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남겨 둘 사람

안전수칙을 지키면 죽는다 · 2026.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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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 둘 사람

남겨 둘 사람 1명 칸은 원장 이름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학생들이 먼저 그쪽을 봤다. 원장이 명단을 숨겼고, 보험 등록 밖 학생들을 뺐고, 카드대로 보라를 남기려 했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장님 쓰면 되잖아.”

다른 학생이 바로 받았다.

“맞아요. 우리 뺐잖아요.”

원장은 얼굴이 하얘졌다.

서진은 학생들을 꾸짖지 않았다. 그 선택이 왜 나왔는지 알고 있었다. 한 명을 쓰면 계단이 열릴 수 있다. 그 한 명이 가해자처럼 보이면 더 쉬워진다.

보라는 펜을 들고도 원장 이름을 쓰지 않았다.

“쓰면 똑같아져요.”

말은 짧았다. 학생 몇 명이 반박하려 했지만, 보라의 손목 이름을 보고 멈췄다. 조금 전까지 보라가 그 칸에 들어갈 뻔했다.

박민재가 말했다.

“그래도 원장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보라는 박민재를 보았다.

“맞아. 그래서 쓰고 싶어.”

그 말이 먼저 나왔다. 보라는 착한 답을 바로 내놓지 않았다. 손에 쥔 펜 끝이 원장 이름을 쓸 자리 위에서 멈췄다. 정민이 그 손을 보고 있었다. 이서현도 보고 있었다.

보라는 펜을 내려놓았다.

“근데 쓰면 다음에는 우리도 누군가 쓰게 돼.”

서진은 그 문장을 적었다. 복수 거부가 아니라 반복 거부.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교실에서는 충분했다.

보라는 남겨 둘 사람 칸 옆에 다시 선을 그었다.

두 명의 목격 서명 없이는 결석 처리 불가.

서진은 그 문장을 보고 은채에게 말했다.

“임시 명단에 쌍방 확인 필드 넣으세요.”

은채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답했다.

“만들었습니다. 이름, 현재 위치, 짝 이름, 퇴실 확인 시각.”

학부모 전화가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자기 아이 목소리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민 어머니는 이서현 목소리를, 이서현 아버지는 정민 목소리를 확인했다. 어색한 침묵이 길었다. 남의 아이 이름을 책임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서진은 통화 시간을 적었다. 한 통화에 평균 38초. 늦었다. 그러나 한 명을 남기는 것보다 늦은 쪽을 택했다.

은채는 화면을 공유했다. 쌍방 확인 필드에는 빈칸이 많았다. 이름, 위치, 짝 이름, 보호자 확인, 퇴실 시각. 하나라도 비면 초록불이 켜지지 않았다.

“만능 아닙니다. 빠진 칸 있으면 막혀요.”

“그래도 빠진 칸이 보이네요.”

보라가 말했다.

그게 차이였다. 이전 수칙은 빠진 사람을 숨겼다. 새 명단은 빠진 칸을 보여 줬다. 학생들은 빈칸을 보고 서로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한 번만 했다. 두 번째로 확인할 때는 손을 들거나 물건을 보여 줬다.

정민은 이서현의 파란 필통을 확인했고, 이서현은 정민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확인했다. 박민재는 자기 휴대전화가 실제 손에 돌아왔는지 보여 줬다. 작은 물건들이 이름보다 먼저 버텼다.

계단 표시등이 두 명씩 켜지기 시작했다.

정민과 이서현. 초록.

박민재와 앞줄 학생. 초록.

보라와 서진은 마지막 조로 남았다. 도윤은 아직 일부 학생에게 보이지 않았다. 보라는 도윤의 신발 위치를 말했고, 서진은 도윤의 손목 시간을 말했다. 두 기록이 붙자 도윤 이름이 결석 1에서 현장 확인자로 돌아왔다.

도윤은 웃지 않았다.

“늦다.”

“그래도 돌아왔습니다.”

“다음엔 더 늦으면 죽어.”

서진은 그 말도 적었다. 해결 비용: 시간 증가, 연기 노출 증가.

원장은 그 사이 비상계단으로 혼자 들어가려 했다. 카드와 원본 봉투를 품에 넣고, 학생들이 두 명씩 확인하는 틈이었다. 계단 문은 그에게 초록불을 켰다. 원장은 한 칸 내려갔다.

다음 문을 열자 자습실 복도였다.

원장은 같은 층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이 그를 봤다. 이번에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자기 명단 밖 사람들을 만든 사람이, 자기 서명 없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서진은 원장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실제 인원 전부 쓰세요.”

원장은 펜을 들었다. 이번에는 이름을 썼다. 등록 23명, 실제 입실 26명. 미등록 3명. 불법 심야 자습 운영. 글씨가 떨렸다.

“공동 책임자 칸도 있습니다.”

원장은 서명했다. 면죄부가 아니었다. 기록이었다.

도경은 원장 서명을 찍었다. 손과 종이만 보이게 했다. 그는 바로 업로드하지 않고 원본 해시값을 만들었다.

“이건 학생들 나간 뒤 공개 요청 받겠습니다.”

“누구한테요.”

“보라, 정민, 이서현. 최소 세 명.”

도경은 그렇게 말하고도 불편한 얼굴이었다. 특종을 세 명의 학생 허락 뒤로 미루는 일은 그의 본능과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대신 절차를 남겼다.

마지막 학생이 1층 도착 신호를 보냈다. 은채가 숫자를 읽었다.

“학생 26명, 현장팀 3명, 원장 1명. 1층 확인.”

교실에는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런데 퇴실 명단은 완료되지 않았다. 맨 아래 자동 생성된 이름이 남았다.

윤하준.

상태는 퇴실 미확인.

서진의 손이 화면으로 갔다. 이름을 누르면 직원실 문이 열릴 것 같았다. 하준이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왔다. 그는 손가락을 멈추지 못했다.

보라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본 사람이 둘 있어야 해요.”

서진은 보라를 봤다. 보라는 방금 자기가 당했던 절차를 서진에게 돌려주고 있었다. 혼자 확인하면 한 사람에게 모든 비용이 몰린다.

도윤이 옆에 섰다.

“나도 봐.”

서진은 그제야 손을 뗐다.

직원실 문 안에서 목소리가 났다. 12화 파일 속 목소리보다 조금 가까웠다. 스피커인지 사람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

“누나.”

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다시 말했다.

“대답하지 마.”

도경의 카메라는 켜져 있었다. 얼굴은 찍지 않았다. 직원실 문 아래와 퇴실 명단, 서진의 멈춘 손만 화면에 있었다.

보라가 시간을 읽었다.

23시 41분.

서진은 그 시간을 적었다. 대답하지 않음. 목격자 김보라, 강도윤.

직원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퇴실 미확인 줄 옆에 오늘 날짜가 생겼다.

자습실 안의 불이 한 번 꺼졌다 켜졌다. 화재 때문인지, 명단이 닫히려는 신호인지 알 수 없었다. 은채가 전기실 상태를 확인했다.

“소방 도착 4분 전. 연기 확산은 계단보다 복도 쪽이 빠릅니다.”

4분. 학생들은 대부분 1층이었지만, 서진과 도윤, 보라, 원장, 도경은 아직 위에 있었다. 직원실 문도 닫혀 있었다. 하준 이름은 화면에 남았다.

원장이 말했다.

“이제 내려가야 합니다.”

그 말은 맞았다. 맞는 말이라서 더 늦게 들렸다. 원장은 방금 전까지 학생들을 명단 밖으로 밀었지만, 지금 내려가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서진은 하준 이름을 보았다. 누르지 않았다.

“봉인하고 내려갑니다.”

도윤이 바로 봉인 스티커를 꺼냈다. 직원실 문, 퇴실 미확인 화면, 오늘 날짜가 생긴 줄. 세 곳에 번호를 붙였다. 보라는 번호를 읽었고, 도경은 번호만 찍었다.

“직원실은 안 열어요?”

보라가 물었다.

서진은 대답이 늦었다.

“지금은 안 엽니다.”

말하고 나서야 숨이 들어왔다. 그는 하준 이름을 두고 내려가는 선택을 했다. 11년 전과 반대인지 같은지 판단할 수 없었다. 지금은 학생 전원 퇴실과 현장 봉인이 먼저였다.

도경은 계단으로 내려가기 전 원장에게 물었다.

“실제 인원표 공개 동의합니까.”

원장은 “변호사와 상의 후”라고 했다.

도경은 그 답도 녹음했다. 학생 이름은 없었다. 숫자와 서명, 원장 답변만 있었다.

도경은 녹음 파일 이름을 바로 바꾸었다. 학생 이름이 들어간 기본 제목을 지우고, 시간과 장소만 남겼다. 2342_백로학원_원장답변. 그는 잠깐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가 손을 뗐다.

“이거 지금 나가면 다른 애들 학교까지 털립니다.”

그 말은 서진에게 한 말이라기보다 자기 손가락을 붙잡는 말이었다. 도경은 공개 예약을 껐다. 대신 외부 보관 요청만 보냈다. 위치는 30분 지연. 얼굴 제외. 원본 검증 전 공유 금지.

서진은 그 세 조건을 적었다. 도경이 순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먼저 잡고 싶어 했다. 다만 이번에는 먼저 잡은 증거를 바로 던지지 않았다.

계단 표시등은 이번에는 네 명을 한꺼번에 읽지 못했다. 두 명씩이었다. 도윤과 원장. 서진과 보라. 도경은 마지막에 혼자 남으려 했다가 보라가 돌아봤다.

“혼자 가면 또 한 명 되잖아요.”

도경은 짧게 욕을 삼키고 원장 뒤가 아니라 서진 뒤에 붙었다. 카메라가 무거워 보였다.

“내 목격자는 누가 합니까.”

보라가 말했다.

“제가요. 기자님 카메라 가방, 검은색. 오른쪽 끈 찢어짐.”

도경은 처음으로 웃을 뻔하다가 말았다.

“맞습니다.”

그 확인까지 붙자 계단 표시등이 초록으로 바뀌었다. 직원실 안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서진의 등 뒤에서 오늘 날짜가 찍히는 소리가 한 번 더 났다.

보라는 서진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지금 누르면 저희 다 다시 위로 가요?”

“모릅니다.”

서진은 모른다고 말했다. 하준 이름 앞에서 모른다는 말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보라는 그 대답을 듣고 자기 파일에 적었다. 윤하준, 퇴실 미확인. 누르지 않음. 모름.

도윤은 직원실 문과 계단을 번갈아 봤다.

“학생 전원 1층 확인 먼저 끝내.”

은채가 숫자를 다시 불렀다. 학생 26명 중 24명. 두 명은 보호자 통화가 끊겨 2층 계단참에 멈춰 있었다. 둘 다 등록 학생이었다. 하준 이름 하나에 서진이 멈춘 사이에도 현재 학생들의 숫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진은 화면에서 손을 완전히 뗐다.

“나머지 두 명 확인합니다.”

보라는 정민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정민은 계단참에 있는 학생 이름을 불렀다. 한 번만. 대답 대신 학생은 자기 물건을 화면에 들었다. 빨간 단어장. 다른 학생은 노란 우산. 학부모 통화는 끊겼지만 짝 목격은 남았다.

노란 우산을 든 학생은 손을 오래 들지 못했다. 연기 때문에 팔이 내려갔다. 그러자 명단의 초록불도 같이 어두워졌다. 보라는 우산 끝에 붙은 학원 스티커를 읽었다. 3관, 2열, 사물함 14번. 학생이 대답하지 않아도 물건의 자리표가 남았다.

서진은 사물함 번호를 확인표에 넣었다. 이름, 물건, 물건의 원래 위치. 한 칸이 더 늘어나자 계단 표시등이 다시 밝아졌다. 느렸지만 사라지는 속도보다 빨랐다.

빨간 단어장을 든 학생은 자기 이름을 말하려다가 기침했다. 정민이 대신 이름을 부르려 하자 서진이 막았다.

“본인이 한 번만.”

학생은 단어장 첫 장을 펼쳤다. 안쪽에 쓴 이름이 보였다. 목소리 대신 글씨였다. 서진은 음성 불가, 자필 확인이라고 적었다. 누구도 대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말하는 순간 또 다른 대리 서명이 될 수 있었다.

보라는 그 줄 옆에 자기 확인 시간을 붙였다.

계단 표시등이 두 번 초록으로 바뀌었다.

은채가 말했다.

“학생 26명 1층.”

그제야 자습실의 책상들이 조금씩 원래 위치로 돌아왔다. 빈자리 책상은 남아 있었지만, 그 위에 있던 박민재 휴대전화 그림자는 사라졌다. 박민재가 1층에서 자기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고 영상으로 확인했다.

은채는 확인 화면을 닫지 않았다. 학생 26명이라는 숫자 아래에 퇴실 확인 방식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보호자 통화 18명. 짝 목격 26명. 물건 확인 21명. 부분 확인 1명. 도윤의 이름 옆에만 부분 확인 표시가 남았다.

도윤은 그 표시를 보고 말했다.

“나 하나 덜 된 걸로 남겨.”

“왜요.”

“나중에 누가 완전 해결이라고 말할까 봐.”

서진은 부분 확인 유지라고 적었다. 그 말은 도윤이 자기 위험을 숨기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책임자가 모든 것을 정리했다는 거짓말을 막는 표식이었다.

원장은 아직 자습실 안에 있었다. 그는 자기 서명이 들어간 종이를 보고 있었다. 도망치지 못한 사람의 얼굴이었지만, 벌을 받은 얼굴은 아니었다. 책임이 시작된 얼굴이었다.

도경은 원장을 찍지 않았다. 대신 서명된 실제 인원표와 학생 26명 1층 확인 화면을 찍었다.

“사건 끝나면 이건 나갑니다.”

“동의 절차 후.”

“알아요. 학생 얼굴 제외.”

도경은 이번엔 먼저 조건을 붙였다. 그래도 눈은 직원실 문으로 갔다. 하준 목소리는 누구에게나 특종이었다.

직원실 안에서 다시 짧은 잡음이 났다.

“누나.”

이번에도 서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보라의 손이 아직 그의 손목에 있었다. 도윤도 옆에 있었다. 두 명의 목격자가 있다는 사실이, 대답하지 않는 힘이 됐다.

목소리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대답하지 마.”

그 뒤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퇴실 미확인 줄 옆 오늘 날짜만 남았다. 서진은 직원실 문손잡이에 봉인 스티커를 붙였다. 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열 때 누가 열었는지 남기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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