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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열세 번째 문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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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열세 번째 문

12:45, 한도경은 기록실 책상 위에 도면 두 장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2019년 소방 도면이었다. 다른 하나는 현재 설비 도면이었다. 종이의 접힌 선은 서로 달랐지만 붉은 문 번호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1번부터 12번까지. 숫자는 열둘에서 멈췄다.

“감사 주소 목록도 같이 요청했습니다.”

내 말에 한도경은 세 번째 파일을 손끝으로 밀지 않았다. 파일은 그의 팔꿈치 안쪽에 있었다. 갈색 표지에 `2019_AUDIT_META`라고 적힌 라벨이 반쯤 가려졌다.

“요청 범위는 도면입니다.”

“D-13은 도면에 없으니까요.”

그는 대답하기 전에 책상 모서리를 두 번 맞췄다. 종이의 위아래를 맞추는 습관인지, 시간을 버는 동작인지 아직 구분할 수 없었다.

강태준이 내 뒤에서 말했다.

“파일명을 읽었습니다. 저 파일은 왜 제외했습니까.”

“보존기간이 다릅니다. 감사 메타데이터는 접근권한이 별도로 묶입니다.”

“별도라는 말은, 존재한다는 뜻입니까.”

한도경은 이번에는 바로 대답했다.

“목록은 존재합니다. 공개 가능한 항목이 아닙니다.”

문장마다 날짜와 권한이 붙었다. 사람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내놓은 도면을 다시 봤다. 지하 보정실, 의무실, 발전기실, 기록실. 문 번호는 열두 개였다. 벽 두께와 배선함 위치도 표시되어 있었다. 숫자 13이 들어갈 빈칸은 없었다.

“현장으로 갑시다.”

강태준은 나를 먼저 세우지 않았다. 손목의 제한 장치를 확인하고, 보안요원 하나를 기록실 문에 남겼다. 한도경은 도면 두 장만 들고 따라왔다. 갈색 파일은 책상 위에 남았다. 그는 문을 닫기 전에 파일을 서랍으로 넣었다. 서랍은 잠기지 않았다. 잠그지 않는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복도로 나가기 전, 나는 도면 아래 붙은 부속표를 한 번 더 넘겼다. 2019년 표에는 방 이름 옆에 관리 부서가 적혀 있었고, 현재 표에는 접근 카드 등급이 적혀 있었다. 4번 문은 보안, 7번 문은 감사 구역, 12번 문은 보정실 외곽. 두 표에서 바뀐 것은 부서 이름뿐이었다. 문 번호가 늘어난 흔적은 없었다.

“2019년 이후 증축은요.”

한도경은 종이를 접는 손을 멈췄다.

“없습니다. 증축이 있었다면 준공 기록이 남습니다.”

“준공 기록도 보셨습니까.”

“보존실에 있습니다.”

“그럼 확인하죠.”

그는 이번에는 바로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준공 기록철을 꺼내는 데 4분을 썼다. 색인표를 세 번 넘겼고,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가 닫았다. 오래된 서류를 찾는 사람의 동작일 수도 있었다. 찾기 싫은 항목을 뒤로 미루는 동작일 수도 있었다.

준공 기록에는 지하층 확장 승인란이 비어 있었다. 소방 점검표에도 최대 인원, 피난 거리, 방화문 수가 그대로였다. 강태준은 비어 있는 칸을 보며 말했다.

“없는 것을 증명하는 기록이군요.”

“없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도경이 말했다.

“그래서 있는 것처럼 행동한 로그를 보러 갑니다.”

13:10, 지하 복도는 도면보다 짧게 느껴졌다.

짧다는 느낌은 믿을 수 없었다. 우리는 줄자를 가져왔다. 강태준이 1번 문부터 걸었다. 나는 도면의 기준점과 실제 배선함을 맞췄다. 4번 문 옆에 소화전, 6번 문 앞 배수 홈, 9번 문 위의 낡은 CCTV. 전부 도면과 맞았다. 12번 문을 지나면 막힌 벽이 나왔다.

정무겸이 아직 합류하지 않았으므로, 그 벽을 뜯을 수는 없었다. 뜯을 필요도 없어 보였다. 벽면 페인트는 같은 층에서 한 번에 칠한 흔적이었다. 배선 점검구는 있었지만 사람이 통과할 크기가 아니었다.

강태준이 벽을 두드렸다. 소리는 둔했다.

“빈 공간은 아닙니다.”

“그럼 D-13은 어디에 전력을 보냈습니까.”

“그 질문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나는 도면을 접었다. 질문은 장소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어디`. 하지만 발전기 로그는 문이 아니라 주소를 적었다. 도면에 없는 방 번호를 찾는 동안, 우리는 로그가 도면을 참조한다고 먼저 믿었다.

한도경이 복도 끝에서 말했다.

“D는 도면의 동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강태준이 곧바로 되돌려 물었다.

“뜻하지 않는다는 건 어떻게 압니까.”

“2019년 당시 도면 구역자는 A, B, C까지였습니다. D 구역은 없었습니다.”

“그 정보는 아까 왜 빠졌습니까.”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강태준의 시선이 한도경의 손으로 내려갔다. 그의 손에는 두 장의 도면만 있었다. 갈색 파일은 없었다.

우리는 12번 문 앞에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1번 문부터 세면 열둘, 12번 문부터 세면 열둘. 엘리베이터 문은 문 번호에 들어가지 않았다. 소화전함도, 배선함도, 비상 계단문도 제외였다. 한도경은 제외 기준을 정확히 말했다. 너무 정확해서, 어떤 항목을 숨길 때도 같은 기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외 권한으로 열리는 문이 있습니까.”

강태준이 물었다.

“문이 아니라 권한입니다.”

한도경은 바로 정정했다.

“정정할 정도로 아는군요.”

“기록 관리자입니다.”

그는 그 말 뒤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았다. 기록 관리자가 아는 범위와 숨기는 범위 사이에 얇은 줄이 그어졌다. 나는 그 줄이 D-13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접근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잠깐 생기는 칸.

14:00, 기록실에 돌아오자 고유라가 감사 단말 화면을 열어 놓고 있었다.

“방 번호가 아니라 우편주소일 수 있어요.”

고유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가 쓴 표현을 고쳤다.

“정확히는 데이터 도메인요. 발전기가 실제 방에 전력을 준 게 아니라, 전력을 줬다고 기록해야 하는 장부 칸을 찾은 걸 수도 있어요. 장부 칸 이름이 D-13인 거죠.”

“장부 칸이면 왜 00:13에만 나타났습니까.”

“그건 아직 몰라요. 다만 방이면 도면, 도메인이면 감사 단말 쪽이 기준이에요.”

한도경은 감사 단말 앞에 서지 않았다. 그는 서랍과 단말 사이에서 멈췄다. 거리는 두 걸음이었다. 어느 쪽으로도 한 번에 손이 닿았다.

“2019 메타데이터를 열면 확인됩니까.”

내 질문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보존기간 만료 전에 별도 동결된 항목입니다. 동결 사유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동결한 사람은요.”

“기록에는 계정만 남습니다.”

“계정명을 보셨습니까.”

한도경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갈색 파일이 들어간 서랍을 밀어 넣었다. 잠금쇠가 딸깍 소리를 냈다. 아까는 잠기지 않았던 서랍이었다.

강태준이 적었다. `질문 후 잠금`.

그는 한도경을 의심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고유라는 단말 옆에 새 창을 띄웠다. 도메인 목록은 일반 직원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 달랐다. A와 B, C는 물리 구역과 맞물려 있었다. D는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줄이 가장 늦게 나타났다. 화면은 빈칸을 빠르게 접었다가 다시 펼쳤다.

“권한 없는 칸을 숨기는 방식이에요.”

고유라가 말했다.

“없는 칸과 숨긴 칸은 화면에서 같아 보입니까.”

“사용자한테는요. 관리자 로그에는 다르게 남아야 해요. 없으면 null, 숨기면 masked.”

“10화 로그에는 null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거예요. 방은 없는데 전력은 보냈고, 주소는 null인데 활성 기록은 있어요. 없는 집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말이 아니라, 우편 시스템이 없는 집을 13초 동안 만들었다는 쪽에 가까워요.”

그는 말을 마치고 자기 비유가 길다고 느꼈는지 입을 다물었다. 강태준은 비유 대신 단어만 적었다. `null / active / 13초`.

한도경의 시선이 그 세 단어를 따라갔다. 특히 `13초`에서 한 번 멈췄다.

“그 시각을 알고 있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는 나를 보지 않았다.

“감사 절차에는 시각 창이 있습니다.”

“몇 시 몇 분입니까.”

“공개할 수 없습니다.”

“방금 공개한 것과 같습니다.”

한도경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직 오후였다. 00:13까지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도 그는 이미 늦은 사람처럼 보였다.

23:59, 감사 단말 앞에는 네 개의 시계가 있었다.

중앙망 시각, 고유라의 독립 시험기, 강태준의 손목시계, 식당에서 빌려 온 아날로그 시계. 중앙망은 여전히 63초 늦었다. 우리는 중앙망이 아니라 독립 시험기를 기준으로 날짜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Q-13 키는 내 목에 걸려 있었다. 강태준은 체인과 손목 제한 장치를 함께 봉인했다. 내가 키를 빼서 단말에 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키를 안 대도 반응할 수 있다고 했습니까.”

“반응한 적은 있습니다. 열이 났습니다.”

“열과 진동은 다릅니다.”

“그래서 같이 봅니다.”

한도경은 기록실 뒤쪽에 섰다. 고유라는 단말 로그를 녹화했다. 강태준은 내 손보다 화면을 봤다. 협력은 그렇게 유지됐다. 사람을 믿는 대신 손과 화면을 같은 프레임에 넣는 방식으로.

00:12:50.

아무 일도 없었다.

00:12:57.

중앙망 시각은 아직 전날을 가리켰다. 고유라가 입술만 움직여 숫자를 세었다. 나는 키를 쥔 손을 펴고 있었다. 뜨거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전에는 코어 가까이에서 열이 먼저 올라왔다.

00:13:00.

단말 하단에 빈 줄 하나가 생겼다. 화면은 새 창을 띄우지 않았다. 기존 감사 목록 아래에 한 줄이 끼어들었다.

`D-13 / active / duration 00:00:13`

고유라가 숨을 들이켜려다 멈췄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동작이 화면에 비쳤다.

Q-13 키가 떨었다.

열이 아니었다. 일정한 간격이었다. 두 번 짧게, 한 번 길게. 벽 안쪽이 아니라 단말 쪽에서 손바닥으로 박자가 왔다. 나는 키를 들지 않았다. 강태준이 내 손목을 보았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움직이지 않습니다.”

00:13:07.

목록의 사용자명 칸이 한 번 깜박였다. 글자는 지워진 상태였지만 첫 칸에 획 하나가 남았다. 한글 초성처럼 보였다. `서`가 되기 전의 첫 선. 고유라가 확대하려고 손을 뻗었다.

“건드리지 마세요.” 강태준이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단정하지 않았다. 기록을 살리는 쪽을 골랐다.

00:13:13.

카운트가 끝났다. D-13 줄은 사라졌다. 벽은 그대로였다. 12번 문 옆 페인트도, 배선함도, 막힌 벽도 변하지 않았다. 비밀문은 열리지 않았다. 지하층도 생기지 않았다.

한도경이 처음으로 단말 앞으로 왔다. 그는 화면이 사라진 뒤에야 가까워졌다.

“방을 찾은 게 아니라 시간표를 찾은 겁니까.”

강태준이 나에게 물었다. 질문형이었지만 이미 절반은 답이었다.

나는 키를 손바닥 위에 올렸다. 금속은 식어 있었다. 진동도 없었다.

“방이 아니라, 열릴 수 있는 칸입니다. 매시 13분에 13초.”

“그 칸에 누가 들어갑니까.”

나는 사라진 사용자명 자리를 보았다. 방이 없다는 사실은 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문을 사람에게서 떼어냈다. 물리적인 손잡이가 없으면, 손잡이를 잡은 사람도 사라진다. 남는 것은 계정과 시각뿐이었다.

한도경이 뒤에서 말했다.

“계정이 남아도 사람이 남는 건 아닙니다.”

그 문장은 너무 빨랐다. 강태준이 바로 돌아봤다.

“누가 죽은 계정을 말했습니까.”

한도경은 입을 다물었다. 답하지 않은 질문이 새 질문보다 컸다. 그는 계정과 사람을 먼저 분리했다. 우리가 아직 죽은 사용자명이라고 말하기 전이었다.

고유라가 녹화 파일 이름을 바꾸려다 손을 멈췄다.

“파일명은 D-13 활성으로만 둘게요. 이름 추측은 안 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추측을 파일명에 넣으면, 다음 번 검색 결과가 추측을 사실처럼 돌려준다. 기록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오래 사는 거짓은 더 나쁘다.

고유라가 녹화 파일을 저장했다.

“첫 글자만 남았어요. 완성된 이름은 아니에요.”

“완성하지 마세요.”

내 말이 먼저 나갔다. 고유라가 나를 보았다.

“추측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강태준은 그 문장도 적었다. 한도경은 적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아는 이름을 다시 듣지 않기 위해 손을 비운 사람처럼 서 있었다.

00:13:14.

단말은 평소 감사 목록으로 돌아갔다. 도면에는 여전히 열두 개의 문만 있었다. 그런데 Q-13 키는 벽 없는 곳이 아니라, 방 없는 주소 앞에서만 떨었다.

열세 번째 문은 없었다.

그래서 더 정확해졌다.

찾을 문이 없으면, 숨은 손잡이를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다음에는 13초 안에 누가 그 칸을 쓰는지만 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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