으려 합니까.”

“사람이 다치지 않는 입력 변경을 확인하려고요.”

“컵도 사람을 움직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도 합니다.”

“네.”

그는 그 대답도 적었다. 내게 유리한 문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선택이 장면 밖으로 도망가지 않게 하는 문장이었다.

12:23, 관제실 화면이 먼저 흔들렸다.

심문실 모니터에는 고유라의 공유 화면이 떠 있었다. 왼쪽 패널의 전력 그래프가 한 칸 내려갔다. 노란 점멸. 이어서 예비 발전기 트립 알림이 떴다. 중앙 기준으로는 12:22가 막 지나고 있었지만, 고유라의 시험기는 12:23:00을 표시했다.

고유라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빨라졌다.

“왔어요. 아니, 왔다는 표현 이상한데, 떴어요. 왼쪽 패널 먼저 깜박였고요. 잠깐, 문 박사님 거기 왜 계세요?”

화면 아래쪽에 문라희가 보였다. 그는 안전 패널 앞에 이미 서 있었다. 손목시계를 보지 않았다. 발전기 트립이 뜨기 전에 덮개를 열고, 트립이 뜬 뒤 왼쪽 두 번째 스위치를 내렸다. 2화의 알림보다 손이 먼저였던 장면과 닮았다.

강태준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문라희 박사 위치는 사전 공지됐습니까.”

고유라가 답했다.

“아뇨. 공지됐으면 제가 투덜댔죠. 관제실에 갑자기 오셨습니다.”

문라희는 화면 너머에서 고유라에게 짧게 말했다.

“근사값으로 알림을 받으면 늦습니다.”

정확한 문장. 정확한 위치. 하지만 아직 기억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설계자는 장비의 소리를 사람보다 먼저 들을 수 있다. 나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강태준은 화면을 정지시켰다. 문라희의 손은 패널 덮개 위에 있었고, 알림은 아직 뜨기 전이었다. 프레임 하나만 보면 선행 지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프레임 하나는 너무 적다. 나는 프레임 바깥의 소리를 모른다. 발전기실 바닥 진동, 패널 안쪽 릴레이음, 문라희가 설계자로서 아는 전조. 전부 가능했다.

“이걸 숨은 기억으로 쓰지 마십시오.” 내가 말했다.

강태준이 나를 봤다.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제가 하고 싶어질 수 있어서요.”

고유라가 스피커 너머에서 낮게 말했다.

“저도 하고 싶어질 뻔했어요. 일단 로그로 갑니다.”

그는 문라희 화면을 닫고 발전기 로그를 열었다. 그 선택이 고유라를 조력자로 만들었다. 수상한 사람보다 검증 가능한 파일을 먼저 본다. 나도 그렇게 해야 했다.

강태준은 내 쪽을 봤다.

“하나 맞았습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둘 다 맞아야 합니까.”

“아니요. 둘 중 하나는 바꿀 겁니다.”

그의 눈이 좁아졌다.

“무슨 뜻입니까.”

“예측을 막으면 결과가 달라지는지 봐야 합니다.”

12:25, 노을에게 보낸 문자는 짧았다.

`오른쪽 두 번째 컵을 지금 왼쪽 선반으로 옮겨 주세요. 깨질 수 있습니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노을은 긴 질문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식당 CCTV 화면 안에서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카메라 각도 밖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문자와 물건 위치는 정확하게 처리한다. 오른쪽 두 번째 컵을 들고 왼쪽 선반으로 옮겼다.

첫 번째 예측은 깨졌다. 컵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배식대 위 쟁반 하나가 미끄러졌다. 노을이 오른쪽 컵을 옮기느라 비운 손이 늦었다. 쟁반은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모서리에 걸렸지만, 그 위의 다른 컵 하나가 넘어졌다. 깨지지는 않았다. 물만 바닥에 쏟아졌다.

식당에 있던 배준호가 먼저 움직였다. 그는 컵이 깨졌는지보다 바닥의 물이 전기 콘센트 쪽으로 가는지 확인했다. 노을은 젖은 표지판을 세우고, 카운터 아래 마른 수건을 꺼냈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주고받지 않았다. 배준호가 손가락으로 콘센트 쪽을 가리켰고, 노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없이도 필요한 협조는 됐다.

내가 바꾼 것은 컵 하나의 위치였지만, 움직인 사람은 둘이었다. 노을은 원래보다 3초 먼저 카운터 밖으로 나왔고, 배준호는 기상 모니터가 아니라 바닥을 봤다. 작은 입력은 작은 결과만 만들지 않는다. 사람의 시선을 옮긴다. 그 점이 이 루프의 가장 불편한 규칙이었다.

노을은 카메라 쪽을 보지 않았다. 먼저 물을 막고, 젖은 표지판을 세운 뒤 문자판을 꺼냈다. 보안실로 전송된 문장은 짧았다.

`시키신 컵은 안 깨짐. 다른 컵 엎어짐. 다친 사람 없음.`

강태준은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예측이 틀렸습니다.”

“입력을 바꿨습니다.”

“말장난처럼 들립니다.”

“처음 스푼을 바꿨을 때 컵이 깨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컵 위치를 바꿨고, 다른 작은 사고가 생겼습니다. 같은 방향입니다. 사건은 기억을 따라오는 게 아니라 입력을 따라갑니다.”

강태준은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믿지 않지만, 조건을 움직일 줄 안다. 지금 조건은 두 개였다. 발전기 트립은 맞았고, 컵 파손은 바꿨다. 바꾼 결과는 완전한 무효가 아니라 옆으로 밀린 사고였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예측만 골랐습니까.”

“네.”

그는 그 대답을 적었다. 그 문장이 나를 조금 방어할 수도 있고, 사람을 실험 변수로 골랐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둘 다 맞았다.

12:30, 복도에서 강태준은 수갑 한쪽을 풀었다.

완전한 해방은 아니었다. 오른손은 여전히 그의 손에 연결돼 있었다. 심문실에서 관제실로 가는 10분. 딱 그만큼의 협력.

“루프를 믿지 않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정보가 검증 가능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10분입니다.”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럼 더 정확한 걸 맞혔어야죠.”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현을 믿어서가 아니라, 틀렸을 때 바로 제압할 수 있는 거리로 움직이는 사람. 그 정도의 불신이 지금은 필요했다.

심문실 문을 나서자 복도 카메라가 우리를 따라왔다. 강태준은 일부러 카메라 아래쪽으로 걸었다. 내 수갑이 화면에 잘 보이는 위치였다. 협력하더라도 구금은 유지한다는 표시.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나를 너무 빨리 믿고 싶어지는 내 쪽에도 필요한 장치였다.

윤해원이 복도 끝에서 우리를 봤다. 그는 다가오지 않았다. 오른쪽 상의 주머니 위에 손을 얹고, 강태준에게만 물었다.

“서이현 씨가 조건부 협력을 얻었습니까?”

“10분입니다.”

“그 10분 안에 무엇을 열 겁니까?”

“아직 모릅니다.” 내가 말했다.

윤해원은 내 대답을 듣고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안다는 말보다 모른다는 말이 지금은 더 믿을 만하다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문장으로 바로 비용을 붙였다.

“모르는 사람이 사람을 움직이면, 나중에 책임이 더 커집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말도 자주 하네요.”

그는 더 따라오지 않았다. 불신 동맹은 도와주는 순간보다 멈춰 서는 순간에 더 선명해진다.

관제실 앞에서 고유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질문을 세 개 꺼냈다.

“어떻게 알았어요? 왜 12시 23분이에요? 그리고 컵은 왜 딴 컵이 엎어져요?”

“셋 다 아직 모릅니다.”

“와, 협력 의욕 떨어지는 답.”

“로그부터 봅시다.”

고유라는 투덜대면서도 화면을 돌렸다. 예비 발전기 트립 로그는 12:23:00 독립 기준에 맞춰 찍혀 있었다. 중앙망 표시는 12:21:57. 다시 63초. 그러나 더 이상 오차만 문제가 아니었다. 오류 주소가 있었다.

`ADDR: D-13 / SYNC_FAIL / AUX_GEN_ROUTE`

고유라가 손가락으로 주소를 짚었다.

“없는 방 번호예요.”

“방 번호입니까?”

“공식 도면 기준으론요. D동은 12까지. 13은 없어요. 그래서 장비가 화내는 거예요. 없는 주소로 발전기 보조 경로가 잡히니까.”

강태준은 화면을 가까이 보았다.

“가짜 주소를 누가 만들 수 있습니까.”

“권한으로는 문라희 박사님, 홍 원장님, 그리고 예전 감사 파티션 권한. 근데 지금 말하면 저도 소설 쓰는 거라서요. 로그 더 봐야 해요.”

고유라는 내 말을 배운 사람처럼 끝을 잘랐다. 아직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태도 하나 때문에 관제실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나는 D-13을 보았다. 공식 문은 1부터 12까지. 열세 번째 문은 물리 방이 아니라 매시 13분 13초 열리는 감사 파티션. 시리즈 바이블의 정답을 내가 지금 아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현재 이현이 아는 것은 윤해원이 말한 Q-13, 이름 없는 봉투의 워터마크,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D-13 주소뿐이다.

“D-13은 방이 아닐 수 있습니다.”

말하고 나서 바로 멈췄다. 너무 멀리 갔다. 현재 내가 확인한 것은 `physical_map: null`과 없는 도면 번호뿐이다. 방이 아닐 수 있다는 가설은 가능하지만, 감사 파티션이라는 말까지 가면 안 된다. 아직 그 단어를 증명할 장면이 없다.

강태준이 바로 물었다.

“근거.”

“Q-13도 문을 여는 데 쓰는 게 아니라고 윤해원이 말했습니다. 이름 없는 봉투에는 Q-13 워터마크가 있었고요. D-13도 물리 문보다 권한 주소일 수 있습니다.”

“가능성.”

“가능성입니다.”

그는 그 단어를 받아들였다. 확정이 아니므로 쓸 수 있었다.

고유라는 로그 줄을 두 번 복사했다. 하나는 중앙망 원본, 하나는 독립 시험기 기준으로 보정한 시각. 보정하면 오류 발생 시각은 12:23 트립 직전으로 올라갔다. 트립이 먼저고 D-13이 나중이 아니라, D-13 주소가 잡힌 뒤 발전기가 흔들린 순서였다.

“주소가 원인 쪽에 가깝습니다.” 고유라가 말했다. “결과 쪽이 아니라요.”

강태준은 되물었다.

“가깝다.”

“확정은 아니고요. 그래도 불 난 뒤 소방차가 온 게 아니라, 소방차 번호가 먼저 찍힌 다음 불이 난 꼴이에요. 비유 마음에 안 들면 지울게요.”

“남겨요.” 내가 말했다. “생활어가 필요합니다.”

고유라는 잠깐 나를 보고 다시 화면을 봤다. 그는 설명하는 장식이 아니라, 어려운 로그를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12:40, 기상 모니터가 한 번 깜박였다.

배준호의 풍선 일정표가 화면 오른쪽에 떠 있었다. `발사 가능 창: 17.0초.` 2화에서 들은 숫자였다. 태풍 속에서 섬 밖과 연결되는 짧은 창. 지금 당장 탈출구로 쓸 수는 없다. 무엇을 내보낼지, 나간 것이 남는지, 내부에서 어떻게 확인할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배경 숫자로 둬야 한다.

배준호가 관제실 문가에서 말했다.

“풍선은 오늘 못 띄울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과 허가는 다릅니다.”

그의 말은 나쁘지 않았다. 가능성과 허가를 나누는 사람은 나중에 쓸 수 있다. 다만 지금은 풍선보다 D-13이 먼저였다.

강태준은 내 수갑을 다시 확인했다.

“10분 끝났습니다.”

“D-13 로그를 더 봐야 합니다.”

“그래서 구금 상태로 봅니다.”

“협력입니까, 감시입니까.”

“둘 다입니다.”

그는 내가 했던 대답을 돌려줬다. 나는 반박하지 못했다. 둘 다인 상태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이름이었다.

고유라가 화면을 돌렸다. 오류 주소 줄이 확대됐다. D-13 아래에 작은 하위 코드가 있었다. `door_index: 13`, `physical_map: null`.

없는 방 번호.

존재하지 않는 열세 번째 문.

화면의 푸른 글자가 중앙망보다 63초 늦게 깜박였다. 하지만 손목시계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숫자가 아니라 빈칸이 문제였다. 1부터 12까지 있는 도면에서 13이라는 주소가 로그에 먼저 나타났다.

고유라가 말했다.

“D-13은 도면에 없어요. 그런데 발전기는 거기로 전력을 보냈다고 믿고 있어요.”

강태준이 나를 보았다.

“다음 10분은 이 주소 때문입니다. 루프 때문이 아닙니다.”

그 조건이면 충분했다. 믿음이 아니라 주소. 예언이 아니라 로그. 나는 화면에서 D-13을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존재하지 않는 열세 번째 문이, 처음으로 전기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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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평점 9.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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