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한 명 적게

안전수칙을 지키면 죽는다 · 2026.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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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 적게

수아의 배달 앱은 먼저 현재 주문을 지웠다.

1102호 치킨 세트, 결제 완료, 배달 중이라는 줄이 화면에서 빠지고 빈 주문함만 남았다.

수아는 앱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계정명도 사라졌다.

프로필 자리에는 기사님이라고만 떴다.

“기사님이면 누구든 되는 거잖아요.” 그는 웃으려다 휴대전화를 벽에 대고 멈췄다.

서진은 수첩의 한수아 옆에 앱 계정 삭제라고 적었다.

도윤이 조작반 아래를 열어 수동 점검 모드를 확인하는 동안, 장명수는 수아를 다시 낯선 눈으로 보고 있었다.

“반장님.” 서진이 수첩을 내밀었다. “세 번째 줄.” 장명수는 눈을 찡그리고 읽었다. “한수아. 1102호 완료 사진. 휴대전화 끝자리 3179.” 읽는 동안 그의 얼굴에 알아보는 표정이 돌아왔다.

“아, 맞다. 이 아가씨가 매주 화요일 야식 오는.” 수아가 바로 말했다. “오늘 화요일 아니에요.” “아이고, 그게 말이지.” 장명수는 모자를 만졌다. 날짜가 틀린 것보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이 더 늦게 온 사람 같았다.

민규는 손에 든 캔커피를 내려다봤다.

“이거 누가 줬죠.” 캔에는 편의점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수아가 말했다.

“내가. 너 떨길래.” 민규는 캔을 더 세게 쥐었다.

“기억이 안 나요.”

수아가 자기 이름을 직접 반복하려고 입을 열었다.

비상전화가 동시에 울렸다.

이번에는 벨이 한 번만 울리고 끊겼다.

전화기 아래 작은 화면에 통화 기록이 남았다.

발신자: 1호기.

수신자: 1호기.

도윤은 화면을 보고도 받지 않았다.

“이름 말하지 마.” 수아는 도윤을 노려봤다. “내 이름은 내가 말할게요.” “말하는 쪽을 저게 잡아.” “안 말하는 쪽은 사람이 잡히고요.” 서진은 두 사람 사이에 손을 넣지 않았다.

대신 수아의 이름을 한 번 더 썼다.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말할 권리와, 그 말이 위험해지는 조건이 같은 칸에 놓였다.

도윤은 과거 사례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한 명 적게 답한 엘리베이터는 돌아왔어.” 서진이 물었다. “남은 한 명은요.” “실종 처리.” “사고 기록은요.” “없어.” “시신은요.” 도윤은 조작반 나사를 손끝으로 돌리다가 멈췄다. “없어.” 서진은 카드를 봤다.

질문을 받으면 한 명 적게 답할 것.

문장은 짧고 효율적이었다.

“그걸 알고도 저한테 카드를 주셨습니까.” “다섯 명 전부 잃는 것보다 낫다고 배웠다.” 도윤은 변명처럼 말하지 않았다.

배운 문장을 다시 읽는 사람처럼 말했다.

수아가 끼어들었다.

“그럼 오늘은 제가 교재예요?”

무전기에서 관리소장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최씨라고만 소개했던 남자였다.

“현장팀, 주민 불안 커집니다. 공식 탑승자는 네 명입니다. 배달기사는 입주민이 아니고 출입 기록도 없습니다. 사고 종결 방향으로 갑시다.” 장명수가 무전기를 잡았다. “소장님, 실제로는 여기 있습니다.” “장 반장, 보고서에 없는 사람을 넣으면 보험 처리가 복잡해져요. 새벽 대피 걸면 세대 민원은 누가 받습니까.” 소장의 말은 빠르지 않았다.

서류가 이미 준비된 사람의 속도였다.

“네 명 확인 서명 받으세요. 엘리베이터 정상 복귀 후 추가 확인.”

수아는 무전기를 빼앗지 않았다.

대신 자기 배달 가방 지퍼를 열어 영수증 뭉치를 꺼냈다. “제가 입주민은 아닌데, 여기 열두 번 왔어요. 804호 떡볶이, 1102호 치킨, 706호 마라탕. 이 건물 밥은 제가 들고 올라왔는데 명단에는 못 올라가요?” 장명수가 영수증을 받아 날짜를 읽으려 했지만 두 장은 글자가 흐려져 있었다.

민규가 캔커피를 들어 보였다.

“저 이거 받았어요.” 소장이 무전으로 말했다. “학생 증언은 나중에 받습니다. 지금은 안전 복귀가 우선입니다.” 안전이라는 단어가 엘리베이터 안을 한 번 돌아 벽에 붙었다.

서진은 전자 작업일지를 열었다.

탑승 인원 칸은 4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숫자를 5로 바꿨다.

저장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깜박이고 다시 4가 됐다.

메모 칸에 한수아를 입력하자 자동 교정처럼 삭제됐다.

은채가 원격으로 말했다.

“서버가 네 명 상태를 기준값으로 덮습니다. 로컬 임시 저장도 2초 뒤 롤백.” “종이는요.” “종이는 서버가 못 지웁니다. 대신 사람이 잊습니다.” 은채의 말은 건조했지만 마지막 문장은 숫자가 없었다.

서진은 볼펜 뚜껑을 이로 빼고 자기 왼팔 안쪽에 썼다.

한수아 3179.

잉크가 피부 결을 따라 번졌다.

“뭐 하시는 거예요.” 수아가 물었다. “제가 잊으면 제 팔을 보겠습니다.” “그걸 왜 본인이 해요.” “제가 처음 다섯 명이라고 답했습니다.” 수아가 한숨을 짧게 뱉었다. “책임지는 척하면서 제 몸값 올리지 마세요. 같이 하든가.” 그는 민규에게 펜을 내밀었다.

민규는 손등에 한 글자만 적었다.

한.

장명수는 수첩 뒤에 수를 적었다.

도윤은 잠깐 버텼다가 장갑을 벗고 손목 안쪽에 아를 적었다.

네 글자가 네 사람에게 흩어졌다.

수아는 자기 손바닥에 이름 전체를 적었다.

“나도 내 편 해야죠.”

관리소장은 네 명 확인 서명 양식을 보내왔다.

파일명은 사고종결_간편이었다.

서진의 휴대전화에 첨부파일이 열렸고, 탑승 인원 칸에는 이미 4가 들어가 있었다.

서명란은 네 줄이었다.

윤서진, 강도윤, 장명수, 최민규.

줄 간격은 반듯했다.

수아가 그 화면을 보고 말했다.

“내가 빠지니까 양식이 예쁘네요.” 서진은 파일을 닫지 않고 빈 여백에 펜으로 한 줄을 그었다.

화면 위에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첩에 같은 양식을 손으로 다시 만들었다.

다섯 번째 줄을 넣자 종이 한 장이 부족했다.

그는 다음 장을 붙였다.

보기 싫은 양식이 되었다.

장명수는 보험 이야기에 약했다.

“소장이 말한 게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무등록 세대 인정하면 관리회사도, 입주자대표도 뒤집힙니다. 대피 방송 한 번 잘못하면 어르신들 넘어지고요.” 수아가 바로 쏘아붙이려다 멈췄다.

민규가 듣고 있었다.

“그러면 저는요.” 수아가 낮게 물었다. 장명수는 “그게 말이지”라고 했다. 이번에는 그 말이 자기 시간을 벌기 위한 말이라는 걸 모두 알았다.

서진은 장명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반장님이 기억하는 수아 씨의 구체 행동 하나만 말해 주세요.” 장명수는 한참 뒤에 답했다. “방금 학생한테 캔커피 줬습니다.” 민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은 한 문장씩 되돌아왔다.

도윤은 과거 사례를 더 말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서진이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한 명 적게 답한 사람들은 누가 뺐습니까.” “현장 책임자.” “당사자는 동의했습니까.” 도윤의 손이 멈췄다. “그때는 물을 시간이 없었다.” “그 판단이 지금 카드가 됐습니까.” “몰라.” 이번에도 모른다는 말은 빠르게 나왔다.

수아가 둘 사이를 봤다.

“모르면 이번엔 물어야죠.” 도윤은 수아를 보았다.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조작반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작은 이동으로 수아 앞 공간이 조금 열렸다.

은채는 서버 로그를 역순으로 확인했다.

“탑승자 수가 5에서 4로 바뀐 시점은 서진 씨가 다섯 명이라고 말한 뒤가 아닙니다. 투표창이 열리기 전부터 4였습니다.” 서진은 고개를 들었다. “수칙 위반 때문에 빠진 게 아니라, 수칙이 이미 빠진 사람을 따라간 겁니까.” “가능성. 아직 결론 아님.” 은채는 결론이라는 말을 피했다.

도윤이 낮게 말했다.

“그럼 네 명이라고 답했으면 바로 내려갔겠네.” 수아가 받았다. “저 빼고요.” 도윤은 입을 닫았다. 엘리베이터는 그 침묵을 기다렸다는 듯 1층 버튼을 한 번 깜박였다.

누르면 돌아갈 수 있을 것처럼.

아무도 누르지 않았다.

전자 일지는 계속 4로 돌아갔지만, 종이 작업일지는 되돌아가지 않았다.

서진은 수아의 이름 옆에 확인자 칸을 만들었다.

장명수, 최민규, 강도윤, 윤서진.

각자 한 글자를 몸에 쓰는 것과 별도로 종이에 서명했다.

민규의 서명은 작고 삐뚤었다.

장명수는 날짜를 쓰다가 손을 멈췄다.

“오늘 날짜가 맞나.” 은채가 즉시 말했다. “현재 단말 기준 7월 7일 00:58. CCTV 복도 기준 2018년 4월 18일.” 장명수는 두 날짜를 모두 적었다. 두 날짜가 같은 줄에 들어가자, 사건이 장난처럼 보이지 않았다.

수아는 자기 손바닥의 이름을 보고 말했다.

“제가 없어지면 이거 남아요?” 서진은 “모릅니다”라고 했다.

수아는 그 답을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

“좋네요. 아는 척 안 해서.” 그는 손바닥을 민규에게 보여 줬다. “너 나중에 이 글자 보면 나한테 캔커피 빚졌다고 말해.” 민규는 울 듯하다가 웃지 못했다. “누나가 저한테 줬잖아요.” “그러니까 빚은 내가 졌네. 나가면 하나 사 줄게.” 이 약속은 큰 구조가 아니었다.

하지만 민규가 수아를 다시 기억하는 데 필요한 모양을 가졌다.

서진은 그 약속도 적었다.

캔커피 상호 기억.

관리소장은 네 명 확인 서명을 재촉하며 민규 보호자에게 연락하겠다고 했다.

민규는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들었다.

“엄마한테 제가 네 명 중 하나라고 말해요?” 그 질문은 어른들의 계산을 멈추게 했다.

장명수는 무전기를 쥔 손을 내렸다.

수아가 민규에게 말했다.

“너는 네 명 중 하나 아니고, 여기 있는 다섯 명 중 한 명이야.” 민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은 계속 화면을 향했다.

아이도 기록을 믿고 싶어 했다.

그래서 기록이 틀리면 어른보다 더 빨리 흔들렸다.

서진은 공동 기억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각자 수아와 직접 주고받은 사실 하나씩을 말하게 했다. 장명수는 캔커피, 민규는 배달 완료 사진을 찍으려던 발, 도윤은 문 앞에서 네 명이라는 답을 막은 손, 서진은 첫 탑승 때 들은 이름과 목적 층.

수아는 마지막에 말했다.

“저는 여기서 나가면 1102호 음식값 환불부터 할 거예요. 손님이 먹지도 못한 음식이니까.” 그 말에 민규가 고개를 들었다. 거창한 생존 다짐보다 환불 이야기가 더 실제 사람 같았다.

서진은 수첩에 환불 예정이라고 적었다.

사람은 미래에 할 사소한 일로도 현재에 붙잡혔다.

엘리베이터는 한 번 1층 버튼을 더 깜박였다.

이번에는 버튼 주변 조명이 네 번만 돌았다.

다섯 번째 자리처럼 보여야 할 틈은 없었다.

도윤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누르면 내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몸에 먼저 들어온 것이다.

수아는 그 손을 봤다.

“누르려면 제 앞에서 누르세요.” 도윤은 손을 내렸다. “안 눌러.” “방금은 눌렀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 짧은 인정이었다.

서진은 그 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기록하면 도윤의 약점이 아니라 수아의 위험이 다시 증거가 될 것 같았다.

은채가 작업일지 롤백 시간을 재었다.

2초, 2초, 1.8초.

짧아지고 있었다.

“삭제 속도 빨라집니다.” 서진은 종이 쪽으로 더 기울었다. 전자 기록이 빨리 지워질수록 사람 손이 느리게 움직여야 했다.

그는 글자를 크게 썼다.

한수아.

획 사이에 여백을 남겼다.

누군가 나중에 흐린 글자를 보고도 다시 따라 쓸 수 있게.

수아의 배달 가방 안 음식은 식고 있었다.

포장 비닐 안쪽에 김이 물방울로 맺혔다가 흘렀다.

그는 그걸 보며 “이거 환불하면 매장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 하겠죠”라고 말했다.

아무도 그 말을 하찮게 듣지 않았다.

사람이 지워지는 와중에도 손해는 특정한 가게와 특정한 기사에게 갔다. 서진은 수아가 사라지면 환불 책임도 공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고 쓰지는 않았다.

대신 음식 상태: 배달 완료 전, 손실 발생이라고 적었다.

서진은 민규가 들고 있는 캔커피 바닥의 영수증 번호도 적었다.

편의점 이름, 결제 시간, 00:14.

수아가 엘리베이터에 타기 직전 산 물건이었다.

작은 번호 하나가 사람을 붙잡을 수 있다면 붙잡아야 했다.

그 번호는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서진은 그 사실에 밑줄을 그었다.

은채가 새 프레임을 보냈다.

엘리베이터 내부 CCTV에는 여전히 네 명만 있었다.

그런데 문 밖, 13층 복도 쪽 카메라가 켜져 있었다.

시간표시는 현재가 아니었다.

화면 구석에는 8년 전 점검 날짜가 찍혀 있었다.

복도 바깥에 배달복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헬멧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가방 반사띠는 수아의 것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수아가 화면을 오래 봤다.

“저라고 하지 마세요.” 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옷차림의 사람입니다.” 화면 속 배달복은 엘리베이터 안을 보고 있었다. 안쪽 화면에는 수아가 없고, 바깥 화면에는 수아와 같은 사람이 있었다.

두 기록 사이에서 한 사람이 갈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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