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퇴실 확인

안전수칙을 지키면 죽는다 · 2026.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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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실 확인

오늘 날짜 확인지의 잉크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서진은 그것을 봉투에 넣지 못했다. 서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종이를 보는 순간마다 직원실 문을 열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봉투 대신 투명 파일 아래에 종이를 고정하고, 그 위에 다른 종이를 올렸다.

실제 인원 명단.

보라는 그 제목을 보고 자기 파일을 꺼냈다.

“이름만 쓰면 또 지워져요.”

“그래서 세 칸입니다.”

서진은 칸을 그었다. 현재 위치, 짝 목격자, 퇴실 확인자. 학생 이름 옆에 최소 두 명의 다른 이름이 붙어야 했다. 보라는 정민과 이서현을 짝으로 묶었고, 박민재는 이서현 뒤 학생과 묶었다.

은채는 임시 재난 대피 명단을 시청 서버에 열 수 있다고 했다.

“현장 책임자 확인이 필요합니다. 학원 관리자나 공적 현장 책임자.”

원장은 바로 뒤로 물러났다.

“저는 불법 운영을 인정하는 서류에 서명할 수 없습니다.”

“실제 인원이 있습니다.”

“보험 명단 기준으로는 없습니다.”

연기 경고등이 한 칸 더 올라갔다. 학부모 전화는 동시에 울렸다. 어떤 학부모는 자기 아이 이름이 괴담 기록에 남는 것을 거부했고, 어떤 학부모는 다른 학생 이름을 같이 확인하는 것까지는 못 하겠다고 했다.

서진은 그 반대를 악의로 적지 않았다. 보호자 동의 지연. 자기 자녀 외 확인 거부. 그렇게 썼다.

도경은 학부모 통화 화면을 찍지 않았다. 전화번호가 보였다. 대신 통화 수와 대기 시간을 은채에게 받아 적었다.

“이름 없이 수치만 나갑니다.”

그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절차를 삼키는 사람의 것이었다.

보라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고마워하지 않았다.

“우리 반 이름 나가면 학교에서 먼저 알아요.”

“알아.”

도경은 짧게 답했다. 그는 여전히 기사 제목을 머릿속으로 만들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화면에는 제목이 없었다.

원장은 통화 지연을 보며 말했다.

“보호자 동의 없이 진행하면 나중에 문제 됩니다.”

보라가 바로 물었다.

“나중에 문제 되는 거랑 지금 연기 마시는 거 중에 뭐가 먼저예요?”

원장은 다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대답하지 않는 사이, 한 학생이 기침을 두 번 했다. 서진은 기침 횟수도 적었다. 대화가 아니라 시간이 줄어드는 증거였다.

보라가 말했다.

“그럼 학생끼리 먼저 해요. 부모님은 나중에 확인하고요.”

“나중에 틀렸다고 하면?”

“둘이 같이 틀리면 셋째가 고쳐요.”

보라의 말은 완성된 해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명에게 몰아주는 방식보다 나았다.

도윤은 책임자 칸을 보고 있었다.

“내 이름 넣어.”

서진은 펜을 막았다.

“혼자 서명하면 또 한 명 책임자가 됩니다.”

“그 한 명이 필요하다며.”

“필요한 건 책임자 한 명이 아니라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도윤은 대답하지 않고 자기 이름을 썼다. 강도윤. 현장 책임자. 글씨는 짧고 눌려 있었다.

서진은 그 위에 사선을 그으려다 멈췄다. 이미 쓴 이름을 지우면 또 다른 빈칸이 생긴다. 그는 옆에 보조 책임자 칸을 그었다.

윤서진.

그리고 세 번째 칸을 더 그었다.

김보라, 학생 확인.

보라는 놀라서 서진을 봤다.

“제가 책임자예요?”

“결정 책임자가 아닙니다. 학생 확인자입니다.”

보라는 잠깐 망설이다가 자기 이름 대신 파일 번호를 썼다. 3관 제보 파일 01. 이름이 흔들릴 때를 대비한 방식이었다. 서진은 그 선택을 그대로 두었다.

계단 표시등이 초록으로 바뀌었다. 등록 학생 두 명이 한 층 더 내려갔다. 정상적으로 2층 표시가 떴다. 도윤의 서명은 효과가 있었다.

그 효과가 다시 문제였다.

출석부가 움직였다. 성인 책임자 칸에 있던 강도윤 이름이 아래로 밀려났다. 새 분류가 생겼다.

결석 1.

도윤은 복도에 서 있었다. 그런데 맨 뒤 빈자리 쪽에서 그의 목소리가 났다.

“퇴실 확인했습니다.”

학생 몇 명이 도윤을 보지 못했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눈이 그를 지나쳤다. 서진은 도윤의 팔을 잡았다. 손에 잡혔다. 그는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보입니까.”

정민은 고개를 저었다.

이서현은 말했다.

“목소리는 저쪽에서 들려요.”

빈자리 쪽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퇴실 확인했습니다.”

거짓 완료였다. 실제 도윤은 복도에 있고, 학생 둘은 그를 보지 못했다. 책임자 한 명에게 몰아준 서명이 도윤을 결석 처리자로 바꾸고 있었다.

서진은 보조 책임자 칸을 봤다. 자기 이름은 아직 남아 있었다. 보라의 파일 번호도 남아 있었다. 강도윤 이름만 아래로 밀렸다. 첫 번째로 쓴 이름, 가장 선명한 책임자가 먼저 끌려간 것이다.

은채가 말했다.

“단독 대표값을 가져간 것 같아요. 복수 칸을 뒤늦게 붙였지만 첫 입력값이 기준입니다.”

“되돌릴 수 있습니까.”

“새 명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 명단에 덧붙이면 또 첫 칸을 읽어요.”

새 명단. 시간이 더 걸리는 말이었다.

도윤은 빈자리 쪽 목소리를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학생들이 더 못 볼 수 있었다. 그는 복도 벽에 등을 붙이고 말했다.

“내 이름 버리고 새로 가.”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버리는 방식은 쓰지 않습니다.”

서진은 도윤 이름 옆에 단독 책임자 모델 실패라고 적었다. 평가가 아니라 상태였다.

도윤은 자기 이름이 밀린 줄을 보고 말했다.

“지워. 내 이름 빼.”

“빼면 책임자 칸이 비어집니다.”

“그럼 나 말고 원장.”

원장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학생들이 원장을 보았다. 누군가는 바로 말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같았다. 저 사람을 쓰면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출석부 맨 아래에 새 칸이 생겼다.

남겨 둘 사람 1명.

빈칸은 너무 넓었다. 이름 하나 쓰기 좋게 만들어져 있었다.

보라가 그 칸을 보자마자 펜을 빼앗아 들었다. 찢지 않았다. 찢으면 또 다른 칸이 생길 수 있었다. 그는 빈칸 옆에 작은 칸 두 개를 그렸다.

목격자 A.

목격자 B.

“혼자 못 쓰게 해요.”

서진은 보라를 봤다. 보라는 떨고 있었지만 펜을 놓지 않았다. 자기 이름이 지워지던 학생이 이제 남겨 둘 사람 칸 옆에 조건을 붙이고 있었다.

은채가 말했다.

“시스템에 쌍방 확인 필드 만들 수 있어요. 임시 항목이면.”

“만드세요.”

“책임자 승인 필요.”

서진은 원장을 보았다.

원장은 “저는”이라고 시작했다.

도윤이 그 말을 끊었다.

“서명 안 하면 네 이름 쓰자는 애들 못 막아.”

협박처럼 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눈이 이미 원장에게 가 있었다. 원장은 그걸 봤다.

서진은 말했다.

“서명은 처벌 면제가 아닙니다. 실제 인원 인정입니다.”

원장은 펜을 들었다. 이름을 쓰지는 않았다. 손이 멈춘 사이 연기 경고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빈자리의 도윤 목소리가 세 번째로 말했다.

“퇴실 확인했습니다.”

서진은 실제 도윤의 손목에 펜으로 시간을 썼다. 23시 29분, 복도. 정민에게 보이는지 물었다. 정민은 고개를 저었다. 이서현은 도윤의 신발만 보인다고 했다.

상호 목격이 필요했다. 한 명이 보지 못하면 다른 한 명이 보이는 부분을 붙여야 했다.

보라는 자기 칸 두 개를 더 크게 그었다.

“둘씩. 다 둘씩.”

남겨 둘 사람 1명 칸은 아직 비어 있었다. 비어 있어서 더 위험했다.

서진은 새 명단을 꺼냈다. 기존 명단 위에 덧붙이지 않았다. 은채가 말한 대로 첫 입력값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였다. 새 종이 맨 위에는 책임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상호 퇴실 확인표.

첫 줄에는 학생 둘이 서로를 적었다. 이름, 현재 위치, 확인 물건, 퇴실 시각. 박민재는 자기 휴대전화 케이스를 확인 물건으로 썼다. 이서현은 파란 필통, 정민은 체육복 사진. 사소한 물건들이 공식 명단보다 늦게 지워졌다.

원장은 그 표를 보고 말했다.

“그런 임의 서류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계단이 읽으면 지금 효력이 있습니다.”

보라가 답했다. 서진은 보라의 말을 주제문으로 두지 않았다. 대신 첫 줄 학생 둘이 계단에 들어서는 장면을 보았다. 초록불은 한 명씩이 아니라 두 명 이름 옆에 동시에 켜졌다.

효력이 있었다.

도윤 이름은 아직 흔들렸다. 결석 1과 현장 확인자 사이에서 글자가 얇아졌다 두꺼워졌다 했다. 도윤은 자기 손목 시간을 보며 말했다.

“나 보이는 사람?”

보라는 손을 들었다. 서진도 들었다. 정민은 고개를 저었다. 이서현은 “신발만”이라고 했다.

서진은 보이는 부분도 기록했다. 전신 확인, 손목 확인, 신발 확인, 음성 위치 불일치. 사람 하나를 한 번에 확인하지 못하면 확인 가능한 부분을 붙였다.

은채가 말했다.

“부분 확인 필드 추가할게요.”

“추가하세요.”

원장은 “필드가 너무 많으면 현장 혼란이”라고 했다.

도윤이 그를 봤다.

“혼란보다 결석이 빠릅니다.”

그 말에 원장은 입을 닫았다.

학부모 전화는 계속 늦었다. 한 어머니는 다른 학생 이름을 확인하다가 “제가 왜 남의 애를 책임져요”라고 했다. 그 말은 못된 말이 아니었다. 책임지는 일은 실제로 무거웠다. 서진은 그 통화도 끊지 않았다.

“책임이 아니라 현재 같이 내려가는지 확인입니다. 이름과 목소리만 확인해 주세요.”

상대는 오래 침묵하다가 다른 학생 이름을 불렀다. 아이가 대답했다. 한 번만. 두 번째 확인은 손을 들어 화면에 보여 줬다. 통화는 52초 걸렸다.

서진은 비용을 적었다. 통화 시간 증가. 연기 노출 증가. 그러나 결석 처리 없음.

빈자리의 도윤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실제 도윤을 보는 사람이 늘수록 그쪽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괴이를 이긴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다만 음량 감소라고 적었다.

도윤은 벽에서 등을 뗐다.

“이제 보이냐.”

정민이 눈을 찡그렸다.

“얼굴은 아직 잘 안 보이는데요. 손목 글씨는 보여요.”

“그럼 그거면 됐어.”

도윤은 더 요구하지 않았다. 완전한 확인보다 지금 가능한 확인을 받아들였다. 그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남겨 둘 사람 1명 칸은 새 확인표 위로 따라오지 못했다. 기존 출석부 아래에는 남아 있었지만, 새 표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보라는 일부러 그 칸을 만들지 않았다. 빈칸을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빈칸이 들어올 구조를 만들지 않는 방식이었다.

원장은 새 표를 보고도 끝까지 서명을 미뤘다. 그의 계산은 이제 학생들도 읽을 수 있었다. 서명하면 불법 야간 운영이 남고, 서명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남았다. 그는 둘 중 어느 쪽도 고르지 않으려 했다.

보라가 원장 앞에 자기 파일을 놓았다.

“여기 제보 시간 있어요. 저 여기 있었어요. 원장님도 봤어요.”

원장은 파일을 보지 않았다.

서진은 원장 시선 회피라고 적으려다 멈췄다. 시선은 증거가 약했다. 대신 원장 앞에 놓인 파일, 원장 서명 거부라고 썼다.

원장의 펜은 책상 위에 있었다. 뚜껑은 열려 있고, 펜 끝에는 잉크가 말라 붙지 않았다. 서명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서진은 펜 위치를 적었다. 열린 펜, 빈 서명란, 실제 입실 26명. 설명보다 세 줄이 더 정확했다.

보라는 자기 파일에서 편의점 영수증을 꺼냈다. 학원 맞은편 편의점에서 산 삼각김밥 시간이었다. 22시 17분. 그는 그 영수증을 미등록 학생 셋의 입실 시간 옆에 붙였다.

“저희 여기 있었어요.”

원장은 이번에도 영수증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정민 어머니가 영상통화 너머에서 그 시간을 읽었다. 남의 아이 이름은 책임지기 어렵다고 했던 사람이, 시간은 읽어 주었다.

서진은 보호자 직접 목격 아님, 영수증 시간 확인이라고 썼다. 작은 확인 하나가 책임 전체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대신 빈칸 하나를 줄였다.

도경은 그 장면을 찍었다. 보라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파일 모서리, 원장 손, 빈 서명란만 있었다.

“이 장면은 나중에 필요합니다.”

“나중에요.”

보라가 확인했다.

“나중에.”

도경은 짧게 답했다.

계단에서 올라오던 연기가 복도 바닥에 낮게 깔렸다. 학생들은 책상 위에 있던 물병을 적신 손수건처럼 쓰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었다. 성안선 고정애가 손수건을 들고 있던 장면을 서진은 떠올렸지만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는 학생들의 물건이었다.

정민은 이서현에게 물병을 건넸고, 이서현은 자기 필통을 정민에게 맡겼다. 서로의 물건이 서로의 위치 확인이 됐다. 은채는 화면에 새 칸을 추가했다.

확인 물건.

서진은 그 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이름 하나로만 붙잡으려 하면 시스템이 먼저 이름을 가져갔다. 물건과 위치와 목격자가 붙으면 가져가는 속도가 느려졌다.

도윤의 이름은 새 확인표에서는 다시 보였다. 그러나 기존 출석부에서는 여전히 결석 1로 깜빡였다. 두 문서가 서로 다른 현실을 만들고 있었다. 서진은 둘 중 하나를 진짜로 고르지 않았다. 새 확인표를 계단 표시등 앞에 붙였다.

표시등은 바로 읽지 않았다. 2초, 3초, 4초. 그 사이 빈자리 목소리가 작게 웃는 것처럼 끊겼다. 웃음이 아니라 스피커 잡음일 수 있었다. 서진은 웃음이라고 쓰지 않았다. 스피커 잡음 4초.

5초째, 도윤 이름 옆에 노란불이 켜졌다.

완전한 초록은 아니었지만, 결석 1 문구가 한 번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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