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원장실 호출에 도윤이 가지 않은 건 서린이 대신 답장을 썼기 때문이 아니었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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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실 호출에 도윤이 가지 않은 건 서린이 대신 답장을 썼기 때문이 아니었다.

도윤이 직접 썼다. 세 줄이었다. 제안은 조에 공유했습니다. 조원 셋이 아직 답을 안 정했습니다. 정하면 함께 답하겠습니다.

답장을 낸 지 두 시간 뒤에 2조의 협상 요청서가 왔다.

2조의 협상 요청서는 도발이 아니었다.

서린은 그걸 첫 줄에서 알았다. 도발문은 상대 얘기로 시작하고, 협상문은 자기 얘기로 시작한다.

요청 사유. 본 조 소속 학생 세 명의 위험 등급 능력 사용 제한 완화.

“이게 뭐예요?” 미래가 요청서 뒷면을 먼저 봤다.

“읽어 봐.” 서린이 두 장을 밀었다.

미래가 두 장을 읽었다. 읽으면서 표정이 바뀌었다.

“이 사람들, 자기 조원 셋이 능력을 못 쓰고 있어요.”

“왜 못 쓰는데.” 가람이 물었다.

“위험 등급 삼 이상은 교수 입회가 필요해요.” 미래가 조항을 짚었다. “교수 입회는 신청하고 열흘 걸려요. 실습은 매주 있어요.”

“그럼 실질적으로 못 쓰는 거네.”

“못 써요. 그래서 이 사람들 실습에서 능력 없는 조랑 같은 조건이에요.”

“우리랑 같네.” 가람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정해서 안 써요. 저 사람들은 못 써요.” 미래가 구분했다. “결과는 같고 이유는 달라요.”

서린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태윤이 결투에서 압축 도약을 쓴 건 결투가 교수 입회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실습에서는 그도 못 쓴다.

“그럼 왜 우리한테 와.” 도윤이 물었다.

“7조가 임시 항목을 만들었으니까요.” 미래가 말했다. “남겨 둔 선택 항목. 학원 서식이 학생 요구로 바뀐 첫 사례예요.”

서린은 그 부분에서 2조 리더의 계산을 봤다. 이름은 문세아, 삼 학년, 화력 순위 십일 위.

문세아는 7조를 이겨서 가산점을 얻으려는 게 아니었다. 7조가 만든 선례를 쓰려는 것이었다.

협상은 그날 오후 학사과 회의실에서 했다.

문세아는 앉기 전에 서류를 세 부 나눠 놓았다. 7조 인원수만큼이었다.

“조건 하나 있습니다.” 문세아가 먼저 말했다. “연속 구조전으로 합니다. 세 라운드, 각 라운드 삼 분.”

“이유는요.” 미래가 물었다.

“7조의 승인 절차가 라운드마다 반복되는지 보려고요.” 문세아는 숨기지 않았다. “한 번은 지킬 수 있습니다. 세 번 연속 지키면 절차가 실제로 작동하는 겁니다.”

정직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7조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이었다.

“못 지키면요?” 가람이 물었다.

“못 지키면 절차는 여유 시간 전용으로 기록됩니다. 그건 저희 규정안에도 불리합니다.”

“왜 불리해요?”

“저희도 절차 완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절차를 실습 시간 안에 넣어 달라고 요구하니까요.”

서린은 그 문장을 두 번 들었다. 두 번째에 이해했다.

2조는 능력을 마음대로 쓰게 해 달라는 게 아니었다. 교수 입회 열흘을 조원 승인으로 대체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건 7조의 계약과 같은 방향이었다.

“문세아 학생.” 서린이 말했다. “지금 요구하시는 게 저희 조항 십이조와 같습니다.”

“같습니다.”

“그럼 왜 결투 형식입니까. 공동 신청하면 됩니다.”

문세아가 처음으로 잠깐 멈췄다.

“공동 신청은 반각됐습니다. 두 번요.”

“사유가 뭐였습니까.”

“학생 조 간 담합입니다.”

미래의 펜이 멈췄다. “담합이요?”

“조 두 개가 같은 규정안을 내면 담합으로 봅니다.” 문세아가 반각 통지를 보여 줬다. “그래서 승부로 만들어야 합니다. 승부 결과로 올리면 담합이 아닙니다.”

서린은 그 구조를 봤다. 두 조가 같은 걸 원하는데, 제도는 그걸 함께 요구하지 못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조건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말하십시오.”

“패자의 규정안도 심의에 올립니다.”

문세아가 그를 봤다. “그러면 저희가 이겨도 얻는 게 줄어듭니다.”

“줄어듭니다. 대신 저희가 이겨도 학생 조 요구가 남습니다.”

“왜 그렇게 하십니까.”

서린은 정확히 대답했다.

“학생 조 목표가 정당합니다. 열흘 기다려서 능력을 못 쓰는 건 저희 조항이 막으려는 것과 다른 문제인데, 학원은 둘을 같이 묶었습니다.”

“다르다는 걸 어떻게 아십니까.”

“저희 조항은 동의를 받으라는 겁니다. 학원 조항은 어른이 보고 있으라는 겁니다.” 서린이 말했다. “동의는 당사자가 주고, 입회는 제삼자가 줍니다.”

문세아가 그 문장을 자기 서류 여백에 적었다. 서린은 그 손을 봤다. 태호가 여백에 적는 방식과 같았다.

“그 문장 심의에 써도 됩니까.”

“쓰십시오. 출처는 적어 주십시오.”

“왜 출처를요.”

“학생 조 규정안에 제 이름이 있으면 담합으로 몰기 어렵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인용은 담합이 아닙니다.”

문세아가 처음으로 웃었다. 짧았다.

“7조는 저희를 꺾고 싶지 않습니까.”

“꺾고 싶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꺾어도 학생들 요구는 남기고 싶습니다. 그 둘은 같이 됩니다.”

계약서 조항은 미래가 썼다. 승부 조건 다섯 줄이었고, 마지막 줄이 이랬다.

승패와 무관하게 양 조의 규정안을 학사위원회 심의에 병행 상정한다.

문세아가 서명했다. 서명하고 나서 한 줄 물었다.

“유서린 학생, 후계 면담 받으셨죠.”

“받았습니다.”

“이 조항이 그쪽에 불리할 텐데요.”

“불리합니다.”

“…압니다. 저도 작년에 그랬습니다.” 문세아가 서류를 챙겼다. “저는 그때 안 했습니다.”

“작년에 뭘 안 하셨습니까.”

“제 조원 한 명이 위험 등급 사였습니다. 입회 없이 썼습니다.” 문세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는 그 학생 이름으로 사고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 이름은 안 넣었습니다.”

“그 학생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교환 실습으로 갔습니다. 돌아오면 삼 학기 뒤입니다.”

미래가 그 대화를 적지 않았다. 적으면 이 사람이 다음에 안 말할 것 같았다.

회의실을 나올 때 도윤이 물었다.

“너 그 조항 왜 넣었어?”

“저 사람들 정당해서.”

“그거 말고. 진짜 이유.”

서린은 걸음을 멈췄다. 이 사람은 최근에 진짜 이유를 묻는 방식을 배웠다.

“어제 별지 썼잖아.”

“응.”

“네 줄 쓰면서 알았어. 내 이름 옆에 내 잘못을 쓰는 게 생각보다 안 어려웠어.” 서린이 말했다. “남 이름 옆에 남 목표를 쓰는 게 더 어려웠어.”

“왜?”

“내 잘못은 내가 정할 수 있어. 남 목표는 그 사람이 정해.”

2조의 라운드 구성은 다음 날 발표됐다.

세 라운드였고, 각 라운드의 함정 배치가 달랐다. 미래가 그 표를 보고 십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있어요?” 가람이 물었다.

“라운드 배치가 우리 절차 시간을 노려요.” 미래가 표를 가리켰다. “첫 라운드는 여유 있어요. 두 번째는 빡빡해요. 세 번째는 첫 라운드 결과에 따라 시간이 줄어요.”

“그게 무슨 뜻이야.” 도윤이 물었다.

“우리가 첫 라운드에서 절차를 다 지키면, 세 번째 라운드 제한 시간이 이 분으로 줄어요.”

“왜 그렇게 만들어.”

“절차 시간이 실제로 얼마나 필요한지 재려고요.” 미래가 표를 접었다. “우리가 이 분에서도 지키면, 절차는 이 분이면 된다는 데이터가 남아요.”

“못 지키면?”

“이 분으로는 안 된다는 데이터가 남아요. 그것도 데이터예요.”

가람이 그 말을 듣고 손바닥을 책상에 붙였다.

“나 세 라운드 못 버텨.”

세 사람이 그를 봤다. 어제와 달랐다. 어제는 실습이 끝난 뒤에 말했고, 오늘은 시작 전에 말했다.

“몇 라운드 버텨?” 미래가 물었다.

“한 라운드는 확실해. 두 번째는 몰라. 세 번째는 안 될 것 같아.”

“그럼 두 번째부터 대체 감지를 넣을게요.” 미래가 즉시 적었다. “가람 학생이 판정만 하고, 감지는 유서린 학생이 해요.”

“내 청각으로는 못 해.” 서린이 말했다.

“청각으로 안 해요. 구조물 하중선으로 해요. 학생이 그건 봐요.”

서린은 그 배치를 검토했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가능했다.

“가람아. 두 번째에 못 버티면 그때도 말해.”

“말할게.” 가람은 그 대답에 조건을 붙이지 않았다.

미래가 그 약속을 장부에 적었다. 조원 사전 한계 고지 일 건.

어제는 그 항목이 사후 진술이었다. 오늘은 사전 항목이었다. 같은 사람의 같은 문장인데 칸이 달랐다.

“그럼 첫 라운드를 빨리 하면?”

“빨리 하면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기록이 남아요.”

서린은 그 설계를 봤다. 문세아는 7조를 시험하는 게 아니었다. 7조의 절차가 압축될 수 있는지를 재고 있었다.

그 데이터가 있으면 학사위원회에서 절차를 실습 시간에 넣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2조는 7조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만 힘들게 이기기를 바랐다.

서린은 그 사실을 조에 말했다. 말하고 나서 도윤이 웃었다.

“그럼 우리 지면 저 사람들도 손해네.”

“손해야.”

“그런데 저 사람들 우리 약점을 정확히 노려.”

“노려.” 서린이 말했다. “그게 정당한 경쟁이야.”

그날 저녁에 서린은 원장실 답장을 하나 더 봤다.

도윤이 보낸 세 줄에 대한 회신이었다. 한 줄이었다.

조원의 답을 기다린다는 것은 학생 본인의 판단이 없다는 뜻입니까.

도윤이 그 회신을 조에 보여 줬다.

“이거 뭐라고 답해야 해?” 그가 물었다.

“답 안 해도 돼.” 서린이 말했다.

“안 하면 저 문장이 남아.”

미래가 그 지점에서 끼어들었다. “남겨도 돼요. 그건 원장실 문서예요. 우리 기록이 아니에요.”

“그럼 우리 기록은 뭐야.”

“어제 별지요. 거기 학생 이름 옆에 학생 판단이 네 개 적혀 있어요.”

도윤은 그 별지를 다시 꺼내 봤다. 자기 줄에 세 항목이 있었다.

승인 없이 시도함. 침묵을 승인으로 해석함. 신체 비용을 고지하지 않음.

판단이 없다는 말에 대한 답으로는 이상한 목록이었다. 세 개 다 틀린 판단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 목록을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서린은 그 동작을 봤다. 두 번 눌러 접는 방식이었고, 오늘은 그게 숨기는 손짓처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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