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분 실습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포기한 선택을 다시 여는 장학생 · 202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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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분 실습장에는 사람이 많았다.
가람은 그걸 입구에서 알았다. 상위 조 여덟 개가 관람석에 있었고, 공개 도전이었으므로 학생들이 왔다. 백 명쯤이었다.
백 명은 백 겹이 아니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겹은 오히려 뭉친다. 뭉친 소리는 뒤에서 눌러 온다.
가람은 청음 보조기를 켜지 않았다. 켜면 증폭된다.
삼 일 전에 미래가 판단 시간을 재자고 했다. 열 번 재기로 했고, 어제까지 네 번 했다.
네 번의 결과는 이랬다. 조용한 실습실 사 초. 사람 다섯 있는 곳 칠 초. 사람 스무 명 십사 초. 사람 오십 명, 측정 실패.
측정 실패라고 미래가 적었다. 가람이 그 표현을 골라 달라고 했다. 못 들었다고 적으면 다음에도 못 들을 것 같았다.
오늘은 백 명이었다. 표에 없는 숫자였다.
“가람아, 괜찮아?” 도윤이 물었다.
“괜찮아.” 가람은 보조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거짓말이었다. 정확히는, 아직 거짓말이 아니었다. 시작 전에는 괜찮았다.
실습 내용은 삼 분 안에 인형 둘을 구조하는 것이었다. 구조물은 어제보다 복잡했고, 붕괴가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미래가 순서를 다시 짰다. 감지 십 초, 비용 고지 십오 초, 승인 십 초, 사용 최대 이십 초, 후속 확인 이십 초. 합계 일 분 십오 초.
“여유 일 분 사십오 초예요.” 미래가 말했다. “구조물 이동 시간이 그 안에 들어가요.”
“빡빡해.” 서린이 순서표를 두 번 읽었다.
“빡빡해요. 근데 가능해요.”
시작 신호.
소리가 왔다.
가람이 예상한 건 구조물 소리였다. 붕괴 소리, 금속 소리, 인형 관절 소리.
온 건 그게 아니었다.
관람석 백 명의 선택 소리였다.
백 명이 지금 각자 뭔가를 정하고 있었다. 어디를 볼지, 누구를 응원할지, 이 실습이 끝나면 뭘 먹을지. 사소한 것들이었다.
사소한 게 백 개면 사소하지 않았다.
가람은 그 자리에서 오 초를 잃었다.
잃었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었다. 오 초 동안 그는 백 개의 소리를 하나씩 확인하려고 했다. 하나를 확인하면 다음 하나가 오고, 확인한 것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양동이로 비를 받는 것 같았다. 양동이가 문제가 아니라 비가 문제였다.
오 초 뒤에 그는 자기가 어디 서 있는지 확인했다. 구조물 앞이었고, 도윤이 뭔가 말하고 있었다.
“가람아! 감지!”
“…어.”
“인형 어디 있어?”
가람은 들으려고 했다. 구조물 안쪽 소리를 골라내려고 했다. 골라내는 게 그의 일이었고, 오늘 처음으로 골라낼 수 없었다.
“오른쪽.”
말했다. 확신은 없었다.
정확히는, 오른쪽에서 뭔가 들렸다. 그게 인형인지 관람석 어느 학생의 발소리인지 구분이 안 됐다.
미래가 오른쪽으로 갔다. 인형 하나가 있었다.
맞았다. 가람은 자기가 맞은 게 우연인지 감각인지 몰랐다.
“두 번째는?”
두 번째를 들으려면 첫 번째보다 깊이 들어가야 했다. 가람은 눈을 감았다.
감으니까 더 나빠졌다. 시각이 없어지면 청각이 전부가 되고, 전부가 되면 백 명이 다 들어온다.
“가람아.”
“…잠깐.”
“일 분 사십 초 남았어.”
가람은 그때 결정했다. 말하지 않기로.
지금 과부하라고 말하면 실습이 중단된다. 중단되면 상위 조가 이긴다. 이기면 절차는 여유 시간에만 가능한 것으로 기록된다.
미래가 삼 일 동안 조항을 세 번 시험했다. 조하린 건으로 점수 영을 받았다. 서린이 재대결을 포기했다.
그게 다 오늘 삼 분에 걸려 있었다.
가람은 그 계산을 삼 초 만에 했다. 삼 초 만에 하는 계산은 도윤의 방식이었고, 오늘 처음으로 가람이 그걸 했다.
계산 결과는 이랬다. 내가 못 듣는다고 말하면 셋이 사흘 동안 한 게 없어진다.
그 계산에서 빠진 항목이 있었다. 내가 틀리게 말하면 도윤이 잘못된 데서 능력을 쓴다.
빠뜨린 게 아니었다. 그 항목을 보고 나서, 앞의 항목이 더 크다고 정했다.
“왼쪽 아래.” 가람이 말했다.
틀렸다. 그는 그게 틀렸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 말했다.
도윤과 서린이 왼쪽으로 갔다. 인형은 없었다.
“없어!”
“일 분 십 초.”
가람은 다시 들으려고 했다. 이번에는 손바닥을 구조물에 붙였다. 붙이면 진동으로도 온다.
진동이 왔다. 그리고 백 명의 발소리도 같이 왔다.
“가람아, 어디야!”
가람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지 못하는 동안 도윤이 움직였다.
“내가 열게.”
가람은 그 말을 들었다. 들었는데 반응이 늦었다.
도윤의 논리를 가람은 알 수 있었다. 인형 위치를 모르면, 구조물을 세운 사람이 인형을 어디 두려다 그만뒀는지 열면 된다. 설치자의 포기를 열면 위치가 나온다.
증언자는 없었다. 승인도 없었다.
“고지할게.” 도윤이 빠르게 말했다. “대상 구조물, 시간 십 초, 증언자 없음. 승인 요청.”
미래가 즉시 답했다. “보류.”
“사십 초 남았어.”
“보류예요.”
“미래야.”
“가람 학생 판정 필요해요.” 미래가 말했다. “위험도 판정은 사용자가 아닌 조원이 해요. 그게 우리 조항이에요.”
세 사람이 가람을 봤다.
가람은 그 시선을 소리로 느꼈다. 세 사람이 자기를 기다리는 소리였다.
말해야 했다. 판정을 하든, 못 한다고 하든.
입을 열었는데 문장이 안 나왔다. 과부하가 오면 동사가 사라진다. 오늘은 동사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가람아!”
도윤의 왼손이 올라갔다.
가람은 손바닥을 들려고 했다. 팔이 무거웠다. 이 초 걸렸다.
이 초 안에 도윤의 손이 구조물에 닿았다.
그리고 서린이 도윤의 손목을 쳤다.
검이 아니었다. 손이었고, 세게 쳤다. 도윤의 손이 구조물에서 튕겨 나갔다.
“중단.” 서린이 말했다.
도윤이 서린을 봤다. 맞은 손목을 잡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구조물 왼쪽 아래가 그때 내려앉았다. 도윤이 손을 대려던 자리였다.
가람은 그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들렸다. 이미 무너진 소리는 골라내기 쉽다.
종료 신호가 울렸다. 삼 분 초과. 인형 하나. 그리고 감독관이 뭔가를 적었다.
“분기 7조. 조원 간 물리적 개입 발생. 유서린 학생, 감점 사유 확인합니다.”
“인정합니다.” 서린이 손을 내렸다.
“규정 제이십이조, 실습 중 조원에 대한 물리적 제어는 안전 사유가 아닌 경우 중징계 대상입니다. 안전 사유입니까?”
서린은 그 질문에 정확히 답했다.
“안전 사유가 아닙니다. 계약 위반을 막았습니다.”
“학원 규정 위반이 아니라 조 내부 계약입니까.”
“그렇습니다.”
“유서린 학생, 이의 절차 안내합니다.” 감독관이 서식을 내밀었다. “안전 사유로 정정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안 합니다.” 서린은 서식을 받지 않았다.
“사유가 안전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구조물이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건 제가 친 다음에 알았습니다.” 서린이 말했다. “결과로 제 행동을 정당화하면, 다음에 제가 결과를 보고 칠 겁니다.”
감독관은 서식을 거뒀다.
“그럼 감점입니다.”
“받겠습니다.” 서린은 이의를 걸지 않았다.
가람은 그 대화를 앉은 채로 들었다. 앉은 게 아니라 주저앉은 것이었다.
실습장 바닥이 차가웠고, 백 명의 소리가 아직 왔다. 다만 이제는 구별할 수 있었다. 관람석 소리와 조원 소리가 달랐다.
미래가 앞에 앉았다.
“가람 학생.”
“…미안해.” 가람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거 나중에 해요. 지금 하나만요.” 미래가 말했다. “언제부터였어요?”
가람은 대답을 골랐다. 오늘은 정확하게 말할 차례였다.
“시작 오 초부터.”
미래의 손이 멈췄다.
“삼 분 내내요?”
“내내.”
“그럼 오른쪽이랑 왼쪽 아래는—”
“오른쪽은 반쯤 들었어. 왼쪽 아래는 몰랐어.” 가람이 말했다. “몰랐는데 말했어.”
미래가 그 문장을 적었다. 적는 손이 조금 떨렸다.
“왜 말했어요.”
“모른다고 하면 여기서 끝나잖아.” 가람이 바닥을 봤다. “미래가 삼 일 했고, 서린이 재대결 포기했고, 도윤이 점수 영 받았어. 그거 내가 못 들어서 끝내는 게 싫었어.”
도윤이 그 옆에 앉았다.
“가람아. 나 아까 네 침묵을 승인으로 읽었어.”
“…어.”
“조항에는 승인이 있어야 열 수 있다고 적혀 있어. 없으면 못 열어.” 도윤이 말했다. “근데 나는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반대 안 한다고 읽었어.”
“그거 다르네.”
“달라.”
가람은 그 차이를 오늘 몸으로 알았다. 말 못 하는 사람의 침묵을 허락으로 읽는 건,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동의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나 하나 말할게.” 가람이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지만 문장 끝을 삼키지 않았다. “나 안 들린 게 아니야. 너무 많이 들렸어.”
세 사람이 그를 봤다.
“그거 처음 말하는 거야. 삼 년 동안 안 들린다고 말했어. 그게 쉬웠어.”
“왜 쉬웠어?” 미래가 물었다.
“안 들린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 너무 많이 들린다고 하면 무슨 소리 들리는지 물어봐.” 가람이 말했다. “그러면 내가 남의 마음 얘기를 해야 해.”
미래가 그 대답을 적었다. 서린이 그 옆에 섰다.
“이가람.”
“응.”
“오늘 내가 도윤을 친 건 네 신호 때문이 아니야.” 서린이 말했다. “네가 손을 못 들어서 내가 대신 든 거야. 그건 네 권한을 내가 쓴 거야.”
“고마워.”
“고맙다고 하면 안 돼.” 서린이 잘랐다. “내가 다음에도 대신 들면, 너는 손 안 들어도 되는 사람이 돼.”
가람은 그 문장을 오래 들었다. 서린은 자기가 한 좋은 일을 문제로 신고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내가 감점받았어. 그게 값이야. 값은 내가 냈어.” 서린이 말했다. “다음엔 네가 손 들어. 못 들 것 같으면 시작 전에 말해.”
가람은 그 조건을 받았다. 받으면서 자기가 오늘 잃은 게 뭔지 셌다.
팀 점수, 서린의 감점, 도윤의 신뢰 한 칸.
세 개 다 자기가 침묵한 값이었다. 삼 년 동안 침묵은 늘 무료였는데, 이 조에서는 값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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