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 밖의 시체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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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긴 방 밖의 시체
17:50, 윤해원은 보안실 문 앞에서 멈췄다.
보안실은 보호하기 좋은 방이었다. 창문이 없고, 출입 로그가 남고, 안에서 여는 버튼도 강태준의 단말을 거쳐야 했다. 동시에 가두기 좋은 방이었다. 윤해원은 그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보호라는 단어는 보통 안쪽 사람의 동의를 늦게 묻습니다.”
그가 말했다.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는 관리 키가 있었다. 6화의 이름 없는 봉투는 그의 서류 가방 안쪽에 들어갔다. Q-13 워터마크는 빛을 등질 때만 보였지만, 본 뒤에는 보이지 않을 때도 남았다.
강태준은 보안실 패널을 열었다.
“오늘 23시 이후 부원장님을 보정실과 지하 구역에서 분리합니다. 이유는 신변 위협 가능성. 기록은 제 이름으로 남깁니다.”
“제 이름으로 남겨도 됩니다.” 윤해원이 말했다.
“부원장님 이름으로 남기면 나중에 본인 선택으로 읽힙니다. 제 이름으로 남기면 제 조치가 됩니다.”
그는 보호를 자기 책임으로 묶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강태준은 자기 이름이 들어가는 조치일수록 더 오래 버틴다.
나는 보안실 안의 벽시계를 확인했다. 중앙 시각. 17:50:42. 개인 손목시계는 일부러 맞추지 않았다. 아직 큰 오차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앙망을 믿지 않으려면 기준을 남겨야 했다.
윤해원은 문 안쪽으로 들어가며 나를 보았다.
“서이현 씨가 얻고 싶은 건 제 생존입니까, 아니면 봉투의 다음 반응입니까?”
“둘 다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요.”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는 그 지연을 봤다. 죽은 뒤의 주머니를 분석하던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의 선택권 앞에서 늦는 순간. 윤해원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제한 시간을 둡시다. 18시 첫 인증 이후 한 시간. 그때까지 변화가 없으면 저는 나갑니다.”
강태준이 말했다.
“나가는 조건은 제가 정합니다.”
“그럼 저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둘은 서로를 믿지 않았다. 그 불신 덕분에 조건이 명확해졌다. 윤해원은 19시까지 보안실에 남고, 강태준은 모든 출입을 기록하며, 나는 18시 첫 인증 문을 관찰한다. 보호라는 말보다 조건 세 줄이 더 나았다.
18:00, 4번 문 앞에서 호출음이 먼저 울렸다.
첫 번째 변화였다. 지난 루프에서는 강태준이 엄지 인증을 했고, 그의 이름 봉투가 출력됐다. 이번에는 의무실 쪽 호출이 17:59:51에 들어왔다. `응급 장비 반출 확인 필요.` 오세진의 단말이었다.
강태준은 보안실에서 윤해원과 함께 있었다. 그는 나가려 했고, 윤해원이 막았다.
“조건은 한 시간입니다.”
“응급 호출입니다.”
“의무책임자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 문장 때문에 오세진이 움직였다. 이현이 아니라 윤해원이 만든 입력이었다. 오세진은 흰 가운 위에 회색 방수 재킷을 걸치고 4번 문에 도착했다. 오른손은 응급 가방 손잡이를 잡고 있었고, 왼손은 단말 덮개를 열었다.
“강 팀장님 승인 없이 열어도 됩니까?”
“의무 장비 반출이면 가능합니다.” 강태준이 보안실 통화로 말했다.
오세진은 엄지를 댔다.
4번 문이 열렸고, 뒤쪽 출력기에서 봉투가 밀려 나왔다.
나는 봉투가 떨어지기 전에 겉면을 봤다.
강태준.
오세진의 손이 종이에 닿았다. 그는 자기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바로 놓지 않았다. 놓아야 한다는 판단보다 읽어야 한다는 반응이 먼저 온 손이었다. 봉투 윗부분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지난번처럼 완전 밀봉이 아니었다.
“오 선생님, 내려놓으세요.”
내 말보다 강태준의 목소리가 늦었다. 통화 스피커를 거친 명령은 1초 늦게 왔다. 오세진은 그 1초 동안 봉투 안쪽의 첫 줄을 보았다.
그의 오른손 엄지가 종이 모서리를 두 번 문질렀다.
“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내려놓으십시오.”
오세진은 봉투를 출력기 위에 놓았다. 그러나 봉투는 이미 열렸다. 열렸다는 말이 과하면, 안쪽 한 줄이 사람 하나를 움직일 만큼 보였다고 해야 한다.
나는 로그를 보았다. `문 4 / 최초 인증 / 18:00:07 / 사용자 O-SEJIN.` 수신자 이름은 없었다. 종이에만 강태준이 있었다. 윤해원이 말한 순서가 사람을 골랐다. 정확히는 문과 사용자와 종이의 틈이 사람을 밀었다.
오세진은 손을 씻겠다고 했다. 응급 장비를 확인해야 한다는 말도 붙였다. 둘 다 그럴듯했다. 그는 의무책임자였고, 방금 남의 이름이 찍힌 봉투를 만졌다. 손을 씻는 것도, 장비를 확인하는 것도 일상 동작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세면대 쪽으로 가지 않았다. 의무실 방향으로 세 걸음을 옮기다 멈추고, 봉투가 놓인 출력기 쪽을 다시 봤다. 그 눈길은 짧았다. 손으로 다시 가져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이를 놓고 간 사람이 아니라, 종이 일부를 몸에 남겨 둔 사람의 확인이었다.
“오 선생님.” 내가 불렀다.
“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반복은 방어가 되기도 하고, 기억을 고정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럼 왜 다시 봤습니까.”
“이름을 확인했습니다.”
“이름은 이미 봤습니다.”
오세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른손 엄지가 가운 아래쪽 주머니를 한 번 눌렀다. 나는 그 손을 봤다. 오세진도 내가 봤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손을 떼고 더 천천히 걸었다. 급히 움직이면 숨긴 것처럼 보인다는 계산. 계산하는 사람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보안실 통화에서 윤해원이 낮게 말했다.
“서이현 씨, 그를 잡으면 다른 사람이 움직입니다.”
“안 잡으면 그가 움직입니다.”
“그래서 봉투를 만들었습니다.”
그 말은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다. 더 나쁜 말이었다. 사람을 잡아도, 놓아도, 다른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 윤해원은 자기 설계가 사람을 선택지로 줄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선택지가 누구를 죽이는지까지는 아직 보지 못했다.
20:30, 오세진은 의무실에 없었다.
그의 자리에는 환자 소지품 봉투 세 장이 왼쪽 아래 칸에 정렬돼 있었다. 하나는 비어 있었고, 하나는 이름표가 반쯤 뜯겨 있었다. 응급 가방은 침상 옆에 놓여 있었지만 손잡이 방향이 반대였다. 급히 내려놓은 흔적이었다.
홍상욱의 호출 기록은 20:12에 있었다. `보정실 외곽 환기 점검 문의.` 오세진은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20:17에 자기 단말로 보정실 쪽 출입문 위치를 조회했다.
“왜 의사가 보정실 외곽을 갑니까.”
강태준은 보안실 통화에서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윤해원을 보안실에 묶어 두고 있었고, 그 선택 때문에 다른 사람이 움직였다. 그도 그 사실을 알았다.
“윤 부원장님을 데리고 나가지 않습니다. 서이현 씨, 현 위치만 확인하십시오. 접촉하지 마십시오.”
“접촉하지 않으면 또 늦습니다.”
“접촉해서 빨랐던 적이 있습니까?”
그는 내 문장을 되짚지 않고 내 전력을 찔렀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사람을 빨리 움직일수록 다른 사람이 늦어진다는 걸 두 번 봤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의무실 복도 끝에서 오세진을 찾았다. 그는 보정실 외곽으로 가는 비상 계단 앞에 서 있었다. 강태준 이름 봉투는 없었다. 없다는 것보다, 들고 있지 않게 보이려고 양손을 비워 둔 자세였다. 흰 가운 아래쪽 주머니가 조금 처져 있었다.
“오 선생님.”
그는 돌아보았다.
“환자가 있습니다.”
“어디에요.”
“아직 환자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문장이 짧아졌다. 완곡한 임상어가 유지되지 않았다. 봉투를 본 뒤의 사람은 자기 말투를 오래 지키지 못한다.
“그 봉투에 뭐가 있었습니까.”
“제 봉투가 아닙니다.”
“그건 봤습니다.”
“그럼 더 묻지 마십시오.”
그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나는 따라가려 했고, 보안실 통화에서 강태준의 목소리가 잘렸다.
“서이현 씨, 멈추십시오.”
나는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윤해원은 살아 있고, 오세진이 죽는다. 멈추지 않으면 다른 결과가 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입력이다.
23:58, 보정실 외곽의 환기 통로는 젖어 있었다.
비가 새는 물이 아니었다. 벽면 결로가 통로 바닥에 줄을 만들었다. 환기 팬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소리가 일정하지 않았다. 4초 돌아가고, 1초 끊겼다. 반복은 기계 고장처럼 보였고, 고장은 누군가에게 시간을 준다.
윤해원은 보안실에 있었다. 문은 잠겨 있었고, 강태준은 그 앞에 있었다. 보호는 성공했다.
오세진은 보정실 외곽 문 옆에 쓰러져 있었다.
시신이라고 바로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오세진의 오른손은 응급 가방이 아니라 자기 가운 주머니를 움켜쥐고 있었다. 눈은 천장을 향해 있었고, 입술에는 약품 냄새보다 먼지 냄새가 먼저 묻었다. 직접 공격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목 주변에 손자국도 없었다. 대신 환기구 덮개 아래쪽 나사가 하나 빠져 있었다.
강태준이 늦게 도착했다. 그는 윤해원을 보안실에 둔 채 왔다. 그 선택에도 비용이 붙었다.
“접근하지 마십시오.”
그는 내 앞을 막고 무릎을 꿇었다. 손목의 붕대가 젖은 바닥에 닿지 않게 각도를 틀었다. 오세진의 맥을 짚고, 시각을 봤다.
“23시 59분. 반응 없습니다.”
“00시 14분이 아닙니다.”
내 말이 먼저 나왔다. 강태준은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지금 당신이 비교한 시각은 어디서 왔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각이 바뀌었다. 피해자가 바뀌었고, 장소가 바뀌었고, 죽음의 시각도 바뀌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봉투였다.
오세진의 오른손이 강태준의 손에 천천히 펴졌다. 손 안에는 찢긴 종이 조각이 있었다. 물에 젖어 글자 가장자리가 번졌지만, 일부는 남았다.
`강태`
강태준의 이름 일부였다.
종이의 찢긴 방향은 6화에서 본 강태준 봉투 절취선과 맞지 않았다. 봉투를 정상적으로 뜯은 조각이 아니라, 안쪽에서 급히 찢어낸 조각이었다. 누군가 이름을 감추려 했거나, 이름 말고 다른 문장을 떼어 내려고 했을 수 있다. 오세진 손톱 밑에는 젖은 종이 섬유가 끼어 있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종이를 놓지 않았다.
나는 환기구 아래 바닥을 봤다. 물자국 사이에 얇은 흰 조각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집으려 하자 강태준이 손목을 막았다.
“현장 보존.”
“리셋되면 사라집니다.”
“그 말은 증거가 아니라 주장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손을 거뒀다. 대신 위치를 입으로 외웠다. 환기구 덮개 오른쪽 아래, 빠진 나사에서 두 뼘, 물자국 끝. 종이는 사라져도 위치를 기억할 수는 있다. 기억도 증거가 되려면 나중에 같은 위치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강태준은 조각을 증거 봉투에 넣으려다 멈췄다. 증거 봉투는 아직 없었다. 그는 자기 손수건을 꺼내 종이를 감쌌다. 사적 물건을 임시 보관에 쓰는 순간이었다. 절차를 지키는 사람도 도구가 없으면 자기 물건을 쓴다.
“왜 오세진 손에 내 이름이 있습니까.”
“18시 첫 인증 때문입니다.”
“그건 설명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지금은 순서가 설명입니다.”
그가 나를 보았다. 믿어서가 아니라, 내 말이 너무 빨리 도착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세진의 가운 주머니를 보았다. 안쪽에 다른 종이 섬유가 붙어 있었다. 봉투를 찢은 뒤 일부를 숨기려 한 흔적. 아직 무엇을 숨겼는지는 말할 수 없었다.
00:05, 윤해원은 보안실에서 나왔다.
강태준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는 안쪽 버튼을 눌러 문을 열게 만들었다. 정확히는 보안실 안에서 비상 의료 확인을 요청했고, 강태준의 부하가 절차대로 열었다. 윤해원은 갇혀 있는 동안에도 문장을 골라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는 오세진을 보자 걸음을 멈췄다.
“내가 살아 있어서 생긴 결과입니까.”
“봉투가 먼저입니다.” 내가 말했다.
“사람을 빼고 말하지 마세요.”
그의 말은 5화의 말과 닮았다. 죽은 뒤의 주머니를 말할 때 살아 있는 자신을 빼지 말라고 했던 사람. 이번에는 살아 있는 자신 때문에 죽은 사람을 빼지 말라고 했다.
강태준은 손수건에 감싼 종이를 들었다.
“부원장님. 이 봉투 시스템을 중단하십시오.”
“중단 버튼이 있었다면 제가 열두 봉투를 만들지 않았겠죠.”
그는 모든 것을 예측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말이 더 나빴다. 예측하지 못하면서도 사람별 봉투를 만든 사람. 선의나 정의보다 큰 손실이 거기에 있었다.
00:16:47, 환기 팬 소리가 멈췄다.
나는 시간을 봤다. 리셋 전의 공기가 얇아지는 느낌은 설명할 수 없지만, 반복해서 온다. 강태준은 내 시선을 따라 손목시계를 보았다.
“또 무엇을 기다립니까.”
“00:17:13.”
“그때 무슨 일이 납니까.”
나는 대답하기 전에 오세진의 손을 보았다. 손수건 밖으로 젖은 종이 모서리가 조금 나와 있었다. 강태준 이름의 찢긴 조각. 물건은 곧 사라진다. 기억만 남는다.
흰빛이 복도 바닥에서 접히기 시작했다.
00:17:13.
오세진의 손수건이 처음부터 접힌 적 없는 천으로 돌아갔다. 환기구 나사는 제자리로 들어갔고, 윤해원의 얼굴은 보안실 앞이 아니라 생활동 복도 어딘가로 밀려났다. 강태준이 내 손목을 잡으려던 손도 사라졌다.
눈을 떴다.
00:17:13.
숙소 천장의 물 얼룩은 같은 자리에 있었다. 물건은 돌아왔다. 오세진도 살아 있을 것이다. 손 안에는 아무 조각도 없었다.
나는 책상 위 새 녹음기 포장을 뜯지 않았다. 종이는 남지 않는다. 음성도 남지 않는다. 대신 입으로 세었다.
문 4. 오세진. 강태준 봉투. 00:07 관리자 명령.
마지막 문장은 조각 뒤쪽에 있었는지, 젖은 종이에 비친 안쪽 글자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으면 표시해야 한다. 나는 손목에 세 칸을 그렸다. 첫 칸에 4, 둘째에 O, 셋째에 강.
나는 네 번째 칸을 바로 채우지 않았다. `관리자 명령`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처럼 보이지만, 이 연구원에서 명령은 사람 이름보다 코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00:07이라는 시각도 이상했다. 윤해원은 23시대에 죽었고, 강태준은 00:14에 죽었다. 오세진은 23:59에 죽었다. 00:07은 죽음보다 앞선 시각이면서, 아직 내가 직접 본 사건이 없는 빈칸이었다.
빈칸을 사람 이름으로 채우고 싶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홍상욱, 문라희, 윤해원. 누구든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갈 수 있다는 것과 들어간다는 것은 다르다. 나는 손목에 작은 점만 찍었다.
네 번째 칸에는 물음표를 찍었다.
00:07 관리자 명령을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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