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기간 3개월
24시간마다 살인범이 바뀐다 · 2026. 5. 3.
수습 기간이 3개월 남았다는 통보는 입사 3개월째에 왔다.
"연장이야."
부장은 그렇게만 말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아스타로트는 남겨진 서류를 봤다. 수습 평가서. 항목은 여섯 개였고, 그중 다섯 개가 중간 등급이었다.
마지막 항목만 최하 등급이었다. 조직 적응도.
"회식 그거 때문이에요."
문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옆자리의 그 여성이었다. 사흘을 함께 앉아 있었으므로 이제 이름을 알고 있었다. 기획팀 과장 윤세라.
"1차에서 일어난 신입이 10년 만이라던데."
"대리입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윤세라는 회의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아스타 대리. 여기 시스템 설명해 줄게요. 잘 들어요."
아스타로트는 자세를 고쳤다. 정보를 주겠다는 자에게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 옳았다. 마계에서도 그랬다.
"우리 팀 평가는 부장님이 해요. 부장님 평가는 본부장님이 하고. 본부장님은 숫자만 봐요. 그러니까 부장님한테 중요한 건 두 개예요. 숫자, 그리고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
"두 번째는 성과와 무관합니다."
"무관하죠. 근데 그게 평가에 들어가요."
아스타로트는 서류의 마지막 항목을 다시 봤다. 조직 적응도. 그것이 두 번째 항목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천 년 전 그의 군단에도 비슷한 자가 있었다. 전공은 평범했으나 아래를 장악하는 데 능한 자. 아스타로트는 그를 열일곱 번째 전투에서 잃었다. 그의 부하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려움으로 묶인 군대는 결정적인 순간에 판단을 멈춘다.
"과장님."
"네."
"이번 분기 팀 목표 달성률이 얼마입니까."
윤세라가 눈을 깜빡였다.
"...74퍼센트요. 왜요."
"낮습니까."
"낮아요. 작년 같은 분기에 91이었으니까."
"원인은."
"신규 건이 안 들어와요. 기존 거래처 유지만 하고 있어서."
아스타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급로가 좁아진 것이다. 마계의 언어로 바꾸면 그렇게 되었다.
"그럼 숫자를 올리면 됩니다."
"그거 다 아는데요. 방법이 없어서."
"방법은 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아서 없어 보이는 겁니다."
윤세라는 그를 잠시 쳐다봤다. 그러다 웃었다. 비웃는 웃음이 아니었다.
"아스타 대리 진짜 3개월 동안 뭐 하고 있었어요?"
"관찰했습니다."
거짓은 아니었다. 이 몸의 전 주인이 한 일이 정확히 그것이었다.
그날 아스타로트는 처음으로 정시에 퇴근하지 않았다. 7시 20분까지 남아 지난 2년간의 거래처 목록을 전부 읽었다. 그리고 목록에서 사라진 열한 개의 이름을 찾아냈다.
떠난 거래처는 이유를 남긴다. 마계에서 배신한 부족도 그랬다. 이유를 읽지 않는 자만이 배신을 갑작스럽다고 말한다.
7시 22분, 그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
초과 근무 22분. 계약서에 적히지 않은 시간이었으므로, 그는 그 22분을 자신의 선택으로 기록했다.
누구의 지시도 아니었다. 그것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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