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밀 한 포대의 값

혼인계약 심판관은 왕관을 거부한다 · 2026.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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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밀 한 포대가 오늘 얼마죠?”

오델리아 러스크는 북부 대공의 취향을 묻는 시종에게 가격부터 되물었다.

황실 환영 응접실에는 그녀를 위해 남부식 붉은 장미와 테오른의 초상화가 준비돼 있었다. 시종이 건넨 명패에는 ‘북부 대공 혼인 후보’라고 적혀 있었다. 오델리아는 그것을 뒤집어 주판을 올렸다.

“어제 폐장가 스물여덟. 오늘 아침 서른넷. 북부 부족 보고가 공개되자 여섯이나 올랐네요.”

주판알이 빠르게 튀었다. 그녀는 명패 뒷면에 수도, 남부, 국경 세 지역의 가격을 나란히 적었다. 수도만 올랐고 남부 산지는 그대로였다. 곡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도로 들어오는 길 어딘가가 가격을 붙잡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리우스가 환영 인사를 건넸다. “오델리아 양,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소. 대공 전하께서 남부의 성의를 기쁘게 보실 것이오.”

“성의보다 제가 위임받은 의결권부터 확인하시죠.”

응접실의 웃음이 어색하게 끊겼다. 오델리아는 미소를 유지했다. “저는 남부 곡물 상단의 의결권 위임을 받아 왔습니다. 결혼 적합성은 가져오지 않았어요. 운송망과 표는 있습니다.”

시종이 장부를 치우려 하자 그녀는 손바닥으로 눌렀다. 손가락마다 다른 상단 반지가 끼워져 있었지만 정확히 몇 표를 뜻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대공의 취향을 묻기 전에 합병 조약 제십칠 조항을 가져오세요. 북부 군량 운송권이 누구에게 가는지 보겠습니다.”

다리우스의 미소가 굳었다. “남부와 북부를 잇기 위해 두 가문이 얼마나 오래 희생했는지 알면, 혼담 뒤에 실무가 정리되는 순서를 이해할 것이오. 그러므로 먼저 대공 전하와의 합의를 존중하시오.”

그는 십 년 전 벨렌이 남부 수해 때 대신 갚은 운송 채권 목록을 펼쳤다. 실제로 가문이 치른 돈이었다. 그 마지막 장에는 오델리아의 접근권을 혼담 성사 때만 인정한다는 새 조건이 붙어 있었다. 과거 희생의 대가를 오늘의 선택권으로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오델리아는 옛 채권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새 조건만 접어 다리우스 쪽으로 돌려놓았다. “십 년 전 원금은 상환하겠습니다. 오늘 제 발언권과 상계하지는 마세요.”

“자연히라는 단어는 대개 수익자를 숨길 때 쓰더군요.”

오델리아는 혼담을 거절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거절하면 남부 상단의 황실 접근권이 닫힐 수 있었다. 대신 혼인을 의제 맨 아래로 내리고, 그 위에 곡물 가격과 운송 독점을 올렸다.

시종장은 그녀에게 환영 무도회용 보석을 고르라고 상자 세 개를 열었다. 오델리아는 보석마다 붙은 가격표만 뒤집었다. 첫 상자의 값은 북부행 밀 수레 열여덟 대의 보험료와 같았고, 두 번째 목걸이는 굶은 말 이백 필의 한 달 먹이값이었다.

“이걸 차면 대공 전하의 관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종장이 말했다.

“대공의 관심이 수레를 움직입니까?”

“궁정에서는 움직입니다.”

오델리아는 가장 비싼 목걸이를 골라 목에 걸지 않고 저울 한쪽에 올렸다. 반대쪽에는 남부 밀 한 포대의 표준 추를 놓았다. 보석 쪽이 가볍게 들렸다.

“그러면 이것을 상단 담보로 등록해 주세요. 환영 비용을 수레 보험으로 바꾸겠습니다. 혼담이 깨지면 돌려받는 조건으로.”

다리우스가 입을 열기 전에 남부 상단 대표 둘이 보석 상자와 수레 보험증에 같은 담보 번호를 적었다. 시종장은 목걸이를 다시 회수하지 못했다.

에이라가 응접실 문턱에 섰다. 회색 심판관 외투에는 보증금 동결 표식이 달려 있었다. 궁정은 두 여자가 테오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살필 순간을 기다렸다.

오델리아는 에이라의 얼굴보다 손에 든 검토 사본을 먼저 보았다. “제십칠 조항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수혜자는?”

“황실 지정 운송인.”

“이름이 아니라 지정 방식이 빠졌군요.”

에이라는 사본을 펼치고 오델리아가 적은 산지·수도·국경 가격 세 줄과 제십칠 조항의 수혜자 칸을 나란히 놓았다.

“남부 상단이 지정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오델리아가 즉답했다. “저희 수레가 가장 많고, 제가 오늘 여기 온 이유 중 하나니까요.”

“조약이 통과하면 얻는 수익을 공개하시겠습니까?”

“독점 기간과 통행료를 보면 계산해 드리죠. 다만 공짜 자료는 없습니다.”

다리우스가 끼어들었다. “에이라, 손님을 심문하지 마라.”

오델리아가 그를 향해 웃었다. “저는 심문받는 편이 낫습니다. 혼인 후보로 칭찬받으면 가격을 올리기 어렵거든요.”

그녀는 명패 뒷면을 에이라에게 내밀었다. 밀 가격 옆에 대가 칸이 비어 있었다.

“오후 공개 협상석에서 채우죠. 제 자료가 조약을 멈추는 데 쓰이면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

“먼저 자료와 귀측 이익을 분리해 적으세요.”

“좋습니다. 조건을 숨기지 않으니 시간을 아끼겠군요.”

오델리아는 환영 장미를 건드리지 않고 장부와 명패만 챙겨 응접실을 나갔다. 시종들이 테오른의 초상화를 다시 벽 쪽으로 치웠다.

오후, 공개 상단 협상석에는 북부행 수레 모형 삼백 개가 바닥 지도 위에 놓였다. 오델리아는 남부 산지에서 출발 가능한 이백 대에 붉은 표식을, 경쟁 상단의 백 대에는 회색 표식을 붙였다. 합병 조약 제십칠 조항이 발효되면 회색 수레는 모두 길 밖으로 밀려나고 러스크 상단만 칠 년 동안 북부 관문을 통과한다.

그녀는 자기 손으로 회색 모형을 지도 밖에 쓸어 냈다. 붉은 수레가 한 줄로 서자 공급은 빨라 보였지만, 운송 경로와 가격 정보도 한 상단에 모였다.

“제가 원하는 안입니다.” 오델리아는 첫해 예상 수익 금화 십이만과 빈 수레 위험을 공개판에 함께 적었다. “독점이 깨지면 삼백 대 중 상당수가 놀고, 유지되면 가격 결정권을 얻습니다.”

남부 상인 대표 하나가 회색 수레를 주워 다시 지도에 놓았다. “공동 운송이면 첫겨울에 몇 대를 보낼 수 있습니까?”

오델리아는 붉은 수레 여든 개를 뒤로 물렸다. “경쟁 상단과 길을 나누면 우리 몫은 백이십 대. 전체 공급은 늦지만 한 곳이 멈춰도 길은 남습니다.”

에이라는 두 배치를 시민 서기에게 그리게 했다. 독점안에는 붉은 수레만 남았고 공동안에는 느린 회색 길이 두 갈래로 이어졌다.

오델리아는 이어 남부 출발 원장의 한 쪽만 찢지 않고 펼쳤다. 산지 출발량은 줄지 않았고 수도 중계 뒤 공동 수레의 포대만 평균 다섯 근씩 가벼워졌다. 러스크 직영 마차는 거의 손실이 없었다. 그녀는 자기 상단이 유리한 차별을 받은 줄에도 붉은 표식을 붙였다.

“중계 부족으로 가격이 올라 저희도 이익을 봤습니다. 반환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북부 보좌진이 불만을 터뜨렸지만 오델리아는 웃지 않았다. 이익을 숨기지 않는 대신 양보도 약속하지 않았다.

테오른이 뒤늦게 협상석에 들어왔다. 궁정 시종이 오델리아를 새 혼인 후보라고 소개하려 하자 그는 명패 뒷면의 가격표부터 확인했다.

“혼담은 의제에서 뺍니다.” 에이라가 말했다.

오델리아가 주판알 하나를 튕겼다. “제 접근권은 유지됩니까?”

“자료 제공자 자격으로 유지합니다. 혼인과 교환하지 않습니다.”

“그럼 제 표는 별도 가격입니다.”

테오른은 군량 원장 일부를 가리켰다. “남부 상단이 원본을 공개하면 수도 중계창고의 반출 수량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전부는 못 줍니다. 경쟁 상단 고객 목록까지 들어 있습니다.”

에이라는 공개 범위를 좁혔다. 북부행 곡물의 출발 시각, 포대 수, 수레 표식, 중계 인장. 고객 이름과 남부 내륙 가격은 봉인한다.

오델리아는 그 조건을 읽고 대가 칸에 썼다. ‘운송 독점 조항을 공개 심리 의제로 올릴 것. 대안에는 일몰 기한과 시민 감사를 포함할 것.’

그녀는 손가락의 상단 반지 다섯 개 중 두 개를 빼 조건표 위에 놓았다. “자료 검증이 끝날 때까지 이 두 상단의 표는 행사하지 않겠습니다. 나머지 세 표는 제 소유라고 아직 증명하지 않았으니 담보라고 부르지 마세요.”

에이라는 반지의 수만 기록했다. 정확한 표의 출처와 조합 조건은 비워 뒀다. 오델리아가 일부 권리를 먼저 묶은 사실과 나머지를 숨긴 사실이 동시에 남았다.

“독점권을 포기하는 조건이 아니군요.” 에이라가 말했다.

“포기하면 제가 왜 왔겠습니까? 대신 칠 년을 일 년으로 줄이고, 가격 원장을 시민 감사에 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수익은 줄죠.”

“시민 감사인이 남부 상단과 이해관계가 없다는 보장은?”

“세 명 중 한 명은 귀측이 고르세요. 한 명은 북부, 한 명은 상인 조합. 서로 싫어하면 잘 감시하겠죠.”

테오른은 에이라를 보지 않고 조건표를 읽었다. “공급 속도는?”

“일 년 독점이면 수레 이백 대를 즉시 북부에 붙입니다. 비독점이면 백이십 대. 더 많은 상단이 참여하지만 첫겨울은 느립니다.”

지도 위에서 독점안의 붉은 수레는 먼저 북부에 닿았고, 공동안의 회색 수레는 뒤처졌지만 길을 두 갈래로 남겼다.

에이라는 결론을 대신 내리지 않았다. “두 안을 모두 공개 심리에 올립니다. 귀측 자료는 조건부로 접수하죠.”

오델리아는 원장 사본을 시민 서기에게 건넸지만 원본은 잠금 가방에 다시 넣고 열쇠를 목에 걸었다.

“한 가지 더.” 에이라가 말했다. “다섯 표를 가져왔다고 들었습니다. 출처를 밝히시죠.”

오델리아의 손가락이 반지 위에서 멈췄다. “그건 오늘 대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 표로 심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표를 행사하기 전에는 공개하겠습니다. 지금 공개하면 남부에서 제 지분을 회수할 사람이 있어요.”

에이라는 세 표의 출처를 미확정 이해충돌로 표시하고, 자료 접수증에는 두 반지의 의결권 유예만 효력 있다고 적었다.

협상석 밖에서 황실 법무관들이 모여들었다. 한 사람이 원본 유출 책임 보고서를 들고 있었다.

“조약 원본의 정확한 보관 위치를 알았던 사람은 닐로 센뿐입니다. 유출 책임자를 결정해야 합니다.”

오델리아는 떠날 채비를 하다 멈추고 닐로의 이름 아래 적힌 증거 목록부터 읽었다.

에이라는 닐로의 이름이 적힌 보고서와 오델리아의 조건부 원장을 나란히 놓았다. 새 이해관계는 생겼고, 오래된 증인은 공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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