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3첫 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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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식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5. 5.

회식은 목요일 저녁 7시, 회사 뒤편 삼겹살집에서 시작됐다.

아스타로트는 6시 정각에 일을 마치고, 6시 58분에 도착했다. 열두 명이 두 개의 테이블에 나뉘어 앉아 있었다.

"어, 아스타 대리 왔네."

부장의 목소리에는 지난주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시험하는 기색이었다.

"오늘은 끝까지 있을 거지?"

테이블이 조용해졌다. 열두 개의 시선이 그에게 모였다.

아스타로트는 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1차까지 있겠습니다."

"허."

부장이 소주잔을 내려놨다.

"아스타 대리는 참 솔직하네. 요즘 애들이 다 이런가?"

"제가 나이가 어린 것은 사실입니다. 부장님 기준으로는."

누군가 웃음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부장의 눈매가 좁아졌다.

아스타로트는 상황을 읽었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서열을 확인하는 의례였다. 마계에서도 하급 마족들이 이런 식으로 위계를 재확인했다. 문제는 이 의례가 성과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방향을 틀었다.

"부장님. 신규 거래처 건으로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지금?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계신 자리이므로."

아스타로트는 가방에서 종이 세 장을 꺼냈다. 어제 남은 22분과 오늘 점심시간에 정리한 것이었다.

"지난 2년간 이탈한 거래처가 열한 곳입니다. 그중 일곱 곳은 담당자 변경 직후에 이탈했습니다."

부장이 종이를 받았다. 술기운으로 붉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러니까?"

"인수인계 문서가 없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거래처는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두 번째 설명에서 대부분 지칩니다."

"그건 원래 그런 거고."

"열한 곳의 연간 합계가 4억 2천입니다. 이번 분기 미달분이 3억 8천입니다."

테이블이 완전히 조용해졌다.

아스타로트는 마지막 장을 내밀었다.

"일곱 곳 중 네 곳은 아직 경쟁사로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시면."

부장은 종이를 오래 봤다. 고기가 타는 냄새가 났다. 누군가 조용히 불을 줄였다.

"...아스타 대리."

"네."

"이거 언제 했어."

"어제 퇴근 후 22분, 오늘 점심시간 40분입니다."

"야근했다는 거잖아."

"22분은 야근으로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본 것이므로."

부장이 웃었다. 처음으로 아스타로트가 판단하기 어려운 종류의 웃음이었다.

"해봐."

"감사합니다."

"근데 아스타 대리."

"네."

"1차 끝나면 진짜 갈 거야?"

"갑니다."

"...그래. 가."

9시 40분, 1차가 끝났다. 아스타로트는 인사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걸었다. 뒤에서 윤세라가 따라 나왔다.

"아스타 대리."

"네."

"방금 그거, 부장님한테 숫자 들이민 거."

"보고했습니다."

"그게 여기서 제일 잘 통하는 방식이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아스타로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천 년 동안 그가 상대한 것은 검을 든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그가 두려워할 만한 것을 들고 왔다. 그리고 그가 배운 것은 하나였다. 상대가 가장 아끼는 것을 정확히 가리키면 대화가 시작된다.

부장이 아낀 것은 숫자였다.

"관찰했습니다."

윤세라가 한숨을 쉬었다.

"그 대답 좀 다르게 하는 법도 배워요."

"고려하겠습니다."

그날 아스타로트는 10시 12분에 집에 도착했다. 봉인에서 깨어난 지 나흘째였고, 계약의 이행률은 여전히 0퍼센트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다음에 무엇을 할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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