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하지 않은 말
혼인계약 심판관은 왕관을 거부한다 · 2026.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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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로는 유출하지 않았다고 부정하지 않았다.
공개 예비심문실의 검사관이 사본 수를 묻자 그는 장소 대신 사람 수를 답했다.
“최초 보관자는 다섯 명입니다. 각자 한 부씩 받았습니다.”
방청석이 술렁였다. 조약 원본 위치를 안 사람이 닐로뿐이라는 황실 보고는 절반만 맞았다. 원본 이송 경로는 그가 설계했지만, 사본은 이미 그의 손 밖에 있었다.
“이름과 장소를 말하라.” 검사관이 요구했다.
“보호 명령의 범위가 정해지기 전에는 거부합니다.”
“그러면 유출을 인정하는 건가?”
닐로는 질문을 그대로 되읽었다. “질문은 ‘규정된 보관소 밖으로 사본을 옮겼는가’입니까, ‘황실 밖 사람에게 내용을 팔았는가’입니까?”
“둘 다.”
“첫째는 예. 둘째는 아니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해질수록 보고서처럼 번호가 붙었다. “첫째, 봉인실 화재나 압수 때 한 권이 사라져도 증거가 남도록 복사했습니다. 둘째, 보관자는 서로의 위치를 모릅니다. 셋째, 대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넷째, 허가 없는 복사 규정을 어긴 책임은 별도로 받겠습니다.”
에이라는 방청석 첫 줄에 앉아 있었다. 쉽게 일어나 닐로의 의도를 변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말하면 심리 공정성도 사본의 신뢰도도 함께 무너진다.
검사관이 조약 사본 하나를 높이 들었다. 검은 여백의 번짐이 원본과 같았다. “이 사본은 시민 조합 창고에서 발견됐다. 당신이 줬나?”
“제가 다섯 명 중 한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다시 옮겼는지는 모릅니다.”
“통제하지 못했다는 뜻이군.”
“맞습니다.”
검사관은 다섯 보관자의 공격 위험을 책임 요청서에 추가했다. 닐로는 그 항목 옆에도 자기 이름을 썼다.
“왜 에이라 벨렌에게 알리지 않았지?”
닐로의 시선이 잠깐 방청석으로 갔다. “심판관님이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상관의 판단을 피한 독단 아닌가?”
“예.”
에이라가 손가락으로 문서 여백을 짚었다가 놓았다. 그 한 번의 움직임 외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검사관은 다섯 이름을 다시 요구했다. “보관자가 위험하다면 지금 공개해 보호하면 된다.”
“보호 장소와 접촉 권한을 누가 정합니까?”
“황실.”
“그 답이면 공개하지 않습니다.”
검사관의 얼굴이 굳었다. “피고가 보호 조건까지 고르겠다고?”
“증인의 위치를 한 기관에 모으면 분산 보존의 목적이 사라집니다. 저는 이름을 숨긴 책임도 받겠습니다. 다만 이름 공개는 시민 보관관과 당사자 대리인, 독립 심사관이 함께 승인해야 합니다.”
닐로는 준비한 책임 요청서를 내놓았다. 무단 복사는 직무 정지, 경로 미보고는 별도 심사, 다섯 보관자의 위험은 독립 평가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검사관은 사본 둘을 빛에 비췄다. 종이 섬유는 달랐지만 검은 여백의 덧칠 방향과 봉인 뒤 압흔 표시는 같았다. 덧칠 아래 문구와 명령자 이름은 어느 부에도 보태지지 않았다. 시민 심사관은 그 관찰만 기록하고 보관자의 도시·이름 칸은 삼중 봉인했다.
검사관은 에이라를 불렀다. “당신은 이 사실을 알았나?”
“다섯 부라는 수와 보관자 명단은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그를 믿습니까?”
에이라는 동기를 판정하지 않았다. “그의 진술 원문과 복사 시각, 종이 조달 영수증을 대조하겠습니다. 믿는 것과 위반을 심리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친분 때문에 감쌀 가능성은?”
“그래서 제가 단독 심사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기 심판 인장을 판정서에서 떼고 시민 심사관 둘과 황실 심사관 한 명의 공동 판정 칸을 만들었다.
“제 심사관은 제가 한 명 거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피 사유는 공개하겠습니다.”
검사관이 비웃었다. “요구가 많군.”
“위반 책임과 감금 동의는 같은 문서가 아닙니다.”
심문 결과, 사본 유출 사실은 인정됐다. 그러나 황실은 다섯 위치를 즉시 압수하지 못했다. 보호 조건을 정하는 동안 보관자 명단은 삼중 봉인됐고, 닐로의 직무는 잠정 정지됐다. 그는 에이라의 속기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빈 의자가 생긴 것은 에이라에게도 실제 손실이었다. 다음 심리부터 그녀는 닐로의 정확한 기록 없이 말해야 했다.
심문 직후 보호 협의실에는 벨렌 지하 서고, 북부 경비 구역, 시민 기록소 동관의 열쇠가 나란히 놓였다. 닐로는 앞의 두 열쇠를 제안서와 함께 돌려주고 동관 열쇠만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는 동관 도면부터 펼쳤다. 출구 둘은 서로 다른 골목으로 이어졌지만 숙직실 창문 하나가 황실 담장과 마주 보고 있었다. 닐로는 그 창가 침상을 치우고 공동 기록함을 출구 사이 중앙에 놓으라고 표시했다.
테오른의 보좌관이 동관 열쇠를 치우고 북부 경비 구역 열쇠를 도면 위에 놓았다. 출입 책임자 칸에는 대공가 당직관을 적었다.
닐로는 열쇠를 뒤집어 뒷면의 통제 조항을 읽었다. “퇴실 승인도 당직관. 이 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는 북부 열쇠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벨렌 서고는 마레아의 인장 없이는 문이 열리지 않았고, 동관은 시민 관리관과 숙직자가 각각 바깥문과 안쪽 걸쇠를 맡았다.
“여기로 가겠습니다.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가는 사람이 안쪽 걸쇠를 잡는 곳으로.”
닐로는 동관 출구 둘을 개방하고 후배 서기 세 명이 여덟 시간씩 교대한다고 적었다. 선발은 시민 기록소 공개 명단에서 직접 하기로 했다. 방문자는 전날 서면 신청, 무응답은 거절. 화재와 신체 위험만 종을 세 번 울리고 그 외 연락은 기록함에 넣는다. 심문 중 사본 위치 질문 금지는 에이라에게도 적용됐다.
에이라는 자기 이름 옆에 동의 표시를 남겼다.
닐로는 한 조건을 더 썼다. 보호 명령을 끝낼 권한은 시민 심사관 둘과 자신이 함께 가진다. 황실이나 에이라, 테오른이 일방 연장할 수 없다.
테오른의 보좌관이 ‘본인 공동 승인’ 문구에 붉은 취소선을 그었다. 닐로는 그 펜을 받아 취소선 아래에 같은 문구를 다시 쓰고 자기 이름을 붙였다.
“위험 설명을 듣고 제가 선택합니다. 틀리면 그 비용도 제가 냅니다.”
닐로의 손목에는 체포끈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문장을 쓴 뒤 손을 잠깐 주무르고 해지 공동 승인 칸에 다시 서명했다.
마레아는 벨렌 은신처 제안서를 회수했다. “우리 지붕을 거절한 사람에게 우리 돈을 받으라는 건 모순인가요?”
“방문 우선권이 붙으면 그렇습니다.”
마레아는 제안서에 ‘거절됨’을 적어 공개 기록함에 넣고, 시민 기록소 일주일 운영비만 자기 개인 지분에서 송금했다. 기부자 방문권 칸에는 선을 긋고 가문 이름 대신 마레아 벨렌 개인 기부라고 적었다.
시민 기록소 공개 명단에서 닐로는 후배 서기 세 명을 직접 골랐다. 에이라가 별도로 추천한 두 이름에는 거절선을 그었다.
협의가 끝날 때 닐로는 시민 숙직실의 열쇠를 직접 받았다. 열쇠는 하나가 아니라 네 개였다. 자신과 교대 서기 셋이 각각 가졌다. 누구 하나가 다른 사람을 가두거나 사본함을 단독으로 열 수 없었다.
닐로와 교대 서기 셋은 해가 지기 전 시민 기록소 동관으로 함께 걸었다. 마레아의 마차는 뒤에서 거리를 두고 운영비 확인서만 전달했고, 북부 경비는 따라오지 않았다.
두 번째 골목에서 같은 회색 외투가 세 번 나타났다. 닐로는 교대 서기에게 종을 한 번 울리게 했다. 방문자 기록을 시작하는 신호였다.
그들은 사람 많은 제본소를 지나 공개 출입대에서 회색 외투의 시간과 특징을 적었다. 남자는 기록되는 것을 보고 방향을 틀었다. 시민 숙직실에 도착한 닐로는 방문 금지 명단에 그 특징을 추가했다.
동관의 두 출구는 모두 열려 있었고 창문마다 안쪽에서 풀 수 있는 걸쇠가 달렸다. 닐로는 잠자리를 고르기 전에 출구를 직접 시험했다. 하나가 삐걱거리자 기록소 관리인이 그 자리에서 기름을 쳤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황실 보관관 셋이 동관에 도착했다. 그들은 닐로 개인의 체포장이 아니라 ‘유출 사본 전량의 임시 회수’를 적은 명령서를 내밀었다. 서명자는 황실 법무실이었지만, 회수 뒤 어디에 둘지는 비어 있었다.
“사본은 여기 없습니다.” 닐로가 말했다.
“위치를 쓰면 오늘은 신병을 구속하지 않겠다.”
닐로는 명령서의 조건을 방문 기록판에 그대로 옮겼다. 위치 제공과 신병 자유를 맞바꾸는 제안. 그 뒤 교대 서기 셋에게 각자의 열쇠로 공동 기록함을 열게 했다. 안에는 사본이 아니라 다섯 보관자에게 보내는 상태 신호표가 들어 있었다.
신호는 세 단계였다. 원본 기록 정상, 압수 시도 발생, 공개 심리 폐쇄. 닐로는 두 번째 칸에만 표시했다. 사본을 공개하라는 명령도, 위치를 옮기라는 명령도 아니었다. 각 보관자가 자기 위험을 다시 판단하라는 통지였다.
황실 보관관이 신호표를 빼앗으려 하자 후배 서기 셋이 서로 다른 모서리를 잡았다. 한 사람의 열쇠로는 함을 닫을 수도 없었다.
“공무 방해로 기록하겠다.”
닐로가 대답했다. “방금 동사는 ‘기록하겠다’입니다. 회수 권한과 함 폐쇄 권한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보관관들은 동관 밖에서 추가 명령을 기다렸다. 닐로는 방문자 의자 세 개를 출구에서 떨어진 곳에 놓고 대기 시각을 적었다.
한 시간 뒤 공동 회선으로 첫 회답이 왔다. 다섯 보관자 중 둘은 현 위치 유지, 한 명은 시민 보관함으로 이동, 둘은 무응답. 닐로는 무응답 두 칸에 ‘거절’이라고 적었다.
에이라는 동관 밖 공개 복도에서 그 결과만 받았다. 위치는 묻지 않았다. 대신 압수 시도 명령서의 빈 보관처가 다음 심리 자료가 되도록 사본 번호를 붙였다.
마레아는 운영비 확인서에 야간 방문자 좌석과 공동 회선 비용을 추가하고 항목별 영수증을 시민 게시판에 걸었다.
닐로는 숙직실 책상에서 속기판 없는 손을 내려다봤다. 황실 심리의 공식 기록함은 잠겨 있었고 에이라 곁의 자리도 비어 있었다. 그는 개인 메모장에만 오늘의 동사를 적었다.
복도에서 황실 전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조약 심리 일정 변경 통지를 내밀었다.
“원본 유출 위험을 이유로 내일 심리는 비공개 속결로 진행한다. 방청과 시민 사본은 금지한다.”
닐로는 통지서의 동사를 소리 내어 읽었다. “‘진행한다.’ 협의나 권고가 아닙니다.”
직무가 정지된 그의 손에는 이제 속기판이 없었다. 그래도 에이라는 그 정확한 문장을 들었다.
전령은 통지서를 공개 복도가 아니라 비공개 회의실 안쪽에 붙였다. 에이라는 같은 문장에 사본 번호를 매겨 바깥 벽에 다시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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