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살린 사람, 죽은 사람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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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린 사람, 죽은 사람

12:00, 윤해원의 사무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나는 두 번만 두드렸다. 세 번째 두드림은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의 신호가 된다. 윤해원은 그런 신호를 이용할 사람처럼 보였다. 안쪽에서 서류 넘기는 소리가 멈췄고, 잠금 장치가 열렸다.

“일정에 없던 방문입니다.”

그는 문을 반쯤만 열었다.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 관리 키가 들어 있었다. 손끝이 그 위를 한 번 눌렀다. 1화의 시신에서는 왼쪽 바지 주머니가 불룩했다. 아직 그 차이를 말할 수는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죽은 뒤의 주머니를 설명하려면, 먼저 내가 어제 무엇을 선택했는지 말해야 했다.

“오늘 밤 보정실에 가지 마세요.”

윤해원은 바로 묻지 않았다. 문틈을 조금 더 열고 내 뒤를 보았다. 복도 끝에는 강태준이 있었다. 보안팀장은 가까이 오지 않았지만, 멀지도 않았다.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경고는 협박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23시 55분 전후로 보정실 산소 경보가 납니다. 문이 잠기고, 수동 환기가 늦습니다. 부원장님은 그 안에 있으면 죽습니다.”

죽는다는 단어를 말하자 윤해원의 손이 주머니 위에서 멈췄다. 두려움보다 계산이 먼저 온 얼굴이었다. 그는 문을 더 열었다.

“정확한 시각을 어떻게 압니까?”

“한 번 봤습니다.”

“어디서요.”

나는 대답을 자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일부를 줘야 했다.

“같은 하루에서요.”

강태준이 걸어왔다. 그는 내 마지막 문장만 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서이현 씨. 무단 면담입니까.”

“부원장님을 보호해야 합니다.”

“누구로부터요.”

그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적어도 지금 내게는 없었다. 윤해원은 강태준을 보지 않고 말했다.

“강 팀장님, 오늘 18시 이후 제 4번 문 인증을 보류해 주세요.”

“사유는요.”

“서이현 씨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나를 믿어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믿지 않기 때문에 조건을 걸었다. 윤해원은 사무실 안쪽 책상에서 작은 봉투철 하나를 꺼내 내 앞에 놓았다. 겉면에는 이름이 없었다. 빈 흰 봉투였다.

“제가 오늘 밤 죽는다는 말이 맞다면, 저를 움직인 사람도 같이 바뀝니다. 틀리면 서이현 씨가 제 감사 절차를 방해한 겁니다.”

“그걸 지금 기록하겠다는 겁니까.”

“기록하지 않는 검증은 협박보다 나쁩니다.”

윤해원은 빈 봉투를 다시 서랍에 넣었다. 열쇠는 오른쪽 상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의 손은 빠르지 않았다. 내가 보라는 듯 천천히 넣었다. 그는 보호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조건을 남기는 사람이었다. 내가 살리려는 사람이 내 실험을 문서로 묶고 있었다.

강태준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증 대상이 사람이면, 실험이라고 부릅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이었다.

18:00, 보안실의 공기는 전자 장비의 열로 마른 냄새가 났다. 윤해원은 내 요구대로 그 방에 남아 있었다. 사무실도 보정실도 아니었다. 창문 없는 보안실. 강태준은 출입문 옆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자세 때문에 왼쪽 손목 붕대가 더 선명했다.

“부원장님이 직접 인증해야 할 문입니다.”

“오늘만 대신 처리하십시오.” 윤해원이 말했다. “절차 위반이면 제 이름으로 남기세요.”

“절차 위반을 남기려면 제가 제 손으로 해야 합니다.”

강태준은 결국 4번 문 단말 앞에 섰다. 윤해원이 뒤로 물러났고, 나는 그의 오른쪽 상의 주머니를 보았다. 키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이 단순한 확인 하나가 나를 조금 진정시켰다. 죽지 않은 사람의 물건은 아직 제자리에 있다.

강태준이 엄지 인증을 했다.

단말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잠금이 풀리는 소리 대신, 보안실 뒤쪽 출력기에서 종이가 밀려 나왔다. 첫 번째 날에는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윤해원이 인증했다면 저 종이가 누구 이름으로 나왔을까. 나는 가까이 갔다.

봉투였다.

겉면에는 강태준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검은 글씨가 새 종이에 너무 뚜렷했다. 강태준은 출력기 앞에 서서 봉투를 바로 집지 않았다. 먼저 윤해원을 보았다.

“이건 뭡니까.”

윤해원은 답을 늦췄다. 그 늦춤 때문에 오히려 이미 알고 있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개인별 감사 확인서입니다.”

“제 이름인데요.”

“그러니까 개인별입니다.”

강태준은 봉투를 들었다. 봉인이 붙어 있었지만 완전히 밀봉되지는 않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틈을 확인하자, 윤해원이 한 걸음 다가왔다.

“지금 열지 마세요.”

“방금 제 이름으로 출력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열지 말라는 겁니다.”

나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기록했다. 윤해원은 봉투를 회수하려 하지 않았다. 강태준도 바로 열지 않았다. 둘 다 상대가 어떤 권한으로 말하는지 재고 있었다. 내가 바꾼 입력은 윤해원의 위치였다. 출력된 결과는 강태준의 이름이었다.

출력기 옆 로그에는 `문 4 / 최초 인증 / 18:00:07`만 남았다. 수신자 이름은 로그에 없었다. 이름은 종이에만 찍혔다. 시스템은 누구에게 무엇을 보냈는지보다, 어떤 문이 먼저 열렸는지만 기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면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설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사람이 너무 가까웠다.

“이 봉투를 열면 안 되는 이유를 하나만 말하십시오.” 강태준이 말했다.

윤해원은 잠깐 침묵했다. 침묵은 정보였다. 그는 말할 수 있는 이유와 말하면 안 되는 이유 사이에서 고르고 있었다.

“강 팀장님이 오늘 밤 현장 책임자로 움직이게 됩니다.”

“저는 원래도 현장 책임자입니다.”

“다른 현장입니다.”

강태준의 시선이 나에게 왔다. 너도 알고 있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아직 모르는 현장이었다. 그때 내가 아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윤해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누군가 대신 움직인다.

21:20, 강태준은 봉투를 열었다.

그가 혼자 열었다고 보기엔 장소가 너무 노출돼 있었다. 생활동 복도 끝, 비상 계단 앞. 홍상욱의 사무실과 보정실로 갈라지는 지점이었다. 그는 봉투 안의 첫 장을 읽고 바로 접었다. 보안팀장다운 동작이었다. 놀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읽을 시간을 줄이는 동작.

두 번째 장은 오래된 현장 사진이었다. 나는 모서리만 봤다. 연도와 도면 번호, 그리고 물에 젖은 계단. 2019년의 사진일 가능성이 높았다. 강태준은 그 사진을 본 뒤 봉투를 다시 닫지 못했다. 닫으려면 접힌 선을 맞춰야 했고, 그의 왼손은 그 작업을 한 번 실패했다.

“강 팀장님.”

나는 계단 아래에서 그를 불렀다.

“따라오지 마십시오.”

“그 봉투가 동선을 바꿨습니다.”

그는 멈췄다. 내 문장의 단어를 골랐다.

“동선을 바꿨다.”

“원래는 윤해원 부원장이 4번 문을 인증했을 겁니다. 오늘은 팀장님이 했고, 팀장님 이름의 봉투가 나왔습니다. 그다음 행동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래라는 말의 근거는요.”

“제가 본 하루.”

강태준은 계단 손잡이를 잡았다. 왼손이었다. 붕대가 손잡이에 닿자 손가락 두 개가 늦게 감겼다.

“정신과적 가능성은 검토했습니까.”

“네.”

“결론은요.”

“제가 미쳤다면 컵이 깨졌어야 합니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내 대답의 구조는 봤다. 내가 허술한 예언자가 아니라, 반증을 세고 있다는 것. 그 정도는 강태준에게 통했다.

“봉투 내용은 뭡니까.”

“2019년 현장 판단 보고서.” 그가 말했다. “내 이름이 아닌데, 내 서명이 필요한 문서입니다.”

홍상욱이 복도 끝에서 나타났다. 그는 우리 둘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놀라는 대신 웃는 쪽으로 얼굴 근육을 정리했다.

“강 팀장, 보정 프로토콜 확인이 필요합니다. 지하 쪽에서 경고가 올라왔어요.”

강태준은 봉투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부원장님은 보안실에 계십니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강 팀장이 저와 내려가죠.”

오늘은.

홍상욱은 그 말을 무심하게 붙였다. 원래와 달라진 것을 아는 사람처럼이 아니라, 일정 변경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관리자처럼. 하지만 그 효율이 사람을 이동시켰다. 윤해원이 빠진 자리를 강태준이 채웠다.

나는 둘을 따라갔다.

윤해원도 따라오려 했다. 강태준이 손바닥을 들어 막았다.

“부원장님은 보안실에 계십시오.”

“제 이름으로 시작된 절차입니다.”

“오늘은 아닙니다.”

강태준은 처음으로 윤해원의 말을 잘랐다. 그 짧은 차단 때문에 윤해원의 얼굴에서 조건문이 사라졌다. 그는 강태준의 어깨 너머로 나를 보았다. 네가 만든 결과를 보라는 눈이 아니었다. 기록하라는 눈이었다. 그래서 나는 따라갔다. 사람을 살리려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 죽음의 순서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23:55, 지하 환기실의 수동 밸브는 지도보다 안쪽에 있었다. 정무겸이 낮에 잠깐 언급한 설비 구역이었다. 직접 보니 통로는 좁고, 바닥에는 오래된 물자국이 말라 있었다. 정무겸은 거기에 없었다. 벽에는 `수동 전환 시 두 명 이상 확인`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고, 실제로는 한 사람이 서기도 벅찼다.

지하 보정 경고가 켜졌다. 의미는 몰라도 결과는 알 수 있었다. 산소 농도 표시가 내려갔다. 첫 번째 날과 같은 색이었다. 다른 방, 다른 사람.

강태준은 홍상욱에게 말했다.

“원장님은 위로 올라가십시오.”

“절차상 제가 승인자입니다.”

“승인자는 살아서 서명해야 합니다.”

그는 영웅처럼 말하지 않았다. 짧은 현장 판단이었다. 홍상욱은 한 박자 늦게 물러났다. 늦은 물러남도 선택이었다. 그가 물러나는 동안 강태준은 수동 밸브를 잡았다. 왼손이 먼저 갔고, 오른손이 따라 붙었다.

정무겸의 이름이 설비 패널 아래 작은 테이프에 적혀 있었다. `수동 밸브 점검: 정무겸.` 낮에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읽고 나서야 밸브가 누군가의 일상적인 관리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비밀 장치가 아니라, 매번 누군가 기름을 치고 잠금을 확인했을 설비. 그렇다면 고장도 선택도 기록에 남을 수 있었다.

“정무겸 반장은 어디 있습니까.”

홍상욱이 대답했다.

“생활동 전력 쪽입니다. 지금 부를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없다는 말은 이 연구원에서 항상 누군가를 밖으로 밀었다. 2019년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컸다. 강태준은 그 말을 듣고 더 빨리 움직였다. 봉투 속 사진이 그의 손목을 당기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밸브 옆 산소 표시를 보았다. 18.1, 17.4, 16.9.

“강 팀장, 손 떼세요.”

“문 밖으로 나가십시오.”

“그 밸브 잠깁니다.”

“어떻게 압니까.”

답할 시간이 없었다. 밸브 축이 한번 튀었다. 강태준의 손목이 반대로 꺾였고, 그는 이를 악물었다. 나는 보조 레버를 잡았다. 피부에 찬 금속이 붙었다. 윤해원이 뒤늦게 환기실 입구에 도착했다. 그는 살아 있었다. 숨이 찼지만 서 있었다.

“강 팀장님!”

그가 이름을 부르자 강태준이 처음으로 돌아보았다. 그 1초가 부족했다. 밸브 덮개가 내려오며 강태준의 팔을 안쪽으로 가뒀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시작했다. 나는 레버를 당겼고, 레버는 움직이지 않았다.

00:14.

환기실 안의 경보음이 낮아졌다. 소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공기가 줄어 소리를 운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강태준은 무릎을 꿇었다. 쓰러지는 동작은 크지 않았다. 몸이 자기 무게를 잃는 방식으로 내려갔다. 윤해원은 문 틈에 손을 넣으려 했고,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아 뺐다. 또 한 사람을 방 안에 넣을 수는 없었다.

오세진이 도착했을 때, 강태준은 반응하지 않았다.

“00시 14분.” 오세진이 말했다. 첫 번째 날과 같은 시각이었다. “호흡 없습니다.”

윤해원은 살아 있었다.

그 사실이 먼저 들어왔다. 그다음에 강태준의 이름이 왔다. 나는 윤해원을 살렸고, 강태준이 죽었다. 문장은 너무 깨끗했다. 실제 장면은 그렇지 않았다. 봉투, 인증, 홍상욱의 호출, 수동 밸브, 내가 늦게 잡은 레버. 깨끗한 문장 안에 들어가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00:17:13.

흰 펄스가 환기실 바닥의 물자국을 접었다. 윤해원의 손목이 내 손에서 빠졌다. 오세진의 응급 가방이 다시 닫혔다. 강태준의 몸은 바닥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쓰러지지 않았던 상태로 되감겼다.

눈을 뜨자 복도였다.

00:17:13.

내 손은 말라 있었다. 환기실 레버의 물도, 보정실 바닥의 물도, 강태준의 마지막 호흡도 물건처럼 남지 않았다. 생활동 복도 조명은 정상으로 켜져 있었다. 강태준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살아 있었다.

나는 그의 왼쪽 손목을 먼저 보았다.

강태준은 그 시선을 봤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자세를 아는 사람처럼 한 박자 늦게 숨을 쉰 것도 봤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몰랐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숨긴다는 사실은 충분히 봤다.

“지금 내 손목을 확인했습니까.”

나는 대답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났다. 늦었다. 강태준은 이미 수갑을 꺼내고 있었다.

“서이현 씨. 방금 누구를 살린 표정이군요.”

철이 손목에 닿았다. 차가움보다 규칙적인 무게가 먼저 왔다. 나는 저항하지 못했다. 살아 있는 강태준을 보고 안도한 시간만큼 늦었다.

“그 표정은 어디서 배웠습니까.”

그는 질문을 낮게 붙였다. 나는 손바닥을 폈다. 물증은 없었다. 생활동 복도에는 아직 환기실도, 밸브도, 죽음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그 모두를 보고 온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대답 못 하겠습니다.”

“못 하는 겁니까, 안 하는 겁니까.”

“지금은 구분이 안 됩니다.”

강태준은 수갑을 잠근 뒤에야 내 얼굴을 보았다. 그는 루프를 믿지 않았다. 대신 내가 방금 겪은 일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믿었다. 그 정도면 다음 하루의 시작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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