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사고 보고서 서식에는 책임자 칸이 하나였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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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보고서 서식에는 책임자 칸이 하나였다.

서린은 이 서식을 삼 년 동안 열두 번 봤다. 열두 번 다 한 사람 이름이 들어갔고, 그 사람은 대개 조에서 가장 약한 사람이었다.

약한 사람이 쓰는 게 아니었다. 조가 정해 주는 것이었다. 조는 늘 잃을 게 적은 사람을 골랐다.

오늘은 잃을 게 가장 많은 사람이 자기가 쓰겠다고 했다. 그게 더 나쁜 종류의 같은 일이었다.

서린은 그 칸을 먼저 봤다. 하나짜리 칸은 한 사람 이름을 쓰라는 뜻이다.

도윤이 이미 그 칸에 쓰고 있었다.

“뭐 써.” 서린이 보고서 위쪽을 손으로 짚었다.

“내 이름.”

“왜.” 서린은 손을 떼지 않았다.

“내가 열려고 했어.” 도윤이 펜을 놓지 않았다. “가람이가 못 들은 것도, 서린이가 나 친 것도 내가 열려고 했으니까 생긴 거야.”

논리는 맞았다. 서린은 그 논리의 형태를 알아봤다. 인과를 거슬러 올라가서 첫 원인을 자기로 만드는 방식.

“그거 편해서 그러는 거야.”

도윤의 손이 멈췄다.

“편하다고?”

“한 사람이 다 지면 나머지는 안 적어도 돼.” 서린이 보고서를 자기 쪽으로 돌렸다. “그러면 이가람은 자기가 뭘 숨겼는지 안 쓰고, 나는 내가 왜 손을 썼는지 안 쓰고, 박미래는 감시 항목을 왜 놓쳤는지 안 써.”

“내가 편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네가 편한 게 아니야. 우리가 편해.”

“내가 안 쓰면 누가 써.” 도윤이 물었다.

“네 명이 써.”

“서식에 칸이 하나야.”

“그러면 서식이 부족한 거야.”

도윤은 그 문장에서 멈췄다. 어제 미래가 자기에게 한 말과 같은 구조였다.

최하위 확정 통지는 오전에 나왔다. 반 열두 조 중 열두 위. 실습 정지는 아니었지만, 다음 실습 배정이 삼 주 뒤로 밀렸다.

삼 주. 그 안에 학기말 검증이 있었다. 남겨 둔 선택 항목이 검증 대상이었고, 실습 실적이 없으면 근거가 안 쌓인다.

서린은 그 계산을 이미 했다. 계산한 뒤에도 보고서를 도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내가 서식을 바꿀게.”

“바꿀 수 있어?” 도윤이 서식을 다시 봤다.

“이의 절차로는 못 바꿔. 어제 확인했어.” 서린이 백지를 꺼냈다. “대신 별지를 붙일 수 있어. 별지는 서식 제한이 없어.”

그녀는 별지에 네 줄을 썼다.

한 줄에 한 사람이었다.

이가람. 과부하를 시작 오 초에 인지했으나 삼 분간 보고하지 않았다. 이유는 팀 손실 우려였다. 결과로 잘못된 위치 정보를 두 번 제공했다.

유서린. 조원의 판정 지연 상황에서 물리적 개입으로 사용을 중단시켰다. 조원의 거부권을 대신 행사했다. 규정 감점을 받았고 정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박미래. 조원 판단 시간 측정을 열 번 계획했으나 네 번만 실시한 상태에서 백 명 규모 실습에 동의했다. 측정 실패 구간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한도윤. 승인 없이 재개방을 시도했다. 조원의 침묵을 승인으로 해석했다. 사전에 자기 신체 비용을 고지하지 않았다.

네 줄을 다 쓰고 서린은 펜을 놓았다.

미래가 그 별지를 읽었다. 세 번째 줄에서 멈췄다.

“이거 제 항목이에요?”

“네 항목이야.”

“측정 네 번만 한 건 시간이 없어서예요.”

“이유는 그 아래에 써.” 서린이 말했다. “이유를 쓰면 사정이 남고, 항목을 안 쓰면 사정도 안 남아.”

미래는 그 줄 아래에 자기 이유를 적었다. 세 줄이었다. 상위 조 도전 기한이 있었고, 기한을 넘기면 절차가 여유 시간 전용으로 기록된다고 판단했으며, 그 판단은 자기 것이었다.

가람이 두 번째로 읽었다. 자기 줄을 오래 봤다.

“이거 내가 써도 돼?”

“네 줄이야. 네가 써야 해.”

가람은 서린이 쓴 문장을 지우고 자기 손으로 다시 썼다. 내용은 거의 같았고, 한 문장이 추가됐다.

시작 전에 백 명 규모는 측정표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때 말할 수 있었다.

도윤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자기 줄을 읽고 나서 서린을 봤다.

“내 줄에 신체 비용 미고지가 있는데.”

“있어.”

“그거 조항에 없어. 사용자 비용은 고지 대상이 아니야.”

“조항에 없어.” 서린이 인정했다. “근데 어제 박미래가 제십칠조 초안을 썼어. 승인 안 받아서 못 넣었어.”

“그럼 지금은 위반이 아니야.”

“위반이 아니야. 그래서 별지에 썼어. 별지는 위반 기록이 아니라 사실 기록이야.”

도윤은 그 구분을 삼 초 검토했다.

“왼손 아파.” 그가 말했다.

세 사람이 그를 봤다.

“능력 안 썼는데 아파. 삼 일 전부터야. 어제 새벽에 선 두 개가 뜨거웠어.”

“얼마나 아파요?” 미래가 물었다.

“찬물에 십오 분 담그면 내려가. 그다음엔 미지근해.”

“왜 지금 말해요?”

“어제 가람이가 내 목소리에 두 겹이 있다고 했어. 그때 안 말했어.” 도윤이 말했다. “그리고 오늘 서린이가 내 줄에 그걸 적었어. 조항에 없는데 적었어.”

미래가 그 항목을 별지에 넣었다. 도윤 줄 아래에 자발 진술로 적었다.

“의무실 가요.” 미래가 말했다.

“의무실 가면 기록 남아.”

“남아야 해요.”

“기록 남으면 다음 실습 못 나가.”

“다음 실습 삼 주 뒤예요.” 미래가 말했다. “삼 주 안에 나으면 나가요. 안 나으면 나가면 안 돼요.”

도윤은 그 계산에 반박할 데가 없었다. 반박하려면 자기가 아프지 않다고 해야 했다.

의무실 소견은 두 줄이었다. 좌측 수부 표층 열감, 원인 불명. 마법 사용 이력과의 연관성 확인 불가.

원인 불명. 미래는 그 두 글자를 세 번 읽었다. 학원 문서에서 원인 불명은 오류와 같은 칸에 들어간다.

“이거 위험한 표현이에요.” 미래가 말했다.

“왜.”

“오류로 처리되는 게 그 칸이에요.”

서린이 그 말을 들었다. 준서 선배가 삼 년 동안 정리한 열한 건도 그 칸이었다.

공동 벌점 신청서는 오후에 냈다.

서린은 그 전에 별지 사본을 두 부 만들었다. 하나는 조 장부, 하나는 연우의 동아리 자료실이었다.

“왜 임연우한테 줘요?” 미래가 물었다.

“학사과에 낸 원본은 학사과가 보관해.” 서린이 말했다. “보관하는 사람이 나중에 이걸 어떻게 쓸지 정해.”

학사과 담당자가 별지를 보고 두 번 확인했다.

“이건… 네 명 다 벌점을 받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미래가 별지를 가리켰다.

“한 명이 대표로 받으면 나머지 세 명의 기록은 깨끗합니다.”

“압니다.” 서린이 대답했다.

“다음 학기 배정에 불리합니다. 벌점 네 개짜리 조는 실습 우선순위가 마지막입니다.”

“그것도 압니다.” 서린이 말했다.

담당자가 서류를 받았다. 받으면서 한 줄 물었다.

“유서린 학생, 학생은 수석입니다. 이건 학생 기록에 남습니다.”

“남아야 합니다.” 서린은 서류에서 손을 뗐다.

접수가 끝나고 넷이 복도로 나왔다. 미래가 정산표를 접었다.

“이걸로 학기말 검증에서 뭐라고 할까요.”

“모르겠어.” 서린이 말했다. “남겨 둔 선택 항목이 성적 회피 수단이라고 판정되면 소급 삭제야.”

“그럼 우리 벌점만 남아요.”

“그럼 벌점만 남아.” 서린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가람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그거 알고 낸 거야?”

“알고 냈어.”

원장실 호출은 그날 저녁에 왔다. 도윤 한 명이었다.

서린은 그 통지를 봤다. 발신이 원장실이었고, 사유 칸에 한 줄이 있었다.

개인 특수 관리 트랙 재제안.

도윤이 그 통지를 셋에게 보여 줬다. 받은 지 십일 분 뒤였다.

“왜 십일 분 걸렸어?” 가람이 물었다.

“읽는 데 이 분, 생각하는 데 구 분.”

“구 분 동안 뭐 생각했어?”

“가면 누나 기록을 볼 수 있다는 거.” 도윤이 말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 벌점이 네 개라는 거.”

“그 두 개가 왜 같이 나와?”

“벌점 네 개짜리 조는 다음 학기에도 최하위야. 내가 나가면 세 개가 돼.”

미래가 그 계산을 확인했다. 맞았다.

“그 계산 말해 준 것도 조항이에요?” 미래가 물었다.

“조항엔 제안만 알리라고 적혀 있어.” 도윤이 말했다. “내 계산은 안 적혀 있어. 근데 안 말하면 다음엔 계산만 하고 안 말할 것 같아서.”

“제십육조. 이십사 시간 안에 알린다.” 도윤이 말했다. “십일 분 걸렸어.”

미래가 그 시각을 적었다. 서린은 적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기 칼집 안쪽을 봤다. 어제 도윤을 친 뒤에 확인하지 않았다.

여섯 칸이었다.

어제 그녀가 한 것은 도윤의 손목을 친 것이었다. 결단을 고정한 것도, 철회한 것도 아니었다.

네 번째였다. 서린은 이제 가설을 하나로 좁혔다.

이 검은 결단의 강도를 재는 게 아니다. 정해진 답을 따르지 않은 횟수를 센다.

미로에서 미로의 방향을 안 따랐고, 평가에서 설계자의 정답을 안 따랐고, 결투에서 화력 방식을 안 따랐고, 어제는 학원 규정을 안 따랐다.

네 번 다 그녀가 옳다고 생각한 쪽이었다.

반례도 있었다. 미로에서는 아홉 번 선언했는데 한 칸이었다. 횟수로 세면 맞지 않는다.

그래서 가설은 아직 가설이었다. 서린은 그 사실을 노트 위쪽에 적었다. 확정 아님.

그리고 이 검을 준 사람은 권희수였다.

서린은 봉투를 꺼냈다. 후계 면담 자료. 엿새 동안 열지 않은 것이었다.

첫 장을 열었다.

결정 안정성 항목. 측정 방식. 결단 고정검 칼집 내부 균열 계수.

그 아래에 기준표가 있었다. 균열 세 칸 이하 적합. 네 칸에서 여섯 칸 관찰 필요. 일곱 칸 이상 부적합.

서린은 지금 여섯 칸이었다.

그녀는 그 표를 오래 봤다. 오래 보고 나서, 표가 재고 있는 게 무엇인지 다시 읽었다.

결정 안정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원장은 이것을 안정성이라고 부른다.

서린은 그 단어를 자기 노트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옆에 다른 단어를 적었다.

순종.

두 단어 중에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다만 일곱 칸이 되면 후계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서린은 봉투를 다시 닫았다. 나머지 장은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다음 장에 조언이 적혀 있으면, 그 조언대로 하지 않는 것도 계산에 들어간다.

그녀는 봉투를 서랍에 넣었다. 반납한 장구 쪽지가 있는 서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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