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나를 안다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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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나를 안다
00:18, 강태준은 나를 보안실로 끌고 가지 않았다.
그는 생활동 복도 끝의 의자에 나를 앉혔다. 수갑은 오른손만 걸었다. 다른 쪽 고리는 의자 팔걸이가 아니라 그의 손에 있었다. 도망을 막기 위한 제압이면서, 다른 사람이 보기엔 임시 조치로 보이는 방식이었다. 강태준은 이런 중간 상태를 잘 만들었다.
“왜 내 손목부터 봤는지 말하십시오.”
“환기실에서 봤습니다.”
“어느 환기실.”
“지하 코어 쪽 수동 밸브.”
그는 바로 믿지 않았다. 믿지 않는 대신 질문의 순서를 바꿨다.
“그 구역 출입 권한은 없을 텐데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손바닥을 보지 않았다. 물증은 없었다. 증거는 내 반응뿐이었다. 나는 손목을 숨기려 했던 내 동작과, 그 동작을 강태준이 봤다는 점을 붙잡아야 했다.
“강 팀장님은 어젯밤 죽었습니다.”
그 말이 복도에 떨어졌을 때, 자동문이 한 번 열렸다 닫혔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센서가 바람을 사람으로 오인한 듯했다. 강태준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질문할 순서를 고르는 사람의 집중이었다.
강태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변하지 않았다고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왼쪽 엄지가 수갑 고리를 한 번 눌렀다. 그 정도가 전부였다.
“그 문장은 협박입니까, 진술입니까.”
“진술입니다.”
“사망 시각은요.”
“00시 14분. 지하 환기실. 수동 밸브 앞.”
그는 내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대신 내가 고른 숫자를 기억하려는 사람처럼 두 번 입안에서 굴렸다. 00시 14분. 지하 환기실.
“부원장님은요.”
“살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늦게 저항했습니다.”
강태준은 처음으로 내 말의 뒤쪽을 보았다. 늦게 저항했다는 말은 죄책감보다 구체적이었다. 그는 그런 문장을 놓치지 않았다.
“누구에게 늦었습니까.”
“팀장님에게요.”
그는 수갑을 풀지 않았다. 다만 고리의 각도를 바꿔 내 손목이 덜 꺾이게 했다. 위로도 아니고, 신뢰도 아니었다. 조사 대상이 말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조치였다. 그래서 더 강태준다웠다.
복도 반대편에서 윤해원이 걸어왔다. 그는 잠옷 위에 얇은 카디건을 걸친 상태였다. 이런 시간에 깨어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의 시선이 내 목으로 내려갔다. Q-13 체인의 작은 고리가 셔츠 밖으로 나와 있었다.
“서도윤 씨의 각인이 맞군요.”
강태준이 고개를 돌렸다.
“아는 물건입니까?”
윤해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내 목의 키, 수갑, 강태준의 왼쪽 손목을 순서대로 보았다. 공손한 사람은 관찰도 순서대로 했다.
“서도윤 씨가 가족에게 남겼을 가능성을 계산한 물건입니다.”
“계산했다.”
강태준은 그의 단어를 되돌려 물었다.
“부원장님은 무엇을 계산했습니까.”
“오늘 낮에 이야기해도 되는 범위입니다.”
윤해원은 시간을 미뤘다. 죽을 예정이었던 사람은 밤에도 자기 일정표를 지켰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시에 그 점 때문에 그를 믿을 수 있었다. 루프를 안다면 저렇게 틀린 우선순위를 보이기 어렵다.
강태준은 내 수갑을 풀지 않았다. 대신 고리를 의자에서 자기 손목으로 옮겼다.
“07시 40분 식당. 세 사람 모두 오십시오.”
“세 사람?”
“서이현 씨, 윤 부원장님, 그리고 나.”
그는 `나`라고 말했다. 보안 책임자의 직함을 빼고. 그 작은 변화가 전날 죽음의 잔여인지, 단순한 심문 방식인지는 알 수 없었다.
07:40, 윤해원은 식당에서 컵 자리를 바꿔 놓았다.
그는 창가 두 번째 자리가 아니라 세 번째 자리에 앉았다. 컵은 오른손 앞이 아니라 왼쪽에 있었다. 손잡이는 바깥쪽. 노을이 카운터 안쪽에서 그 방향을 보고 눈썹을 올렸다. 그는 바로 고치러 오지 않았다. 윤해원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안 사람처럼 기다렸다.
나는 컵을 보았다가 윤해원을 보았다.
“시험입니까.”
“서이현 씨가 어제와 오늘을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어제라면 컵은 오른손 앞, 손잡이는 안쪽이었습니다.”
윤해원은 컵을 만지지 않았다. 대신 강태준에게 말했다.
“지금 문장에는 확인 가능한 사실이 둘 있고, 확인 불가능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강태준은 물었다.
“전제는?”
“어제가 있었다는 것.”
노을이 그 말을 보고 있었다. 그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세 사람의 입이 번갈아 움직이는 순서는 봤다. 문자판이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로 들어왔다.
`컵 바꾼 건 저분. 아침에는 원래 안 저래요.`
노을은 윤해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다. 컵을 가리켰다. 그 방식이 더 정확했다. 사람을 지목하기 전에 물건의 상태를 말하는 증인. 나는 문자판을 강태준 쪽으로 밀었다.
강태준은 읽고 나서 윤해원을 보았다.
“일부러 바꾼 건 인정하십니까.”
“인정합니다.”
“목적은요.”
“서이현 씨가 내가 바꾼 컵과 어제의 컵을 구분하는지 보는 것.”
윤해원은 거짓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짧고 맞는 말은 숨긴 부분을 밝히지 않는다.
나는 윤해원의 다음 말을 예상했다. `그렇다면 제가 오늘 죽습니까.` 그러나 그는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다른 질문을 꺼냈다.
“서이현 씨, 어제 제 사망 시각을 말해 보세요.”
“00시 14분.”
“장소는요.”
“보정실.”
“그럼 오늘 제가 죽는다면 장소도 같습니까?”
그 질문은 함정이었다. 그는 정확한 루프 정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정보의 모서리를 시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아닐 수 있습니다.”
“왜요?”
“제가 이미 당신을 움직였으니까요.”
강태준이 그 문장을 들었다. 그의 손이 컵이 아니라 내 수갑 쪽으로 갔다. 사람을 움직였다는 표현은 범죄자에게도 조사자에게도 좋지 않았다.
윤해원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무작위 저주보다 낫군요.”
“저는 저주라고 한 적 없습니다.”
“겁에 질린 사람은 보통 그렇게 설명합니다. 서이현 씨는 숫자를 골랐고요.”
그는 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 방식을 읽고 있었다. 그 차이는 작지만 중요했다. 기억자는 문장을 재생한다. 협상자는 사람의 다음 선택을 계산한다.
09:30, 부원장실에는 번호만 붙은 임시 파일철이 세 개 있었다.
윤해원은 가운데 파일철만 열었다. 안에는 빈 양식지가 들어 있었다. 위쪽 모서리에 작은 번호가 있었다. 4. 7. 12. 문 번호처럼 보였고, 사람 이름은 없었다.
“서도윤 씨는 Q-13 사용자가 가족에게 넘어갈 가능성을 말했습니다.”
“언제요.”
“2019년 7월 4일. 사고 이틀 전.”
날짜를 너무 정확히 말했다. 정확한 날짜는 믿음을 주기도 하고, 거짓말을 오래 준비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는 둘 다 보류했다.
“오빠가 왜 그런 말을 했습니까.”
“본인이 실패할 가능성을 계산했으니까요.”
윤해원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실패라는 단어에서 아주 짧게 멈췄다. 서도윤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 멈춤이었다. 그 점은 내게 더 나빴다. 영웅을 부수는 사람은 대개 더 많은 사실을 갖고 있다.
“그날 오빠가 부원장님에게 직접 말했습니까.”
“아니요. 한도경 책임자에게 남긴 메모를 제가 봤습니다.”
“원본입니까, 사본입니까.”
윤해원은 처음으로 바로 답하지 못했다. 그 지연은 중요했다. 원본을 공개하겠다는 사람이 사본 앞에서 멈춘다면, 거기에는 삭제나 전달의 문제가 있다.
“사본입니다.”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 질문은 오늘의 보호 조치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오빠 이름은 관련 있고, 사본은 관련 없습니까.”
윤해원의 손가락이 빈 양식지 모서리를 눌렀다. 종이가 아주 조금 휘었다. 그도 불편할 때 물건을 고쳤다.
“관련 있습니다. 다만 지금 말하면 다른 사람이 먼저 움직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이름을 피한 것이 아니라, 아직 번호만 있는 칸처럼 다뤘다.
“Q-13은 문을 여는 키가 아닙니까.”
윤해원은 내 목을 보았다.
“문도 엽니다. 하지만 그게 핵심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무슨 핵심입니까.”
“지금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강태준이 바로 끼어들었다.
“이런 식이면 보호 조치 명분이 약합니다.”
“강 팀장님은 보호를 명분으로 모든 선택권을 빼앗는 버릇이 있습니다.”
“부원장님은 선택권이라는 말로 사람을 배치하는 버릇이 있고요.”
두 사람의 문장은 짧았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주고받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Q-13을 만졌다. 키는 따뜻하지 않았다. 코어에서 멀었기 때문인지, 아직 시간이 이르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정확한 사망 시각을 아십니까?” 내가 물었다.
윤해원은 나를 보았다.
“오늘의 제 사망 시각 말입니까, 어제의 제 사망 시각 말입니까?”
“둘 다요.”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 위 빈 양식지를 밀었다.
“어제는 00시 11분에서 00시 19분 사이로 예상했습니다. 오늘은 아직 모릅니다.”
틀렸다.
나는 그 틀림을 바로 말하지 않았다. 윤해원은 내가 본 00시 14분을 몰랐다. 범위로 계산하고 있었다. 루프 기억자라면 그런 폭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전혀 모른다고 보기엔 Q-13과 서도윤의 이야기를 너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오차가 큽니다.”
“사람이 죽는 시간에 오차라고 말하는군요.”
“부원장님도 예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이 맞아서가 아니라, 내 말이 자기 문장을 되돌린 방식이 강태준과 닮았기 때문일 수 있었다. 강태준은 그걸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10:00, 윤해원은 창가로 갔다.
바깥은 태풍 때문에 회색이었다. 그는 유리에 비친 내 목의 체인을 보며 말했다.
“나는 오늘 죽습니까.”
이번에는 회피할 수 없는 문장이었다.
“가능합니다.”
“살릴 수 있습니까.”
“한 번은 살렸습니다.”
“그 대가로 누가 죽었습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태준이 옆에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자기 죽음을 들려주는 일은 두 번째 사망을 만드는 것과 닮았다.
강태준이 말했다.
“말하십시오.”
그는 자기 죽음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내 침묵을 확인하는 조사자였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강 팀장님이 죽었습니다.”
강태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윤해원은 움직였다. 그는 창문에서 한 걸음 떨어졌다. 자기 생존의 대가가 방 안에 서 있다는 사실을 보는 사람의 동작이었다.
“그럼 거래 조건을 바꿔야겠군요.” 윤해원이 말했다.
“거래요?”
“저는 오늘 보정실에 가지 않습니다. 대신 서이현 씨는 Q-13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서도윤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개인 음성이 있는지, 그리고 첫 하루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순서대로 말합니다.”
첫 하루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빈칸의 위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빈칸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도 알았다.
강태준이 나를 보았다.
“첫 하루에 말하지 않은 선택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사람과 관련됩니까, 절차와 관련됩니까.”
그 질문은 공평했다. 그래서 더 잔인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윤해원도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내 침묵을 자기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살려야 할 피해자와 믿어야 할 증인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원장님도 조건을 냅니다. 번호 붙은 파일철의 용도, 4번 문 이후 출력되는 문서의 기준, 그리고 오빠가 Q-13을 가족에게 넘길 거라고 말한 이유.”
윤해원은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오른쪽 상의 주머니 위에서 멈췄다. 관리 키는 거기에 있었다.
“절반씩.”
“순서는요.”
“살아 있는 사람이 먼저.”
그 말은 좋은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살아 있는 사람을 먼저 골랐다면, 사람별 문서 같은 것은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모순을 말하지 않았다. 아직 그가 필요했다.
10:10, 우리는 부원장실 문 앞에서 멈췄다.
강태준은 복도 쪽을 확인했고, 윤해원은 문고리를 잡았다. 그는 열쇠를 꺼내지 않았다. 손은 주머니 안에서 Q-13 쪽을 가리키는 내 시선을 한 번 잡았다.
“오빠 키는 문을 여는 데 쓰는 게 아니에요.”
문장은 끝까지 나왔지만,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윤해원은 자기가 너무 많이 말했다는 걸 안 사람처럼 입술을 닫았다. 정확한 기능을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열쇠구멍 앞에서 열쇠를 보지 않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강태준이 물었다.
“그럼 어디에 씁니까.”
윤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문고리를 손으로 돌렸다. 키 없이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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