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연우는 그 제목을 십 분 만에 썼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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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그 제목을 십 분 만에 썼다.

십 분은 그가 제목을 쓰는 평균 시간이었다. 삼 년 동안 사백 개쯤 썼고, 그중 조회수 천을 넘긴 건 열두 개였다.

열두 개의 공통점이 있었다. 제목에 사람이 무엇을 못 했는지가 들어갔다.

거부권 때문에 사람을 놓쳤다. 분기 7조 삼 분 실습 전말.

사실 확인은 했다. 세 개였다. 삼 분 실습에서 7조가 인형 하나만 구조했다는 것, 조원 하나가 과부하로 쓰러졌다는 것, 조원 하나가 다른 조원을 물리적으로 쳤다는 것.

세 개 다 사실이었다. 연우는 그걸 확인했으므로 기사를 올렸다.

조회수는 두 시간에 삼천이었다.

삼천은 연우가 삼 년 동안 본 최고치였다. 작년 실습 사고 기사가 이천이었다.

연우는 그 숫자를 새로고침으로 여섯 번 확인했다. 확인할 때마다 늘었고, 늘어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좋았다는 걸 그는 나중에 정정문에 적지 않았다. 적을 항목이 없었다.

세 시간째에 댓글이 백 개를 넘었다.

연우는 그 댓글들을 읽었다. 읽으면서 자기가 뭘 만들었는지 알았다.

절차 놀이 하다가 사람 죽이겠다. 최하위반이 규정 만든다고 나서는 거 자체가. 이가람이라는 애 그거 능력이 아니라 병 아니냐.

마지막 댓글에서 연우는 스크롤을 멈췄다.

병. 그 한 글자를 연우는 자기 기사에 쓰지 않았다. 쓰지 않았는데 댓글에 나왔다.

연우가 쓴 건 조원 하나가 과부하로 쓰러졌다는 문장이었다. 과부하는 사실이었다. 쓰러진 것도 사실이었다.

두 사실을 붙여 놓으면 읽는 사람이 세 번째를 만든다. 연우는 그 구조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썼다.

기사에는 가람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조원 하나라고만 썼다.

그런데 삼 분 실습에는 관람석에 백 명이 있었다.

미래가 자료실 문을 연 건 저녁 일곱 시였다.

연우는 삭제 요구를 예상했다. 삭제 요구는 대응 방법이 있다. 사실 확인을 했다고 말하면 된다.

“삭제 안 해도 돼요.” 미래가 문을 닫지 않고 서 있었다.

“…예?”

“기사 세 문장 다 사실이에요. 확인했어요.” 미래는 그걸 인정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연우는 그 대답에 준비된 게 없었다.

“그럼 왜 왔어요.” 연우가 단말을 내려놓았다.

“빠진 걸 넣어 달라고요.”

미래가 서류를 놓았다. 별지 사본이었다. 네 사람의 이름과 네 줄이 있었다.

연우는 그 별지를 읽었다. 읽는 데 사 분 걸렸다.

“이거… 학사과에 낸 거예요?”

“냈어요. 공동 벌점 신청했어요.” 미래가 접수증 번호를 짚었다.

“네 명 다요?”

“네 명 다요.”

연우는 그 사실을 몰랐다. 기사 쓸 때 학사과 기록을 안 봤다. 볼 수 있었고, 안 봤다.

안 본 이유는 하나였다. 세 문장으로 이미 제목이 나왔다.

“왜 삭제 안 요구해요?” 연우가 물었다. “보통 이런 기사 나오면 조에서 먼저 삭제 요구해요.”

“삭제하면 학생이 다음에 더 자극적으로 써요.”

“그렇게 계산한 거예요?”

“계산이에요.” 미래가 인정했다. “그리고 계산 말고 하나 더요. 저 기사에서 빠진 항목이 우리한테 불리한 것도 있어요.”

“무슨 뜻이에요?”

“가람 학생이 오 초부터 과부하였다는 거요. 그건 기사보다 우리에게 더 나빠요.”

연우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삼 초 걸렸다. 이 사람은 자기 조가 더 나쁘게 보이는 사실을 지금 제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거요.” 미래가 두 번째 서류를 놓았다. 철거 인원 확인서와 구조물 붕괴 기록이었다. “삼 분 실습에서 구조물 왼쪽 아래가 종료 직후에 내려앉았어요. 한도윤 학생이 손을 대려던 자리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유서린 학생이 안 쳤으면 그 자리에서 열었을 거예요.”

연우는 그 문장의 무게를 계산했다. 계산이 됐다. 그게 문제였다.

“그거 결과론 아니에요?”

미래가 처음으로 멈췄다.

“…맞아요. 결과론이에요.”

“그럼 저한테 왜 주세요.”

“결과론이라고 같이 적어 주세요.” 미래가 말했다. “유서린 학생이 그렇게 말했어요. 결과가 좋아서 정당한 게 아니라고요. 그것도 같이 적어 주세요.”

연우는 그 요청을 세 번 들었다.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면서, 그 사실이 왜 약한지도 같이 적어 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정정문 쓸게요.”

“조건 하나 있어요.”

“말하세요.”

“정정문을 원문보다 크게 게시해 주세요.” 미래가 말했다. “글자 크기랑 위치요. 원문 아래에 작게 붙이면 안 읽혀요.”

“그거… 우리 게시판 규격이—”

“작년에 정정문 조회수 사십일이었죠.”

연우의 손이 멈췄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게시판에 남아 있어요. 지난주에 봤어요.”

연우는 그 순간 이 사람들이 자기를 왜 조사에 넣었는지 다시 이해했다. 작년 기사를 봤기 때문이 아니었다. 정정문이 아직 붙어 있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쓸게요. 크게 쓸게요.” 연우가 게시 설정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 더요.”

“또요?”

“이가람 학생 얘기요.” 미래가 말했다. “기사에 이름 없었어요. 근데 댓글에 이름이 나왔어요.”

“그건 제가 쓴 게 아니에요.”

“알아요. 그래서 요구가 아니라 부탁이에요.” 미래가 말했다. “댓글 지우지 마세요. 대신 그 아래에 이가람 학생 진술을 붙여 주세요. 학생이 직접 쓴 걸로요.”

“왜 안 지워요?”

“지우면 그 사람들이 다른 데서 같은 말을 해요.” 미래가 서류를 챙겼다.

가람의 진술을 받으러 연우가 직접 갔다.

가람은 생활관 계단에 앉아 있었다. 청음 보조기를 손에 들고 있었고, 켜지 않은 상태였다.

“기사 봤어요?” 연우가 물었다.

“봤어.” 가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댓글도요?”

“댓글도.” 그는 보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연우는 사과할 문장을 준비해 왔다. 준비한 문장이 세 개였고, 세 개 다 자기가 몰랐다는 얘기로 시작했다.

“미안해요. 저는—”

“그거 말고.” 가람이 잘랐다. “하나만 물어볼게.”

“…예.”

“기사 쓸 때 내가 왜 안 말했는지 물어볼 생각 했어?”

연우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안 했어요.”

“왜 안 했어?”

“물어보면 기사가 늦어져요.”

가람은 그 대답에 화내지 않았다. 대신 보조기를 켰다.

“지금 네 목소리 엇박 없어.” 가람이 말했다. “정직한 건 알겠어. 근데 정직한 게 안 한 걸 되돌리지는 않아.”

“…예.”

“진술 써 줄게. 세 줄만.”

가람의 진술은 다음 날 왔다. 세 줄이었고, 가람의 글씨였다.

저는 삼 분 실습에서 시작 오 초부터 과부하였습니다. 그 사실을 삼 분 동안 말하지 않았습니다. 위치 정보를 두 번 잘못 줬습니다.

연우는 그 세 줄을 읽고 자기 정정문을 다시 썼다.

정정문은 원문보다 두 배 크게 올렸다. 제목은 이랬다.

정정. 앞선 기사가 빠뜨린 여섯 가지.

여섯 개를 순서대로 적었다. 조원의 과부하 인지 시점과 미보고, 그로 인한 잘못된 정보, 물리적 개입의 감점과 정정 신청 미제출, 구조물 붕괴 사후 확인과 그것이 결과론이라는 점, 공동 벌점 신청 네 건, 그리고 마지막.

본 기사 작성자는 학사과 기록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우는 그 마지막 줄을 쓰면서 손이 조금 떨렸다. 작년에는 이 줄을 쓰지 않았다.

정정문 조회수는 첫날에 사백이었다. 원문의 팔분의 일이었다.

연우는 그 숫자를 새로고침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한 번 보고 창을 닫았다.

대신 그가 한 게 있었다. 원문 제목을 고쳤다. 고칠 때 원래 제목을 지우지 않고 옆에 남겼다.

수정 후 제목. 분기 7조 삼 분 실습 전말과 그 기록의 누락.

원래 제목은 취소선으로 남겼다. 거부권 때문에 사람을 놓쳤다.

취소선을 그으면서 연우는 자기가 그 문장을 왜 좋아했는지 알았다. 짧고, 인과가 하나였다. 원인 하나에 결과 하나면 읽기가 쉽다.

실제로는 원인이 네 개였다. 네 개를 다 쓰면 제목이 안 된다.

동아리 폐부 심사는 그 주에 있었다. 연우는 활동 실적으로 두 개를 냈다.

원문 조회수 삼천, 그리고 정정문 사백.

심사위원이 물었다. “정정문을 실적으로 내는 이유가 있습니까?”

“오보를 냈고, 정정했습니다.”

“오보는 감점 사유입니다.”

“압니다.” 연우가 말했다. “그래서 둘 다 냈습니다. 하나만 내면 제가 골라서 낸 게 됩니다.”

심사 결과는 조건부 유지였다. 조건은 정정 절차 문서화였다.

연우는 그 문서를 그날 밤에 썼다. 네 줄이었고, 첫 줄이 이랬다.

기사 작성 전에 당사자에게 이유를 물어본다. 늦어지는 것을 이유로 생략하지 않는다.

연우는 그날 저녁에 자료실에 앉아서 정정문 댓글을 확인했다.

백여 개 중에 하나가 눈에 걸렸다. 익명이었고, 세 줄이었다.

강소미는 거부권을 못 써서 사라졌다. 그때는 그런 조항이 없었다. 만들어 줘서 고맙다.

연우는 그 댓글의 작성 시각을 봤다. 열두 시 이 분이었다.

그 시각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삼십일 년 된 배지의 반납 시각이 같았다.

그리고 그 계정을 확인했다. 학번 인증이 되어 있었고, 학번은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다.

연우는 그 댓글을 지우지 않았다. 캡처해서 보존 2번으로 등록했다.

등록하고 나서 미래에게 보냈다. 제목은 붙이지 않았다.

답이 사 분 만에 왔다.

학번 인증 확인해 주세요. 인증됐는데 번호가 없으면 발급 기록은 있다는 뜻이에요.

연우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인증됐는데 번호가 없다. 그건 학원 시스템이 그 계정을 한 번은 학생으로 인정했다는 뜻이었다.

연우는 자료실 상자로 갔다. 분실물 원본 목록, 삼십일 년 치.

강소미라는 이름으로 반납된 물건을 찾았다. 세 시간 걸렸다.

없었다. 그 이름으로 반납된 건 하나도 없었다.

대신 다른 게 있었다. 이름 칸이 긁힌 물건이 열한 개였다.

연우는 그 숫자를 세고 나서 앉았다.

열한 개. 그 숫자를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데 손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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